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명가’ 노루그룹 비밀 승계작전 막전막후

깨지지 않은 장자 대물림 원칙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노루그룹 오너 3세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그는 그룹 내 신성장사업을 손보고 있다. 신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실현하기 어렵다. 다만 그룹 차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마이너스를 맴돈다. 과연 오너 3세는 성과를 인정받아 승계 기차에 오를 수 있을까.
 

▲ ▲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 ⓒ노루홀딩스

노루그룹은 ‘노루페인트’로 유명한 중견 상장사로 올해 창사 75주년을 앞두고 있다. 창업주는 고 한정대 회장. 지난 1950년 유럽을 방문한 그는 한 쌍의 노루 사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남을 해치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노루’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잡은 것이다.

20개 계열
중견그룹

창업주 슬하에는 3남5녀가 있다. 경영권은 장남 한영재 회장이 물려받았다. 한 회장은 지난 1988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노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노루홀딩스’가 있다. 한 회장은 이곳 최대주주로 그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45.9% 지분을 갖고 있다.

노루그룹은 여느 중견그룹처럼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노루홀딩스를 중심으로 모두 20개 계열사가 포진해 있는데 상장사는 노루홀딩스와 노루페인트다.

노루페인트는 핵심 계열사로 분류된다. 그룹 매출 절반 이상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3년간(2017∼2019) 연결 기준 매출액 5500억원, 6100억원, 64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적자는 없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0억원으로 동기간 가장 높았고, 지난해 순이익은 직전년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상승한 188억원이었다.

노루그룹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배당액은 모두 56억원으로 직전 2년간 배당총액에 비해 10% 늘었다.

노루그룹 3세는 한 회장의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다. 한 전무는 지난 2017년 노루홀딩스 이사진에 처음 합류해 현재 여러 계열사에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전무는 올해 들어서만 10차례 넘게 노루홀딩스 지분을 사들였다. 규모 자체가 단번에 부풀려진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승계 후보라는 점에서 관심을 샀다.

75주년 노루 승계 작업 진행 중
단숨에 2대주주로 껑충 어떻게?

사실 한 전무는 이미 오래전 노루홀딩스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때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전무는 그해 4월9일 노루홀딩스 지분 5000주를 매입했다. 그룹 지주사 지분을 처음으로 매입한 순간이다. 1986년생인 한 전무의 당시 나이는 만 28세였다.

이후 한 전무는 지난 2015년 1000주씩 10차례, 모두 1만주를 매입했다. 지분은 기존 5000주서 1만5000주로 늘었다. 노루홀딩스 상무보로 승진해 사업전략부문을 맡고 있을 때였다.

가시적인 변화는 2016년 발생했다. 한 전무는 그해 6월 1만720주를 사들였다. 같은 해 12월 한 회장은 41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한 전무에게 처분했다. 한 전무는 해당 주식 역시 취득했다.
 

▲ 노루페인트 안양 본사 ⓒ노루

그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포함해 모두 43만5720주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 30세가 되던 해 노루홀딩스 2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한 전무가 노루홀딩스 지분을 대거 취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노루로지넷’이라는 회사가 언급된다. 한 전무가 2014년 상근이사로 입사한 곳이다.

노루로지넷은 현재 노루홀딩스 종속회사지만, 과거 한 회장과 한 전무의 ‘부자 회사’였다. 이들은 노루로지넷서 각각 51%,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 전무가 한 회장으로부터 41만주를 취득하기 한 달 전쯤, 노루홀딩스는 노루로지넷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노루홀딩스는 노루로지넷 지분 51%를 취득하는 데 76억원가량을 사용했다. 일각에선 해당 거래 대금 상당액이 한 전무에게 돌아간 것으로 본다.

노루로지넷이 70억원 상당의 몸값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내부거래로 추정된다. 노루로지넷은 노루홀딩스와 물류대행 계약을 체결해 일정 수수료를 받았다. 회사가 노루홀딩스로 편입되기 전부터 노루로지넷 매출 상당액은 노루홀딩스서 비롯됐다.

단숨에
2대주주로

노루로지넷이 노루홀딩스 종속회사가 되기 전 3개년도 매출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노루홀딩스는 2014∼2016년 노루로지넷에 운반비 등의 명목으로 217억원, 235억원, 248억원을 지급했다. 당시 노루로지넷 매출액 전체서 74∼75%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노루홀딩스는 이후 노루로지넷 지분을 완전히 취득했다. 한 전무는 노루홀딩스 2대주주로 올라선 뒤 특별한 지분 매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매입 소식이 알려진 건 올해부터다.

그는 지난 3월27일과 30일 모두 1만5843주를 매입했으며 추가 매입은 그 다음달에도 계속됐다. 한 전무는 그달 10차례 노루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 취득한 지분은 모두 4만6496주로 집계됐다.

한 전무는 노루홀딩스 지분율을 3.28%서 3.75%로 높일 수 있었다.

한 회장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지만 그룹 내 위치는 공고하다. 한 전무는 경영 보폭을 차츰차츰 넓히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 전무는 노루그룹서 8개 계열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 노루 코일코팅 태국법인 ⓒ노루

한 전무는 국내 법인 ‘노루코일코팅’ ‘노루알앤씨’ ‘더기반’ ‘노루로지넷’ ‘디아이티’ 등에서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노루알앤씨에서는 비상근 이사를, 나머지 회사에서 상근 이사를 맡고 있다. 더기반과 디아이티에서는 대표이사로 근무 중이다.

해외 법인은 홍콩 노루홀딩스, 싱가포르 노루홀딩스, 노루 밀라노디자인스튜디오 등이다. 한 전무는 홍콩과 밀라노 법인서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 전무가 임원으로 있는 회사 중 주목받는 곳은 농업회사법인 더기반이다. 노루그룹은 더기반을 신성장동력의 산실로 낙점한 지 오래다. 동시에 노루그룹 후계자가 대표이사로 있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더기반은 종자 육종 및 육성연구 등 농생명업을 영위한다. 출범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를 받았는데 화학회사가 농생명 분야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노루그룹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노루홀딩스는 더기반 설립 이듬해인 2016년 아시아태평양 종자협회(APSA) 한국총회 개최를 앞두고 후원금 1억원을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한 회장은 “성공적인 개최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며 “더기반도 국내외 종자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룹 차원서 더기반을 지원하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실어준 셈이다.

노루그룹은 더기반을 장기적 관점서 이끌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규설 전 더기반 대표이사는 2016년 <한국농업신문>과의 인터뷰서 “한국서 지금 종자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종자는 어느 외국기업의 속국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라며 종자사업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단기간 승부를 보기 위해 농업에 진출하지 않았다”며 “노루는 70년간 화학 분야에만 집중했고,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생각해 다시 30년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실적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성적표만 놓고 봤을 때 더기반 실적은 초라하다. 2017∼2019년 회사 매출액은 13억원, 33억원, 71억원으로 수직상승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3년 연속 적자로 영업손실은 66억원, 78억원, 48억원으로 꾸준히 마이너스다. 순손실 역시 62억원, 86억원, 65억원 등에 그쳤다.

노루홀딩스와 경영진은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년 더기반을 지원했다. 노루홀딩스는 지난해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더기반에는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더기반은 이에 보답하듯 2018년 태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노루그룹은 더기반 외에도 ‘기반테크’라는 회사를 함께 키우고 있다. 기반테크 역시 농생명 분야서 뛰고 있다.

장남 회사
실적 부진

기반테크는 ‘노루기반’의 전신이다. 종자개발과 농산물, 농자재까지 유통·가공·판매한다. 그 외에 온실 설계 시공이나 첨단온실 IoT시스템 등을 다루기도 한다. 노루그룹은 기반테크가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 2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바 있다.

기반테크는 2014년, 더기반은 2015년 설립됐다. 노루홀딩스는 더기반과 기반테크가 설립되자 지분을 매입하며 종속회사로 편입시켰다. 그만큼 그룹 차원서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 신사업이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두 법인이 현재까지는 노루그룹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지주사 노루홀딩스는 계열사를 모두 종속회사로 뒀다. 즉, 모든 계열사 실적이 노루홀딩스에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눈길이 가는 건 노루홀딩스 실적 감소세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반면 그룹 전체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노루페인트는 크게 떨어지거나 뒤지지 않는다. 그룹 내 몇몇 계열사서 노루홀딩스 실적을 끌어 내릴 만한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노루홀딩스는 지난 201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337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5년 더기반과 기반테크가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노루홀딩스 영업이익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노루홀딩스 영업이익은 272억원, 227억원, 172억원, 10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오너 3세 그룹 지원 받아 신사업
계속되는 마이너스 흑자는 언제?

그룹 주력 매출처인 노루페인트 영업이익은 오히려 노루홀딩스를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노루페인트 영업이익은 306억원, 311억원, 277억원, 226억원, 291억원 등이었다.

같은 기간 더기반과 기반테크 순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기반의 경우 -3억원, -34억원, -65억원, -8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기반테크도 -13억원, -24억원, -46억원, -100억원으로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한 전무가 대표이사로 있는 더기반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392%에 달한다. 또 금융기관으로부터 시설 및 운영자금 대출 명목으로 지난해 기준 3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이 존재한다.

더기반은 오너 3세 한 전무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로 그룹서 결정한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회사 운영과 실적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더기반은 지난 2016년 경기도 안성에 농생명연구 연구단지를 설립해 둥지를 틀었다. 당시 연구단지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종자가 개발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 더기반 안성 연구단지 ⓒ노루

더기반은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더기반 육종&생명공학연구소’도 두고 있다. 세부적으로 육종연구소 7개팀, 생명공학센터 4개팀, 연구기획 및 지원 1개팀으로 구성돼있으며 인원은 모두 60명이다.

최근 3년간 더기반 연구개발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5억원, 46억원, 56억원 등으로 늘었다. 연구개발비 대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중 처음 10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은 각각 109.8%, 141.6%였다.

투자는 계속
실적 언제쯤?

노루그룹에선 더기반을 포함해 총 9개 계열사가 농생명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각 계열사들은 종자연구를 포함해 야채, 과일, 화훼 등을 생산·유통·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보통신기술 서비스업과 농업 관련 장비 개발 등을 담당한다.

신사업부문 전체 실적은 호전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노루홀딩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농생명부문은 지난해 대비 외부수익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늘었다. 외부수익은 5억8300만원, 영업이익은 78억원 정도 증가했다. 구조조정과 사업구도 재편에 따른 사업안정화 결과로 분석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루 오너 3세 이사회 출석률

한원석 전무는 노루홀딩스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사회 출석률은 임원들의 성실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진다.

지난해 한 전무의 이사회 출석률은 겨우 절반을 넘은 56%였다. 이사회 임원 가운데 가장 낮은 출석률이었다.

아버지인 한 회장이 기록한 70% 출석률보다 낮은 수치다. 지난해 노루홀딩스 사내·사외이사 평균 출석률 79%이었다. 한 전무는 노루홀딩스 2대주주다.

물론 한 전무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더기반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다만 한 전무가 불참할 당시 상정된 안건들은 신성장동력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 전무가 대표이사로 있는 더기반과 관련된 안건들도 꽤 있었다.

지난해 한 전무는 ▲더기반 일반대출 지급보증 제공 ▲기반테크 유상증자 ▲더기반 일반자금대출 연대보증 제공기간 연장 ▲더기반 운전자금대출 2건 지급보증 제공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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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