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향한 ‘언론의 마녀사냥’

▲ ⓒ티핑엔터테인먼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또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번엔 팟캐스트와 유튜브 위주로 활동 중인 방송인 정영진이다. MBC 라디오 개편으로 인해 <싱글벙글쇼>에 투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EBS <까칠남녀>의 ‘넓은 의미의 매춘’ 발언이다. 정영진은 당시 방송서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 제시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영진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편이나 다름없는 황현희마저도 옹호해줄 수 없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영진은 <우먼스플레인> 20회에 출연해 해당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데이트를 함에 있어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지불하는 것을 당연히 여길 뿐 아니라, 여성이 지불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서 데이트를 마치 조건 만남을 해주는 것처럼 한다면 이는 넓은 의미의 매춘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남성이 룸살롱을 간다면, 한 여성은 적어도 두세 시간은 지불한 돈에 의해 여자친구처럼 행동한다. 그런 것과 같다는 말이다.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이 맞다면 비용을 서로 같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성이 ‘내가 만나주는 건데 오빠가 당연히 데이트 비용도 내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택시비 줘야지. 안 그러면 저 남자를 왜 만나’라는 생각이라면 남자가 제공하는 경제적 혜택, 편의에 의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매춘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진이 비판하는 대상은 모든 여성이 아닌 전제 조건이 붙은 여성이다. 남성과 데이트할 때 비용을 전혀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과 편의를 누리려는 여성을 지칭한다.

그런 사고를 지닌 여성들의 행동이 넓은 의미로 볼 때 매춘이라는 것이다. 좋아서 만나는 관계라면 ‘데이트 비용’은 전혀 문제될 바가 아닌데, 이것으로 만나고 만나지 않고가 결정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 

비록 매춘이라는 단어가 불편함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방송용으로는 비적합하나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이토록 매도당할 수준인지는 의문스럽다. 방점을 매춘이 아닌 '넓은 의미'에 찍는다면 크게 문제될 소지가 아닐 수 있다. 정영진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자신의 단 한푼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을 노리는 여성은 합당한 것인가. 

또 다른 문제가 된 발언은 ‘여자의 적은 여자’ 대목이다. 이 부분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부 여성의 주장으로 인해 또 다른 여성이 피해보는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정영진은 차 문을 열어주는 것에 비유하면서 “어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도 여성 혐오며, 차 문을 열어주지 말자고 하는 것도 사회적 배려를 하지 않는 여성 혐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만 열어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여성을 이기적인 존재로 몰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여성운동의 세태가 오히려 평범한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소위 레디컬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과격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지, 모든 여성을 통틀어 비판한 것은 아니다. 


소위 ‘한남참모충장’으로 불리는 정영진은 여성 혐오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 배경은 지나치고 다소 불합리한, 여성만을 위한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분이 있다. 강한 파이터 기질로 인해 꽤 직설적인 화법을 무기로 하기 때문에 이미지화 된 경향이 크다. 

실제로 정영진은 여성 혐오적 행동을 일삼았는가.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평소 보여지는 그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화를 내지도 않으며, 어떤 존재 또는 집단을 혐오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인물로 통용된다. 이번 논란은 어떤 사안에서든 소신껏 말하고 일반적이 사람들과는 다른 비교적 넓은 관점을 지니고 있는 그가 <까칠남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 뿐이다.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를 비롯해 각종 방송에서 정영진이 보여주는 관점은 일반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는 늘 어떤 현실적인 문제에는 일원화된 원리가 아닌 매우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있다고 강조한다. 한 가지 기준으로 어떤 상황을 풀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여성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상황을 주로 강조하는 페미니즘과 그가 대치되는 것도 이 차이다. 

정영진은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남성과 여성을 굳이 구분하지 말고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남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여성, 여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남성에게 굳이 어떠한 강요를 하지 말자는 주의다. 이런 정영진을 두고 이선옥 작가는 ‘저평가된 지식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것이 <싱글벙글쇼> 후임 DJ가 되지 못할 이유가 되는가. 무언가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매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토록 문제일까. 그렇다면 방송사는 왜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나. 

언론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을 만큼 잘못됐는지 되묻고 싶다.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아닌 다른 여성 패널들의 문제적 발언은 왜 거론되지 않는지도 문제로 보인다. 정영진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그의 하차 여부를 두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정영진의 지지세력도 공존하고 있다. 그가 많은 지지를 받는 배경은, 당시 여성 패널들의 지나친 주장에 꽤 정확한 팩트와 논리로 맞서 싸우면서 속 시원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출연했던 다른 패널은 오히려 남성 혐오의 색을 짙게 띠고 있었다. 당시 정영진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은하선 작가는 <한겨레신문> 칼럼에 남성을 두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우주로부터 환대받은 존재”라고 썼다. 또 방송서 남자들이 술자리서 하는 발언을 두고 ‘강간을 가르치는 남성 문화’라고 일컬어 비판받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정영진의 발언보다 더 거센 남성 혐오적인 발언에 해당하지는 않나.

심지어 그는 <까칠남녀>를 이용해 퀴어문화축제 후원금을 받으려다 걸렸고, 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의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현재 여성철학자는 쇼타로 콤플렉스와 쇼타로 콘셉트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쇼타로 콤플렉스를 옹오하는 발언으로 비춰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오독으로 인해 문제가 커졌던 이 사안을 미뤄봤을 때 <까칠남녀>는 남녀를 주제로 한 민감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의도를 갖고 있었던 <까칠남녀>는 남성 패널은 남성을 옹호하고, 여성은 여성을 옹호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중 다소 과격한 논리와 설정이 있었기도 했다. 오히려 쉽게 설명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구성으로 일관했다. 따라서 당시 패널들이 자극적인 비유와 강한 논리를 펼치는게 자연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런 환경서 던진 발언만으로 정영진을 이토록 공격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당시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상대한 패널이 이런 성향이라는 내용은 왜 거세돼있나. 오히려 정영진을 향한 날 선 비판이 편협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정영진을 향한 비판이 상식적인 범주 안에 놓인 새로운 관점마저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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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