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 소방대원들의 사투 일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0:41:34
  • 호수 12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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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도 막을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업들은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시스템로 이번 사태에 대응 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바로 소방대원들이다. <일요시사>는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는 소방대원들의 ‘고군분투’ 기록을 추적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다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9일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00여일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서만 1만67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지난 20일 0시 기준).

고군분투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요청에 다수의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화답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확진자 수 증가세가 절정에 달했던 3월 초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에 동참할 수 없는 직업군이 존재한다. 소방대원이 그중 하나다. 소방대원들은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서 싸우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 13일 자정을 기준으로 발표한 ‘119소방안전 활동 상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9종합상황실에는 총 55만95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중 구급상황이 42만2253건으로 가장 많았다(화재 1만1809건, 구조 7만5758건, 생활안전 4만9695건). 전체 건수 대비 약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수송한 인원만 43만76명에 이른다.
 

▲ 코로나바이러스 ⓒ질병관리본부

119구급대가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는 지난 1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2만6109건이다. 소방대원이 호송하는 코로나19 의심환자 중 약 30∼40%가 확진 판정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고글과 의료용 마스크, 보호복, 덧신, 장갑 등을 입고 하루에만 평균 3∼5명의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에도 현장서 맹활약했다.

소방청은 지난 2월 대구·경북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4차례의 동원령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 전국의 소방당국서 차출된 구급차만 147대(전국 구급차의 9.3%)였으며, 구급대원 294명이 대구·경북으로 집결했다. 개중에는 자원자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확진자를 전국의 다른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수행했다.

코로나19 격리자의 투표를 돕는 일도 소방대원들의 몫이었다.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15일, 소방청은 격리자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이송 요청을 받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감염병 전담구급대를 파견해 투표장까지 이송시켰다.

의심 신고에 출동 3만건 육박
대원 89명 격리…대구가 최다

소방대원들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지난 2월 대구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 3명을 시작으로, 지난 13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소방대원 수는 총 7명(대구 6명, 서울 1명)이다. 이들 7명은 지난 10일 모두 완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첫 소방대원 확진자가 나온 지 49일 만이었다. 그러나 1명이 이틀 뒤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확 늘어난다. 의심·확진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소방대원은 지난 1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89명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경북 16명, 경기 12명, 충남 4명, 서울·강원 각 3명, 대전·충북·전북 각 2명, 경남·제주 각 1명이다.

소방대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에도 나섰다. 지난 8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자발적 모금으로 9200만원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본부를 비롯해 산하 24개 소방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소방학교, 특수구조단, 청와대 소방대 등 본부의 모든 부서가 모금에 동참했다.
 

▲ 코로나바이러스

강원도 소방본부도 성금 3231만3000원을 기부했다. 이 역시 자발적 모금이었다. 성금은 지난달 27일 사회복지모금공동회로 전달됐다.

김동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당시 “소중한 성금으로 코로나19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 외에도 각 지역의 소방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있다.

사회는 이들 소방대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지역 소방서에 손 편지와 마스크 등을 기부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 소방대원들은 이렇게 기부 받은 마스크를 다시 사회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기업과 단체도 나섰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는 지난 1일, 지역 소방대원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맥도날드는 소방대원들에게 식사권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자양강장제를, 한샘은 침구류와 방역용 제독제 등을 지원했다.

위험 노출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대원의 노고를 치하했다. 지방직이었던 소방대원 5만2516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던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방화복이 아니라 방호복을 입은 소방관들의 모습을 전국 곳곳 방역의 현장마다 볼 수 있다”며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에 국가가 답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또 다른 위협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사태로 원활하지 않은 일상생활에 놓이게 되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심리적 이상 증세를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다.

최근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코로나 블루 증세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성인남녀 3903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하고 지난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4.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응답자 중 58.4%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20대 54.7%, 40대 51.5%, 50대 이상 44.8%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62.3%로, 41.4%인 남성보다 약 20%포인트가 높았다.

조사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고립, 외출자제로 인한 답답함, 지루함’(22.9%), ‘야외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13.4%), ‘주변사람들의 재채기 또는 재난문자로 인한 건강 염려증’(11.7%), ‘소통단절서 오는 무기력함’(11.4%) 등을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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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