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동계 큰손’ 손정우

그 아비에 그 아들 ‘봐달라 징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사회면을 장식했다. 운영자 본인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나서 법적 조치의 합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은 ‘다크웹’의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건을 형사20부(강영수 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범죄인 인도란 조약을 맺은 국가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망친 용의자 신병 확보에 협조하는 절차다.

뒤틀린 욕망
인면수심 범죄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정치범을 제외한 범죄자 신병이 확보되면 인도할 의무를 진다. 범죄인인도법상 법원은 인도구속영장에 따른 구속일로부터 2개월 안에 인도 심사를 결정해야 한다. 심사는 단심이며 불복할 수 없다.

손씨의 아동 음란물 유포 행위는 지난 2015년 6월부터였다. 다크웹에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손씨는 10GB 분량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공개하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개설 직후부터 이 사이트는 급속도로 커졌다. 관련 영상을 올리는 회원에게 다른 영상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는 활성화됐다. 개설 초 4000명 수준이던 회원은 사이트 운영 기간인 2년8개월 동안 128만명으로 불어났다. 공유 영상만 총 17만개에 달했다.


웰컴투비디오에 올라온 음란물에는 영유아 촬영물을 비롯해 폭행 등 가학적인 영상이 다수 포함됐다. 이 사이트 내 주요 검색어는 영유아를 뜻하는 단어로 채워졌다.

그의 범죄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이용자들에 대한 32개국 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한국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및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공조 수사를 진행해왔다.

해당 사이트 서버의 IP주소가 한국 통신사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망이 좁혀졌고, 2018년 3월에 수사당국은 충남에 거주하던 손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4억원 이상의 수익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
법정구속 만료 직후 다시 철창신세

미 법무부는 가상화폐로 아동 음란물을 수익화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후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30여개국 이용자 330여명이 적발됐다. 40대 미국인에게 징역 15년형이 선고됐고, 한 영국 이용자는 22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스페인, 영국 등에선 아동 23명이 구조됐으며, 피해자 중 3세 어린이도 포함돼있다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이 사이트는 영어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음에도 불구, 실제로 검거된 핵심 이용자의 대다수는 한국 국적의 남성으로 밝혀졌다. 검거된 이용자들은 20대의 미혼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었고, 심지어 고등학교서 근무하는 기간제 임시교사와 공중보건의, 임기제(계약직)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손씨는 수사 당국에 붙잡히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대부분 시인했다고 한다. 법원에선 자신이 어린시절 충분한 보호나 양육을 받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이를 영리 목적으로 배포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손정우 부친의 청와대 청원글

1심 법원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를 받는 손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손씨는 법정구속됐다. 손씨는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서울고검이 오후 6시15분께 경찰을 통해 손씨 인도 구속영장 집행을 완료하며 서울구치소에 다시 구금됐다.

미국 집행기관이 한 달 내 국내에 들어와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할 것이 유력하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쯤 미국 법무부로부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 관련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해왔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반성 못할망정
살겠다고 바둥

법원은 손씨가 구속된 날부터 2개월 내에 송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손씨의 미국 송환과 관련된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진행된다.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손씨는 의외의 선택을 통해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경, 손씨에 대해 법원이 비공개로 구속적부심을 진행했다. 이는 손씨는 지난 1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지 않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데 따른 절차였다.

구속적부심이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합당한지 여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손씨가 낸 구속적부심은 같은 날 오후 기각됐다. 법원은 오전 10시45분쯤 심문을 마친 뒤 6시간30분 만에 기각을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장철익·김용하)는 “인도심사청구 기록과 심문 결과를 종합하면 청구인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손씨 아버지의 비틀린 부정이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손씨의 아버지인 손모(54)씨는 청와대와 법원에 한국서 처벌을 받도록 미국 송환을 거부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손정우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서 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버지 손씨는 아들의 범죄를 ‘용돈벌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인 입장서 아들을 사지인 미국으로 어떻게 보내겠냐’며 ‘미국서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100년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감옥행?
뒤틀린 부정

그러면서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몰랐을 거다. 강도·살인·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손씨는 이날 범죄인 인도 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탄원서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서의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이다. 뻔한 사실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부디 자금세탁 등을 (한국)검찰서 기소해 한국서 중형을 받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범죄자의 부모가 자식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청원과 탄원서를 올리자, 반성과 사죄 없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이런 가운데 운영자 손씨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손씨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인스타그램 계정 ‘엔번방’은 손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 4일 손씨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공개한 엔번방 운영자는 ‘동창 증언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크에덴 프리서버를 만들어 운영할 만큼 컴퓨터 쪽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손씨가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난무했으나 혼혈은 맞으며 어머니가 중국 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학년 여자친구들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중학교 때부터 비아그라 성인채팅 불법 사이트 총판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며 ‘검정고시를 위해 방황하던 중 주변에 야동 사이트를 운영할 거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 이후 집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상화폐로 수익화 첫 사례
30여국 이용자 330여명 적발

손씨에 대한 미국 송환 절차가 이뤄짐에 따라 아동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무거운 미국에서 손씨가 어느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중처벌’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범죄인 인도법 9조에 따르면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았거나 면제되지 않은 경우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법무부 또한 ‘이중처벌’ 문제를 고려해 미국의 인도요청 대상 중 국내 처벌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미국 법원이 아동음란물을 배제하고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다룰 경우, 손씨가 여론의 기대처럼 수십년의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적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세탁된 금액이 50만달러 이상일 경우 징역 20년 이하, 50만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가 법정 권고형이다. 세탁한 자금 또한 몰수되며 50만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손씨가 비트코인을 통해 번 수익은 약 4억원으로 권고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다. 실제 지난 2018년 미국의 암호화폐 트레이더 토머스 마리오 코스탄조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16만4700달러를 세탁한 혐의로 애리조나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5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의 자금세탁 규모는 이보다 큰 만큼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 자금세탁이 아닐 경우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난 3월 미 연방법원은 암호화폐를 통해 15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탁한 주비아 샤나즈에게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샤나즈에게 적용된 혐의가 단순한 자금세탁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지원을 위한 자금세탁’이었기 때문이다. 샤나즈는 해당 자금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형량이 크게 추가됐다.

범죄 저지르고
미국은 무섭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 사법당국이 손씨를 아동음란물 제작·유포 혐의로 다시 기소할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미 사법당국이 손씨에 대해 제기한 혐의는 아동음란물 광고 및 배포, 국제자금세탁 등 총 9가지다. 미국서 아동음란물 광고의 최소 형량은 15년, 아동음란물 배포는 초범이 최소 5년, 재범은 최소 15년이다. 미국은 각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어 손씨는 두 가지 혐의로만 최소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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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