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신원호 사단의 용인술

‘누구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스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승승장구한 신원호 사단이 다시 그 능력을 입증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다. 병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듯, 희노애락 인생사를 풀어내고 있다. 특히 율제병원 5인 중 홍일점 전미도를 향한 호평이 뜨겁다. 아울러 신현빈, 곽선영, 안은진, 정문성 등 조연급 배우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진다. 신원호 사단이 또 한 번 스타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다. 

▲ 신원호 ⓒtvN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진이 뮤지컬 배우 전미도를 캐스팅한다고 알렸을 때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이제껏 수많은 배우들을 스타덤에 올린 신원호 사단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촬영 전부터 기대감은 높았다. 

독보적 재능

그리고 지난 3월 첫 방송 이후 전미도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신원호 사단이 캐스팅 영역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는 걸 증명했다. 

전미도가 연기하는 채송화는 그야말로 팔방미인이다. 업무처리 능력만큼은 누구보다도 확실하며, 의사로서 투철한 사명감에 환자들을 애틋하게 대하는 따뜻한 공감 능력도 지녔다. 또한 후배들이 봤을 때 ‘귀신’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 일에 책임감이 있다. 누구나 만나길 바라는 이상적인 의사 선생님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사회성이 다소 떨어지는 양석형(김대명 분)에게는 큰 누나처럼, 까탈스러운 김준완(정경호 분)에게는 동성 친구 또는 형제애를 보인다. 이익준(조정석 분)과는 애틋한 러브 라인이 슬며시 보이며, 선한 안정원(유연석 분)에게는 인간적이다. 


전미도는 상대에 따라 변화하는 애티튜드를 채송화답게 표현한다. 환자든 제자이든, 혹은 자신에게 연정을 품은 사람이든, 제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친구들, 그 모두를 막론하고 그들을 대하는 데 조금도 어색함이 없다. 괄괄하면서도 어른스럽고, 다정다감하면서도 거절을 할 때는 정중하고 정확하게 선을 긋는다. 

비록 실력이 부족해도 밴드 보컬을 자처하고, 교회서 춤을 추는 것도 거리낌이 없다. 시간이 나면 홀로 캠핑을 즐기는 여유도 있고, 몸이 꽤 좋지 않음에도 친구들이 걱정할까, 의존하지도 않는다.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방송 경험이라고는 유일하게 tvN 드라마 <마더>에 출연한 것이 전부인 전미도는 시대에 부합하는 여성상인 채송화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 중이다.

당초 제작진은 오디션을 통해 전미도와 미팅을 했고, 첫 대사를 읊는 순간 전미도에게 빠져들었다. 거기에 일면식도 없는 조정석과 유연석이 추천하면서 캐스팅이 성사된 것. 대중적 인지도를 의식하지 않고, 실험적인 캐스팅을 지향해온 신원호 사단이 이룬 또 하나의 결실이다.

전미도만이 아니다. 신원호 사단은 새로운 얼굴을 대량 발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작품서 활동 중인 신현빈과 SBS 드라마 <VIP>에 출연한 곽선영, 신예 뮤지컬 배우 안은진, tvN <방법>의 정문성, <나랏말싸미>의 김준한 등 곳곳서 실력을 발휘한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아, 새로운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 안은진과 전미도 ⓒtvN

퇴폐미의 매력을 드러낸 신현빈은 장겨울을 통해 ‘모태솔로’의 이미지를, <방법>서 진지한 경찰이었던 정문성은 도재학을 통해 깃털같이 가벼운 인성을, 곽선영은 이익순을 통해 터프함과 사랑스러움을, 안은진은 추민하를 통해 글로 배운 화장을, 김준한은 안치홍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를 남겨줬다.

작은 배역 한 명도 장치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휴머니즘을 부여한다. 제작진의 배려가 작품 내에서 드러난다. 


전미도부터 안은진까지…수십명 발굴
캐릭터 맞는 외형·연기·인성이면 OK

그런 덕분일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조합은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97> 이후 세 번의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들이 손닿은 곳에 실패는 없었다. 

신원호 사단이 지금껏 배출한 스타들만 해도 수십명이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처럼 수많은 스타들을 양산했다. 이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다른 작품과 장르서도 활약 중이다.

먼저 연기력서 검증이 되지 않았던 서인국과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영화계 일부서만 인정받은 정우와 김성균, 유연석, 손호준, 도희 등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이들이 공개 허그만 해도, 그 일대는 마비되기 일쑤였다. <응답하라 1994> 이후 드라마서 완전히 달라진 입지를 얻게 됐다. 

또 <응답하라 1988>을 통해서는 류준열과 고경표, 박보검, 안재홍 등의 청춘스타들을 발굴해내는가 하면, 최무성과 김선영, 라미란, 유재명처럼 오랜 기간 연기를 해온 중견급 배우들을 배치하는 재주도 탁월했다. 이들 모두 <응답하라 1988> 이후 더욱 큰 비중의 역할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KBS2 드라마 <반올림> 외에 이렇다 할 필모그라피가 없었던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로 배우로서 능력을 다시 한 번 알렸으며, 아이돌 가수였던 혜리 역시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을 통해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했다. 혜리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가리지 않고 출연 중이다.

주인공 외에 이민지와 이세영, 임화영, 류혜영 등도 신원호 사단의 손을 거쳐 활동 반경을 넓혔다.
 

▲ 정문성

아울러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서는 이른바 중고신인을 대량 배출했다. 공연계서만 유명했던 배우 박해수와 정해인,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대중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대부분 영화 원톱 주연을 할 만큼 이름값이 높아졌다. 

이 작품에 출연한 박호산과 정재성과 같은 중견 배우들도 다양한 작품서 매우 비중 있는 역할로 나오고 있다. 특히 박호산은 tvN <나의 아저씨> <쌉니다 천리마마트> <유령을 잡아라> <인간수업>를 비롯해 영화 <콜> <유령선> 등에서 비중이 큰 역할로 등장한다. 신원호 사단이 국내 연예계에 끼친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또 신원호 사단이 이렇듯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데엔 예능 PD로서의 경험과 일관된 규칙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S 예능국 출신인 신 PD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늘 새로운 캐스팅하는 데 훈련이 됐던 터라, 파격적인 캐스팅이 가능했다. 또 편견 없이 자신들이 생각한 캐스팅을 밀고나가는 힘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일관된 규칙

앞서 신 PD는 “연극 배우든, 아이돌 출신 배우든 캐스팅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매력이 있고 상대방도 의지가 있다면 배우를 만나보고 캐스팅을 결정하게 된다. 배우를 찾는 기준은 일관된 것 같다. 만들어놓은 캐릭터에 부합할 만한 외형과 연기력, 인성을 가진 사람이다. 소위 A급 배우도 출연 가능한데, 하다 보면 신인급이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분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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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