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격 귀르가즘’의 더 강력해진 <팬텀싱어3>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대중적으로 거리가 먼 성악을 비롯해 국악, 팝, 재즈 등을 오디션으로 이끈 JTBC <팬텀싱어3>가 3년 만에 방영 중이다. 앞선 <팬텀싱어> 시리즈는 엄청난 화제성과 우승자들이 타 프로그램 및 각종 행사서 활약하는 등 확장력을 보이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팬텀싱어3> 역시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막강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아울러 공정한 심사와 수준 높은 심사평, 힐링 되는 편집 등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JTBC 팬텀싱어 ⓒJTBC

<팬텀싱어3>는 매회 즐거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어디서 이런 놀라운 재능을 가진 실격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심사위원들이 “방금 전의 무대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엄청난 무대 뒤에 어마어마한 무대가 이어진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준비하는 것조차 잊고, 참가자들에게 홀려버린다. 심지어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청자들은 ‘고품격 귀르가즘’이라는 신조어로 <팬텀싱어3>를 평가한다.

힐링 오디션

<팬텀싱어3>는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을 선발하는 오디션이다. 성악과 뮤지컬, 팝페라를 비롯해 국악과 팝, 재즈 등 대중이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의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명망이 높은 참가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방영 전 김희정 PD는 “3년 만에 열리다 보니,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등 각지서 역대 최다 지원자가 참여했다. 다양한 장르의 보컬들이 듀엣, 트리오, 콰르텟을 결성하는 과정서, 어떤 K-크로스오버 그룹이 탄생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PD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간절함 가득한 실력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무대는 감동 그 자체다. 


먼저 전조에 전조를 더해 심사위원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유채훈, 남태평양 피지서 와 우리말로 ‘첫사랑’을 불러 옥주현을 눈물 흘리게 만든 소코, 런던 로열 오페라단 소속 가수로서 수 많은 국제 콩쿠르서 우승을 한 전력의 길병민, KBS1 <전국노래자랑>서 강산애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을 불러 온라인서 ‘연어 장인’으로 불리는 이정권, 어리숙하고 수줍은 듯 행동하다가도 무대에 오르자 불꽃 같은 목소리를 선보인 박기훈까지, 1회에 참가자들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었다. 

이어 ‘피아노 치는 소리꾼’ 고영열과, 뉴욕 예일대 오페라단서 활둥 중인 존 노, 주요 콩쿠르서 길병민을 만나 패배했다는 구본수, <알라딘> 더빙판을 불러 화제를 모은 뮤지컬계의 신성 신재범, 안중근 열사가 재림한 듯 강렬함을 남긴 황건하 등도 이 중 누가 우승을 거머쥔다고 해도 이견이 없을 실력파들이다. 

합동 경연 무대에서도 <팬텀싱어3>는 차원이 다른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가사를 잊어버리며 탈락의 위기에 놓였으나 아름다운 저음으로 겨우 예선을 통과한 안동영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유채훈이 선보인 아이유의 ‘Love Poem(러브 포엠)’은 역대급 레전드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같은 무대에 오른 상대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다음 기회를 얻는 구조임에도, 유채훈은 무대 안팎서 안동영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까지도 엿볼 줄 아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는 심성과 음악이었다는 평가다. 본선 진출자 36명이 결정된 3회는 앞선 시리즈의 시청률을 넘어선 5.4%, 분당 최고 시청률 6.7%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은 참가자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기량서도 기인한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상과 김이나 작사가, 김문정 음악 감독, 배우 옥주현, 성악가 손혜수, 피아니스트 지용으로 꾸려진 <팬텀싱어3> 심사위원진은 노래만을 통해 출연자의 간절함과 마음의 깊이까지 알아챌 정도로 고단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심사위원 눈물 뽑는 레전드 무대
가슴을 후비는 닫채로운 심사평


단순히 앎을 넘어서 시청자들이 직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기발랄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심사평도 <팬텀싱어3>만의 매력이다.

“시공간을 넘어서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시켜줬다”(김문정), “‘러브 포엠’이라는 곡은 제일 불안한 밤에 꺼내 듣고 싶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나를 불안으로부터 해방해 준 목소리에게 점수를 더 드렸다”(김이나), “10원도 부족함이 없었다”(윤상), “영화 <파리넬리>서 귀족 여성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거 같다”(손혜수) 등 심사위원마다 개성이 드러나는 다채로운 평가가 이어진다. 
 

▲ ⓒJTBC

최근 오디션서 공정성이 늘 시비가 붙었다. 대중을 설득하기 힘든 평가로 인해 프로그램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종영한 tvN <더블 캐스팅>에서는 <레미제라블> 속 자베르의 신념을 표현한 노현창이 2차 라운드서 탈락해 논란이 있었으며, 나현우가 매번 무대서 프로급 무대를 선보인 임규형을 제치고 우승한 것에도 반발이 컸다. 

TV조선 <미스터트롯>서 팬덤을 구축한 이찬원이 3등을 하는 과정서 230만의 무효표가 발생한 점은 신드롬 중 옥의 티로 남았다. 

이렇듯 오디션 내에서 심사위원들의 선택은 프로그램의 성패와 직결된다. <팬텀싱어3>는 그러한 논란을 잠재우는 듯하다. 개인의 능력보다 동료들과의 하모니를 더욱 중시하는 <팬텀싱어3>의 철학과 심사가 적절히 맞닿아있다. 

개인 공연나 합동 경연에서의 심사가 설득력을 갖는다. 참가자가 왜 떨어지고, 붙어야만 하는지 설명이 분명하다. 비록 3회차이지만 공정성 측면서 논란이 될만한 요소가 없다. 

수많은 예선 참가자 중 차기 라운드로 올라간 참가자의 무대만 집중한 제작진의 선택도 <팬텀싱어3>의 질을 높인다. 실력이 뒤처지는 참가자들을 거세하다 보니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사나운 심사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냉정한 심사라는 이유로 아직 프로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아픈 말을 가감 없이 하며 상처를 주는 심사평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나 <팬텀싱어3>에선 그런 모습이 비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려는 심사위원들의 인품과 제작진들의 영리한 판단이 돋보인다. 

영리한 판단

김희정 PD는 “제작진에도 모든 무대가 소중하다. 하지만 오디션서 평소에 비해 실력 발휘를 못하신 분들도 있다. 그럴 경우, 좋은 모습만을 남겨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판단 아래 그런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힐링 오디션’으로도 보는 이들의 얼마든지 마음을 뺏을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팬텀싱어3>. 앞으로 얼마나 더 감격적인 무대와 재기발랄한 심사를 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설레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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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