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박따박’ 월세 챙기세요

역대급 최저 금리와 베이비부머 은퇴, 그리고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 등으로 부동산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 투자수요가 아파트 대신 월세 받는 수익형 부동산에 눈을 돌린다면 당연히 거듭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주택 관련 투자가 아니면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표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주거용 오피스텔과 레지던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나 메디컬 전문상가, 지식산업센터과 섹션 오피스 등이 있다. 공실 위험이 적은 지역 선택은 물론 대체재, 향후 공급 물량 등을 종합한 고려는 물론 투자 전 매매가격 대비 수익률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주거용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히면서 아파트 청약이 힘겨워졌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뛰어들면서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여러모로 아파트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자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안으로 주거용 오피스텔과 레지던스(생활숙박시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데다 아파트 못지않은 공간 설계도 선보인다.

오피스텔이나 레지던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아파트로 가는 길이 막혀서다. 정부가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시세 9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억원 초과분 20%로 제한하고 15억원 이상은 대출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사기 위한 돈줄이 막히자 대안을 찾던 수요자들이 주목한 것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이다. 이 경우 최근 9억원 이상의 고가 오피스텔도 거래량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전국 9억원 이상 오피스텔 거래량은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7건)보다 약 3배 이상 늘었다. 그중에서도 올 2월에만 35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8건)보다 4배 이상 증가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높아 당첨 확률이 낮은 것도 오피스텔로 관심이 쏠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상업용

상가도 인기가 상승 중이다. 가장 주목받는 상가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메디컬 전문상가가 있다. 먼저 주거시설이 완판(완전판매)된 단지 내 상가다. 주거시설의 분위기를 이어 완판행진을 이어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데, 완판된 주거시설의 고정수요를 갖춰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고,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주거시설 분양을 통해 사업성이 검증되었다는 점도 수요자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단지 내 상가는 일반적으로 단지 내 입주민을 겨냥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음식점, 세탁소, 미용실, 학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입점해 경기의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한 입주민 고정수요 및 주변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단골고객과 가족단위 고객을 잘 유치하면 안정적인 매출유지도 가능하다.

대출 막히면서 진입 장벽 높아져
아파트 대신 수익형 부동산 눈길

다음으로 메디컬 전문상가. 업계에 따르면 ‘의세권’ ‘병세권’ 등 신종어가 등장할 정도로 대형병원 인근이나 탄탄한 배후세대를 기반으로 한 역세권 입지에 병·의원 전문상가들이 투자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병원 수요를 고정으로 확보한 상가는 공실 걱정 없이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 방학 등 비성수기에 따라 수요 공백이 생기는 곳에 비해 더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의세권의 큰 장점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메디컬 전문상가의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최근 병·의원 개원의 최상의 입지조건으로 배후세대, 역세권, 주차편리성 등이 떠오르고 있다. 이에 공급 중인 메디컬 전문상가들은 원스톱 의료쇼핑 공간으로, 편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환자들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기 위해 내·외부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효율성과 실용성도 두루 갖추고 있다. 

업무용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지식산업센터도 투자자들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부 규제가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대체 투자상품으로 수요자들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지식산업센터에 몰리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좋은 이유로는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분양가의 최대 70~80%까지 대출이 지원돼 자금이 다소 부족해도 진입장벽이 낮다.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일반 개인의 입주가 아닌 기업체를 고정수요로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산업단지, 업무지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면 기업체 이전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다.

법인(기업)과의 임대차 계약이 대부분이어서 잦은 임차인 교체로 인한 공실 및 임대료 연체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취득세(50%), 재산세(37.5%)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초기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매매가격 대비 수익률 보니…
규제 덜한 데다 특화 설계

소형 업무시설인 섹션 오피스도 마찬가지다. 사무실 등의 업무 공간에 대한 관심이 대형에서 소형 오피스 시장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섹션 오피스는 규모가 큰 업무용 빌딩과 달리 전용면적 40㎡ 이하의 모듈형으로 설계된 점이 특징으로, 이에 따라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로 분양 받는 게 가능하다. 회의실, 라운지 등 부대시설을 공유해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 실사용 공간의 효율성도 높다. 한 건물 안에 업무와 상업 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단지는 입주민 만족도가 높아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규제와 초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익형 부동산은 역세권을 기본으로 인근에 공원이나 학교, 관공서 등 집객효과가 높은 입지에 있거나 신설 교통호재 등이 있는 경우 투자가치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부산 등에서 분양(예정) 중인 수익형 부동산.
 

▲우장산 아덴하임(주거용 오피스텔)= 코리아신탁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24-92 일대에서 ‘우장산 아덴하임’을 분양 중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업무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마곡지구 내 배후수요가 풍부한 데다 지하철 5호선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오피스텔이다. 또 주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전 실 초소형의 풀퍼시드 시스템으로 설계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지하 2층~지상 17층 전용면적 26~29㎡ 189실로 구성된다. 전용면적별로는 26㎡ 141실, 29㎡ 48실 등 1~2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로 꾸며졌다.
 

▲해운대 엘본 더 스테이(레지던스)= 부산의 강남인 해운대에 생활숙박시설인 ‘엘본 더 스테이’가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지하 3층~지상 34층 1개 동, 전용면적 28~36㎡ 총 329실 규모로 조성되는 생활숙박시설이다. 부산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의 역세권이자 해운대 해수욕장을 도보 5분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바다생활권, 풍부한 인프라를 자랑하는 ‘젊음의 거리’ 구남로 최중심부를 차지한 알짜 입지가 강점이다.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스테이(레지던스)= 현대건설이 인천 중구 신흥동에 ‘힐스테이트 하버하우스 스테이’를 선보인다. 지하 6층~지상 최고 42층, 2개 타워, 총 1267세대 규모로 선보이는 주거형 레지던스. 타입별로는 3~4인 가구를 위한 패밀리형 280세대와 1~2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 987세대로 구성된다. 
 

▲신길뉴타운 센트럴자이(단지 내 상가)=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 센트럴자이’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스트리트형으로 조성되는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구성된다. 투자자 및 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37.65~53.32㎡로 소규모 업종 위주의 면적으로 공급된다.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사역 멀버리힐스(메디컬 전문 상가)=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신사역 멀버리힐스’ 메디컬 전문상가가 분양 중이다. 지하 8층~지상 14층 근린생활 시설동 등 총 2개의 타워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이다.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전 세대, 상업시설 및 메디컬 1차분이 성공적으로 분양 완료됐다. 현재 상업시설 및 메디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가양역 데시앙플렉스(지식산업센터)=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지식산업센터 ‘가양역 데시앙플렉스’가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2층, 대지 5238㎡에 건축면적 3131.29㎡, 연면적 4만6741.37㎡ 규모다. 지상 1층은 테라스 브런치 카페, 레스토랑, 편의점 등 근린생활시설이 자리하게 된다. 발코니 면적 극대화로 서비스 공간도 충분히 확보했고 자연과 사람, 도시가 어우러진 오픈 스페이스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공개공지도 1085.11㎡로 넉넉하고, 조경면적은 790.08㎡에 달한다.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섹션 오피스)= 대림산업이 시공에 참여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 내 섹션오피스 ‘DMC 스타비즈 향동지구역’을 공급한다. 지하 5층~지상 15층 규모로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다. 업무시설 총 950실과 상업시설 총 238호가 먼저 분양에 나선다. 향동지구는 면적 117만8000㎡, 약 9000가구 규모로 서울 은평구 수색동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어 서울생활권이 가능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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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