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골프투어 코로나19 후폭풍

‘취소냐 연기냐’ 일정 전면 재수정

PGA 투어는 정규 투어를 6월 중순부터 재개해 잔여 시즌 일정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LPGA 투어 또한 당초 6월에서 7월 중순으로 늦춰 재개한다는 일정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KLPGA 투어는 5월 개막전을 시작하고, 일본투어는 6월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다. 유러피언투어 역시 7월까지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한다. 이처럼 각 대륙, 나라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PGA 투어 새로운 일정에 따르면 내달 11일 찰스 슈와브 챌린지가 시즌 재개를 알리고, 원래 이 기간에 열릴 예정이던 캐나다 오픈은 취소됐다. 이어 RBC 헤리티지(6월18~21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6월25~28일), 로켓 모기지 클래식(7월2~5일)이 차례로 열린다. 단 초반 4개 대회는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겨우 열리는
반쪽 대회

정규시즌을 마감하는 윈덤 챔피언십은 8월13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이후부터 플레이오프 대회인 노던 트러스트(8월20~23일), BMW 챔피언십(8월27~30일), 투어 챔피언십(9월3~7일)이 열려 시즌 최강자를 가린다. 일정이 조정되면서 PGA 투어 2019~2020시즌은 당초 49개 대회에서 36개 대회로 축소됐다.

2020~2021시즌은 9월10일 세이프웨이 오픈으로 막을 연다. 또 유일한 한국 PGA 투어 대회인 CJ컵은 10월15일부터 예정돼 있다.

그러나 복잡한 문제가 있다. 연기된 메이저대회인 US오픈(9월17~20일)과 마스터스 토너먼트(11월12~15일) 때문이다. 원래 이번 시즌 대회가 연기된 것이지만 다음 시즌 일정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내년에 원래대로 마스터스, US오픈이 각각 4월과 6월에 치러진다면 대회가 한 시즌에 두 차례씩 열리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PGA, 6월부터 투어 재개
LPGA, 7월로 개막 미뤄

PGA 투어가 시즌 재개를 발표하며 골프팬들의 시선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대회 출전 스케줄에 몰리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우즈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대회를 예상하며, 모든 메이저대회와 미국·유럽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참가할 것으로 봤다. 또 메모리얼 토너먼트, 히어로 월드 챌린지, 조조 챔피언십도 출전 가능성이 높다고 꼽았다.

당초 6월부터 재개 예정이었던 LPGA 투어는 재조정된 스케줄로 21개 대회가 열린다. 마이크 완 LPGA 커미셔너는 “여행금지 조치와 진단 가능 여부, 스폰서와 선수들이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토대로 최대한 안전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시즌 일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어 일정 재조정에 따라 6월19~21일에 아칸소주 로저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은 8월28~30일로 자리를 옮긴다. 7월9~12일에 오하이오주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마라톤 클래식은 7월23~26일로 조정됐다.

PGA 오브 아메리카(PGA of America)도 6월25~28일에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아로니밍크 골프클럽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을 10월8~11일로 옮긴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펠리컨위민스챔피언십은 11월19~22일로 연기됐다.

모든 선수가 출전하는 공식 풀 필드(full-field) 대회의 일정 제한에 따라 UL인터내셔널크라운이 2020년에는 열리지 않는다. 또 기존에 한 차례 연기됐던 볼빅 파운더스컵과 롯데챔피언십, 휴젤-에어프레미아 LA오픈, LPGA 메디힐 챔피언십 등도 2021시즌에 열린다.

LPGA는 많은 대회들의 상금이 증액돼 시즌 총상금은 5600만달러 이상으로 늘어나며, 선수들은 대회당 평균 270만달러에 달하는 총상금을 놓고 대회를 치른다고 설명했다. 마크 완 커미셔너는 “일정 조정을 할 수 없었던 일부 스폰서들이 상금을 기부한 덕분에 2020시즌에 남아있는 많은 행사들의 상금이 올라갈 수 있었다”며 파트너들에 감사를 표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는 이달 개최 예정이던 일본골프투어 선수권대회와 던롭스릭슨 후쿠시마오픈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25일 발표한 바 있다. 일본골프투어 선수권대회는 지난 4일, 던롭스릭슨 후쿠시마오픈은 오는 25일에 각각 개막할 예정이었다. 

취소 속출
수정 불가피

이로써 JGTO는 7월2일 개막하는 일본프로골프 선수권대회가 다음 일정이 됐다. JGTO는 1월 싱가포르 오픈으로 2020시즌 개막전을 치렀고, 지난달 16일 도켄 홈메이트컵으로 올해 일본에서 첫 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도 6월 첫 대회로 예정된 요넥스 레이디스를 취소했다. JLPGA 투어는 3월 초에 잡혀 있던 시즌 개막전부터 올해 14개 대회가 모두 취소됐다. 다음 일정은 6월11일 개막하는 산토리 레이디스오픈이다.

만 50세 이상만 출전하는 PGA 시니어투어는 8월1일부터 사흘 동안 미시간주에서 열리는 앨리 챌린지부터 2020년 시즌을 다시 시작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6월12일 재개하는 PGA투어보다 7주나 늦다. 게다가 갤러리 입장을 허용하는 시점도 정하지 않아 무관중 개최 대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수만 뛰는
무관중 경기

8월 재개가 확정되면서 연기했던 3개 대회가 새로운 개최 일정을 받았다. 7월에 열려던 브리지스톤 시니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8월15~17일로 옮겼고, 5월 말 개최 예정이었던 프린시펄 채리티 클래식은 9월5~7일로 일정을 바꿨다. 

5월 초 열릴 예정이던 리전 트래디션은 9월25~28일에 치러진다. 다만 8월에 열려던 딕스 스포팅 굿즈 오픈은 취소됐다. 조정된 일정대로 진행해도 시니어투어는 올해 7개 대회가 없어진 셈이다. 5월부터 시니어투어 입성 자격이 생기는 최경주(50)는 8월에 개최하는 브리지스톤 시니어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데뷔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골프채널>은 지난달 26일 “미국 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US여자주니어대회와 US주니어대회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US여자주니어대회는 7월13일부터 18일까지, US주니어대회는 7월20일부터 25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두 대회는 추후 일정이 잡히지 않아 올해 열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USGA는 공식 성명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실망스러운 결정이겠지만, 올바른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KLPGA, 협회 기금으로 강행
유러피언투어 7월까지 휴업

유러피언투어는 6월25일부터 나흘 동안 독일 뮌헨에서 열 예정이던 BMW 인터내셔널 오픈과 7월2일~5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하려던 프랑스오픈 등 특급대회 2개를 모두 취소했다고 지난달 21일 공식 발표했다. 또 7월9~12일 예정이던 스코티시오픈은 무기한 연기했다. 7월16일 개막하려던 디오픈도 지난 3월 일찌감치 취소됐다. 


이에 따라 유럽프로골프투어는 7월에도 대회를 한 번도 열지 못하게 됐다. 7월30일~8월2일 영국에서 치르는 베트프리드 브리티시 마스터스가 다음 대회지만, 이마저도 일정대로 개최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취소나 연기 결정을 미뤘던 BMW 인터내셔널 오픈과 프랑스 오픈은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 코로나19 사태가 7월에도 진정되기 어렵다는 방역 당국의 판단에 따라 취소했다. 독일 정부는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8월31일까지 연장했고, 프랑스 방역 당국 역시 7월 중순까지 일정 규모 이상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금지했다.

키스 펠리 유럽투어 사무총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다”며 “연기한 스코티시 오픈 개최 일정은 나중에 정하겠다”고 말했다.

올바른 선택
“1년 날렸다”

한편 KLPGA 투어는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5월14일 개막하는 KLPGA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20시즌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번 대회는 공식 타이틀 스폰서 없이 협회 기금으로만 치러지고, 총상금 23억원, 우승 상금 1억6000만원이 걸렸다. 총상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대회에는 144명이 출전하고 출전 선수 전원에게 상금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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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