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대’ 드라마의 속사정

정해인도 안 먹히고, 박민영도 안 통하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 최대 수혜자는 넷플릭스’라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방에서 TV 등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가운데,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가입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은 이 유례없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 프라임 시간대에 0%대 시청률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으며, 3% 이하의 드라마도 즐비하다. 
 

▲ MBC 그 남자의 기억법 ⓒMBC

국내 방송사 드라마의 시청률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최악의 성적표 앞에서 고개 숙인 드라마도 적지 않다.

처참한 성적표

불륜과 복수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흡인력 있게 풀어내는 JTBC <부부의 세계>는 무려 시청률 20%(닐슨 코리아)에 달하고, 의사들 일상을 통해 힐링을 전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11%,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스릴러 장르인 SBS <아무도 모른다>는 10% 고지를 넘었다. <미스터 선샤인> <도깨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는 11.6%로 출발했다. 

네 편의 드라마는 시청률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서 화제성까지 붙잡으며, 4월 성적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에는 처참한 성적표다.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 면에서도 미흡하다.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4.5%)과 <그 남자의 기억법>(3.2%)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KBS2 <어서와>는 절망적이다. 특히 <어서와>는 지난 16일 방송된 15회분이 0.9%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국내 방송사를 통틀어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종전 지상파 드라마의 최저 시청률은 2018년 박시후·송지효 주연의 KBS2 <러블리 호러블리> 25회분이 1.0%, 2107년 김재중·유이 주연의 KBS2 <맨홀> 2회분이 1.4%였다. <어서와>가 그 기록을 깬 것. <어서와>의 16회분은 1.1%로 0.2%포인트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김소혜와 민도희 등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KBS2 <계약우정> 역시 1∼2%의 시청률을 오가다 종영했다. 8부작으로 시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시(詩)스터리’ 장르를 내세우는 등 실험적인 이야기로 도전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뚜렷한 성공작이 있는 CJ 계열 채널과 종편 채널서도 실패작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정해인과 채수빈의 <반의 반>은 2%로 출발해 1.1%까지 떨어졌으며, 박성웅과 최진혁의 OCN <루갈>과 서강준과 박민영의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역시 마의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지상파 프리미엄 없다”
무너진 KBS·MBC 성공가도 SBS 

이 드라마들은 오후 9시와 10시 프라임 시간대에 방영한 작품이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아무리 실패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3%는 기록했는데, 그 마지노선마저 무너진 셈이다. ‘지상파 위기론’이 수년 전부터 불거졌던 가운데, 성적표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드라마 왕국’으로 떠오른 tvN도 실패하는 드라마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청률이 낮은 드라마는 시청자 공감을 사지 못하며 대부분 혹평이 이어진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어서와>는 신선한 소재에도 불구, 원작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각색과 흡인력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은 초반부 스토리가 어려웠던 탓에, 처음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계약우정>은 주인공들의 면면이 상대적으로 약해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다.
 

▲ KBS 계약우정 ⓒKBS

<반의 반>은 주인공의 짝사랑 이야기가 납득하기 어려우며, 연쇄살인범을 쫓는 <메모리스트>는 등장하는 사건들이 너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헛발질만 해 답답함을 준다. 

드라마의 질적 하락 배경으로 방송사가 여전히 과거의 틀에 얽매인 채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드라마가 한 편의 오락물을 넘어서, 예술영상 콘텐츠로써 사회문화적 문제의 담론을 주도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영역으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미학적인 부분에만 의존해 내용적인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과거 90년대 한국영화는 오락물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위기를 느낀 제작자들이 영화의 수준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실패한 사람들은 도태됐고, 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며 “드라마도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 같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새로운 시선을 담는 등 예술의 본질에 근접하는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KBS와 MBC는 오래전부터 위기론이 대두됐는데, 여전히 안일해 보인다. CJ 계열 채널이나 JTBC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MBC와 KBS는 지난해에도 평일 드라마 부분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는 10%를 넘기는 드라마를 한 편도 제작하지 못했으며, KBS의 경우 <닥터 프리즈너>와 <동백꽃 필 무렵>만이 성공을 거뒀다. 

 “케이블·종편
고민 더 필요”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지속적인 매출 하락으로 인해 예산이 줄어들면서 드라마 투자 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C는 96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KBS는 재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2018년 585억원을 상회하는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CJ나 JTBC, SBS는 꾸준히 투자하면서 방송사 산하의 제작사를 통해 좋은 작가진과 연출진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MBC나 KBS는 그런 조직이 없다”며 “좋은 시나리오나 연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좋은 인력을 갖추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이 부분서 KBS와 MBC가 뒤처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JTBC &lt;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gt; ⓒJTBC

반면에 SBS는 꾸준히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VIP>를 시작으로, 올해만 하더라도 <스토브리그>와 <낭만닥터 김사부2> <하이에나> 등 세 편의 작품이 20%를 넘기거나 육박했다. 비교적 진입 장벽이 높은 미스터리 장르의 <아무도 모른다>마저 성공에 가깝다. 

지난해 월화드라마를 잠정 폐지한 SBS는 올해에는 수목드라마를 폐지하고 월화와 금토에 집중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더 좋은 수준의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 

또 올해 스튜디오 S를 설립하면서 신진과 중견급 작가들과 PD들을 배치하고 내부적으로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콘텐츠 개발 측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한다. 

선택과 집중

SBS 한 관계자는 “30년 동안 드라마를 제작한 드라마국의 노하우와 각종 공모전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기회를 준 점이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소통하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어, 중견 PD와 작가의 역량이 신인급 창작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며 “또 드라마 편수를 줄이면서 집중력을 높여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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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