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귀르가즘’의 더 강력해진 <팬텀싱어3>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적으로 거리가 먼 성악을 비롯해 국악, 팝, 재즈 등을 오디션으로 이끈 JTBC <팬텀싱어3>가 3년 만에 방영 중이다. 앞선 <팬텀싱어> 시리즈는 엄청난 화제성과 우승자들이 타 프로그램 및 각종 행사서 활약하는 등 확장력을 보이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팬텀싱어3> 역시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막강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아울러 공정한 심사와 수준 높은 심사평, 힐링 되는 편집 등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JTBC 팬텀싱어 ⓒJTBC

<팬텀싱어3>는 매회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어디서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실격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심사위원들이 “방금 전의 무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엄청난 무대 뒤에 어마어마한 무대가 이어진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준비하는 것조차 잊고, 참가자들에게 홀려버린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청자들은 ‘고품격 귀르가즘’이라는 신조어로 <팬텀싱어3>를 평가한다.

힐링 오디션

<팬텀싱어3>는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선발하는 오디션이다. 성악과 뮤지컬, 팝페라를 비롯해 국악과 팝, 재즈 등 대중이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명망이 높은 참가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방영 전 김희정 PD는 “3년 만에 열리다 보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등 각지서 역대 최다 지원자가 참여했다. 다양한 장르의 보컬들이 듀엣, 트리오, 콰르텟을 결성하는 과정서, 어떤 K-크로스오버 그룹이 탄생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PD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간절함 가득한 실력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무대는 감동 그 자체다. 


먼저 전조에 전조를 더해 심사위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유채훈, 남태평양 피지서 와 우리말로 ‘첫사랑’을 불러 옥주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소코, 런던 로열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서 수 많은 국제 콩쿠르서 우승을 한 전력의 길병민, KBS1 <전국노래자랑>서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온라인서 ‘연어 장인’으로 불리는 이정권, 어리숙하고 수줍은 듯 행동하다가도 무대에 오르자 불꽃 같은 목소리를 선보인 박기훈까지, 1회에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이어 ‘피아노 치는 소리꾼’ 고영열과,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서 활둥 중인 존 노, 주요 콩쿠르서 길병민을 만나 패배했다는 구본수, <알라딘> 더빙판을 불러 화제를 모은 뮤지컬계의 신성 신재범, 안중근 열사가 재림한 듯 강렬함을 남긴 황건하 등도 이 중 누가 우승을 거머쥔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실력파들이다. 

합동 경연 무대에서도 <팬텀싱어3>는 차원이 다른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가사를 잊어버리며 탈락의 위기에 놓였으나 아름다운 저음으로 겨우 예선을 통과한 안동영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유채훈이 선보인 아이유의 ‘Love Poem(러브 포엠)’은 역대급 레전드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무대에 오른 상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다음 기회를 얻는 구조임에도, 유채훈은 무대 안팎서 안동영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까지도 엿볼 줄 아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심성과 음악이었다는 평가다. 본선 진출자 36명이 결정된 3회는 앞선 시리즈의 시청률을 넘어선 5.4%, 분당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참가자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기량서도 기인한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과 김이나 작사가, 김문정 음악 감독, 배우 옥주현, 성악가 손혜수, 피아니스트 지용으로 꾸려진 <팬텀싱어3> 심사위원진은 노래만을 통해 출연자의 간절함과 마음의 깊이까지 알아챌 정도로 고단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 눈물 뽑는 레전드 무대
가슴을 후비는 닫채로운 심사평


단순히 앎을 넘어서 시청자들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기발랄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심사평도 <팬텀싱어3>만의 매력이다.

“시공간을 넘어서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시켜줬다”(김문정), “‘러브 포엠’이라는 곡은 제일 불안한 밤에 꺼내 듣고 싶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나를 불안으로부터 해방해 준 목소리에게 점수를 더 드렸다”(김이나), “10원도 부족함이 없었다”(윤상), “영화 <파리넬리>서 귀족 여성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거 같다”(손혜수) 등 심사위원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다채로운 평가가 이어진다. 
 

▲ ⓒJTBC

최근 오디션서 공정성이 늘 시비가 붙었다. 대중을 설득하기 힘든 평가로 인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종영한 tvN <더블 캐스팅>에서는 <레미제라블> 속 자베르의 신념을 표현한 노현창이 2차 라운드서 탈락해 논란이 있었으며, 나현우가 매번 무대서 프로급 무대를 선보인 임규형을 제치고 우승한 것에도 반발이 컸다. 

TV조선 <미스터트롯>서 팬덤을 구축한 이찬원이 3등을 하는 과정서 230만의 무효표가 발생한 점은 신드롬 중 옥의 티로 남았다. 

이렇듯 오디션 내에서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프로그램의 성패와 직결된다. <팬텀싱어3>는 그러한 논란을 잠재우는 듯하다. 개인의 능력보다 동료들과의 하모니를 더욱 중시하는 <팬텀싱어3>의 철학과 심사가 적절히 맞닿아있다. 

개인 공연나 합동 경연에서의 심사가 설득력을 갖는다. 참가자가 왜 떨어지고, 붙어야만 하는지 설명이 분명하다. 비록 3회차이지만 공정성 측면서 논란이 될만한 요소가 없다. 

수많은 예선 참가자 중 차기 라운드로 올라간 참가자의 무대만 집중한 제작진의 선택도 <팬텀싱어3>의 질을 높인다. 실력이 뒤처지는 참가자들을 거세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사나운 심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냉정한 심사라는 이유로 아직 프로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픈 말을 가감 없이 하며 상처를 주는 심사평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팬텀싱어3>에선 그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려는 심사위원들의 인품과 제작진들의 영리한 판단이 돋보인다. 

영리한 판단

김희정 PD는 “제작진에도 모든 무대가 소중하다. 하지만 오디션서 평소에 비해 실력 발휘를 못하신 분들도 있다. 그럴 경우, 좋은 모습만을 남겨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 아래 그런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힐링 오디션’으로도 보는 이들의 얼마든지 마음을 뺏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팬텀싱어3>. 앞으로 얼마나 더 감격적인 무대와 재기발랄한 심사를 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설레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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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