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붙을 초대 공수처장 파워게임

‘용호상박’ 범 잡는 용 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천명한 문재인정부의 최대 화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공수처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최근에는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성급한 하마평이 여의도와 서초동서 흘러나오고 있다.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지난해 12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 이른바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245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안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이 통과됐다.

법 통과
시행은?

공수처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호 공약일 뿐만 아니라 검찰 개혁의 상징적인 법안으로 여겨진다. 1996년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내건 지 17년 만에 입법화가 이뤄졌다.

공수처법 국회 통과 직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공수처 설치 방안이 논의된 지 20여년이 흐르고서야 마침내 제도화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함에 차질이 없도록 문재인정부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검찰총장··검사··도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다.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도 갖는다.


범죄 수사가 중복될 경우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경이 범죄 수사과정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통보를 받은 공수처는 자체 수사할지, 해당 기관에 계속 수사를 맡길지 여부를 결정해 회신하도록 규정했다. 다른 수사기관과 비교해 공수처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조항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해당 조항은 원안을 수정하는 과정서 새로 들어간 내용으로, ‘독소조항이냐 아니냐를 두고 쟁점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선 해당 조항이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찰과 경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여당 공수처 7월 출범 목표
후속 법안 처리 불투명, 미뤄지나

또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해당 조항으로 인해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자율성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대검찰청서도 해당 조항을 문제 삼았다. 대검은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닷새 전인 지난해 1226공수처에 대한 범죄 통보 조항은 중대한 독소조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검이 공수처법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검이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부분은 검찰 수사 과정서 발견된 공직자의 범죄 정보를 모두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검찰은 수정안대로 법안이 시행되면 수사 기밀이 청와대나 여권에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대검은 공수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 검·경의 고위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니다라며 ·경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이유도 없으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은 각자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대검찰청

검찰은 공수처가 수사 정보를 청와대나 여권과 공유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수사 밀행성을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에도 수사 착수를 사전 보고하지 않아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넘겨받아 자체 수사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 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서 공수처에 사건 통보는 공수처의 수사 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 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 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검찰보다
우위 포진?

대검의 반발에도 공수처법은 수정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정부는 공수처의 7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1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예상 이상의 압승을 거두면서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이르면 715일 출범할 수 있다.

지난달 21일 공수처설립준비단(이하 설립준비단)은 정부 서울청사서 2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설립준비단은 남기명 전 법제처장을 단장으로 법무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법제처 등 관계 부처서 20여명을 파견받아 210일 구성됐다. 검찰은 국회나 법무부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직접 설립준비단에 참여하진 않았다.

21대 총선 이후 처음 열린 회의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는 상견례 성격을 띤 1차 회의와 달리 본격적으로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립준비단은 공수처 조직구성, 법제 정비 등의 안건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 회의에도 검찰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국회다. 국회서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출범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야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된 후 오는 1112일경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여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가 어찌 갈 건가? 7월 공수처 설치 운영 개시, 미래통합당이 어떤 입장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 한국형 뉴딜로 일자리 만드는 게 최우선인데 (통합당이)또 다시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공수처 이슈로 몰아간다면?’이라고 가정했다.
 

▲ 박영수 특검

이어 가장 큰 난제는 인사청문회법 처리 문제라며 위헌과 무효를 주장하는 통합당 종전 기류상 합의처리 안 해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돼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된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공수처장 후보추천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 등이 처리돼야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공수처 수사관 배정까지 12개월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 관련법이 처리돼야 예정대로 7월 출범이 가능한 셈이다.

7월 출범
가능할까


공수처법 후속 법안 처리나 출범 시기와는 별개로 초대 공수처장에 대한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초대 공수처장이 갖는 상징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서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두고 셈법 따지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공수처장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법인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하거나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했던 사람 중에 임명해야 한다. 검사는 퇴직 후 3,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무원은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 정년은 65세로 임기는 3, 중임은 불가능하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추천하도록 돼있다. 이들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후보자에 한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사실상 여당 성향 위원 5명과 야당 성향 위원 2명으로 나뉘는 셈이다.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은 야당 추천 몫 위원 2명이다. 2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제2야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수 싸움에 돌입했다.
 

▲ 김영란 전 대법관

민주당 입장에선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범여권 야당이 제2야당으로 올라서 야당 몫 2명 중 1명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경우 제1야당인 통합당의 의사와 관계없이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다. 반대로 통합당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제2야당이 되면 야당 몫 2명에 대한 추천권을 모두 갖게 돼 공수처 출범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초대 공수처장 후보군은 안갯속이다. 설립준비단 회의서도 초대 공수처장 인선 작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의도와 서초동서 하마평은 솔솔 흘러나오는 중이다.


후보군은 아직 안갯속
민변 변호사 등 거론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다음달 초 상임이사회서 최종 후보 4명을 선정해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에 전달한다는 입장이다.

후보군으로는 검찰 출신인 신현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이명박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을 특별검사로서 수사한 판사 출신 이광범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민변 출신으로는 민경한 변호사나 안상운 변호사, 백승헌 변호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설립준비단 등에서 여성 법조인을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김영란 전 대법관,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도 거론됐다.

김 전 대법관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 도입을 추진했고, 이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서 선고 주문을 읽었던 인물이다.
 

▲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김 전 대법관과 이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언론과 인터뷰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검 등도 초대 공수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박 특검은 65세 연령 제한에, 김 전 차관은 검사 퇴직 기한(3)에 부합하지 않아 후보자가 될 수 없다.

공수처가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만큼 초대 공수처장이 누가 되든 윤석열 검찰과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미 윤 총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윤 총장
1호 수사?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지난 4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수처 출범 관련 수사의 성역은 검찰이라며 검찰을 수사한다면 여기는 황금어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물만 내리면 범죄자들이 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 황금어장서 이 물고기입니다, 이 물고기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고발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제가 그런 역할을 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이 공수처 수사 대상 1호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 수뇌부에서는 제가 (윤 총장을)고발할 거라고 각오는 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생기면 1호 고발하려고 그 전날부터 줄 서시는 분이 계실 것 같은데 저는 줄까지 설 생각은 없지만 해야 할 일은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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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