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동계 큰손’ 손정우

그 아비에 그 아들 ‘봐달라 징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사회면을 장식했다. 운영자 본인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나서 법적 조치의 합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은 ‘다크웹’의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건을 형사20부(강영수 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범죄인 인도란 조약을 맺은 국가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망친 용의자 신병 확보에 협조하는 절차다.

뒤틀린 욕망
인면수심 범죄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정치범을 제외한 범죄자 신병이 확보되면 인도할 의무를 진다. 범죄인인도법상 법원은 인도구속영장에 따른 구속일로부터 2개월 안에 인도 심사를 결정해야 한다. 심사는 단심이며 불복할 수 없다.

손씨의 아동 음란물 유포 행위는 지난 2015년 6월부터였다. 다크웹에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손씨는 10GB 분량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공개하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개설 직후부터 이 사이트는 급속도로 커졌다. 관련 영상을 올리는 회원에게 다른 영상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는 활성화됐다. 개설 초 4000명 수준이던 회원은 사이트 운영 기간인 2년8개월 동안 128만명으로 불어났다. 공유 영상만 총 17만개에 달했다.


웰컴투비디오에 올라온 음란물에는 영유아 촬영물을 비롯해 폭행 등 가학적인 영상이 다수 포함됐다. 이 사이트 내 주요 검색어는 영유아를 뜻하는 단어로 채워졌다.

그의 범죄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이용자들에 대한 32개국 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한국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및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공조 수사를 진행해왔다.

해당 사이트 서버의 IP주소가 한국 통신사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망이 좁혀졌고, 2018년 3월에 수사당국은 충남에 거주하던 손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4억원 이상의 수익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
법정구속 만료 직후 다시 철창신세

미 법무부는 가상화폐로 아동 음란물을 수익화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후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30여개국 이용자 330여명이 적발됐다. 40대 미국인에게 징역 15년형이 선고됐고, 한 영국 이용자는 22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스페인, 영국 등에선 아동 23명이 구조됐으며, 피해자 중 3세 어린이도 포함돼있다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이 사이트는 영어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음에도 불구, 실제로 검거된 핵심 이용자의 대다수는 한국 국적의 남성으로 밝혀졌다. 검거된 이용자들은 20대의 미혼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었고, 심지어 고등학교서 근무하는 기간제 임시교사와 공중보건의, 임기제(계약직)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손씨는 수사 당국에 붙잡히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대부분 시인했다고 한다. 법원에선 자신이 어린시절 충분한 보호나 양육을 받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이를 영리 목적으로 배포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손정우 부친의 청와대 청원글

1심 법원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를 받는 손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손씨는 법정구속됐다. 손씨는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서울고검이 오후 6시15분께 경찰을 통해 손씨 인도 구속영장 집행을 완료하며 서울구치소에 다시 구금됐다.

미국 집행기관이 한 달 내 국내에 들어와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할 것이 유력하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쯤 미국 법무부로부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 관련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해왔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반성 못할망정
살겠다고 바둥

법원은 손씨가 구속된 날부터 2개월 내에 송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손씨의 미국 송환과 관련된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진행된다.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손씨는 의외의 선택을 통해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경, 손씨에 대해 법원이 비공개로 구속적부심을 진행했다. 이는 손씨는 지난 1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지 않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데 따른 절차였다.

구속적부심이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합당한지 여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손씨가 낸 구속적부심은 같은 날 오후 기각됐다. 법원은 오전 10시45분쯤 심문을 마친 뒤 6시간30분 만에 기각을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장철익·김용하)는 “인도심사청구 기록과 심문 결과를 종합하면 청구인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손씨 아버지의 비틀린 부정이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손씨의 아버지인 손모(54)씨는 청와대와 법원에 한국서 처벌을 받도록 미국 송환을 거부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손정우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서 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버지 손씨는 아들의 범죄를 ‘용돈벌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인 입장서 아들을 사지인 미국으로 어떻게 보내겠냐’며 ‘미국서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100년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감옥행?
뒤틀린 부정

그러면서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몰랐을 거다. 강도·살인·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손씨는 이날 범죄인 인도 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탄원서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서의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이다. 뻔한 사실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부디 자금세탁 등을 (한국)검찰서 기소해 한국서 중형을 받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범죄자의 부모가 자식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청원과 탄원서를 올리자, 반성과 사죄 없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이런 가운데 운영자 손씨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손씨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인스타그램 계정 ‘엔번방’은 손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 4일 손씨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공개한 엔번방 운영자는 ‘동창 증언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크에덴 프리서버를 만들어 운영할 만큼 컴퓨터 쪽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손씨가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난무했으나 혼혈은 맞으며 어머니가 중국 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학년 여자친구들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중학교 때부터 비아그라 성인채팅 불법 사이트 총판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며 ‘검정고시를 위해 방황하던 중 주변에 야동 사이트를 운영할 거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 이후 집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상화폐로 수익화 첫 사례
30여국 이용자 330여명 적발

손씨에 대한 미국 송환 절차가 이뤄짐에 따라 아동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무거운 미국에서 손씨가 어느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중처벌’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범죄인 인도법 9조에 따르면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았거나 면제되지 않은 경우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법무부 또한 ‘이중처벌’ 문제를 고려해 미국의 인도요청 대상 중 국내 처벌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미국 법원이 아동음란물을 배제하고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다룰 경우, 손씨가 여론의 기대처럼 수십년의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적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세탁된 금액이 50만달러 이상일 경우 징역 20년 이하, 50만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가 법정 권고형이다. 세탁한 자금 또한 몰수되며 50만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손씨가 비트코인을 통해 번 수익은 약 4억원으로 권고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다. 실제 지난 2018년 미국의 암호화폐 트레이더 토머스 마리오 코스탄조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16만4700달러를 세탁한 혐의로 애리조나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5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의 자금세탁 규모는 이보다 큰 만큼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 자금세탁이 아닐 경우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난 3월 미 연방법원은 암호화폐를 통해 15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탁한 주비아 샤나즈에게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샤나즈에게 적용된 혐의가 단순한 자금세탁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지원을 위한 자금세탁’이었기 때문이다. 샤나즈는 해당 자금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형량이 크게 추가됐다.

범죄 저지르고
미국은 무섭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 사법당국이 손씨를 아동음란물 제작·유포 혐의로 다시 기소할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미 사법당국이 손씨에 대해 제기한 혐의는 아동음란물 광고 및 배포, 국제자금세탁 등 총 9가지다. 미국서 아동음란물 광고의 최소 형량은 15년, 아동음란물 배포는 초범이 최소 5년, 재범은 최소 15년이다. 미국은 각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어 손씨는 두 가지 혐의로만 최소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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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