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새내기 릴레이 인터뷰③> 미래통합당 유경준 “추락하는 한국경제 재건할 것”

문정부 겨눌 ‘경제 저격수’ 등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21대 국회에 151명의 정치 신인들이 여의도로 입성한다. <일요시사>는 여의도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담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세 번째 주자로 미래통합당 유경준 당선인과 함께했다.
 

▲ 유경준 미래통합당 당선인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강남과 추락하는 한국경제를 재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유경준 강남병 당선인은 40년 경제 외길만 걸은 자타공인 경제전문가다. 유 당선인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통계청장을 2년간 역임하면서 정리해놓은 고용통계가 문재인정부서 왜곡 폄하된 것에 대해 분노감을 느껴 정치판에 직접 뛰어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강남병 주민들의 보유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강한 의지와 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래는 유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은.

▲선거서 이겨 기쁜 마음도 있지만 국가 경제 추락이나 통합당이 처한 현실을 보면 답답하고 마음이 무겁다. 짧은 선거기간 동안 나를 알릴 기회도 많지 않았는데,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인사를 모두에게 제대로 못 드려 죄송하고, 열렬히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

-상대 후보에게 ‘더블스코어’에 가깝게 승리했다.


▲보유세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상당하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부동산세를 합한 걸 말하는데,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열심히 일해서 자녀 교육 시키고, 부모님 봉양하고 은퇴하신 분들은 세금 낼 돈이 없다. 내가 경제전문가인 만큼 그런 문제들을 풀 가능성이 있는 괜찮은 후보라고 생각해주신 것 같다.

-21대 총선 통합당 참패의 원인은.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고 중도까지 포용하는 진정한 통합이 되지 않았다. 극보수의 목소리가 크게 작용한 점도 원인이 됐다. 코로나19라는 위협적인 상황서 문정부가 안정적인 국면으로 나아가니 경제 실정이 묻혔다. 보수진영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정치를 하고자 했던 이유는.

▲할 수 없이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성장과 분배가 지속가능한 성장 정책에 관심이 있었고, 좋은 정책으로 한국경제가 잘 되는 걸 원했던 한 사람이다. 통계청장 당시 열심히 정리해놓은 소득 및 고용통계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분배와 고용이 나빠졌는데, 문정부가 이를 통계 탓으로 돌리니 화가 났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통계 개편을 추진한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

-문정부의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분노하게 됐나.

▲문정부는 모든 정책을 정치적으로 도구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 유리한 통계치가 나오면 잘했다고 광고를 하고, 잘못 나오면 통계 탓을 한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지나치게 퍼주기식 정책은 물론, 기업하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고 부동산 및 조세 정책도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계층 갈등적, 부자 징벌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강남 VS 비강남’으로 편가르기 해서 성공했는데, 이는 파괴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생산적인 정책과 정치를 해야 한다.


‘40년 외길’ 통계청장 거친 거시경제통
“문정부, 모든 정책 정치적으로 도구화”

-이른바 ‘경제통’으로 불린다. 문정부 경제 정책의 문제점은.
▲현 정부는 내세울 경제 정책이 없는 상태다. 일자리는 기업을 적대시하니 처음부터 ‘참사’다. 그를 만회하기 위해 공공재정 일자리만을 증가시키니 비정규직만 증가하고 소득 분배가 악화됐다. 이런 결과로 2019년까지 소득주도성장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정성장’을 외치며 규제를 신설해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타다’ 사례서 보듯 말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반혁신을 자행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통계청장으로 기용됐고 유기준 전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경제학 중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정책을 설계하는 미시경제학을 전공했다. 통계분석은 항상 기본으로 했고, 통계자료를 많이 사용해 아마도 통계를 가장 잘 아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발탁됐다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계청장을 2년3개월간 무탈하게 수행했고, 당시 통계청장의 수행 결과로 현재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구 현안에 대해 알려달라.

▲주민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세금과 재건축 문제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에 있음에도 정부가 13년 만에 최고 상승폭으로 공시지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안을 보면 전국 상승률은 6%에 불과한데, 강남의 상승률은 26%에 달한다.

재건축 문제도 우리 강남병 지역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지역 내 주요 거주지이자,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은마와 미도아파트의 재건축이 별다른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다. 강남과 비강남의 균형발전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남지역 내의 균형발전 문제도 크다.

-지역구 공약은.

▲종부세와 재산세 계산의 기초가 되는 ‘공시가격 인하’에 앞장서겠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보유세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공시가격은 현행법상 국회나 국민의 동의 없이 국토부장관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문정부는 계층 갈등을 유발하고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다. 국회 등원 후에 이런 강남 역차별적 부동산 정책을 바꿔나가겠다. 더불어 강남을 문화와 종교, 건축이 결합된 세계적인 명품지역으로 만드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 유경준 미래통합당 당선인 ⓒ문병희 기자

-교육열이 높은 지역구에 해당한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부모 찬스’ 부정입시로 학생들과 학부모의 분노가 한계치를 넘고 공교육의 신뢰성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공교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시 비율 대폭확대가 즉시 시행돼야 한다. 대학 정시 비율을 40% 이상 즉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정시 비율을 70%까지 확대하는 데 앞장서겠다.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추락하는 한국경제를 재건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를 열렬히 지지해준 강남 주민들의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맡고 싶은 상임위는.

▲경제전문가로 문정부의 경제실정을 하나하나 캐고 심판하기 위해서는 기재위나 정무위에 가고 싶다. 하지만 지역구를 위해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국토위에 들어가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의하고자 하는 법안이 있다면.

▲보유세 폭탄으로부터 주민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1호 법안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국토부장관이 공시가격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신중한 결정을 유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선거운동 기간도 짧고 선거 후에도 주민들을 볼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과의 밀착도가 좀 부족한 상황이다. 강남과 한국경제의 재건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sangmi@ilyosisa.co.kr>
 



[유경준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코넬대학교 노동경제학과 경제학 박사
▲제15대 통계청장
▲KDI 수석이코노미스트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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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