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사망꾼?’ 박명수 리스크

버라이어티만 나오면 미숙해지는 진행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개그맨 박명수가 주축이 돼 론칭한 MBC <끼리끼리>가 일요일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됐음에도 불구, 시청률 1∼2%의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다수의 예능서 기량을 뽐낸 예능인들과 이수혁, 하승진과 같은 신예들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3개월째 제자리 걸음이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은 물론 진행의 롤을 맡은 박명수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 ▲▲ 사진제공=MBC

올해 1월, MBC <놀면 뭐하니?>서 라면 식당을 연 유재석을 김구라와 박명수가 찾은 적이 있다. 근황 토크 및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박명수는 MBC <끼리끼리>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김구라의 촉이 발동했다. “첫 화 시청률을 얼마나 보고 있나요. 3∼4% 보죠?”라고 물었고, 박명수는 “첫 술에 배부르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내심 2%도 보고 있는 거냐”고 매서운 말을 이었다. 박명수는 “얼굴이, 맞을 입이다”며 웃음으로 상황을 넘겼다. 

김구라 촉

결과론적으로 김구라의 촉이 맞은 셈이다. 오히려 현실보다 후한 평가였다. 지난 1월26일 일요일 오후 5시에 첫 방송한 이후로 <끼리끼리>는 약 3개월 간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첫 방송이 2.1%로 시작해 3개월 동안 1∼2%를 오가고 있다. 심지어 요즘 ‘예능 치트키’라고 불리는 가수 임영웅과 영탁이 출연했음에도 2.8%(닐슨코리아)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5%대의 JTBC <뭉쳐야 찬다>가 TV조선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 출연하자 10%를 넘었다. <끼리끼리> 종방 직후 방송되는 <복면가왕>이 10%를 유지하고 있다. 주변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초라한 결과다. 

당초 <끼리끼리>는 기대가 있었다. 특히 출연 인물 면면이 화려하다. MBC <무한도전> 등을 통해 내공을 닦은 박명수와 최근 대세로 떠오른 장성규, 공개 코미디와 버라이어티 예능서 강렬한 웃음을 선사한 이용진과 강호동 사단의 에이스 은지원, tvN <더지니어스> 등에서 맹활약한 인피니티 성규 등이 출연한다. 


오랫 동안 웃음을 선보인 예능 선수들은 물론 신선한 얼굴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tvN <플레이어>서 매력을 뽐낸 모델 정혁과 첫 예능에 도전한 이수혁, 유튜브서 방송 재능을 선보인 하승진과 SBS <동상이몽>서 색다른 캐릭터로 인지도를 높인 인교진 등의 출연도 이목을 끌만한 요소다.

하지만 뚜껑을 연 <끼리끼리>는 과거로 회귀한 듯한 올드한 버라이어티 형식에, 한 곳에 어우러지지 못하고 따로따로 노는 듯한 느낌, 이유 없이 줄곧 게임만 하는 이해되지 않는 구조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요소는 캐릭터의 부재와 줄기가 되는 스토리 라인이 없는 것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인 <런닝맨>의 경우 매주 바뀌는 게임 내에서, 이광수와 김종국, 송지효, 전소민, 지석진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멤버들은 그 롤에 맞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이전 방송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더 큰 웃음이 만들어지곤 했다. 이 역시 메인 MC가 적절히 분위기를 이끌면서 생겨나는 대목이다.

메인 MC가 패널들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출연자가 그에 걸맞는 행동을 이어가면서 캐릭터와 스토리가 생긴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구라와 같은 예능인들이 이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KBS2 <1박2일>이나 tvN <신서유기>도 비슷한 면이 드러났고, 장수 프로그램다운 성공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끼리끼리> 2% 시청률 ‘메인 부재’
보저적인 역할서 빛나 “MC는 과욕”

 


먼저 이러한 설정을 택한 제작진의 불찰은 말할 것도 없다. 여러 패널을 두 팀으로 만들어 각각 다른 게임을 한다는 설정 외엔 이들을 융합시키는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끼리끼리>의 또 하나의 문제는 메인 MC의 공백이다. 매번 다른 설정의 게임을 하다 보니 인물을 관찰할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이들의 특성을 명확히 잡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특성이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안 잡히니, 스토리가 제대로 구성될리 없다. 

특히 ‘늘끼리’ 팀(박명수·장성규·이수혁·은지원·김성규)으로 화면이 넘어갔을 때 지루함이 커진다. 메인 MC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박명수와 장성규가 있음에도, 진행 면에서 허점이 보인다. 출연자들이 한데 모이지 않아 어수선하다는 평가다.

피식 할 만한 파편화된 웃음은 있을지언정, 강력한 한 방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비록 환경이 좋지 못하다해도 충분히 메인 MC 역할은 잘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박명수는 그마저도 실패하는 그림이다. 매끄럽고 깔끔하게 시선을 모으지 못한다. 패널들조차 집중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는 MC가 패널을 이끌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온라인서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진다. 방송 내적으로는 ‘정신이 없다’는 평가가 많으며 박명수에 대해서는 ‘MC 면에서는 오래전에 실력이 탄로 났다’ 등의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박명수는 버라이어티 메인 MC 진행 부문에서 지속적인 실패를 반복했다.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지만, 진행 면에서는 여전히 미숙함이 드러난다. 

비슷한 예가 지난 2010년 첫 방송해, 마니아층을 형성한 <뜨거운 형제들>이다. 순간순간 장면서 웃음은 상당했지만, 방향을 잡지 못한 <뜨거운 형제들>은 높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당시에도 메인 MC로서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방영되는 <끼리끼리>가 주는 재미는 <뜨거운 형제들>의 그것에도 크게 못 미친다. 

예나 지금이나 박명수가 있었다. 박명수는 10년 전의 잘못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여전히 고정 패널이 다수 나오는 버라이어티 부문에서 취약한 모습이다. 

여전히 그는 각종 방송서 사랑받는 예능인이다. KBS Cool FM 라디오 <박명수의 라디오쇼>는 방송 때마다 관심을 받는 ‘핫’한 라디오며, TV조선 <아내의 맛>과 <미스터트롯>, tvN <더 짠내투어>, MBC 에브리원 <대한 외국인>도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각종 온라인서 높은 화제성을 띠고 있다.

최근 <놀면 뭐하니?>의 치킨 아이템에 출연해 유재석과 티격태격하는 장면 역시 그의 매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일부 호불호가 있었지만, 그를 반기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과 그렇지 못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박명수는 스튜디오 방송에 적합하다. 버라이어티의 경우 메인 MC보다는 보조의 위치에서 더욱 빛이 난다.


패널로 등장하는 <아내의 맛>과 <미스터트롯>에서는 기발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뺐었고, <대한 외국인>에서는 김용만의 안정적인 진행 옆에서 출연자들과 시너지를 내며 색다른 유머를 만든다. 여행을 설계할 때만 진행의 롤이 생기는 야외 버라이어티 <더 짠내투어>는 부담이 덜한 덕인지, 꾸준히 좋은 폼을 보인다. 특히 박나래와의 티키타카가 커다란 재미를 준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 옆에서 보조하는 역할로 더 큰 매력을 보여줬다.

과욕

‘잘 맞는 옷’이 분명히 있는 박명수는 이미 오랫동안 기회를 얻었음에도 지속적인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메인 MC까지 넘보는 건 과욕이 아닐까. 버라이어티 도전은 그의 훌륭한 업적에 생채기만 낼 뿐이다. 굳이 어울리지 않는 영역을 넘보지 않고, 스튜디오 위주의 영리한 선택을 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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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