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소나’ 챌린지 열풍 빛과 그림자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1 11:20:32
  • 호수 1270호
  • 댓글 0개

눈 가리고 운전 따라 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6년 전,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온라인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 이후 수많은 ‘챌린지 영상’이 등장했다. 참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 영상들은 본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종종 도가 지나쳐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 덕분에챌린지 ⓒ청와대 페이스북

‘챌린지’는 인터넷 놀이문화다. 한 주체가 특정 행위를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올리면 다른 이들이 따라 하는 방식이다. 게시된 챌린지 영상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목숨 건 도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모들과 함께 ‘존경’이라는 의미의 수어 동작을 하며 “의료진, 덕분에! 국민, 덕분에!”를 외쳤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포함한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24일 ‘덕분에 챌린지’를 하며 다음 주자로 문 대통령을 지정한 바 있다.

‘덕분에챌린지’는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인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드는 모습을 사진·영상으로 올리고, 응원 메시지와 함께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릴레이 캠페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서 지난달 17일부터 시작한 덕분에챌린지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을 시작으로,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참여했고, 지자체와 기관으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도 다양한 챌린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2014년부터 인기를 끈 ‘아이스버킷챌린지’다. 이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기부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국의 한 투자회사 매니저 출신인 코리 그리핀이 자신의 친구를 돕기 위해 처음 기획했다.

참가자가 차가운 얼음물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다음 주자 세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지목을 당하면 24시간 안에 챌린지를 이어가거나 미국루게릭협회에 100달러(한화 12만2210원)를 기부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최근 챌린지 문화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공익적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거나 힘든 상황에 놓인 의료인을 응원하는 방법으로 활용한다.

코로나19로 입학·졸업·결혼과 같은 행사가 취소돼 매출이 급감한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꽃을 구매해 선물하는 ‘부케 챌린지’, 깨끗이 씻은 손으로 레몬을 먹고 19만원을 기부하는 ‘레몬 챌린지’도 있다. 

단순한 흥미 넘어 공익적인 의미
재미로 변질…유튜브도 자제 당부

하지만 챌린지의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 영화 <버드 박스>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해 눈을 가린 채 운전하는 영상을 올리는 ‘버드박스 챌린지’가 등장했다. 미국 유명 유튜버 모건 애덤스의 24시간 버드박스 챌린지 영상이 4일 만에 조회수 200만을 넘겼다. 


하지만 이 영상은 아찔한 장면을 유도하는 단초가 됐다. 한 아버지는 두 아이와 함께 버드박스 챌린지에 도전한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영상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아이가 벽에 부딪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운전 도중 모자로 눈을 가린 영상을 올리며 ‘신이 운전대를 잡았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심각성을 느낀 유튜브 측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사람을 죽게 할 수 있거나 이미 죽게 한 장난·도전 비디오의 업로드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롭고 위험한 콘텐츠를 금지해왔는데 이번에 심각한 신체적 부상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간주했다’며 금지 대상을 더 구체화했다.
 

▲ 버드 박스 ⓒ유튜브

결국 넷플릭스 측은 ‘이 챌린지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모르지만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하다’면서도 ‘보이와 걸(말로리가 보호하는 아이들)의 새해 소원은 단 하나다. 이 인터넷 유행 때문에 당신이 병원에서 한 해를 끝마치지 않는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대중매체를 모방하는 챌린지 영상이 사회문제가 된 경우는 또 있다.

차도 한복판서 춤을 추는 ‘키키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의 뮤직비디오를 따라하는 이 챌린지가 미국과 중동, 유럽의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유발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검찰은 2018년 7월 키키 챌린지 금지령을 내린 뒤 SNS에 관련 영상을 올린 3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국내서도 극한 챌린지가 이어졌다. 먹방 유튜버를 중심으로 한 매운 과자 먹기가 그중 하나다. 세상에서 제일 매운 과자로 알려진 ‘캐롤라이나 리퍼 매드니스 칩’을 먹는 ‘원칩 챌린지’로 이 영상은 5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원칩 챌린지는 매운 과자를 입에 넣은 뒤 5분간 물이나 음료수 등 어떤 것도 먹지 않고 참아내는 도전이다. 해당 챌린지에 등장하는 캐롤라이나 리퍼 매드니스 칩은 미국 토르티야 칩 제조회사인 파퀴칩스서 만든 과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최고로 매운 고추 캐롤라이나 리퍼로 맛을 냈다.

이 고추는 매운 정도를 표현하는 스코빌 지수(SHU)가 무려 200만이며 국내의 청양고추보다 200배가량 더 맵다. 유튜버들은 이를 먹고 얼굴이 빨개지며 고통스러워하거나 복통을 호소하다 응급실로 실려 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모방심리

전문가들은 “챌린지 형식의 도전이 또래문화서 관심을 받고 싶어 하고 동조하는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에 모방의 위험이 있다”며 “미디어 관련 제재나 디지털 매체와 미디어를 올바르게 수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욕먹는 WHO 사무총장, 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로 인해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는 세계 보건 정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중화보건기구, 최악보건기구, 우한보건기구와 같은 오명만 남았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아시아에 이어 북미와 유럽까지 번졌음에도 여전히 늑장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을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달 14일에도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유명인들의 ‘손씻기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해 개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테드로스 사무총장이 손씻기 챌린지 대상으로 지목한 아이돌 그룹 BTS는 그의 요청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그는 트위터에 자신이 11단계로 나눠 손을 씻는 2분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사람들에게 올바른 손 씻기를 독려할 목적으로 ‘더 세이프 핸드 챌린지’라는 이름의 영상을 게재한 것이다.

이 영상은 비누를 활용해 손바닥과 손가락 사이사이를 깨끗하게 씻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