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사망꾼?’ 박명수 리스크

버라이어티만 나오면 미숙해지는 진행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개그맨 박명수가 주축이 돼 론칭한 MBC <끼리끼리>가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됐음에도 불구, 시청률 1∼2%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다수의 예능서 기량을 뽐낸 예능인들과 이수혁, 하승진과 같은 신예들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은 물론 진행의 롤을 맡은 박명수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 ▲▲ 사진제공=MBC

올해 1월, MBC <놀면 뭐하니?>서 라면 식당을 연 유재석을 김구라와 박명수가 찾은 적이 있다. 근황 토크 및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박명수는 MBC <끼리끼리>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김구라의 촉이 발동했다. “첫 화 시청률을 얼마나 보고 있나요. 3∼4% 보죠?”라고 물었고, 박명수는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내심 2%도 보고 있는 거냐”고 매서운 말을 이었다. 박명수는 “얼굴이, 맞을 입이다”며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김구라 촉

결과론적으로 김구라의 촉이 맞은 셈이다. 오히려 현실보다 후한 평가였다. 지난 1월26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첫 방송한 이후로 <끼리끼리>는 약 3개월 간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첫 방송이 2.1%로 시작해 3개월 동안 1∼2%를 오가고 있다. 심지어 요즘 ‘예능 치트키’라고 불리는 가수 임영웅과 영탁이 출연했음에도 2.8%(닐슨코리아)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5%대의 JTBC <뭉쳐야 찬다>가 TV조선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출연하자 10%를 넘었다. <끼리끼리> 종방 직후 방송되는 <복면가왕>이 10%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초라한 결과다. 

당초 <끼리끼리>는 기대가 있었다. 특히 출연 인물 면면이 화려하다. MBC <무한도전> 등을 통해 내공을 닦은 박명수와 최근 대세로 떠오른 장성규, 공개 코미디와 버라이어티 예능서 강렬한 웃음을 선사한 이용진과 강호동 사단의 에이스 은지원, tvN <더지니어스> 등에서 맹활약한 인피니티 성규 등이 출연한다. 

오랫 동안 웃음을 선보인 예능 선수들은 물론 신선한 얼굴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tvN <플레이어>서 매력을 뽐낸 모델 정혁과 첫 예능에 도전한 이수혁, 유튜브서 방송 재능을 선보인 하승진과 SBS <동상이몽>서 색다른 캐릭터로 인지도를 높인 인교진 등의 출연도 이목을 끌만한 요소다.

하지만 뚜껑을 연 <끼리끼리>는 과거로 회귀한 듯한 올드한 버라이어티 형식에, 한 곳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따로 노는 듯한 느낌, 이유 없이 줄곧 게임만 하는 이해되지 않는 구조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요소는 캐릭터의 부재와 줄기가 되는 스토리 라인이 없는 것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인 <런닝맨>의 경우 매주 바뀌는 게임 내에서, 이광수와 김종국, 송지효, 전소민, 지석진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멤버들은 그 롤에 맞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이전 방송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더 큰 웃음이 만들어지곤 했다. 이 역시 메인 MC가 적절히 분위기를 이끌면서 생겨나는 대목이다.

메인 MC가 패널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출연자가 그에 걸맞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캐릭터와 스토리가 생긴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구라와 같은 예능인들이 이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KBS2 <1박2일>이나 tvN <신서유기>도 비슷한 면이 드러났고, 장수 프로그램다운 성공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끼리끼리> 2% 시청률 ‘메인 부재’
보저적인 역할서 빛나 “MC는 과욕”

 

먼저 이러한 설정을 택한 제작진의 불찰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패널을 두 팀으로 만들어 각각 다른 게임을 한다는 설정 외엔 이들을 융합시키는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끼리끼리>의 또 하나의 문제는 메인 MC의 공백이다. 매번 다른 설정의 게임을 하다 보니 인물을 관찰할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이들의 특성을 명확히 잡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안 잡히니, 스토리가 제대로 구성될리 없다. 

특히 ‘늘끼리’ 팀(박명수·장성규·이수혁·은지원·김성규)으로 화면이 넘어갔을 때 지루함이 커진다. 메인 MC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박명수와 장성규가 있음에도, 진행 면에서 허점이 보인다. 출연자들이 한데 모이지 않아 어수선하다는 평가다.

피식 할 만한 파편화된 웃음은 있을지언정, 강력한 한 방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비록 환경이 좋지 못하다해도 충분히 메인 MC 역할은 잘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박명수는 그마저도 실패하는 그림이다. 매끄럽고 깔끔하게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 패널들조차 집중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는 MC가 패널을 이끌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온라인서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진다. 방송 내적으로는 ‘정신이 없다’는 평가가 많으며 박명수에 대해서는 ‘MC 면에서는 오래전에 실력이 탄로 났다’ 등의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박명수는 버라이어티 메인 MC 진행 부문에서 지속적인 실패를 반복했다.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지만, 진행 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함이 드러난다. 

비슷한 예가 지난 2010년 첫 방송해, 마니아층을 형성한 <뜨거운 형제들>이다. 순간순간 장면서 웃음은 상당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 <뜨거운 형제들>은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당시에도 메인 MC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방영되는 <끼리끼리>가 주는 재미는 <뜨거운 형제들>의 그것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예나 지금이나 박명수가 있었다. 박명수는 10년 전의 잘못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여전히 고정 패널이 다수 나오는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취약한 모습이다. 

여전히 그는 각종 방송서 사랑받는 예능인이다. KBS Cool FM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는 방송 때마다 관심을 받는 ‘핫’한 라디오며, TV조선 <아내의 맛>과 <미스터트롯>, tvN <더 짠내투어>, MBC 에브리원 <대한 외국인>도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각종 온라인서 높은 화제성을 띠고 있다.

최근 <놀면 뭐하니?>의 치킨 아이템에 출연해 유재석과 티격태격하는 장면 역시 그의 매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부 호불호가 있었지만, 그를 반기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박명수는 스튜디오 방송에 적합하다. 버라이어티의 경우 메인 MC보다는 보조의 위치에서 더욱 빛이 난다.

패널로 등장하는 <아내의 맛>과 <미스터트롯>에서는 기발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뺐었고, <대한 외국인>에서는 김용만의 안정적인 진행 옆에서 출연자들과 시너지를 내며 색다른 유머를 만든다. 여행을 설계할 때만 진행의 롤이 생기는 야외 버라이어티 <더 짠내투어>는 부담이 덜한 덕인지, 꾸준히 좋은 폼을 보인다. 특히 박나래와의 티키타카가 커다란 재미를 준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로 더 큰 매력을 보여줬다.

과욕

‘잘 맞는 옷’이 분명히 있는 박명수는 이미 오랫동안 기회를 얻었음에도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메인 MC까지 넘보는 건 과욕이 아닐까. 버라이어티 도전은 그의 훌륭한 업적에 생채기만 낼 뿐이다. 굳이 어울리지 않는 영역을 넘보지 않고, 스튜디오 위주의 영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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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