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20대 국회의 마지막 분탕질

흥미로운 표현이 있다. 국민들이 국회 임기 마감 직전 매번 외쳐대는 ‘금번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다. 이번에 임기를 마감하는 20대 국회 역시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데, 말인즉 지금까지 최악이 아닌 국회가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그런데 왜 모든 국회에 대해 이렇게 일관된 표현을 사용하는 걸까. 12대 국회 시절부터 정치판에 참여해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저급해지는 국회의원들의 자질로부터 그 이유를 찾는다.

사실 문명이 발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물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순리에 들어맞는다. 그런데 실상은 어떨까. 창피하지만, 정확히 그에 역행하고 있다. 문명 발전의 주역이 아닌 부산물들이 국회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정작 국가발전에 적합한 인물들은 가파르게 하향세를 타고 있는 정치가 아닌, 발전된 문명의 영역을 쫓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명에 역행하는 부류들이 선택하는 게 정치 영역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제 제목에 언급했던 20대 국회의 마지막 분탕질에 초점을 맞춰보자. 이와 관련해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사전투표조작설’, 다른 하나는 ‘국민발안제 개헌안’에 대해서다.

먼저 사전투표조작설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대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당 시절처럼 통째로 조작투표를 하고, 투표함 바꿔치기를 할 수가 있겠나”라며 일갈했다.


개인적으로 살필 때 홍 전 대표가 입방정은 심하지만, 간혹 바른 말을 할 때가 있다. 즉 홍 전 대표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말이다. 물론 필자가 무수히 겪었던 투표와 개표 상황에 대한 관찰로부터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흥미로운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 1992년에 실시됐던 14대 총선과 관련해서다. 당시 집권당 당직자였던 필자가 참여했던 개표소서 거짓말 같은 일이 발생했다.

개표 종사자가 우리 측 후보자 지지표 두 장을 상대방 후보 지지표 98장 위에 올려놓고 100장의 투표용지 모두를 우리 측 후보자의 지지표로 계산하는 실수를 범했다. 물론 필자는 모른 척했고, 그로 인해 우리 측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된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필자만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상대 후보 측에서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재검표를 통해 결과가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동 사건으로 인해 개표는 물론 투표 상황까지 더욱 더 철두철미하게 관리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선거권자 100만명 이상 동의할 경우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에 대해서다.

국민발안제는 1954년 이승만정권 시절 이뤄진 사사오입 개헌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동 개헌안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명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유신헌법서 폐지된다.

악법으로 평가받는 유신헌법은 왜 이를 폐지했을까.

악법의 입장서 바라봐도 말도 되지 않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발안하고 국회가 의결하는 이 제도는 국민들을 호도하는 치졸한 술책, 나아가 입법권을 지닌 국회가 스스로 존재 사유 자체를 부정하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에 불과하다.

이제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 20대 국회가 막판을 향하고 있다.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더 이상 분탕질 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울러 21대 국회는 최악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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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