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격카드

라임 몸통 잡고 되치기 한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라임 사태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된 데 이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신병이 차례로 확보되면서 수사 속도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있는 터라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를 두고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문병희 기자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달 25일 구속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경찰에 붙잡힌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서 함께 도피생활 중이던 두 사람은 지난달 24일 경찰에 검거됐다.

5개월
도피생활

앞서 라임 사태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간부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도 지난달 18일 구속됐다. 김 전 행정관과 이 전 부사장, 김 전 회장 등 라임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 구제 문제도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라임펀드를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은 2012년 투자 자문사로 시작했다가 2015년 펀드 운용사로 업종을 바꿨다.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 시점이다. 지난해 7월에는 운용 자산규모가 59000억원을 넘어 국내 1위 헤지펀드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임은 결국 환매중단을 결정하면서 피해 투자자를 대거 양산했다.

지난해 7월 라임이 펀드 수익률을 돌려막기 한다는 의혹이 한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대형증권사들을 끼고 상장사 전환사채(CB)를 장외업체와 편법으로 거래해 펀드 수익률을 관리해 왔다는 의혹이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돌리는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와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라임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서 이 전 부사장이 펀드를 운용하며 회사 안팎의 자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은 라임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환매를 요청했지만 라임은 지난해 10월 환매중단을 결정했다.

당시 원종준 라임 대표는 기자회견서 최근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주식으로 전환하려던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져 유동성 확보가 어렵게 됐고 결국 환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자닌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필·김봉현·청 전 행정관
핵심인물 구속으로 수사 속도↑

라임은 지난해 10국내 사모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FI D-1국내 메자닌에 주로 투자하는 테티스 2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플루토 TF 1호 등 3개 모펀드와 157개 자펀드의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월에도 무역금융 펀드 크레딧 인슈어드(모펀드)16개 자펀드(2949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했다. 환매중단 펀드는 모펀드 4개와 자펀드 173개로 늘어났고 금액 규모도 총 16679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6조원에 달했던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 규모는 2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환매중단 펀드 규모가 170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라임이 운용하는 펀드 자산의 80%가량은 환매가 안 되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라임 운용 사모펀드는 232개이며, 순자산은 2902억원이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723(22107억원)보다 66.3%(41205억원) 줄었다.
 

▲ 금융감독원 ⓒ문병희 기자

검찰은 지난해 10월 라임의 최대주주였던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 4명을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이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이 전 부사장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버스운송업체인 수원여객 횡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경찰에 수사망에 올랐던 김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사라졌다.

핵심인물 두 명이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달아나면서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금감원 간부 출신 김 전 청와대 행정관의 등장으로 다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년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다.

피해액만
1조6000억

김 전 행정관의 존재는 라임 펀드를 1조원 이상 판매한 대신증권 전 센터장 장모씨가 피해 투자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그는 녹취록서 라임 사태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장씨는 피해자에게 김 전 행정관의 명함을 보여주며 그가 금융당국의 검사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고 라임의 투자자산 매각을 돕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과 유흥업소서 어울렸으며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에게 직무상 취득한 정보나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세 사람 외에도 검찰은 라임 사태에 가담한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한 상태다. 지난달 14일에는 라임펀드 자금이 투입된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약 83억원을 챙긴 일당을 구속기소했다. 같은달 13일에는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운전기사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0일에도 라임펀드의 부실을 숨기고 투자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상품을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임모 전 본부장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고, 이 전 부사장의 공범인 김모 대체투자운용본부장도 구속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구속한 피의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라임 사태의 정확한 피해 규모나 범행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급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24일, 경찰은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금융권에도
불똥 튈라

경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변호인 입회하에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을 조사했다. 조사는 11시간 넘게 강도 높게 이어졌다.

이 과정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 두 권을 압수했는데, 이 중 한 권에는 20페이지 분량으로 업무와 관련된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 인사나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명단은 업무수첩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의 핵심인물이 모두 검거되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구속된 김 전 행정관과 김 전 회장, 이 전 부사장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면 검찰의 칼끝이 윗선까지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금융권은 이미 바짝 엎드린 상태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금감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실시한 데 이어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당국의 허술한 관리가 집중 타깃이 되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신한금융투자사와 대신증권, KB증권, 우리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일각에선 21대 총선 이후 전방위적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라임 사태 수사를 통해 반전을 꾀할 기회를 잡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윤석열 검찰은 총선 직후부터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들의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1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신라젠을 압수수색했다. 신라젠은 라임 사태 건과 유사하게 정관계 유력인사 연루설이 끊이지 않았던 사건이다. 검찰은 총선 이후로 미뤄놨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재개했다. ‘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는 앞으로 좀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관계 로비 의혹 밝혀질까
검찰 칼끝 더 ‘윗선’으로?

문제는 정치지형의 변화와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서 유례없는 승리를 거뒀다. 지역구서만 과반(163) 의석을 얻었고, 비례 위성정당이 얻은 의석(17)과 합치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상태다. 헌법을 고치는 일 빼고는 의회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손에 넣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집권여당의 총선 승리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당장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권한을 두고 합종연횡에 돌입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초대 공수처장으로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인사들이나 검사 출신 친문(친 문재인) 인사들이 거론된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 전 차관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관련 논란이 불거졌을 무렵 검찰 개혁을 강조했던 바 있다.

공수처 자체가 검찰 권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만큼 누가 공수처장이 되든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검찰이 라임 사태나 신라젠 등의 수사를 서두르는 것도 7월 출범이 예정돼있는 공수처 때문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 이종필

또 이 과정서 윤 총장 흔들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실제 총선 이후부터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선자를 비롯,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등은 선거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를 재개했지만 친여 세력이 이를 무력화시키려 조국 대 검찰프레임을 가동시키고 있다참 징그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재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퇴 압박
한방 먹이나

진 전 교수는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첫 구절을 인용하며 님은 갔지만 저들은 님을 보내지 않았다조국은 갔지만 문제를 처리하는 조국 모델을 그대로 남아 정권을 향한 다른 수사 등에도 요긴히 사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거개입 수사는 청와대 부서 전체가 연루돼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전방위적인 검찰 흔들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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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