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제비·꽃뱀의 둥지 ‘카바레’ 묘연한 행방 추적

카바레 있던 자리에 ‘불법 성인무도장’ 똬리 틀었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70~80년대 흥했던 유흥업소 카바레의 흔적은 현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중장년층의 인기를 한몸에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바레는 전국적으로 20개 미만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 많던 카바레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일까? 그곳에서 종사하던 사람들, 카바레 영업이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업주들은 지금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을까. 그리고 21세기의 중장년들은 카바레를 대신해 어디에서 유흥의 꽃을 피우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 묘연한 행방을 추적해봤다.

약 20년 전, 그러니까 70-80년 3대 화류계하면 나이트클럽, 룸살롱, 전국에 춤바람을 몰고 온 카바레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나이트클럽과 룸살롱은 아직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카바레는 홀연히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특히 80년대 후반에는 강남의 궁전, 장안동의 무학성, 청량리의 자금성, 동대문의 동대문관광, 영등포의 카네기, 상계동의 워싱턴 등의 카바레들이 활개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장안의 어디에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카바레가 자리하고 있던 몇 백여 평의 부지는 대부분 나이트클럽이나 콜라텍 등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활개 치던 카바레
사라졌다?

어떤 이에 따르면 나이트클럽의 부킹문화가 붐이 일면서 자연스럽게 카바레의 행적이 사라지게 됐다고 하는데, 꽤 일리 있는 말로 들렸다.

“화류계에서 중요한 축이 여성고객이다. 카바레로 향하던 수많은 미시족과 여성들이 나이트클럽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바로 ‘부킹’이다. 미시들이 일상을 벗어나 성의 해방구, 속칭 ‘자유부인’이 되려면 오로지 카바레만이 성지였는데 그러기엔 폐단이 너무 많았다. 우선 춤을 배워야 하고 그러다 보니 춤 선생(일명 제비)을 만나 그들의 금전적 요구와 신체적 접촉 등의 불편한 요구사항 등을 들어줘야 했다. 하지만 나이트클럽에서는 웨이터는 물론이고 뭇남성들이 미시족들을 여왕처럼 모시기 때문에 카바레와 나이트클럽의 명암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바레의 몰락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젊은 시절에 화류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결혼 후 그 직종을 그만두고 업주로서 카바레만 4년 넘게 운영했다는 김모(63)씨의 주장에 따르면 막대한 세금과 수많은 불법변태영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카바레의 문이 닫혔다.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카바레는 유흥업소로 분류하고 있어 보통 총 매출액의 40%를 특소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으로 내고 있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이 크게 흥하면서 카바레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들은 거의 사라지고 오직 1만~2만원 정도의 입장료만 지불한 뒤 사교댄스를 추러 온 사람들로 붐비게 돼 수입이 쏠쏠하지 못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시는 술과 카바레에서 마시는 술값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총매출액의 40%의 막대한 세금 충당 못해 콜라텍·무도장으로
술 안 판다던 콜라텍, 쪽문 연결해 술 팔아 불법영업 버젓이

결국 카바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생계를 위해 돌파구로 찾은 것은 바로 성인콜라텍과 무도장. 콜라텍과 무도장은 각각 자유업과 신고체육시설업으로 분류돼있어 댄스는 가능하지만 주류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이 몰래 촬영한 동영상 사본을 보여주며 불법변태영업을 하는 업주들이 다반사라고 했다. 그 영상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김씨의 제보에 따라 취재에 나선 기자는 서울의 한 무도장을 찾았다. 그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는 ‘무00 무도장’은 손님이 많이 있을 피크 시간대(오후 12시~6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이 짝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꽤 어두운 실내와 야광조명들로 이뤄진 무도장 내부는 누가 무슨 짓을 해도 모를 정도였다. 무도장이라고 해서 단순히 밝은 조명 아래 사교댄스나 스포츠댄스를 가르쳐줄 줄 알았던 기자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간 순간이었다.

시끄럽지만 않을 뿐 칠흑같은 어둠 속 화려한 조명은 나이트클럽의 스테이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남성들은 소파 위에 앉아 있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어 춤을 권했다. 그 광경을 보고 문득 ‘마치 말로만 듣던 카바레의 제비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쯤 업소 여사장으로부터 약간의 충격적인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입장료는 여성만 받고 남성은 받지 않는다는 것.

불황에 업주들
불법변태업소로 전향


그랬다. 그곳에 있는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춤 선생(제비), 즉 무도장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었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밀착해 춤을 춘다. 자주 오는 사람들인 듯 박자하나, 스텝하나 틀리는 법이 없었다.

바로 앞에서 프로처럼 사교댄스를 추던 중년남녀는 서로의 몸이 밀착되거나 얼굴이 가까워질 때면 귀에 대고 뭔가를 속삭이기도 했다.

“유흥주점은 많아도 마땅히 스트레스를 풀며 놀 곳이 없다”는 한 여성의 말에 40~60대의 중장년들이 왜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년들의 야릇한 춤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던 기자에게 여사장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내게 “여기 온 거 보니까 결혼은 했을 텐데…. 아직 어리니까 이런 데 오지 마. 가정파탄난다. 애들 다 키우고 할 거 없고 심심할 때 한 40-50대 되면 와. 그때도 늦지 않아. 여기 온 사람들 죄다 나이 들고 외로워서 바람이나 쐬려고 오는 거니까. 여기 있으면 춤도 추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지 얼마나 좋아. 그때 오렴”이라고 당부했다.

여사장의 말을 듣고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할 때쯤 '매점·식당'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발견했다. 식당은 무도장 바로 옆에 쪽문식으로 연결돼 있었고 내부는 환했다. 그곳의 정체를 살피기 위해 들어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저 곳에서는 무엇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사장은 “사람들이 춤추다가 목마르거나 배고프면 맥주나 소주도 한 잔 마시고, 식사도 한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체육시설업으로 구분되는 무도장에서 버젓이 술을 팔다니. 이는 엄연한 불법이었다. 하지만 여사장은 주류판매가 불법인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몰랐어요”
단속 피하기 꼼수

취재가 끝나고 다음 날 기자는 김씨를 만나 불법변태영업의 실태를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카바레 불황이 닥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카바레를 하다가 불법변태업소인 성인콜라텍이나 무도장으로 업종을 바꾼 업주들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콜라텍·무도장 업주들이 주류를 팔지 않고 춤추는 스테이지만 관리한다면 자신도 이렇게 정부에 민원을 넣는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제에 대한 법적규제가 따로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의 허술한 현장단속과 무관심으로 음지에서는 불법영업이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

김씨가 기자에게 건넨 동영상자료를 다시 살펴보았다. 주부들이 대형 성인콜라텍으로 들어간 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러 개의 테이블이 있고 그들은 남성들이 자신의 손을 잡아주길 기다린다.
김씨는 ‘댄스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뒤로한 채 콜라텍 주위를 돌아다니며 불법으로 영업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았다.

콜라텍 맞은편에는 식당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들이 차례로 나열돼 있었고 음식과 주류를 팔고 있었다.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리낌 전혀 없이 당연하다는 듯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장면에 덧붙이며 “콜라텍 업주가 콜라텍만 운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바로 옆에 6-7개로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일반음식점도 분명히 콜라텍 업주와 동일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만약 구청 관계자가 콜라텍과 식당영업에 대한 단속을 한다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복도를 핑계로 각자 다른 영업을 하고 있다고 둘러대겠지만 그건 분명히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임에 틀림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업' 콜라텍 업주들, 1년 동안 세금 한 번 안내
불법 변태영업과 관련 법규 있지만 철저한 단속 미흡

또한 그는 “이들(콜라텍·무도장 업주)은 카바레에 비해 세금도 적고 내는 횟수도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없음에도 세금포탈을 일삼는다. 정직하게 세금내고 운영하는 카바레 업주들만 바보”라며 “이런 문제들로 인해 카바레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가 행정당국에 숱하게 넣었던 민원과 그 답변이 기재된 자료에 의하면 ‘콜라텍은 자유업으로써 손님이 춤을 추는 시설 등을 갖춘 형태의 영업으로 주류 판매가 허용되지 아니하다. 이러한 콜라텍에서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영업 또는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면 식품 위생법 37조에 의해 신고를 해야 하고 아니할 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행정당국의 안일한 단속체제와 더불어 불법변태업소의 단속에 관해서는 다른 부서들로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철저한 단속 없인
불법은 지속 된다

몇 년 전 자신도 성인 콜라텍을 운영하려고 했다던 김씨는 “막대한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세금내고 사는 국민인데 당당하지 못한 불법영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불법영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련 업주들은 이보다 더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중장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화류계의 꽃’ 카바레. 비록 지금은 퇴조된 유흥주점으로 전락해버렸지만 머지않아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화려하게 부활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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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