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이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창업전략

‘넛지’를 아십니까?

4·15총선은 진보 진영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제 닥쳐올 프랜차이즈 업계의 위기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맹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법안이나 정책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 창업 실패율이 높은 국내 현실상 창업 실패를 막고자 하는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이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창업자가 안정적인 수익으로 창업 성공률을 높여주는 방책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넛지(nudge)’ 프랜차이즈가 그 해결 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넛지(nudge)’는 201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이 공저한 <넛지(Nudge)>란 책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론이다. 원래는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나아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란 의미로, 금지와 명령이 아닌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는 듯한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 넛지다.

부드러운 개입

넛지는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지만 유연하고 비강제적으로 접근해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에 바탕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강제하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가맹점 창업 조건은 제각각이다. 가령 가맹비가 무료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그 폭이 넓고, 인테리어비 등 초기부담금 역시 천차만별이다. 또한 본사에서 받아야 하는 식자재 필수품목의 본사 마진율도 회사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 창업자들은 어떤 기준에 따라 본사를 선택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많고, 부실 본사의 알량한 말에 현혹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나은 선택 하도록 유도
선택의 자유 침해하지 않아


또한 이런 본사들을 믿지 못한 나머지 독립창업을 하는 창업자 역시, 정확한 정보 부재에서 오는 직관만으로 반짝 유행하는 업종에 현혹돼 창업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창업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 바로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입구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창업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가이드하고, 그 기준을 제시하는 넛지 프랜차이즈다. 

창업 초기부터 고객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가심비와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내놓는 데 가장 중점을 둬야 한다. 고객 만족도가 높아야 재방문이 이뤄지고 그러한 점포는 외부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인간은 언제든지 비합리적인 직관과 편견에 의해 이탈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들을 계속 붙들어놓기 위해 겸손하고 또 겸손하면서 신제품 출시로 고객 만족에 온 신경을 써야 한다. 

이처럼 고객의 행복한 소비를 유도하는 가맹본부는 강요 대신 자발적인 선택을 하도록 넛지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가맹본부는 코로나19의 국가적 재난으로 창업시장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요즘에도 매출이 줄지 않고 불황을 모르는 업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질이 타인의 자본으로 자기의 브랜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해 맛과 기술력으로 급성장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는 프랜차이즈 사업이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마지막 남아 있는 신분상승의 사다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누구나 쉽게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경쟁이 심하고 빈틈과 거품이 많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과거의 사업 방식은 완전히 잊어야 한다. 

특히 처음부터 광고를 통한 무리한 사업 전개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된다. 직영점부터 열어서 최소 1년 이상 운영을 한 후 정말 자신감이 생겼을 때 가맹점을 모집해야 한다. 창업 초기에는 가맹점을 하나하나 개설할 때마다 반드시 그 가맹점 매출을 본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가맹점을 모집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느린 사업전개 방식은 본사가 재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재무 건전성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자본력이 약한 본사는 직영점 운영을 통한 영업이익으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무리 없이 가맹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창업자의 마음은 나약하고, 갈대처럼 흔들린다. 대부분 현명한 선택을 하지 못하고 유행에 현혹되고 부실 프랜차이즈의 꾐에 넘어간다. 때론 대대적인 광고나 창업박람회에 의한 강요로 창업자 자신과 맞지 않는 업종을 선택하기도 한다. 넛지 프랜차이즈는 이들 창업자들이 똑똑한 선택을 하도록 부드럽게 개입한다.

가맹점 모집 광고를 적절히 해야 한다. 자영업에 내몰리는 국내 창업시장 현실상 과다한 모집광고는 정보가 부족한 창업자들에 대한 강요행위가 될 수 있다. 넛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올바른 선택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과대한 가맹점 모집 광고로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심어주는 대신, 땀 흘려 일하는 보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에 회사 역량을 쏟아 붓는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가맹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가맹본부가 창업 초기부터 완벽한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하다. 


완벽한 시스템

가맹점 모집 광고를 하지 않으니 비용이 절감된다. 그 혜택은 고스란히 가맹점 창업자들에 돌아간다. 창업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포입지에 대한 매뉴얼 설계도 까다롭고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입지조건이 좋지 않은 점포에 입점하는 가맹점 창업자의 잘못된 선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넛지 프랜차이즈는 창업자들이 더 나은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창업환경을 잘 설계해 놓고, 가맹점 창업 희망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가맹점이 증가하는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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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