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α’ 야권 합당 시나리오

‘원팀’이라더니 독불장군 입맛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미래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표류하는 가운데 미래한국당과 합당하지 않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미래한국당이 독자적으로 교섭단체를 꾸린다면 실리를 얻는 지점도 분명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각에선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의 합당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만약 한국당이 독자 세력화에 나서면 교섭단체를 꾸린 후 원내 3당이 돼 통합당의 아군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초선으로 구성된 한국당이 통합당보다 더 개혁 보수다운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초선 파워
어느 쪽으로?

지난달 한국당은 통합당 측 인사를 초대하지 않고 20대 현역의원·21대 국회의원 당선자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과 초선 워크숍을 함께 치른 것과는 대비돼 일각에선 한국당이 개별 정당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워크숍서 한국당 원유철 당 대표의 발언 역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당시 원 대표는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정치적 공세가 아닌 실질적 대안과 정책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해 하나의 독립된 정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

정치권서 한국당의 독자 노선 시나리오가 계속해 제기되자 원 대표는 지난 4일 “통합당의 지도체제가 정비되면 합당을 진행하겠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통합당 지도체제에 대한 최종적 상황이 정리가 안 됐다”며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할지, 비상대책위가 들어설지 등 지도체제가 정리되면 당연히 시기와 절차, 방식을 협의해 합당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이 총선 참패로 인해 지도부 공백 및 내분이 계속되는 상황인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한국당은 독자 노선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국당 지도부가 21대 총선서 컷오프 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일부 의원에게 물밑서 한국당 이적 의사를 살피는 등 교섭단체 구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당 독자노선? 또 기승부리는 꼼수
통합당 중진 “빠른 시일 내에” 목소리

하지만 무소속 당선인 4명(홍준표·윤상현·권성동·김태호) 모두 중량급 인사들이라 포섭이 녹록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들은 한국당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통합당에 이미 복당 신청서를 낸 상태고, 윤상현 의원은 복당 신청에 있어 “예의상이라도 주민들의 뜻을 묻고 의견수렴하는 절차를 가져야 된다”며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다.

통합당 일각에선 무소속 의원의 합류가 어렵다면, 이른바 ‘의원 꿔주기’를 통해서라도 한국당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향후 국회서 진행될 각종 협상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보수 쇄신 분위기가 형성되는 와중에 통합당이 굳이 꿔주기를 강행하는 리스크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민주당이든 통합당이든 (의원 꿔주기)테이프를 끊으면 추태가 나오는 것”이라며 “의원 꿔주기는 단순히 연대 합당과는 다른 차원의 편법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어 테이프를 끊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19석을 얻어 당선인을 한 명만 더 당으로 영입하면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충족할 수 있다. 만약 통합을 하지 않는다면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한국당이 교섭단체 역할을 한 후, 대선 전 통합당과 합당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실상 통합당이 21대 국회 전반기에 우군 역할을 할 교섭단체를 따로 두는 격이기에 당 입장에선 국회 논의는 물론 당 살림 차원서도 실리가 더 크다.

각종 협상
선점 싸움

먼저 한국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현재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추천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야당 몫 2명을 통합당과 한국당이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 아울러 원 구성 때 상임위원장 배분에 참여할 수 있고, 한국당 몫으로 국회부의장 자리도 가져갈 수 있다.

특히 국가가 정당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 앞서 통합당 여상규·박맹우·백승주 의원을 영입해 55여억원의 보조금을 더 확보해 총 61억원을 챙겼다. 이 외에도 정책 및 입법을 보좌하는 정책연구위원을 국가 비용으로 둘 수 있고, 별도의 입법지원비도 받을 수도 있다.
 

▲ 회동 갖는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 모임

하지만 통합당 중진의원들 사이에서는 합당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당이 이번 총선서 한국당을 내세운 것은 지난해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항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했기에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당은 선거 시즌에 ‘꼼수정당’이라는 국민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통합당과 원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총선 후 합당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지금 와서 한국당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면 명분도 없을 뿐더러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은 페이스북에 “미래한국당이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며 “연동형비례제를 반대하며 정당방위로 급조한 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계열사를 거느릴 형편이 못 된다. 본사인 통합당으로 빨리 합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역시나?

통합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도 “미래한국당과의 즉각적인 합당을 촉구한다”며 “정무적 판단이니, 공수처장 추천위원 수니, 정당 보조금이니 이런 말로 국민들께 또다시 꼼수로 보이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일각에선 한국당이 독자 교섭단체로 전환할 경우 향후 자매정당으로서 원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 당권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합당 한 의원는 “합당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미래한국당서 당 대표·원내대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심이 들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현재 비대위 출범을 두고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원내대표가 새로 뽑히더라도 비대위 전환 여부까지 확정이 되어야 하고, 합당은 전국위원회를 열어야 성사되며 이에 대한 권한은 비대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합당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 윤영석 의원(경남 양산시갑)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원내대표가 뽑히면 5월 또는 6월 중에 국회의 원구상 협상과 함께 통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공조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총선서 3석을 확보한 국민의당과 손을 잡는 것이 의원 꿔주기나 무소속 당선인의 합류보다 대외적으로는 더 나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민의당 역시 이번 총선서 3석을 얻는 데 그쳐 안철수 대표가 홀로 중도실용 노선을 지키는 일은 무망한 공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선거철 ‘형제 정당’ 자처
3석 얻은 국민의당과 케미?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난 6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연합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서 “통합당 출신 무소속 당선인의 한국당 입당과는 별개로 국민의당 같은 경우도 미래한국당과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4일, 범야권을 향해 “야권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와 혁신 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혁신 경쟁에 나서자”며 합동 총선평가회를 제안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의 합동 총선평가회 제안이 연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발언으로 보고 있다. 다른 범주의 정당과 총선 결과를 함께 평가하는 일은 사실상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는 미래한국당 자체를 거대 양당의 불법과 꼼수로 탄생한 정당으로 본다”며 “연합해 교섭단체를 만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국민의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라며 “논의(진행)된 건 없다”며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이 최고위원을 향해 “다른 정당의 한 최고위원이 연일 한국당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조 대변인은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지난 연말 ‘선거악법’으로 인해 분가가 불가피했지만, 현재는 법률적으로 다른 정당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총선서 두 정당이 합당을 전제로 형제 정당임을 자처하며 선거 전 공동 선언식서 ‘둘째 칸 찍기’ 퍼포먼스를 진행해 표심을 유도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행보다.

반면 통합당에선 꼼수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고자 한국당의 독자 행보설을 일축하고 있다. 5선의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 역시 “미래한국당과는 빨리 합칠수록 좋다”는 의견을 냈다.

“여러 가능성
열려 있어”

한국당 합당 논의는 통합당의 새 원내지도부에 넘겨진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21대 총선서 통합당은 84석을 얻으며 굴욕적인 참패를 당했지만 한국당은 비례대표 19석으로 비례대표 의석 수 1등을 차지했다. 총선 참패 후 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결성한다면 통합당의 쇄신 약속은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통합당 차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명분없는 형제 정당에 대한 책임론과 국민적인 비난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독자노선, 술렁이는 정치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서 독자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그런 일이 없도록, 정상적 국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항간에 한국당서 교섭단체 구성 여부로 여러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제발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들로부터 지난 선거 과정서 꼼수 비례정당을 만들었다고 여야가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달게 받아야 할 지탄이었다”며 “다시는 그런 지탄을 받지 않도록 국회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1대 국회는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민주당은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법률이 정한 시한 내에 개원하고 6월 첫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겠다”며 “통합당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데 21대 국회의 출발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생당은 지난 7일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창당 당시의 예로 보건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한국당과 통합을 결정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생당 이연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대표는 언제나 일구이언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한솥밥을 먹어본 이들로서는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늘 자기중심적이고 자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해도 그렇다.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서도 굳이 이번 총선은 여당의 승리가 아니라 야당의 패배라고 규정한다’며 ‘여당의 승리에 공감하는 민심은 천심서 제외해버릴 태세다. 선거 결과에 대해 나라 망하는 길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떠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설>
 



<기사 속 기사> [반론보도문] ‘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관련

본지는 지난 3월17일자 보도에서 ‘<단독>‘85만원 의혹’ 노웅래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제하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노웅래 의원 측은 “신년하례식과 관련해서는 마포갑 지역구 국회의원 경쟁후보 측의 악의적인 고발”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신년하례식 행사는 노웅래 의원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며, 핵심당원으로 단순 참석한 행사”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노웅래 의원은 현재 피고발인 신분일 뿐이며, 수사기관으로부터 공식적인 조사나 수사대상이 전혀 아니며, 출석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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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