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붙을 초대 공수처장 파워게임

‘용호상박’ 범 잡는 용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천명한 문재인정부의 최대 화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공수처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최근에는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성급한 하마평이 여의도와 서초동서 흘러나오고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지난해 12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 이른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245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안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이 통과됐다.

법 통과
시행은?

공수처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일 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의 상징적인 법안으로 여겨진다. 1996년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가 이뤄졌다.

공수처법 국회 통과 직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검찰총장··검사··도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다.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범죄 수사가 중복될 경우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경이 범죄 수사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를 받은 공수처는 자체 수사할지, 해당 기관에 계속 수사를 맡길지 여부를 결정해 회신하도록 규정했다. 다른 수사기관과 비교해 공수처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조항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해당 조항은 원안을 수정하는 과정서 새로 들어간 내용으로, ‘독소조항이냐 아니냐를 두고 쟁점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선 해당 조항이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찰과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여당 공수처 7월 출범 목표
후속 법안 처리 불투명, 미뤄지나

또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해당 조항으로 인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자율성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검찰청서도 해당 조항을 문제 삼았다. 대검은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닷새 전인 지난해 1226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이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검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부분은 검찰 수사 과정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검찰은 수정안대로 법안이 시행되면 수사 기밀이 청와대나 여권에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대검은 공수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라며 ·경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이유도 없으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대검찰청

검찰은 공수처가 수사 정보를 청와대나 여권과 공유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사 밀행성을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에도 수사 착수를 사전 보고하지 않아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넘겨받아 자체 수사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 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서 공수처에 사건 통보는 공수처의 수사 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 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 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검찰보다
우위 포진?

대검의 반발에도 공수처법은 수정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정부는 공수처의 7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예상 이상의 압승을 거두면서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이르면 715일 출범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공수처설립준비단(이하 설립준비단)은 정부 서울청사서 2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설립준비단은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단장으로 법무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법제처 등 관계 부처서 20여명을 파견받아 210일 구성됐다. 검찰은 국회나 법무부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직접 설립준비단에 참여하진 않았다.

21대 총선 이후 처음 열린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상견례 성격을 띤 1차 회의와 달리 본격적으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준비단은 공수처 조직구성, 법제 정비 등의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회의에도 검찰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국회다. 국회서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출범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야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후 오는 1112일경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가 어찌 갈 건가? 7월 공수처 설치 운영 개시, 미래통합당이 어떤 입장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 한국형 뉴딜로 일자리 만드는 게 최우선인데 (통합당이)또 다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공수처 이슈로 몰아간다면?’이라고 가정했다.
 

▲ 박영수 특검

이어 가장 큰 난제는 인사청문회법 처리 문제라며 위헌과 무효를 주장하는 통합당 종전 기류상 합의처리 안 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된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공수처장 후보추천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 등이 처리돼야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공수처 수사관 배정까지 12개월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 관련법이 처리돼야 예정대로 7월 출범이 가능한 셈이다.

7월 출범
가능할까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나 출범 시기와는 별개로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초대 공수처장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서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셈법 따지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공수처장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법인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했던 사람 중에 임명해야 한다. 검사는 퇴직 후 3,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 정년은 65세로 임기는 3, 중임은 불가능하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도록 돼있다.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위원 2명으로 나뉘는 셈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은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이다. 2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제2야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에 돌입했다.
 

▲ 김영란 전 대법관

민주당 입장에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제1야당인 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되면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군은 안갯속이다. 설립준비단 회의서도 초대 공수처장 인선 작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의도와 서초동서 하마평은 솔솔 흘러나오는 중이다.


후보군은 아직 안갯속
민변 변호사 등 거론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다음달 초 상임이사회서 최종 후보 4명을 선정해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에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후보군으로는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이명박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특별검사로서 수사한 판사 출신 이광범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민변 출신으로는 민경한 변호사나 안상운 변호사, 백승헌 변호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설립준비단 등에서 여성 법조인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김영란 전 대법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도 거론됐다.

김 전 대법관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 도입을 추진했고, 이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서 선고 주문을 읽었던 인물이다.
 

▲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김 전 대법관과 이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언론과 인터뷰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검 등도 초대 공수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박 특검은 65세 연령 제한에, 김 전 차관은 검사 퇴직 기한(3)에 부합하지 않아 후보자가 될 수 없다.

공수처가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만큼 초대 공수처장이 누가 되든 윤석열 검찰과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윤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윤 총장
1호 수사?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4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수처 출범 관련 수사의 성역은 검찰이라며 검찰을 수사한다면 여기는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물만 내리면 범죄자들이 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황금어장서 이 물고기입니다, 이 물고기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고발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제가 그런 역할을 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 수뇌부에서는 제가 (윤 총장을)고발할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생기면 1호 고발하려고 그 전날부터 줄 서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저는 줄까지 설 생각은 없지만 해야 할 일은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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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