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김정은 위중설 미스터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7 10:21:47
  • 호수 12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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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생일에 사라진 위원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진실은 무엇일까. 국내외 복수의 매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위중설을 보도했다. 진실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여기에 더해 한미 당국의 발표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심지어 미국 내 매체들도 진실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일요시사>는 ‘김정은 위중설’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 최근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16일, 태양절을 맞아 북한 고위 간부들이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절 불참
“불경한 일”

태양절 행사는 지난 15일에 열렸다. 이날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생일로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다. 매년 열병식과 군중대회 등을 실시하며 성대하게 치른다. 김 위원장은 집권 시작인 지난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태양절 참배를 거른 적이 없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했다.

이에 ‘건강이상설’이 불거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17일 ‘김정은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불참과 건강이상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통해 ‘북한과 같은 군주제적 스탈린주의 체제서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태양절 참배를 했지만, 정작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참배하지 않는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후 건강이상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좀 더 구체적인 상황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평안북도 묘향산 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 전용병원 향산진료소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향산 특각(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외신으로 확산됐고 건강이상설은 ‘위중설’로 진화했다. 미국 CNN은 지난 21일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각한 위험(grave danger)’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 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도 밝혔다.

일본 언론도 합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2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의 권한 대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잠행→건강이상설→위중설 확산
가족력? 심혈관 시술 가능성도

한미일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에서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가 열렸을 때 김 위원장이 사망 등을 이유로 통치할 수 없게 될 경우 ‘권한을 모두 김여정에게 집중한다’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또 <요미우리>는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의 고혈압과 심장병, 당뇨병 등이 악화돼 프랑스 의사단이 1월 북한을 방문했다는 정보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 판문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 부부장은 김일성 주석의 손녀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이다. 속칭 ‘백두혈통’으로 통한다. 앞서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김 부부장이 함께 했다. 김 부부장은 북한 내 2인자로 김 위원장이 가장 신뢰하는 측근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소식들은 평소 김 위원장이 보여준 건강과 관련한 징후와 더해져 주목받았다. 2012년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건강 문제는 주기적으로 관심을 끌어왔다.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과 당교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은 한 달여 동안 잠행에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에도 위중설이 가능성 높게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팡이를 짚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이유는 발목의 낭종을 제거해서였다.

특히 심혈관 쪽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가족력이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각각 1994년과 2011년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외신 잇따라
와병설 보도

징후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지난 2018년 4월27일 당시, 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수차례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2016년 김 위원장의 체중이 꾸준히 늘어 130kg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북한 체제 급변 가능성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김정은 평전’인 <위대한 계승자>의 저자 애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보기에도 안 좋은 건강 상태’라며 ‘김정은의 키는 5피트7인치(약 170㎝)인데 몸무게는 300파운드(약 136kg)’라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 석좌인 정 박 박사도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위원장의 나쁜 건강과 조기 사망 가능성은 북한에 관한 여러 잠재적 시나리오서 언제나 와일드카드였다’고 게재했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청와대가 입을 열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CNN 보도 직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원도 모처에 있는 특각(별장)에 머물며 주변 지역을 비공개로 현지 지도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도 나왔다. 
 

▲ ▲▲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미국 정부의 발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백악관서 김 위원장이 위독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런 보도들이 나왔는데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모른다”며 “나는 그(김 위원장)가 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만약 그가 언론 보도에서 말하는 종류의 상태에 있다면 그건 매우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 보도를 많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미 입장
미묘한 차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김 위원장의 상태는 알지 못하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국무부 청사 기자회견서 “나는 어떤 것도 더할 게 없다”며 “(트럼프)대통령이 지난 저녁에 말한 대로 우리는 그곳(북한)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하이튼 미국 합참 차장은 지난 23일 “나는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문 기사를 계속 읽어왔고 읽고 있다”며 “나는 정보상으로 그런 것(김 위원장 건강 문제)들에 관해 확인하거나 부인할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 정부는 “특이 동향은 없다” “지방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등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모른다” “예의주시 중이다” 등 긍정도, 부정도 아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불씨는 국내 정치권에도 옮겨 붙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구민 당선인(서울 강남갑)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에 대한 보도가 외신에서 나왔음에도 북한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탈북자 출신의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 역시 지난 21일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쯤 김 위원장이 심장·혈관 문제로 의사가 필요한 상태였다”며 “최근 수술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 북한이 ‘섭정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코로나19 감염설까지…
‘평양 봉쇄설’ 언급도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취재진과 만나 “정부 당국자는 사실무근이라고 전해왔지만, 김정은의 신변에 뭔가 이상한 징후가 있지 않느냐는 판단”이라며 “여러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충분히 이상설을 제기할 만한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이 제기한 징후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지난 10일에 개최하기로 했다가 12일로 연기한 점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점 ▲지난 15일 태양절에 참석하지 않은 점 ▲최근 평양이 완전 봉쇄된 점 등이다.

각종 해석까지 더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를 피해 평양이 아닌 원산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묘향산 인근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는 앞선 보도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 ▲▲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도쿄신문>은 지난 23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원산 체류는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한)자주 격리일 것”이라며 “경호원들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발견돼 김 위원장이 경비태세에 불안함을 느낀 것이 원산행의 이유라는 정보가 흘러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측도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측근도 알기 힘들 정도로 북한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기밀이다. 알 만한 사람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와 여동생 김 부부장, 현송월·조용원 당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정도다. 이 때문에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는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복수의 북한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첩보인가
오보인가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그의 건강과 관련한 의구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보인 건강이상에 대한 징후와 북한의 폐쇄성 때문이다. 북한은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진위를 확인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만큼 북한은 정보제공에 인색하며, 각 국가의 대북 정보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수미 테리 전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한미 정보당국이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모른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의 ‘김정은 유고’ 시나리오

미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고했을 때를 대비해 광범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폭스뉴스>는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현재 불분명하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한 광범위한 비상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북한 개입에 대처하는 계획이 그 중 하나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해 체제가 흔들린다면, 기아에 허덕이던 주민들이 대거 중국으로 탈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폭스뉴스>는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 체제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상계획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자의 사망, 또는 내부 쿠데타 등 돌발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서 비상계획을 점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건강 위중설이 불거지고 난 후 미 국방부 관계자가 비상계획을 언급한 점은 시점 상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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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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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