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경영’ 에넥스의 빛바랜 리더십

‘대량 실점’ 구원투수 박진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에넥스가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공격적인 외형 확장 전략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풀 꺾이면서 박진규 회장의 지난 10년의 노력마저 한순간 빛이 바랜 양상이다. 실적 개선이 이뤄져야 흠집 난 박 회장의 리더십이 재평가 받을 수 있다.
 

▲ 박진규 에넥스 회장과 박유채 명예회장

에넥스는 창업주 박유재 회장이 1971년 설립한 서일공업사에 뿌리를 둔 종합가구기업이다. 1992년 현재의 상호로 변경하면서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켰고, 1995년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거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잘나가던 에넥스에 한파가 도래한 건 2008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에넥스는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허덕였다. 이 무렵 에넥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박진규 회장이었다.

덩치만 키우더니

창업주의 장남인 박 회장은 충북 황간 공장서 근무를 시작하며 에넥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0년 에넥스 하이테크 대표이사를 거쳐 1998년 에넥스 부회장에 취임했고, 중국 법인장과 베트남 법인장 등을 지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2010년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에넥스가 한참 힘들던 시기였다. 2007년 7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렸던 에넥스는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7억6000만원,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휘청거렸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회장은 쇄신을 택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뜯어고치고 유통망 확대에 열을 올렸다. 가시적인 성과는 3년 후 나타났다. 대표이사 부임 첫해에 영업손실 115억원을 기록했던 에넥스는 박 회장 취임 3년 만인 2013년에 5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부터는 탄탄대로의 연속이었다. 에넥스의 외형적 성장은 눈부셨다. 연결기준 2014년 261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457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B2C의 비중을 늘린 에넥스는 유통망 확대에 집중했고, 주방가구·수납 패키지의 판매 향상과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회장 취임은 기존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물이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기존 부회장서 회장으로 명함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대신 부친인 창업주 박유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회사 측은 박 회장의 현장 경영 의지와 구조 재편을 통한 위기 극복 리더십에 주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 올리는 데 급급하더니 손실만 잔뜩
형편없는 내실…‘빈 수레’ 탈출구 있나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에넥스의 성장세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풀 꺾였다. 연결기준 지난해 에넥스의 매출은 전년대비 18.41% 감소한 3636억원에 그쳤다. 제품군과 상품군의 매출 동반하락이 눈에 띈다. 제품군 매출은 2018년 1325억원서 지난해 1090억원으로, 같은 기간 상품군 매출은 2876억원서 2352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매출 상승세가 한풀 꺾인 만큼 에넥스가 그간 취했던 외형적 성장 전략의 수정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에넥스는 박 회장 체제서 비약적인 매출 성장을 일궈냈지만 수익성은 매출과 정반대 행보였다.
 

2015년 연결기준 80억9400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부터 3년간 하향세가 이어지더니 지난해에는 28억3060만원 손실로 적자 전환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영업이익이 매출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률은 2016년 0.6%, 2017년 0.7%, 2018년 0.4%, 지난해 –0.5% 등 1%를 넘기는 것도 버거웠다.


비싼 값에 제품을 팔아봐야 실제로 남는 건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순이익 역시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2015년 84억6300만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던 순이익은 이듬해 18억6700만원으로 급감한 뒤부터 별다른 반등세를 나타내지 못했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적자 전환에 이르렀다. 순손실만 37억6500만원에 달했다.

혹독한 신고식

회장 취임 첫해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만큼, 박 회장 체제 순항을 위해서라도 사업 구조 변경과 수익성 제고는 필수가 돼버렸다. 박 회장이 B2C의 비중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에넥스서 사업 비중이 높은 B2B 부문은 건설사 수주사업인 탓에 매출은 컸지만, 수익성은 낮은 축에 속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