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야동계 큰손’ 손정우

그 아비에 그 아들 ‘봐달라 징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운영자가 사회면을 장식했다. 운영자 본인은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나서 법적 조치의 합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은 ‘다크웹’의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건을 형사20부(강영수 수석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범죄인 인도란 조약을 맺은 국가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외국으로 도망친 용의자 신병 확보에 협조하는 절차다.

뒤틀린 욕망
인면수심 범죄

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는 정치범을 제외한 범죄자 신병이 확보되면 인도할 의무를 진다. 범죄인인도법상 법원은 인도구속영장에 따른 구속일로부터 2개월 안에 인도 심사를 결정해야 한다. 심사는 단심이며 불복할 수 없다.

손씨의 아동 음란물 유포 행위는 지난 2015년 6월부터였다. 다크웹에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를 개설한 손씨는 10GB 분량의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공개하며 회원을 끌어모았다. 

개설 직후부터 이 사이트는 급속도로 커졌다. 관련 영상을 올리는 회원에게 다른 영상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는 활성화됐다. 개설 초 4000명 수준이던 회원은 사이트 운영 기간인 2년8개월 동안 128만명으로 불어났다. 공유 영상만 총 17만개에 달했다.


웰컴투비디오에 올라온 음란물에는 영유아 촬영물을 비롯해 폭행 등 가학적인 영상이 다수 포함됐다. 이 사이트 내 주요 검색어는 영유아를 뜻하는 단어로 채워졌다.

그의 범죄 사실은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다크웹 이용자들에 대한 32개국 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한국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및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과 공조 수사를 진행해왔다.

해당 사이트 서버의 IP주소가 한국 통신사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망이 좁혀졌고, 2018년 3월에 수사당국은 충남에 거주하던 손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4억원 이상의 수익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
법정구속 만료 직후 다시 철창신세

미 법무부는 가상화폐로 아동 음란물을 수익화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후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30여개국 이용자 330여명이 적발됐다. 40대 미국인에게 징역 15년형이 선고됐고, 한 영국 이용자는 22년형을 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스페인, 영국 등에선 아동 23명이 구조됐으며, 피해자 중 3세 어린이도 포함돼있다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이 사이트는 영어로 운영되는 시스템이었음에도 불구, 실제로 검거된 핵심 이용자의 대다수는 한국 국적의 남성으로 밝혀졌다. 검거된 이용자들은 20대의 미혼 대학생이나 직장인이었고, 심지어 고등학교서 근무하는 기간제 임시교사와 공중보건의, 임기제(계약직)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손씨는 수사 당국에 붙잡히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대부분 시인했다고 한다. 법원에선 자신이 어린시절 충분한 보호나 양육을 받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배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이를 영리 목적으로 배포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손정우 부친의 청와대 청원글

1심 법원은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를 받는 손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손씨는 법정구속됐다. 손씨는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서울고검이 오후 6시15분께 경찰을 통해 손씨 인도 구속영장 집행을 완료하며 서울구치소에 다시 구금됐다.

미국 집행기관이 한 달 내 국내에 들어와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할 것이 유력하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쯤 미국 법무부로부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아 관련 검토 및 협의를 진행해왔고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반성 못할망정
살겠다고 바둥

법원은 손씨가 구속된 날부터 2개월 내에 송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손씨의 미국 송환과 관련된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진행된다.

범죄 행위가 낱낱이 밝혀졌음에도 손씨는 의외의 선택을 통해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경, 손씨에 대해 법원이 비공개로 구속적부심을 진행했다. 이는 손씨는 지난 1일 오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적법하지 않다며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한 데 따른 절차였다.

구속적부심이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이 합당한지 여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절차를 말한다. 

하지만 손씨가 낸 구속적부심은 같은 날 오후 기각됐다. 법원은 오전 10시45분쯤 심문을 마친 뒤 6시간30분 만에 기각을 결정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장철익·김용하)는 “인도심사청구 기록과 심문 결과를 종합하면 청구인은 도망할 염려가 있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손씨 아버지의 비틀린 부정이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겼다. 손씨의 아버지인 손모(54)씨는 청와대와 법원에 한국서 처벌을 받도록 미국 송환을 거부해달라는 취지의 청원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손정우 자국민을 미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죄를 한국서 받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버지 손씨는 아들의 범죄를 ‘용돈벌이’라고 설명했다. ‘IMF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보자고 시작한 일이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빠인 입장서 아들을 사지인 미국으로 어떻게 보내겠냐’며 ‘미국서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100년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미국 감옥행?
뒤틀린 부정

그러면서 ‘아들이 음식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너무나 가혹하다’며 ‘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 범죄의 심각성을 몰랐을 거다. 강도·살인·강간미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손씨는 이날 범죄인 인도 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에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아버지 손씨는 탄원서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만 적용해도 50년, 한국서의 재판은 별개라고 해도 100년 이상이다. 뻔한 사실인데 어떻게 사지의 나라로 보낼 수 있겠나’라며 ‘부디 자금세탁 등을 (한국)검찰서 기소해 한국서 중형을 받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성범죄자의 부모가 자식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청원과 탄원서를 올리자, 반성과 사죄 없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이런 가운데 운영자 손씨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손씨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지고 있다.
 


성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해온 인스타그램 계정 ‘엔번방’은 손씨의 얼굴을 공개했다. 지난 4일 손씨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공개한 엔번방 운영자는 ‘동창 증언으로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크에덴 프리서버를 만들어 운영할 만큼 컴퓨터 쪽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손씨가 조선족이라는 소문이 난무했으나 혼혈은 맞으며 어머니가 중국 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학년 여자친구들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중학교 때부터 비아그라 성인채팅 불법 사이트 총판 등을 하며 돈을 벌었다’며 ‘검정고시를 위해 방황하던 중 주변에 야동 사이트를 운영할 거라는 이야기를 남기고 잠적했다. 그 이후 집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상화폐로 수익화 첫 사례
30여국 이용자 330여명 적발

손씨에 대한 미국 송환 절차가 이뤄짐에 따라 아동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무거운 미국에서 손씨가 어느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중처벌’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범죄인 인도법 9조에 따르면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았거나 면제되지 않은 경우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법무부 또한 ‘이중처벌’ 문제를 고려해 미국의 인도요청 대상 중 국내 처벌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서만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미국 법원이 아동음란물을 배제하고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서만 다룰 경우, 손씨가 여론의 기대처럼 수십년의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적다. 

미국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세탁된 금액이 50만달러 이상일 경우 징역 20년 이하, 50만달러 미만이면 징역 10년 이하가 법정 권고형이다. 세탁한 자금 또한 몰수되며 50만달러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손씨가 비트코인을 통해 번 수익은 약 4억원으로 권고 형량은 징역 10년 이하다. 실제 지난 2018년 미국의 암호화폐 트레이더 토머스 마리오 코스탄조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16만4700달러를 세탁한 혐의로 애리조나주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5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씨의 자금세탁 규모는 이보다 큰 만큼 그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단순 자금세탁이 아닐 경우 형량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난 3월 미 연방법원은 암호화폐를 통해 15만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탁한 주비아 샤나즈에게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샤나즈에게 적용된 혐의가 단순한 자금세탁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지원을 위한 자금세탁’이었기 때문이다. 샤나즈는 해당 자금을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IS)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형량이 크게 추가됐다.

범죄 저지르고
미국은 무섭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 사법당국이 손씨를 아동음란물 제작·유포 혐의로 다시 기소할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미 사법당국이 손씨에 대해 제기한 혐의는 아동음란물 광고 및 배포, 국제자금세탁 등 총 9가지다. 미국서 아동음란물 광고의 최소 형량은 15년, 아동음란물 배포는 초범이 최소 5년, 재범은 최소 15년이다. 미국은 각 범죄의 형량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어 손씨는 두 가지 혐의로만 최소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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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