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김정은 위중설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7 10:21:47
  • 호수 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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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생일에 사라진 위원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진실은 무엇일까. 국내외 복수의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위중설을 보도했다. 진실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여기에 더해 한미 당국의 발표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미국 내 매체들도 진실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김정은 위중설’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 최근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태양절을 맞아 북한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절 불참
“불경한 일”

태양절 행사는 지난 15일에 열렸다. 이날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로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다. 매년 열병식과 군중대회 등을 실시하며 성대하게 치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시작인 지난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태양절 참배를 거른 적이 없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에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7일 ‘김정은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불참과 건강이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과 같은 군주제적 스탈린주의 체제서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태양절 참배를 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후 건강이상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 전용병원 향산진료소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외신으로 확산됐고 건강이상설은 ‘위중설’로 진화했다. 미국 CNN은 지난 21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각한 위험(grave danger)’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 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도 밝혔다.

일본 언론도 합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의 권한 대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행→건강이상설→위중설 확산
가족력? 심혈관 시술 가능성도

한미일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에서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가 열렸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을 이유로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또 <요미우리>는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의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등이 악화돼 프랑스 의사단이 1월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 판문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손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이다. 속칭 ‘백두혈통’으로 통한다. 앞서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김 부부장이 함께 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내 2인자로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소식들은 평소 김 위원장이 보여준 건강과 관련한 징후와 더해져 주목받았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건강 문제는 주기적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당교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은 한 달여 동안 잠행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에도 위중설이 가능성 높게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팡이를 짚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이유는 발목의 낭종을 제거해서였다.

특히 심혈관 쪽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각각 1994년과 2011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외신 잇따라
와병설 보도

징후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지난 2018년 4월27일 당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수차례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의 체중이 꾸준히 늘어 130kg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 체제 급변 가능성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김정은 평전’인 <위대한 계승자>의 저자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보기에도 안 좋은 건강 상태’라며 ‘김정은의 키는 5피트7인치(약 170㎝)인데 몸무게는 300파운드(약 136kg)’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인 정 박 박사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나쁜 건강과 조기 사망 가능성은 북한에 관한 여러 잠재적 시나리오서 언제나 와일드카드였다’고 게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CNN 보도 직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원도 모처에 있는 특각(별장)에 머물며 주변 지역을 비공개로 현지 지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도 나왔다. 
 

▲ ▲▲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미국 정부의 발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서 김 위원장이 위독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런 보도들이 나왔는데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며 “나는 그(김 위원장)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만약 그가 언론 보도에서 말하는 종류의 상태에 있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 보도를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미 입장
미묘한 차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의 상태는 알지 못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국무부 청사 기자회견서 “나는 어떤 것도 더할 게 없다”며 “(트럼프)대통령이 지난 저녁에 말한 대로 우리는 그곳(북한)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지난 23일 “나는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문 기사를 계속 읽어왔고 읽고 있다”며 “나는 정보상으로 그런 것(김 위원장 건강 문제)들에 관해 확인하거나 부인할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특이 동향은 없다” “지방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등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모른다” “예의주시 중이다” 등 긍정도, 부정도 아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불씨는 국내 정치권에도 옮겨 붙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에 대한 보도가 외신에서 나왔음에도 북한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탈북자 출신의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 역시 지난 21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쯤 김 위원장이 심장·혈관 문제로 의사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최근 수술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북한이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코로나19 감염설까지…
‘평양 봉쇄설’ 언급도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취재진과 만나 “정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전해왔지만, 김정은의 신변에 뭔가 이상한 징후가 있지 않느냐는 판단”이라며 “여러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충분히 이상설을 제기할 만한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이 제기한 징후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지난 10일에 개최하기로 했다가 12일로 연기한 점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 ▲지난 15일 태양절에 참석하지 않은 점 ▲최근 평양이 완전 봉쇄된 점 등이다.

각종 해석까지 더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를 피해 평양이 아닌 원산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묘향산 인근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앞선 보도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원산 체류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자주 격리일 것”이라며 “경호원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돼 김 위원장이 경비태세에 불안함을 느낀 것이 원산행의 이유라는 정보가 흘러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측도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측근도 알기 힘들 정도로 북한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밀이다. 알 만한 사람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 부부장, 현송월·조용원 당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첩보인가
오보인가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그의 건강과 관련한 의구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보인 건강이상에 대한 징후와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다.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정보제공에 인색하며, 각 국가의 대북 정보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한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모른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의 ‘김정은 유고’ 시나리오

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고했을 때를 대비해 광범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폭스뉴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현재 불분명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광범위한 비상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북한 개입에 대처하는 계획이 그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해 체제가 흔들린다면, 기아에 허덕이던 주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탈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폭스뉴스>는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 체제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상계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자의 사망, 또는 내부 쿠데타 등 돌발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서 비상계획을 점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위중설이 불거지고 난 후 미 국방부 관계자가 비상계획을 언급한 점은 시점 상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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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