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이나 죽었는데…잊혀진 이천 화재, 왜?

망자·유족 뒤로 정치 싸움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들어 대형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황금연휴 직전인 지난 4월 끝자락에도 물류창고서 불이 나 40여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불길은 한국 사회의 곪은 부분을 또 다시 드러냈다.
 

▲ 이천 화재 현장 ⓒ문병희 기자

38.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으로 사망한 노동자 수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서 불이 나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폭발과 함께 지하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작업자들은 대피할 겨를도 없이 작업 도중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휴 전날

우레탄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용접 불꽃에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화재현장에선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다. 이 과정서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가 발생했고, 피해자들은 미처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본부는 화재가 발생한 공사현장의 시공사 현장사무소와 공사 관계 업체 사무실 등 7곳을 대상으로 지난 4일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사 설계·시공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관련법 위반 사항이 없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는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의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과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의 충남 천안 본사 사무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4개 업체 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이천 화재 참사를 언급하며 과거에 일어났던 유사한 사고가 대형 참사로 되풀이됐다는 점에서 매우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사고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2008년 냉동창고 화재 이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했고, 정부도 화재 안전대책을 강화해 왔는데도 현장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문정부 들어 또 대형 화재
사망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실제 이번 이천 화재 참사는 20081월 이천의 한 냉동창고서 일어난 화재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 화재로 지하층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40명이 숨졌다. 당시에도 유증기에 불티가 옮겨 붙어 연쇄 폭발과 함께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로 번져 작업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마찬가지로 불에 취약하고 한 번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지는 자재로 알려진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구조물이었다는 점도 유사하다. 소방당국은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에도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단열재가 내장된 샌드위치 패널을 대형 참사의 주범으로 꼽았다. 12년 전 참사 당시 아무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참사는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참사와 똑같다당시 재발 방지 대책은 수립되지 않았고 참사를 일으킨 책임기업은 고작 벌금 2000만원으로 처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428명으로 제조업 206명보다 더 많다며 건설현장의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천 화재는 수차례 위험 경고에도 공사를 강행해서 일어난 명백한 인재라며 중대 사고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천 화재 분향소 ⓒ문병희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서 “38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있어서는 안 될 사고로 큰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에 대한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관계 부처는 범정부TF를 중심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장 이행력이 담보되는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가족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지난 6일 열린 합동추모식은 유가족들의 오열로 울음바다가 됐다. 추모식 사회자가 아직도 당신의 웃음이 떠오릅니다.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며 추모사를 읽자 유가족들은 눈물을 터트렸다. 부지불식간에 아빠와 남편, 아들을 잃은 유가족들은 영정 사진 앞에서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

제천 화재보다 많은데…
이낙연 논란만 되풀이

일각에선 이천 화재 참사가 과거 다른 사고들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38명의 사망자 가운데 대부분은 하청업체 일용직 노동자였다. 12년 전과 유사한 원인으로 참사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다시금 노동환경의 민낯을 드러냈지만 주목도는 낮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과 나눈 대화가 더 화제가 되는 실정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5일, 이천 화재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서 국회의원으로서 제도 개선에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유족들의 호소에 제가 현직에 있지 않고 책임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단언해 말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격양된 유가족들이 이럴 거면 가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가겠다면서 그대로 자리를 뜬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미래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이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비판했다. 민생당서도 유가족들에 대한 이 당선자의 대응은 적벌치 못했다조문의 순수성을 넘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전 총리가 제 수양이 부족했다. 부끄럽다고 말하면서 사안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화재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대책을 호소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이 전 총리에 대한 비판 공세를 야당에서 이어간다면 참사 자체보다 정치 갈등이 부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천 화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부터 부처님 오신 날, 근로자의 날 등 황금연휴가 이어진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문재인정부 들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밀양 세종병원 화재·고성 산불·강릉 산불 등 화재로 인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화재 불감증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화재 불감증?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에 조문을 다녀왔다는 한 시민은 너무나 많은 노동자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추모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덜한 것 같다. 제천 화재나 밀양 화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합동분향소를 방문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정치권서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제천 화재는 지난 201712월 스포츠센터서 불이 난 사건으로 29명이 사망했다. 밀양 화재는 20181월 세종병원서 불이 나 47명이 사망한 사고다. 두 화재 당시 문 대통령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