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00일> 소방대원들의 사투 일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20 10:41:34
  • 호수 1267호
  • 댓글 0개

“감염도 막을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업들은 재택근무 및 원격근무시스템로 이번 사태에 대응 하고 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바로 소방대원들이다. <일요시사>는 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는 소방대원들의 ‘고군분투’ 기록을 추적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러다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월9일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100여일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국내서만 1만67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지난 20일 0시 기준).

고군분투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대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요청에 다수의 기업들은 재택근무로 화답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확진자 수 증가세가 절정에 달했던 3월 초 이후, 신규 확진자 수는 꾸준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에 동참할 수 없는 직업군이 존재한다. 소방대원이 그중 하나다. 소방대원들은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서 싸우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 13일 자정을 기준으로 발표한 ‘119소방안전 활동 상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9종합상황실에는 총 55만951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그중 구급상황이 42만2253건으로 가장 많았다(화재 1만1809건, 구조 7만5758건, 생활안전 4만9695건). 전체 건수 대비 약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수송한 인원만 43만76명에 이른다.
 

▲ 코로나바이러스 ⓒ질병관리본부

119구급대가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출동한 건수는 지난 1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2만6109건이다. 소방대원이 호송하는 코로나19 의심환자 중 약 30∼40%가 확진 판정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고글과 의료용 마스크, 보호복, 덧신, 장갑 등을 입고 하루에만 평균 3∼5명의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대구·경북 코로나19 확산 사태 당시에도 현장서 맹활약했다.

소방청은 지난 2월 대구·경북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자 4차례의 동원령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 전국의 소방당국서 차출된 구급차만 147대(전국 구급차의 9.3%)였으며, 구급대원 294명이 대구·경북으로 집결했다. 개중에는 자원자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확진자를 전국의 다른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일을 수행했다.

코로나19 격리자의 투표를 돕는 일도 소방대원들의 몫이었다. 제21대 총선 투표일인 지난 15일, 소방청은 격리자 가운데 관할 지자체의 이송 요청을 받은,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감염병 전담구급대를 파견해 투표장까지 이송시켰다.

의심 신고에 출동 3만건 육박
대원 89명 격리…대구가 최다

소방대원들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지난 2월 대구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 3명을 시작으로, 지난 13일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소방대원 수는 총 7명(대구 6명, 서울 1명)이다. 이들 7명은 지난 10일 모두 완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첫 소방대원 확진자가 나온 지 49일 만이었다. 그러나 1명이 이틀 뒤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확 늘어난다. 의심·확진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인 소방대원은 지난 1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89명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경북 16명, 경기 12명, 충남 4명, 서울·강원 각 3명, 대전·충북·전북 각 2명, 경남·제주 각 1명이다.

소방대원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에도 나섰다. 지난 8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자발적 모금으로 9200만원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본부를 비롯해 산하 24개 소방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소방학교, 특수구조단, 청와대 소방대 등 본부의 모든 부서가 모금에 동참했다.
 

▲ 코로나바이러스

강원도 소방본부도 성금 3231만3000원을 기부했다. 이 역시 자발적 모금이었다. 성금은 지난달 27일 사회복지모금공동회로 전달됐다.

김동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당시 “소중한 성금으로 코로나19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 외에도 각 지역의 소방대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있다.

사회는 이들 소방대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이 지역 소방서에 손 편지와 마스크 등을 기부하는 일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 소방대원들은 이렇게 기부 받은 마스크를 다시 사회취약계층에 전달하고 있다.

기업과 단체도 나섰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북지회는 지난 1일, 지역 소방대원들을 위한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맥도날드는 소방대원들에게 식사권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자양강장제를, 한샘은 침구류와 방역용 제독제 등을 지원했다.

위험 노출

문재인 대통령은 소방대원의 노고를 치하했다. 지방직이었던 소방대원 5만2516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됐던 지난 1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방화복이 아니라 방호복을 입은 소방관들의 모습을 전국 곳곳 방역의 현장마다 볼 수 있다”며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에 국가가 답한 것”이라고 격려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또 다른 위협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 사태로 원활하지 않은 일상생활에 놓이게 되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심리적 이상 증세를 느끼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다.

최근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이 같은 코로나 블루 증세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콜이 성인남녀 3903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하고 지난 1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4.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 응답자 중 58.4%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20대 54.7%, 40대 51.5%, 50대 이상 44.8%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62.3%로, 41.4%인 남성보다 약 20%포인트가 높았다.

조사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고립, 외출자제로 인한 답답함, 지루함’(22.9%), ‘야외활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13.4%), ‘주변사람들의 재채기 또는 재난문자로 인한 건강 염려증’(11.7%), ‘소통단절서 오는 무기력함’(11.4%) 등을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았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