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 향한 ‘언론의 마녀사냥’

▲ ⓒ티핑엔터테인먼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또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번엔 팟캐스트와 유튜브 위주로 활동 중인 방송인 정영진이다. MBC 라디오 개편으로 인해 <싱글벙글쇼>에 투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EBS <까칠남녀>의 ‘넓은 의미의 매춘’ 발언이다. 정영진은 당시 방송서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서 보면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 제시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영진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편이나 다름없는 황현희마저도 옹호해줄 수 없었다면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영진은 <우먼스플레인> 20회에 출연해 해당 발언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 데이트를 함에 있어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남성이 지불하는 것을 당연히 여길 뿐 아니라, 여성이 지불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서 데이트를 마치 조건 만남을 해주는 것처럼 한다면 이는 넓은 의미의 매춘 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남성이 룸살롱을 간다면, 한 여성은 적어도 두세 시간은 지불한 돈에 의해 여자친구처럼 행동한다. 그런 것과 같다는 말이다.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이 맞다면 비용을 서로 같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성이 ‘내가 만나주는 건데 오빠가 당연히 데이트 비용도 내고 집에도 데려다주고 택시비 줘야지. 안 그러면 저 남자를 왜 만나’라는 생각이라면 남자가 제공하는 경제적 혜택, 편의에 의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매춘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진이 비판하는 대상은 모든 여성이 아닌 전제 조건이 붙은 여성이다. 남성과 데이트할 때 비용을 전혀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과 편의를 누리려는 여성을 지칭한다.

그런 사고를 지닌 여성들의 행동이 넓은 의미로 볼 때 매춘이라는 것이다. 좋아서 만나는 관계라면 ‘데이트 비용’은 전혀 문제될 바가 아닌데, 이것으로 만나고 만나지 않고가 결정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생각과 행동이라는 것. 

비록 매춘이라는 단어가 불편함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의미를 전달하는 맥락에서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방송용으로는 비적합하나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이토록 매도당할 수준인지는 의문스럽다. 방점을 매춘이 아닌 '넓은 의미'에 찍는다면 크게 문제될 소지가 아닐 수 있다. 정영진의 발언이 잘못됐다면, 자신의 단 한푼도 손해보지 않으면서 남성의 경제적 혜택을 노리는 여성은 합당한 것인가. 

또 다른 문제가 된 발언은 ‘여자의 적은 여자’ 대목이다. 이 부분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일부 여성의 주장으로 인해 또 다른 여성이 피해보는 것을 비판한 내용이다. 정영진은 차 문을 열어주는 것에 비유하면서 “어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도 여성 혐오며, 차 문을 열어주지 말자고 하는 것도 사회적 배려를 하지 않는 여성 혐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할 때만 열어주겠다고 말하는 것도 여성을 이기적인 존재로 몰기 때문에 여성 혐오가 된다”고 말했다. 지나친 여성운동의 세태가 오히려 평범한 여성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소위 레디컬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과격한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지, 모든 여성을 통틀어 비판한 것은 아니다. 


소위 ‘한남참모충장’으로 불리는 정영진은 여성 혐오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그 배경은 지나치고 다소 불합리한, 여성만을 위한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부분이 있다. 강한 파이터 기질로 인해 꽤 직설적인 화법을 무기로 하기 때문에 이미지화 된 경향이 크다. 

실제로 정영진은 여성 혐오적 행동을 일삼았는가.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서 평소 보여지는 그는 어떤 문제가 있어도 화를 내지도 않으며, 어떤 존재 또는 집단을 혐오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인물로 통용된다. 이번 논란은 어떤 사안에서든 소신껏 말하고 일반적이 사람들과는 다른 비교적 넓은 관점을 지니고 있는 그가 <까칠남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 뿐이다.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를 비롯해 각종 방송에서 정영진이 보여주는 관점은 일반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는 늘 어떤 현실적인 문제에는 일원화된 원리가 아닌 매우 복합적인 것들이 얽혀있다고 강조한다. 한 가지 기준으로 어떤 상황을 풀어낼 수 없다는 얘기다. 여성에게 주어진 불합리한 상황을 주로 강조하는 페미니즘과 그가 대치되는 것도 이 차이다. 

정영진은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남성과 여성을 굳이 구분하지 말고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남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여성, 여성 장난감을 갖고 노는 남성에게 굳이 어떠한 강요를 하지 말자는 주의다. 이런 정영진을 두고 이선옥 작가는 ‘저평가된 지식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것이 <싱글벙글쇼> 후임 DJ가 되지 못할 이유가 되는가. 무언가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매춘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토록 문제일까. 그렇다면 방송사는 왜 그 장면을 편집하지 않았나. 

언론과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을 만큼 잘못됐는지 되묻고 싶다.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아닌 다른 여성 패널들의 문제적 발언은 왜 거론되지 않는지도 문제로 보인다. 정영진을 향한 언론의 공격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편협하다. 

그의 하차 여부를 두고 수 많은 사람들이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 정영진의 지지세력도 공존하고 있다. 그가 많은 지지를 받는 배경은, 당시 여성 패널들의 지나친 주장에 꽤 정확한 팩트와 논리로 맞서 싸우면서 속 시원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출연했던 다른 패널은 오히려 남성 혐오의 색을 짙게 띠고 있었다. 당시 정영진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은하선 작가는 <한겨레신문> 칼럼에 남성을 두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덜렁거리는 살덩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 우주로부터 환대받은 존재”라고 썼다. 또 방송서 남자들이 술자리서 하는 발언을 두고 ‘강간을 가르치는 남성 문화’라고 일컬어 비판받기도 했다. 이 발언이 정영진의 발언보다 더 거센 남성 혐오적인 발언에 해당하지는 않나.

심지어 그는 <까칠남녀>를 이용해 퀴어문화축제 후원금을 받으려다 걸렸고, 서부지방법원으로부터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의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현재 여성철학자는 쇼타로 콤플렉스와 쇼타로 콘셉트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쇼타로 콤플렉스를 옹오하는 발언으로 비춰져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이 오독으로 인해 문제가 커졌던 이 사안을 미뤄봤을 때 <까칠남녀>는 남녀를 주제로 한 민감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 역할에 대한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내고자 했던 의도를 갖고 있었던 <까칠남녀>는 남성 패널은 남성을 옹호하고, 여성은 여성을 옹호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런 중 다소 과격한 논리와 설정이 있었기도 했다. 오히려 쉽게 설명하기 힘든 주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구성으로 일관했다. 따라서 당시 패널들이 자극적인 비유와 강한 논리를 펼치는게 자연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런 환경서 던진 발언만으로 정영진을 이토록 공격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일까. 당시 <까칠남녀>서 정영진이 상대한 패널이 이런 성향이라는 내용은 왜 거세돼있나. 오히려 정영진을 향한 날 선 비판이 편협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정영진을 향한 비판이 상식적인 범주 안에 놓인 새로운 관점마저 포용하지 못하는 사회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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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