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부광약품 이상한 지배구조

그래서 주인이 누구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과거 부광약품은 두 창업주가 공동으로 운영했지만, 현재 경영권은 한쪽으로 치우친 모양새다. 창업주 2세들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그렇다. 이들은 한 차례 충돌한 사례도 있다. 왜일까.
 

▲ 김동연 부광약품 회장 ⓒ한국기원

부광약품은 지난해 별도 기준 165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 가운데 60위권이다. 실적은 적자로 전환됐다. 직전년도 순이익 1510억원은 지난해 -3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창업주는 2명이다. 고 김성률 회장과 김동연 회장은 지난 1973년 부광약품공업을 인수, 사명을 현재의 부광약품으로 변경해 공동 경영했다.

2인 창업주
공동 경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최초 부광약품 사업보고서는 1998년부터다. 당시 임원을 살펴보면 두 공동 창업주는 상근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회장직을, 김동연 회장은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이었다.

지분율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고 김성률 회장 일가는 26.94%를, 김동연 회장 일가는 27.51%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 김성률 회장은 지난 2001년 임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대신 김동연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인 정창수 상근이사가 부회장직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6년 고 김성률 회장이 타계하면서 회사 전체에 변화가 있었다. 우선 김동연 회장의 장남 김상훈씨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직급은 상무였다.

고 김성률 회장은 슬하에 3남3녀를 두고 있었다. 모든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가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별다른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 쪽으로 경영 승계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우선 지분구조에 변동이 있었다. 최대주주가 ‘김기환 외 11인’서 ‘김동연 외 8인’으로 변경된 것. 김동연 회장 일가는 부광약품 지분 27.92%를 보유하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라섰다.

두 손 잡고 설립한 전통 제약사
창업주 타계 이후 뒤바뀐 판도

또 김동현 회장의 장남 김상훈 상무는 전무이사로 승진했다. 그는 그해부터 지분도 늘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주식배당이었다. 2007년에만 5만3811주가 늘었다. 이듬해인 2008년에도 2만3502주를 확보했다.

한동안 김상훈 전무는 지분이 그대로였다. 그러다 201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지분도 함께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상훈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그해 2만4677주를 늘렸다.

김상훈 사장은 이후 ▲2013년 2만5911주 ▲2014년 42만4606주 ▲2015년 43만1263주 ▲2016년 14만주 ▲2017년 30만8000주 ▲2018년 218만4800주 ▲2019년 70만9840주 등 매년 주식배당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올해에도 23만7132주를 확보했다.


현재 김상훈 사장은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과 김동연 회장에 이어 부광약품 3대주주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41만6230주는 497만9772주로 크게 늘었다. 주식이 대량으로 늘어난 2014년, 2015년, 2018년은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았다.
 

▲ 부광약품 아락실 TV 광고

부광약품은 지난 2014년부터 공동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김상훈 사장은 유희원 부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김상훈·유희원 공동대표이사 체제는 2017년 깨졌다.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고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직책이 변동됐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의 담당 업무 역시 기존 경영총괄서 전략기획으로 변경됐다.

부광약품은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섰다. 현재 유희원 단독대표이사가 부광약품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김상훈 사장은 2012년부터 단독대표이사, 공동대표이사를 거치다가 2017년 최고전략책임자 자리로 내려왔다. 사실상 김동연 회장 일가의 2세 경영 체제가 미완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김상훈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시기 부광약품 실적은 이전과 많이 달랐다.

경영승계
한쪽으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부광약품 실적은 상승세였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475억원, 1307억원, 1413억원으로 변동이 있었지만 영업이익은 214억원, 229억원, 27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165억원, 183억원, 23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였다. 매출액은 1415억원, 1420억원, 150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영업이익은 241억원, 164억원, 151억원으로 매년 하락했다. 순이익 감소폭은 더 컸다. 341억원, 204억원, 147억원으로 매년 앞자리가 바뀌었다.

이후 김상훈 사장은 2018년 3월 공동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오게 된다. 공교롭게도 유희원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 부광약품 실적은 1년 만에 회복됐다.

2018년 부광약품 매출액은 1925억원으로 직전년도에 비해 28.3%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345억원이 됐다. 순이익 역시 151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표이사 자리서 물러난 김상훈 사장은 현재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직급은 최고전략책임자 사장이다.

김동연 회장 일가는 2세 경영을 완전히 안착시키지 못한 채 다시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해서 승계 자체가 일단락된 것은 아니다. 김상훈 사장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3세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사장은 슬하에 1남1녀를 뒀다. 이들은 올해로 만 20세인 동환씨와 만 19세인 민정씨다. 동환씨는 장손이기도 하다. 이들은 각각 30만9654주(0.48%), 6만4655주(0.1%)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명부에 동환씨 이름이 오른 때는 지난 2007년이다. 동환씨는 그해 9월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았다. 이후 주식배당과 매수, 증여를 번갈아가면서 오늘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민정씨 역시 동환씨와 같은 날 김동연 회장으로부터 3000주를 증여받은 뒤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동환씨와 민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대략 따져보면 74억원, 1억5000만원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김동연 회장의 동업자였던 고 김성률 회장의 자녀들은 어떻게 됐을까. 김성률 회장의 차남 기환씨와 삼남 재환씨는 부광약품 내에서 주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부광약품의 법인 등기부등본서도 기환씨와 재환씨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최초 지분은 70만9150주다. 각각 같은 수량을 가지고 있었고, 지분율은 3.64%였다.

우선 기환씨는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2000년에는 23만5918만주를, 2004년에는 9만4514주를 추가로 얻어냈다.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인 2007년에는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추가로 확보했고, 같은 해 6만7920주는 주식 배당을 통해 취득했다. 200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7만1316주를 늘렸다.


한동안 별다른 지분 소식은 없었다. 기환씨는 2012년부터 매년 지분을 확보했다. 세부적으로 ▲2012년 7만4882주 ▲2013년 7만8625주 ▲2014년 8만2556주 ▲2015년 17만3371주 ▲2016년 19만707주 ▲2017년 41만9556주 ▲2018년 25만1733주 ▲2019년 83만721주 등이다.

기환씨는 올해도 지분 확보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17만9989주를 취득했지만 89만4883주를 매도했다. 지난달 18일 기준 기환씨는 288만4898주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지분으로만 봤을 때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회장에 이어 김동연 회장과 김상훈 사장 다음으로 가장 많다.

양쪽 모두
지분 매입

재환씨 역시 기환씨와 비슷한 시기에 지분을 확보했다. 다소 다른 점은 기환씨보다 더 많은 주식을 처분했다는 사실이다.

재환씨는 2000년 23만3818주를 취득한 뒤 2004년 6만7830주를 매도했다. 같은 해 재환씨는 8만7520주를 추가 취득하기도 했다. 재환씨 역시 부친이 타계한 이듬해 상속을 통해 31만8823주를 확보하고, 주식배당을 통해 6만4074주를 추가로 늘렸다.

눈길이 가는 시점은 2007년이다. 재환씨는 해당 연도에만 37만4308주를 팔았다. 2008년에는 3600주를 추가 매도한 뒤 4만8382주를 확보했다. 이후 재환씨도 한동안 매입, 매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다가 기환씨와 같은 시점부터 주식을 사고팔았다.
 

세부적으로 ▲2012년 9만8696주 매입, 10만8930주 매도 ▲2013년 5만289주 매입 ▲2015년 10만5608주 매입, 73만2103주 매도 ▲2016년 4만2958매입, 9만주 매도 ▲2017년 7만6509주 매입, 4만5905주 매도 ▲2018년 4만5905주 매입, 12만5905주 매도 ▲2019년 9만9945주 매입, 10만주 매도 등이다.

재환씨는 기환씨에 비해 매도량이 더 많았다. 재환씨는 올해에는 1만6654주를 추가 획득해 현재 34만9750주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은 미미하다. 김상훈 사장의 2000년생 아들과 비슷하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3월 부광약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5개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기환씨는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진이 수익성이 불확실한 신약개발에만 과도한 비용을 사용하면서 균형 잡힌 경영을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당시 기환씨는 부광약품 3대주주로 김동연 회장 일가와 고 김성률 회장 일가가 크게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수로 남은 ‘후계 변수’
두 후손 경영 두고 다툴까

이때 부광약품은 김상훈 사장 단독대표이사 체제로 운영 중이었다. 김상훈 사장은 당시 주총이후 대표이사직서 물러났지만, 기환씨가 언급한 경영진서 김상훈 사장은 빠질 수 없었다.

기환씨는 권유문을 통해 “회사는 현재 기존 사업 성장, 신사업 진출 등이 정체돼 브랜드, 역사 등에 비해 경쟁사나 유사업체에 비하면 매출이나 수익이 정체돼있고 주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장점인 병원과 약국에 대한 채널 영업을 등한시하면서 신약 개발에만 치중해 수년째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급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후보자 2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기환씨는 끝으로 ‘주주 여러분들께서도 동참하여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환씨는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기환씨가 반대 의사를 밝혔던 안건을 포함해 상정된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후 부광약품 주총서 기환씨는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기환씨가 올해에도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언제든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또 기환씨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면서 경영 실적을 그 배경으로 꼽은 바 있다.

지난해 보광약품은 별도 기준 34억원 순손실을 봤다. 직전년도에 1510억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치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부친인 고 김성률 회장의 동서 정창수 부회장이 단일 최대주주인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같은 오너 일가인 정창수 부회장의 역할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점쳐진다. 기환씨는 올해 89만주를 모두 4차례에 걸쳐 매도했다. 지금까지 지분을 확보한 적은 있었어도 처분한 적은 없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다시
충돌?

또 김상훈 사장과 지분이 역전됐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기환씨는 지난 2018년 주총에 앞서 입장을 피력했을 당시, 3대주주였다. 김상훈 사장보다 더 많은 부광약품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김상훈 사장이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3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현재로서는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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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