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토니모리 잔혹사

빠져나오기 힘든 ‘적자의 늪’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토니모리가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진은 그나마 선방 중이지만, 딸린 식구들이 1년 농사를 망친 모양새. 빚에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 ▲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

2006년 8월 출범한 토니모리는 효율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 힘입어 단기간에 뷰티업계 강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말 기준 530여개 국내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3년간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돈만 
까먹는다

2016년 연결 기준 176억39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토니모리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19억1300만원 손실로 돌아선 뒤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2018년 영업손실은 50억3600만원에 달했다.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2016년과 비교하면 무려 227억원 급감한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다.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에 따른 수출 부진, 유커 급감에 의한 국내 매장 매출 급감, 동종 업체 간 출혈 경쟁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터진 여파였다.

지난해 역시 영업손실 2억7500만원을 기록했지만, 적자 규모를 전년 대비 94.5% 줄였다는 건 그나마 위안 삼을 일이었다. 기타판관비로 처리된 항목이 2018년 171억원서 지난해 75억원으로 급감한 게 손실 폭을 줄인 주된 요인이었다.


다만 이 과정서 가맹점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손실 폭을 줄이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2018년 기준 69억원, 102억원이던 토니모리의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지난해 58억, 56억원으로 축소됐다.
 

순이익도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2016년 129억원을 기록했던 순이익은 이듬해 55억500만원 손실로 돌아선 데 이어, 2018년 78억300만원, 지난해 56억9900만원 등 최근 3년간 적자 행진을 거듭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2017년 5월 자회사 메가코스의 공장 완공과 초기 안정화에 따른 적자 발생이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며 “올해부터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익 고사하고 손실만 잔뜩
빚 의존도 심해지는 양상

수익성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볼륨마저 줄어드는 양상이다. 2016년 23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토니모리는 ▲2017년 2057억원 ▲2018년 1810억원 ▲2019년 1720억원 등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특히 직영점 및 가맹점의 매출 하락이 눈에 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 가운데 36.27%(746억원)를 책임졌던 직영점 및 가맹점은 2018년 31.44%(569억원)로 매출 비중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20.95%(360억원)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15.79%(325억원) ▲2018년 16.83%(305억원) ▲2019년 22.03%(379억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비용 변동추이는 수익성 하락 궤도와 비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개발비/매출액 비율은 ▲2017년 2.05%(42억원) ▲2018년 1.87%(34억원) ▲2019년 1.66%(29억원)로 감소했다. 연구인력 효율화에 따른 인원 감축과 정부 연구과제 수행에 따른 변동으로 해석된다.
 

적자가 거듭되는 가운데 부채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토니모리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실적 하향세가 두드러졌던 최근 3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7년 1996억원이던 총자산은 지난해 2408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년(2041억원) 대비 18% 상승한 수치다.

총자산이 불어난 건 전적으로 부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이 과정서 총자본은 빠르게 감소했다. 토니모리의 총자본은 2016년 1271억원 최대치를 찍은 뒤 ▲2017년 1142억원 ▲2018년 1055억원 ▲2019년 986억원 등 매년 줄어드는 상태다.

현실이 된
빚의 수렁

반면 같은 기간 총부채는 ▲2016년 548억원 ▲2017년 855억원 ▲2018년 987억원 ▲2019년 1423억원 등 매년 증가했다. 급기야 지난해를 기점으로 총부채가 총자본을 역전한 모습이 눈에 띈다.

총자본 감소와 총부채 증가가 동시에 발생한 탓에 부채비율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144.35%. 통상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다.

다만 ▲2017년 74.8% ▲2018년 93.5%서 볼 수 있듯이 부채비율이 최근 급격한 상승 추세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실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6년의 경우 부채비율이 43.1%에 불과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리스 자산 증가와 1회차 CB 상환 재원 마련 차원서 선제적으로 발행했던 BW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했지만, 이 두가지 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부채비율은 감소했다”며 “1회차 CB는 발행액 300억원 중 260억원을 지난달까지 상환한 상태”라고 말했다.
 

▲ 토니모리 사옥 ⓒ토니모리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2017년 237.3%였던 토니모리 유동비율은 2018년(175.1%) 200%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133.68%까지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208억원, 904억원이다.

토니모리 측은 IFRS16 효과, 1회차 CB 유동성 대체로 인해 유동부채가 증가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유동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약 201%를 나타낸다고 언급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이나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로서, 통상 200% 이상을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반전커녕
악화일로


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실적 최대치를 찍던 2016년까지만 해도 40억원에 불과했던 토니모리의 총차입금은 영업손실로 돌아선 2017년에 10배 이상 증가한 411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총차입금은 매년 증가추세다. 재무제표상에서 토니모리의 2018년과 지난해 총차입금은 각각 573억원, 764억원으로 기재돼있다. 

이는 리스비용을 제외한 채 합산한 수치다. 기준을 달리해서 유동성 리스부채 56억원과 비유동성 리스부채 216억원을 포함시켰다면 총차입금 규모는 1020억원으로 증가한다.

총차입금 중에서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는 현상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의 특성으로 인해 자금 운영에 일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까닭이다.

2017년 말 기준 100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 항목은 2018년과 지난해 각각 240억원, 225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얼핏 보면 단기차입금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포함된 247억원의 유동성사채를 포함시키면 단기차입금은 사실상 472억원으로 인식된다. 전년 대비 단기차입금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유동성장기부채(유동성리스부채+유동성장기차입금) 역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단기차입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 2018년 9000만원에 불과했던 토니모리의 유동성장기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58억원으로 증대된 상황이다.


차입금이 늘어난 만큼 차입금의존도 역시 눈에 띄게 올랐다. 2016년 2.2%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기준 42.4%로 급증했다. 통상 차임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의존는 2.2%서 26.2%로 변동이 가해졌다.
 

토니모리 재무건전성 악화 추세는 자회사들의 심각한 부진에 따른 것이다. 절반 가까운 자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고, 이 여파가 토니모리에 악영향을 준 셈이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칭다오유한공사(중국) ▲심양토리화장품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화장품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화장품상해유한공사(중국) ▲메가코스바이오 ▲메가코스 ▲에이투젠 등 7곳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종속법인 가운데 3곳은 총자본이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심양토리화장품유한공사는 2016년 설립 이래 매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17년 출범한 메가코스화장품상해유한공사, 2018년 편입시킨 에이투젠 역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다. 에이투젠의 경우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이 결정되기도 했다.

자회사 편중
부담만 가중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지 않은 자회사라고 해도 실적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종속기업 7개 모두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자회사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는 토니모리에 부담이 되고 있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토니모리 오너 일가 지배력

토니모리는 오너 일가 지배력이 공고한 회사로 꼽힌다. 이 같은 특징은 특수관계인 지분구조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2.12%(566만4703주)를 기록한 배해동 회장이다.

배 회장의 부인인 정숙인씨(17.01%, 300만주)가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배 회장의 자녀인 배진형씨, 배성우씨도 8.50%(150만주)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 총합은 66.13%(1166만4703주)에 달한다.

오너 일가 구성원 가운데 배 회장과 장녀인 진형씨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토니모리는 2명의 사내이사를 두고 있는데, 배 회장과 진형씨가 여기에 포함된다.

진형씨는 2016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에 선임된 후 연임에 성공했다. 1990년생인 진형씨가 사내이사에 오를 당시 나이는 27살이었다.

뉴욕대학교를 졸업한 진형씨는 2015년 토니모리 해외사업부에 입사하면서 내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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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