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맞서 싸워라”…청춘에 던지는 응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영화 <파수꾼>은 기념비적인 독립영화다. 10대의 혼란과 방황을 내밀하게 풀어낸 <파수꾼>은 충무로를 강타했다. 배우들 전체가 신인에 가까웠던 이 영화로 윤성현 감독은 단숨에 실력파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신작을 내놨다. 제목은 <사냥의 시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개봉이 밀리다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 세계 팬들과 만나고 있다. 길고 긴 여정을 거쳐 자식 같은 작품을 선보인 윤성현 감독이 <사냥의 시간>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9년이나 지났다. <파수꾼>이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초히트를 쳤고, 윤성현 감독은 이내 새로운 작품을 연출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작은 좀처럼 밖에 나오지 못했다. 

9년 만에…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윤성현 감독은 9년이 걸린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 결과적으로 영화화까지 가지 못했다고 한다. 

“내 성격의 문제였던 것 같다. SF물을 준비했다. 그 이야기를 쓰면서도 영화로 제작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워낙 큰 규모의 영화였다. 정말 엄청 크다. 그러면 포기를 했어야 하는데, 한 번 칼을 뽑으면 뭐라도 베는 타입이라서 끝까지 했다. 그 무모한 도전을 하다 4∼5년을 허비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 <사냥의 시간>을 준비했고, 개봉까지 4년여가 걸렸다. 그렇게 9년이 지났다.” 

<사냥의 시간>도 4년이 걸렸다. 촉망받은 윤 감독이 공들여 만든 <사냥의 시간>에는 <파수꾼>으로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 이제훈, 박정민과 영화 <기생충>의 최우식, <족구왕>과 tvN <응답하라 1988>의 안재홍 등 충무로를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닌 30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울러 배우 조성하와 tvN <슬기로운 감방생활>로 인지도를 얻은 박해수도 나온다. 


출연 인물만으로도 이 영화는 2020년 최대 기대작이었다. 스스로를 두고 ‘운이 좋은 감독’이라고 칭했다. 

“캐스팅 과정서 나에게는 결정권이 없다. 투자사나 제작사에 그 결정권이 있다. 내 의견이 무조건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번에는 내가 가장 원했던대로 이뤄졌다. 네 명의 친구와 안타고니스트 역의 박해수까지, 내가 모두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조합이다.”

이제훈과 박정민, 안재홍, 최우식을 비롯해 박해수의 시너지는 어마어마하다. 배우들이 갖고 있는 힘이 모니터로부터 전달된다. 연기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하고의 작업은 행복했다. 존중을 기반으로 찍다 보니까 아무리 힘든 상황이 있고 도전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잘 넘길 수 있었다. 미술과 조명, 촬영, 연기 모두 내게는 도전이었다. 어려움 앞에서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줬다. 개인적으로 영광이었다.”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플롯을 지닌다. 3년 만에 뭉친 세 친구가 지옥 같은 한국을 벗어나 도박장을 터는 이야기다. 도박장을 털어 희망을 맛보지만, 이내 절망으로 치닫는다. 그 절망으로 이끄는 중심에는 악역 한(박해수 분)이 있다. 

마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와 같은 존재다. 쉽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든 쉽게 죽여버리는 괴이할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 생소한 존재로부터 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 

“지옥을 그리고 싶었다”
“행복했고 영광이었다”


“한은 단순한 인물을 넘어서서, 이 영화의 장르기도 하다. 감정이입을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줬다. 마치 터미네이터나 죠스 같은 존재다. 존재 이유를 파악할 수 없는 낯선 존재에서 오는 공포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안톤 시거의 경우 규칙이 분명했다. 죽는 인물과 죽지 않는 인물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그 규칙이 일정한 상황서 연달아 발생한다. 그래서 안톤 시거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한은 그렇게 이해되기엔 규칙이 빈약하다. 특히 준석(이제훈 분)을 놓아주는 부분에서 실망했다는 대중이 적지 않다.

“한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준석을 풀어주는 장면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한은 순수하게 사냥에 초점을 맞춘 인물이다. 여러 정보가 있었는데, 편집 과정서 많이 잘렸다. 사냥꾼들이 호랑이 사냥할 때와 토끼 사냥할 때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한도 그런 종류의 인물로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한에게 있어 준석은 호랑이 같은 존재였고, 그래서 사냥을 즐기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주요 인물들이 한으로부터 쫓기는 과정서의 서스펜스는 상당하다. 공간과 소리, 색감 등 다양한 부분서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순간 몰입도는 어마어마하다. 
 

▲ 윤성현 감독 ⓒ넷플릭스

“지옥도를 그리는 과정 속에서 우선 케이퍼적 요소를 선택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장르가 바뀌 서스펜스로 전환시키고, 막판 총격전이나 싸움은 서부극을 투영했다. 장르의 변화를 의도했고, 상황에 따른 목적성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지옥 같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횡행했는데, 그 부분에서 착안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시작할 때 지옥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아는 대다수가 지옥 같은 환경서 탈출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한다. 그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꼭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니지만, 나름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피하는 게 전부가 아닌, 맞서 싸울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엔딩서 그 메시지가 준석(이제훈 분)의 대사를 통해 드러난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 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공포 앞에서 준석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악의 중심과 맞서려 한다. 놀랍게도 영화는 악당을 처치하는 것도 아닌, 처치하러 가는 과정서 마무리를 짓는다. 사건을 매듭짓지 않고 끝낸다. 신선하지만, 허무함도 느껴진다. 일각에선 속편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용기

“속편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악당을 죽이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주인공이 악당을 죽여야 하는 게 상업 영화의 화법으로는 맞지만, 꼭 이 영화마저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매듭짓는 영화는 많으니 <사냥의 시간>마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용감한 결정이었는데, 흥미롭게 봐주시면 감사하고 무책임하다고 느낀다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