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귀르가즘’의 더 강력해진 <팬텀싱어3>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적으로 거리가 먼 성악을 비롯해 국악, 팝, 재즈 등을 오디션으로 이끈 JTBC <팬텀싱어3>가 3년 만에 방영 중이다. 앞선 <팬텀싱어> 시리즈는 엄청난 화제성과 우승자들이 타 프로그램 및 각종 행사서 활약하는 등 확장력을 보이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팬텀싱어3> 역시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막강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아울러 공정한 심사와 수준 높은 심사평, 힐링 되는 편집 등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JTBC 팬텀싱어 ⓒJTBC

<팬텀싱어3>는 매회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어디서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실격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심사위원들이 “방금 전의 무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엄청난 무대 뒤에 어마어마한 무대가 이어진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준비하는 것조차 잊고, 참가자들에게 홀려버린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청자들은 ‘고품격 귀르가즘’이라는 신조어로 <팬텀싱어3>를 평가한다.

힐링 오디션

<팬텀싱어3>는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선발하는 오디션이다. 성악과 뮤지컬, 팝페라를 비롯해 국악과 팝, 재즈 등 대중이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명망이 높은 참가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방영 전 김희정 PD는 “3년 만에 열리다 보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등 각지서 역대 최다 지원자가 참여했다. 다양한 장르의 보컬들이 듀엣, 트리오, 콰르텟을 결성하는 과정서, 어떤 K-크로스오버 그룹이 탄생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PD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간절함 가득한 실력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무대는 감동 그 자체다. 


먼저 전조에 전조를 더해 심사위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유채훈, 남태평양 피지서 와 우리말로 ‘첫사랑’을 불러 옥주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소코, 런던 로열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서 수 많은 국제 콩쿠르서 우승을 한 전력의 길병민, KBS1 <전국노래자랑>서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온라인서 ‘연어 장인’으로 불리는 이정권, 어리숙하고 수줍은 듯 행동하다가도 무대에 오르자 불꽃 같은 목소리를 선보인 박기훈까지, 1회에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이어 ‘피아노 치는 소리꾼’ 고영열과,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서 활둥 중인 존 노, 주요 콩쿠르서 길병민을 만나 패배했다는 구본수, <알라딘> 더빙판을 불러 화제를 모은 뮤지컬계의 신성 신재범, 안중근 열사가 재림한 듯 강렬함을 남긴 황건하 등도 이 중 누가 우승을 거머쥔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실력파들이다. 

합동 경연 무대에서도 <팬텀싱어3>는 차원이 다른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가사를 잊어버리며 탈락의 위기에 놓였으나 아름다운 저음으로 겨우 예선을 통과한 안동영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유채훈이 선보인 아이유의 ‘Love Poem(러브 포엠)’은 역대급 레전드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무대에 오른 상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다음 기회를 얻는 구조임에도, 유채훈은 무대 안팎서 안동영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까지도 엿볼 줄 아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심성과 음악이었다는 평가다. 본선 진출자 36명이 결정된 3회는 앞선 시리즈의 시청률을 넘어선 5.4%, 분당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참가자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기량서도 기인한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과 김이나 작사가, 김문정 음악 감독, 배우 옥주현, 성악가 손혜수, 피아니스트 지용으로 꾸려진 <팬텀싱어3> 심사위원진은 노래만을 통해 출연자의 간절함과 마음의 깊이까지 알아챌 정도로 고단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 눈물 뽑는 레전드 무대
가슴을 후비는 닫채로운 심사평


단순히 앎을 넘어서 시청자들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기발랄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심사평도 <팬텀싱어3>만의 매력이다.

“시공간을 넘어서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시켜줬다”(김문정), “‘러브 포엠’이라는 곡은 제일 불안한 밤에 꺼내 듣고 싶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나를 불안으로부터 해방해 준 목소리에게 점수를 더 드렸다”(김이나), “10원도 부족함이 없었다”(윤상), “영화 <파리넬리>서 귀족 여성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거 같다”(손혜수) 등 심사위원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다채로운 평가가 이어진다. 
 

▲ ⓒJTBC

최근 오디션서 공정성이 늘 시비가 붙었다. 대중을 설득하기 힘든 평가로 인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종영한 tvN <더블 캐스팅>에서는 <레미제라블> 속 자베르의 신념을 표현한 노현창이 2차 라운드서 탈락해 논란이 있었으며, 나현우가 매번 무대서 프로급 무대를 선보인 임규형을 제치고 우승한 것에도 반발이 컸다. 

TV조선 <미스터트롯>서 팬덤을 구축한 이찬원이 3등을 하는 과정서 230만의 무효표가 발생한 점은 신드롬 중 옥의 티로 남았다. 

이렇듯 오디션 내에서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프로그램의 성패와 직결된다. <팬텀싱어3>는 그러한 논란을 잠재우는 듯하다. 개인의 능력보다 동료들과의 하모니를 더욱 중시하는 <팬텀싱어3>의 철학과 심사가 적절히 맞닿아있다. 

개인 공연나 합동 경연에서의 심사가 설득력을 갖는다. 참가자가 왜 떨어지고, 붙어야만 하는지 설명이 분명하다. 비록 3회차이지만 공정성 측면서 논란이 될만한 요소가 없다. 

수많은 예선 참가자 중 차기 라운드로 올라간 참가자의 무대만 집중한 제작진의 선택도 <팬텀싱어3>의 질을 높인다. 실력이 뒤처지는 참가자들을 거세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사나운 심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냉정한 심사라는 이유로 아직 프로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픈 말을 가감 없이 하며 상처를 주는 심사평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팬텀싱어3>에선 그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려는 심사위원들의 인품과 제작진들의 영리한 판단이 돋보인다. 

영리한 판단

김희정 PD는 “제작진에도 모든 무대가 소중하다. 하지만 오디션서 평소에 비해 실력 발휘를 못하신 분들도 있다. 그럴 경우, 좋은 모습만을 남겨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 아래 그런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힐링 오디션’으로도 보는 이들의 얼마든지 마음을 뺏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팬텀싱어3>. 앞으로 얼마나 더 감격적인 무대와 재기발랄한 심사를 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설레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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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