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건설사 사망사고 공개

인부들 가장 많이 죽은 현장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건설현장 안전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2·3월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 공개’에 따르면 최근 2개월간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 중 현대건설, 계룡건설산업, 이테크건설, 태왕이앤씨 등 4개 회사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건설현장 사망 소식에 건설사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지난 2월과 3월 현대건설과 계룡건설, 이테크건설, 태왕이앤씨의 건설 현장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일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개 건설사 가운데 이들 4개 사의 건설 현장서 각각 1명씩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4개 사고

국토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에서는 2월20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지식산업센터 현장서 근로자가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의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7월1일 이후 4건의 사고로 근로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7월31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빗물 저류 배수시설 등 확장 공사 당시 수몰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졌고, 8월31일 이천-문경 중부내륙철도 건설공사 6공구와 서울 영등포구 신길9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 공사서 각각 1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상위 100개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7월부터 근로자 사망사고서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2∼3월 사망사고가 일어났던 건설사를 대상으로 5월부터 특별 집중점검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징벌적 현장점검’을 통해 건설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중대재해를 에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 현대건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1월16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 뒤 10대 건설사 건설현장서 처음으로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현대건설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문재인정부가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안전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개정법 시행 한 달 만에 안전사고가 발생한 현대건설이 본보기로 더욱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1위 불명예…국토부 ‘표적’될 수도
계룡건설·이테크건설도 각각 1명 사망자 발생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개정법이 시행되기 이틀 전인 1월14일 박동욱 사장을 비롯한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건설재해예방에 대형건설사가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사고가 일어난 뒤인 2월26일 안전관리자를 정규직으로 바꾸고 안전관리 투자비용을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관리 강화방안’을 내놨다.


안전인력 관리를 현대건설 본사 중심으로 일원화하고 모든 임직원의 안전의식 강화를 위해 최고 경영진이 주재하는 안전 관련 행사도 정기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그는 “앞으로 현대건설의 현장안전은 직접 책임지겠다”며 사고예방에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가 노동자의 안전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다산진건 공공주택지구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대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현대건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최악의 산업재해업체’에 뽑힐 가능성도 있다.

계룡건설산업에서는 2월8일 제주 서귀포성산 01BL 및 서귀포서홍 ABL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서 감전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룡건설산업에서는 지난해 8월22일 발생한 서울 도시철도 7호선 석남 연장선 공사 현장에 이어 또다시 근로자의 목숨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또 이테크건설에서는 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THE LIV 세종타워 지식산업센터 공사 현장서, 태왕이앤씨에서는 울산 KTX역세권 Cb3-2 오피스텔 신축 공사 현장서 각각 1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삼성물산,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HDC현대사업개발 등 대부분 10대 건설사 현장서 지난해 7월 이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지반침하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2·3월 전국 105개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진행한 결과 112건의 위법사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발주자가 시공자에게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품질관리비와 안전관리비의 일부를 주지 않는 등 발주자의 위법사항 7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10m 이상 굴착공사의 안전관리계획이 누락된 현장, 흙막이 가시설 안정성이 불량한 곳 등 11건에 대해서도 벌점을 부과할 예정이다.

줄줄이 적발

국토부 김현미 장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집중 점검하는 ‘징벌적 현장 점검’을 꾸준히 실시해 업계가 선제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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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