<일요초대석> 타고난 배우 이제훈 

카메라만 돌면 광기 어린 연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이제훈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영화는 <파수꾼>이었다. 2011년 저예산 영화로 개봉해 그해 있었던 모든 영화 시상식을 독식했다. 감독도 배우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파수꾼>의 주역들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발전했다. 그 중심에는 이제훈이 있다. 영화 <고지전> <아이캔스피크> <박열>, tvN 드라마 <시그널> 등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기로 그는 이제 가장 주목받는 30대 배우가 됐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배우 이제훈의 연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광기’다. 사전적 의미로는 ‘미친 듯한 기운’을 말한다. 이제훈의 눈에 가득 서려 있던, 살쾡이 같은 눈빛이 스크린을 압도한다. 

탄탄한 연기력 
부드러운 매력

자신이 갖지 못한 화목한 가정을 가진 친구 베키(박정민 분)를 향한 시기심을 뿜어낸 영화 <파수꾼>의 기태, 전쟁터서 살아남기 위해 마약이 든 주사기를 팔뚝에 힘껏 꽂던 <고지전>의 일영, 풋풋한 첫사랑에 실패하고 좌절했던 <건축학개론>의 승민, 한국판 히어로 탐정을 제시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의 길동, 조선의 ‘개XX’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의 박열, 미제전담사건을 파헤쳤던 tvN <시그널>의 해영, 그리고 도박장을 털어 새 인생을 꿈꾸는 넷플릭스 최신 영화 <사냥의 시간>의 준석까지, 이제훈의 눈빛에는 늘 광기가 서려 있었다.

이제훈의 광기에 대한 영화감독들의 평가도 주목할만하다. <박열>의 이준익 감독은 그의 광기를 두고 “수백 번을 돌려봤지만 볼 때마다 소름 돋는 연기”라고 평했고, 이번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은 “이제훈이 가진 감정적 진정성과 집중력, 그 안의 에너지, 그걸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얼굴까지, 모든 것에서 타고난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 진학했다가 연기자의 꿈을 위해 한국예술종합대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에 입학한 이제훈은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 <약탈자들>로 영화 관계자들 사이서 조금씩 회자됐다. 그리고 <파수꾼>을 통해 단숨에 라이징스타로 발돋움했다.


<사냥의 시간>서 재회한 이제훈과 박정민, 윤성현 감독의 인생에 있어 <파수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서 다시 함께하게 된 것은 <파수꾼>이 엄청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수꾼>을 하면서 윤성현 감독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다. 영화를 보는 시각도 그렇고, 윤 감독은 모든 걸 다 바쳤다. <파수꾼> 때도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잠 안 자면서 서로 모든 걸 갈아 넣어 만들었다. 그 작품이 내게 있어서 큰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배우 인생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한 뿌리를 내려준 사람이 윤 감독이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의 다양한 이야기와 장르. 무엇이 됐든 배울 것도 있을 것 같았고, 성장할 기회라고 생각해 이 작품에 출연했다.”

윤성현 감독과 <사냥의 시간> 재회
“도망치고 싶을 만큼 촬영 힘들었다”

2011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재회다. 이제훈은 국내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윤 감독은 차기작이 없었다. 여러 소문은 무성했지만, 차기작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과거나 지금이나 연기가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첫 작품보다 20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기태 역할을 연기할 때도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 공포감에 쫓기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데,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연기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무려 9년이다. 스스로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만 보던 경주마였는데, 이제 주위를 둘러볼 줄 알게 됐다고 했다. 
 

▲ ⓒ넷플릭스

“단편 영화만 찍다가 <파수꾼>으로 첫 장편영화 주인공이 됐다. 그때는 그저 경주마처럼 ‘연기를 잘해야겠다’만 생각했다. 그 인물처럼 살아야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시야라는 게 없었다. 그 이후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작품에 있어 무게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임하다 보니까, 함께 하는 동료 배우들 및 스태프와 잘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소통하려는 자세가 예전에 비해서는 생긴 것 같다.”

윤성현 감독에 대해서는 집념이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사적인 친분을 유지해왔는데, 현장서의 윤 감독은 더욱 치열해져 있었다는 게 이제훈의 말이다. 

“윤 감독 입장에선 첫 상업영화였다. 녹록지 않았을 것이고, 버거웠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했던 것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결국 만들어냈다. 영화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 것 같았다. 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을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으로 담아내다 보니까, 나 역시도 연기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힘들었고, 모든 것을 던졌지만 후회하지는 않았다. 다음 작품은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배우의 집념
미친 듯한 기운

길고 긴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며 촬영을 하던 중 중단된 적도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개봉을 미뤘고, 넷플릭스와 손잡는 과정서 해외 세일즈 업체인 콘텐츠 판다와도 잡음이 있었다. <사냥의 시간>은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다. 힘들었던 기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여러 과정으로 인해 연기를 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끝내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작품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이 정도로 바닥까지 내리게 하는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지쳤었다. 촬영,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고, 계속 쫓기는 준석으로 살아가면서 이러다 황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파수꾼>에 대한 뜨거운 찬사와 함께 이제훈, 최우식, 안재홍, 박정민 등 충무로를 이끄는 30대 연기자들이 대거 참여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연 <사냥의 시간>은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린다. 스릴러 장르의 서스펜스는 상당하지만, 악역 한(박해수 분)이 준석(이제훈 분)을 놓아주는 장면부터 ‘산으로 간다’는 평가가 많다. 아울러 이야기를 매듭짓지 않고 끝낸 대목은, 신선하지만 허무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제훈은 아쉬움보다는 <사냥의 시간>이 가진 특별한 장점을 더욱 주목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직선적이고 제가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액면 그대로의 상황과 그 상황을 타개해가는 그런 이 치기 어린 젊은이들의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술이나 이미지적인 면에서 이런 한국영화는 없었다고 자부한다.”

영화는 공포스러운 한과 맞서기 위해 떠나는 준석의 얼굴로부터 마무리된다. 이 대목서 청춘을 향한 윤 감독의 응원이 녹아있다.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으나, 노골적이지 않다. 이제훈에게 이러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고 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 찍을 때 감독이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의중이 이해됐다. 내가 선택한 뭔가에 대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때 ‘나는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결과물만 보고 그 의미를 해석한 영화 팬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을 영화 막판에 느꼈는데, 영화 완성되고 알았던 걸 영화만 보시고 알아주시는 것이 기뻤다.”

디스토피아
베를린영화제


촉망받는 배우로서 매번 유의미한 연기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이제훈에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선택에 있어서 결과가 주어진다. 저 역시도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텐데,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거나 아니면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게 될 수도 있고, 또는 회피하고 도망갈 수도 있다. 현재 배우라는 길을 걷고 있다. 나 역시도 힘든 순간을 맞을 수도 있는데, 그 모든 것이 배우라는 울타리 안에서 도약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배우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를 몸소 체험하고 느낀 점이다.”

<사냥의 시간>은 디스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다. 암울함 그 자체다. 말로만 나오는 ‘헬조선’의 실사화기도 하다. 한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총기류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 경제는 물론 치안도 무너졌다. 약자들은 죽임을 당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유토피아를 꿈꾸는 청춘들이 희망 대신 절망을 맛본다. 희망을 보기 위해서는 ‘맞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제훈에게 있어 유토피아는 무엇일까. 작은 영화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배우 이제훈 ⓒ넷플릭스

“내 꿈은 소박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건데, 극장 하나 차리는 게 꿈이다. 그곳에서 팬들과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에 가면 독립영화관이 많다. 50∼60년 전에 만들어진 필름을 상영하는 영화관이다. 그런 곳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작은 영화관을 만들고 싶다.”

이제훈이 준석을 통해 표현해야 했던 감정은 주로 공포심이다. 정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닌 존재 앞에서 느끼는 공포감을 온전히 표현해야 했다. 주로 과거의 경험을 많이 의지했다고 한다. 

“한(박해수 분)과 마주할 때 극심한 공포심을 표현해야 했는데,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내게 ‘이리 와 봐’라고 했던 형들을 만났을 때의 감정을 끄집어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보라고 할 때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때 무작정 도망쳤는데, 그렇게 심장이 떨렸던 적이 없다. 한을 연기한 박해수 배우가 워낙 강렬한 이미지를 구축해줘서 하체에 전율이 있으면서 기운이 확 빠지는 경험을 했다. 회생 불가능한 낭떠러지 앞에 있는 기분으로 연기했다.”


에너지, 열정, 진정성 ‘엄지 척’
“영화·드라마 이어 제작자 도전”

<사냥의 시간>에는 젊은 30대 배우들이 주축을 이룬다. 30대 초중반의 또래 배우들이 한 앵글에 담긴다는 점도 이 영화만의 특색이다. 그리고 이들 사이서 나오는 시너지가 어마어마하다. 연기에 뛰어난 감각을 지닌 배우들의 힘이 모니터를 통해 그대로 전달된다. 연기만큼은 호불호가 없다.

“영화를 찍으면서 ‘왜 이렇게 안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에너지로 똘똘 뭉친 작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캐스팅을 생각해볼 것 같다. 현장에 가는 게 정말 행복했다. 일하러 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 정말 좋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사냥의 시간>이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면서 이제훈은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영화제에 다녀왔다. <사냥의 시간>은 영화제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인 팔라스트 극장 1600여석을 매진시켰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나온 영화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 영화제서 내 작품으로 레드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했는데 <사냥의 시간>으로 베를린을 가게 됐다. 꿈만 같았다. 가기 전부터 설렜다. 1600여석이 꽉 찬 모습과 상영 후 박수와 환호를 들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영화제에 오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새삼 느꼈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또 다짐하게 된 계기였다.”

<사냥의 시간>이 끝나도 이제훈은 바쁘다. 영화 <도굴>이 개봉을 앞두고 있고,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촬영도 한창이다. 아울러 제작자로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이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리는 범죄 오락 영화다. 이제훈과 함께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가 나선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에 놓인 영화계를 살려줄 영화로 꼽힌다.

<무브 투 헤븐: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과 후견인의 이야기로 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담는다. 뮤지컬 배우 탕준상과 투톱 영화다. 이제훈은 “굉장히 파격적인 이미지의 영화”라고 정의했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서도 활동의 영역을 넓힌다. 최근 정우성, 하정우 등 선배 배우들의 변신에 이제훈도 동참한 셈이다. 지난 10월 양경모 감독, 김유경 프로듀서와 제작사 하드컷을 설립하고 첫 작품 <팬텀>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영화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다음은…
제작자?

“영화를 떼어놓고 제 인생을 논하기도 힘들고 영화가 아니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래서 제작도 도전하게 됐다. 지금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대중이 좋아할, 혹은 오래 남겨질 작품을 만들어 보여드리는 게 제 꿈이다.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해볼 테니 주목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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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