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들린 예측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1:34:28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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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 탔나’ 말하는 족족 적중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선거철이면 으레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선거 판세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번 4·15 총선서 놀라운 예측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다. 
 

▲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유튜브

선거 기간만 되면 많은 정치부 기자·정치평론가·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총선 판세를 분석한다. 기자의 경우 여의도 정치판세를 ‘감’으로 판단해 편협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고, 여론조사 전문가는 수치에 능하나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종편에 등장하는 정치평론가는 대부분 당직자, 교수 출신으로, 분석력은 있지만 정당 공천에 기웃거려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다.

방송사보다 
정확한 전망

윈지코리아는 ‘공공정책·정치컨설팅 그룹’이라는 이름을 걸고 여론조사·선거전략·정책 자문을 하는 전문회사다. 선거 분석·예측의 정확도가 곧 회사의 신용이고, 이는 곧 회사의 수입이자 명운이다. 정파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니 보다 객관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5일 열린 21대 총선의 승자는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표는 유튜브 ‘김용민TV’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에서 과감한 예측과 높은 적중도로 일약 총선 스타로 떠올랐다. 

날카로운 분석과 다양한 정보원이 박 대표의 기반이다. 선거 판세를 작두를 탄 듯 척척 맞히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박 대표를 두고 선거 전문가, 믿고 보는 갓(god)시영이라는 칭호마저 얻었다. 


박 대표는 투표 전날인 14일, 김용민TV에 출연해 “서울만 치면 미래통합당은 5∼6석 정도 예상된다. 이번 선거서 통합당은 10석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울 최대 격전지 중 초박빙으로 예상되는 곳은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와 미래통합당 배현진 후보가 붙은 서울 송파을이다. 또 서울 강남을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와 미래통합당 박진 후보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동갑에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강동갑은 민주당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초박빙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재 진선미 후보가 조금 앞서고 있지만 장담하기는 힘들다.(두 후보 간의 격차는) 깻잎 한 장 차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울 49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41석, 미래통합당이 8석을 차지하며 박 대표의 예언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또 박 대표는 강남벨트에선 지역구마다 다르지만 통합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 앞선 지역구는 ‘강남벨트’와 용산을 포함한 8곳뿐이었다. 

박 대표의 예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서울 동작을 후보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도 박빙은 맞다. 박빙 상태서 (이수진 후보가)약간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 금천구에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후보, 서울 관악구을에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후보는 당선”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유튜브 고정출연…선거 판세 분석
접점지역·의석수 등 오차범위 적어


실제로 이 후보는 6만1407표(52.1%)로 5만3025표(45.0%)를 얻은 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박 대표의 말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최 후보와 정 후보도 당선되며 박 대표는 족집게 도사 같은 모습을 선보였다. 

한 커뮤니티에 격****는 “최재성 박빙 리드 말고는 선거 결과랑 완벽히 일치하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타****는 “진짜 족집게네요. 개별 지역구도 거의 다 맞힘”이라고 놀라워했다.

당선뿐 아니라 박 대표는 투표율까지 적중했다. 박 대표는 제21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66%라고 예측했다. 박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율 3시 현재 56.5%. 시간대별 투표율 증가 추이를 볼 때 66% 내외일 듯”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예상한 대로 보수층들도 최대한 결집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위시해 투표 독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사전투표율이 26%이면 4년 전(12%)과 비교해서 14%가 높은 것”이라며 “현장 투표율은 지난 20대 수준으로 알고 있는데, 그 수준(58%)이라면 최종 투표율이 70%가 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용민TV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서 “최종투표율은 개인적으로 60% 초반인 61∼62%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율의 증가세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가 치러진 국가서 실제 투표율이 대략 44% 정도 나왔다”며 “20대 총선 때보다 3%포인트 정도 투표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투표율을 정확히 맞힌 건 박 대표 뿐이었다. 

지난 15일 방송 3사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서도 개표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역시 박 대표는 김용민TV서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인력과 자본이 투입된 방송국과 포털사이트보다도 총선 결과를 발 빠르게 방송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인터넷 카페·커뮤니티서 박 대표의 이름이 선거 당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언급됐다. 투표율과 의석수를 모두 맞혔고, 또 접전지 중 이긴다고 한 의석 수 모두 당선자를 예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개표방송 중 주요 접전지에 연락 후 현장을 파악하며 방송3사 출구조사보다 더 빠른 속보를 내기도 했다.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박 대표의 전화기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박시영의 눈’은 제작비 4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표는 방송 도중에 “SBS 방송을 왜 보느냐, 우리가 한 시간 전 한 얘기를 지금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투표율마저
딱 맞혔다

이와 관련해 한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훌**은 ‘이분 2008총선, 2010지방선거, 2016총선, 2017대통령선거, 2018지방선거 모두 근사치로 맞혔습니다’라며 놀라워했, 오**은 ‘어제 봤는데 이분, 방송보다 1시간에서 2시간 빠름’, 노***은 ‘지역구 무슨 동에 유권자 성향까지 꿰고 있음’ 등의 다양한 글들을 올렸다.

1968년 전북 전주서 태어난 박 대표는 1988년 건국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1995년 광진구청장 선거 참모로 뛰면서 실전 선거를 처음 체험했다. 이후 구청서 근무하다 벤처사업을 하기도 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사모’에 참여해 2002년 국민경선단 대책위 공동위원장, 노사모 사무총장으로 ‘100만 서포터스 희망돼지 사업’을 기획하기도 했다.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부국장을 거쳐 탄핵 후폭풍으로 17대 총선 승리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 청와대에 들어가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국장)으로 3년간 근무했다. 여론조사비서관실은 각종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미지·민심 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신설한 조직이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로서 총선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협회선거서 전략과 캠페인을 자문하며 승리를 이끈 경험이 많다.

당시 박 대표는 여론조사를 주 3회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론조사 업체와 함께 설문지를 만들고, 결과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일을 3년 동안 한 것이 지금 여론조사와 그 결과의 분석 노하우를 체득한 계기가 됐다.

청와대를 나온 2009년 그는 선배와 함께 정치 컨설팅회사 윈지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그때까지 여의도 정치컨설팅은 과거 정치공학적 시각에 머물고,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컨설팅이 난무했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과학적 여론조사에 기초한 정치·정책 컨설팅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5년 7월 팟캐스트에 초대된다. 당시 윈지코리아 부대표였던 그는 ‘정봉주의 전국구’에 매주 출연해 화제가 될 만한 이슈를 여론조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박 대표가 출연한 코너 ‘알찍’은 알고 찍자는 뜻으로, 여론조사 비용 때문에 매회 제작비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방송이라고 한다.

2016년 새누리당 과반 붕괴를 예측해 유명세를 얻었고,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문재인·이재명·안희정 후보의 득표율을 거의 1%대 오차로 적중시켰다. 이 여세를 몰아 2017년 대선서 민주당 정치컨설팅 업체로 참여해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런 배경으로 윈지코리아는 청와대·서울시·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과 선거·정책자문에 응하고 있다. 심지어 변호사협회장이나 한의사협회·치과협회장 선거도 컨설팅하고 있다.

여론 전문가
작가 겸업도

대부분 정치컨설팅 회사는 선거 때 잠깐 활동하다 사라지지만, 윈지코리아의 경우 이런 광범위한 컨설팅 때문에 20여명 직원 모두 정규직이다. 관계자·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토론을 400∼500그룹이나 진행한 정치컨설팅기관은 윈지코리아밖에 없다고 박 대표는 자부했다. 

일각에선 박 대표가 민주당 출신이기 때문에 여론조사나 분석 등이 여당 편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선 “있을 수 있는 지적으로 늘 긴장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보되, 수치 이면의 살아 있는 언어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했지만 앞으로 2∼3명의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2016년 12월26일,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 김지연 칸타퍼블릭 부사장과 함께 <19대 대통령>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들의 토론 형식으로 구성됐으며,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민심, 주요 화두 그리고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의 집권 전략을 분석하고 대선 결과를 예측했다.

김지연 부사장은 여론조사 데이터를 중심으로 중립적 입장서 토론의 진행을 맡았다. 박시영 대표는 진보 정권에 참여했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진보적 시각서 이슈를 바라보고 진보의 승리 방정식에 대해 고민했다. 이상일 대표는 보수 정권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보수진영이 재집권 계획을 꿈꾼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개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 박시영 윈저코리아 대표 ⓒKBS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 대선에 대한 기획 여론조사를 먼저 진행했다. 대선에 대한 일반적 사안부터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 대선주자들에 대한 평가와 인식, 전망까지 가능한 다양한 각도서 대선 민심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그 분석을 토대로 각자의 해석을 곁들여 보수진영의 입장, 진보진영의 입장을 고민해 보고 토론을 이어갔다. 

지난달 16일에는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진로와 직업탐색을 위한 잡프러포즈 31번째 시리즈로 자질이 있는 사람을 정치에 입문시키는 일부터 정치인의 이미지 관리와 정치 현안에 대한 메시지 자문이 담겨있다. 선거철이 되면 사진, 이름, 기호가 쓰인 선거 포스터가 곳곳에 붙는다. 후보마다 슬로건이 다 다른 이유와 후보 특성에 맞는 슬로건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책 속에 담겼다. 

여론조사비서관실 행정관 3년 근무
청소년 위해 정치컨설턴트 책 출간

박 대표는 자신의 SNS에 “정치컨설턴트로 성장하려면 전략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전략리서치 이해를 높이고 주장할 논거 역시 탄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로와 직업 탐색을 고민하는 청소년들과 대학생을 비롯해 20∼30세대를 위한 책으로 정치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앞으로도 유망하고 재미있는 직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선거컨설팅 실전 사례들을 많이 다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책을 구성했다. 정치와 선거 입문서의 성격도 염두에 두고 쓴 만큼, 정치에 관심 많은 40∼50대 독자가 읽어봐도 괜찮을 듯 싶다”고 홍보했다.

지난 3월에는 공천 과정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박 대표가 자사의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한 유승희 의원과 박우섭 예비후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것.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갑 경선서 탈락한 유 의원은 이날 국회서 열린 긴급집담회서 당의 공천 과정을 성토하면서 “윈지코리아와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후보들을 위한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인천 미추홀 경선서 패한 박우섭 예비후보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최대한 인내해왔으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유승희, 박우섭 두 분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두 지역 모두 윈지(코리아)는 당 적합도 조사 및 경선 조사를 진행한 바 없다. 어느 조사기관이 수행했는 지 뻔히 알 수 있음에도 궤변을 일삼고 있다. 낡은 정치행태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 당시 박 대표는 “내년 있을 총선 핵심변수로 저는 가짜뉴스가 1번인 거 같다. 최근에 이와 관련해 카카오톡이나 밴드로 가짜뉴스를 얼마나 받았냐하는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가짜뉴스를 받는 국민이 15~20%가 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며 그걸(가짜뉴스를) 사실이라고 판단하느냐 물었을 때 절반 정도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분석한 적도 있다. 

“몸 추스르고
방송 줄인다”

선거가 끝난 16일 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섭외가 들어오고 있으나 지금보다 줄이고자 한다. 몸을 추스르는 게 먼저고, 본업이 방송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시영의 눈>은 내일이 마지막 고별방송”이라고 밝혔다.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방송활동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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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