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격카드

라임 몸통 잡고 되치기 한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라임 사태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된 데 이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신병이 차례로 확보되면서 수사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는 터라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서 함께 도피생활 중이던 두 사람은 지난달 24일 경찰에 검거됐다.

5개월
도피생활

앞서 라임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부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지난달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과 이 전 부사장, 김 전 회장 등 라임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구제 문제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라임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했다가 2015년 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꿨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운용 자산규모가 59000억원을 넘어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임은 결국 환매중단을 결정하면서 피해 투자자를 대거 양산했다.

지난해 7월 라임이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대형증권사들을 끼고 상장사 전환사채(CB)를 장외업체와 편법으로 거래해 펀드 수익률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리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운용하며 회사 안팎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라임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청했지만 라임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원종준 라임 대표는 기자회견서 최근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고 결국 환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필·김봉현·청 전 행정관
핵심인물 구속으로 수사 속도↑

라임은 지난해 10국내 사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테티스 2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플루토 TF 1호 등 3개 모펀드와 157개 자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월에도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 인슈어드(모펀드)16개 자펀드(2949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중단 펀드는 모펀드 4개와 자펀드 173개로 늘어났고 금액 규모도 총 1667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조원에 달했던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환매중단 펀드 규모가 170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80%가량은 환매가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라임 운용 사모펀드는 232개이며, 순자산은 2902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723(22107억원)보다 66.3%(41205억원) 줄었다.
 

▲ 금융감독원 ⓒ문병희 기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라임의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 4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전 부사장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버스운송업체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경찰에 수사망에 올랐던 김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사라졌다.

핵심인물 두 명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금감원 간부 출신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등장으로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피해액만
1조6000억

김 전 행정관의 존재는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는 녹취록서 라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씨는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그가 금융당국의 검사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고 라임의 투자자산 매각을 돕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유흥업소서 어울렸으며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세 사람 외에도 검찰은 라임 사태에 가담한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한 상태다. 지난달 14일에는 라임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약 83억원을 챙긴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같은달 13일에는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0일에도 라임펀드의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상품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이 전 부사장의 공범인 김모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구속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라임 사태의 정확한 피해 규모나 범행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금융권에도
불똥 튈라

경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변호인 입회하에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조사는 11시간 넘게 강도 높게 이어졌다.

이 과정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 두 권을 압수했는데, 이 중 한 권에는 20페이지 분량으로 업무와 관련된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인사나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명단은 업무수첩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이 모두 검거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구속된 김 전 행정관과 김 전 회장, 이 전 부사장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검찰의 칼끝이 윗선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금융권은 이미 바짝 엎드린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실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집중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신한금융투자사와 대신증권, KB증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일각에선 21대 총선 이후 전방위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태 수사를 통해 반전을 꾀할 기회를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은 총선 직후부터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신라젠을 압수수색했다. 신라젠은 라임 사태 건과 유사하게 정관계 유력인사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다. 검찰은 총선 이후로 미뤄놨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재개했다.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앞으로 좀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질까
검찰 칼끝 더 ‘윗선’으로?

문제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서 유례없는 승리를 거뒀다. 지역구서만 과반(163) 의석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이 얻은 의석(17)과 합치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상태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의회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장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권한을 두고 합종연횡에 돌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초대 공수처장으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인사들이나 검사 출신 친문(친 문재인) 인사들이 거론된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전 차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바 있다.

공수처 자체가 검찰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누가 공수처장이 되든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검찰이 라임 사태나 신라젠 등의 수사를 서두르는 것도 7월 출범이 예정돼있는 공수처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이종필

또 이 과정서 윤 총장 흔들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실제 총선 이후부터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를 비롯,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은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재개했지만 친여 세력이 이를 무력화시키려 조국 대 검찰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참 징그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재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퇴 압박
한방 먹이나

진 전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첫 구절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만 저들은 님을 보내지 않았다조국은 갔지만 문제를 처리하는 조국 모델을 그대로 남아 정권을 향한 다른 수사 등에도 요긴히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개입 수사는 청와대 부서 전체가 연루돼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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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