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⑨‘아슬아슬’ 외줄 타는 당선인들

될 때까지 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번 총선의 대외적 분위기는 코로나19 여파 탓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다만 선거전은 여느 때만큼 치열했다. 당선인을 둘러싼 고소·고발을 보면 그렇다. 견제 차원서 발생한 변죽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후폭풍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선인들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서울 종로)·고민정(서울 광진을)·안민석(경기 오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1대 총선 당선인 90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배용원)는 총선 당일인 지난 15일 자정 기준 당선인 94명이 입건됐고, 불기소 처분 4명을 제외한 90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10월15일까지다.

당선 90명
검찰 수사

4·15총선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서울 종로구였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가 정치 1번지서 격돌했다.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었다. 이 당선인은 황교안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 당선인은 대권에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황 후보자는 대표직 사퇴와 함께 대권무대서 멀어졌다.

이 당선인은 총선 하루 전 황 후보자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비즈조선>은 이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종로 낙원상가 근처 소재의 한 라이브 재즈카페서 상인회 주민들과 간담회를 주최했고, 상인회가 식음료값 전액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황 후보자는 통합당 김연호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을 통해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 단장은 “종로 구민 수십 명을 모아놓고 제3자 기부행위제한에 관한 선거법 제115조와 제257조를 위반해 고발장을 접수하러 출석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257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당선인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 허윤정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해당 모임은 ‘종로인문학당 정례회의’로 인문학회 회원들이 친목을 위해 정례적으로 마련하는 자리”라며 “이 당선인이 주최했단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진흙탕 선거전고소고발 난무
초선부터 중진까지 예외 없어

이어 “상인회가 모임 찻값을 대납할 리가 없다”며 “식음료값은 인문학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고, 통상 월말 지출을 했기에 아직 지출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는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였다. 민주당 고민정 당선인은 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개표 막판까지 다투며 진땀승을 거뒀다. 다만 고 당선인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 당선인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광진구 선관위는 선거 하루 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 고 당선인과 선거사무장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와 동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앞서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한 바 있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문제는 고 당선인의 공보물이었다. 공보물에는 주민자치위원인 상인회장의 사진과 고 당선인을 지지하는 발언이 실려 있다. 통합당 측은 현행법상 주민자치위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데다가 지지 발언 자체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실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당선인과 접전을 펼쳤던 오 후보자도 투표 당일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유권자들이 해당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반면 고 당선인은 같은 날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도 수사 의뢰에 대한 질문에 답을 피했다.

선관위 조사
속속 검 의뢰

여당 출신 중진 의원들도 고발을 피해가진 못했다. 민주당 안민석 당선인은 경기도 오산시에 출마해 통합당 최윤희 후보를 넘었다. 안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경기도 오산서만 내리 5선에 등극하게 됐다.

지난 14일 최 후보자 측은 안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미성년자 연예인을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 후보자 측에 따르면 안 당선인은 지난 12일 경기 오산시 오색시장과 오산천 등지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리틀 싸이’로 활동 중인 황모군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90분가량 벌였다는 것이다. 당시 황군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안민석 파이팅”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미성년자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안 당선인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안 당선인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황군은 지난 12일, 안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가수 남진을 보러 현장에 온 것일 뿐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4선 고지를 넘은 민주당 윤호중 당선인도 선거 과정서 고발을 당했다. 윤 당선인은 경기 구리시에 출마해 통합당 나태근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 당선인은 16대 총선부터 해당 지역에 내리 출사표를 던지며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슬픔을 번갈아 맞았다.
 

▲ ▲ (사진 왼쪽부터)고소·고발전에 휘말린 김기현(울산 남구을)·김정재(경북 포항북)·박대출(경남 진주갑) 미래통합당 당선인

지난 13일 나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관련해 윤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의정부지검에 접수했다. 나 후보 측은 윤 당선인의 선거공보물을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공보물 중 ‘구리 발전 예산 1조3000억원’서 ‘구리∼안성 고속도로 건설 9648억원 확보’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원래 명칭은 구리∼안성고속도로가 아닌 세종~포천 고속도로고, 확보했다는 예산은 구리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나 후보 측은 “세종∼포천 구간 총 158㎞서 구리시와 관련된 구간은 구리한강대교-남구리IC에 이르는 약1㎞로 실제 이곳의 공사비는 61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포함된 세부 사업”이라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은 9648억원에 달해 허위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리 관련 예산이 61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하는 고덕대교(가칭) 14공구 사업예산만 2020년 예산을 포함해 1712억원이 집행되고 있으며 2021년 이후에도 188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은 나 후보와 선대본부를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형법 제156조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이후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전망되는 까닭이다.

허위사실 등
종류도 다양

통합당 당선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기현 울산광역시 남구을 당선인도 고발을 당했다.

민주당 김영문 후보는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0일, 김 후보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서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제 250조 2항, 제 251조, 형법 156조에 따라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유포, 무고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합당 울산시당은 지난 2일, 김 후보에 대해 지지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진 것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김 후보를 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콩나물국밥집을 방문해 당원들과 식사했고 각자 밥값을 계산했다”며 “CCTV 등 관련 증거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울산시당은 김영문 후보의 맞고발에 “선관위가 조사해 검찰에 고발할 정도면 엄중한 사안”이라며 “제3자 기부행위는 공정선거를 해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포항지역을 석권한 김정재 당선인과 김병욱 당선인도 나란히 고발을 당했다. 임종백 포항흥해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김정재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2017년 포항지진을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며 “이는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미래통합당 김태흠·이명수 당선인

이어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하자 그제서야 세월호법을 베낀 알맹이 없는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인이 지열발전소 운영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다는 내용과 민주당은 포항지진특별법을 절대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등의 주장도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했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되긴 됐는데 뒤가 찜찜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서 경북 포항시북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해당 지역서 재선에 성공했다.

포항시 남구울릉군에 출마해 당선된 김병욱 의원도 한 지역 시민에 의해 포항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당했다. 지역 시민은 지난 6일 “김 당선인이 예비후보 선거 기간 중 유권자들에게 SNS를 통해 보낸 내용에 ‘13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직을 수행했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서 경력이 부풀려진 것을 확인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당선인 측은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할 경우 자신을 보좌관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 당선인도 국회의원 사무실서 일한 경력 전체를 보면 13년이 넘는다. 일부 문구가 실수로 누락된 것이지 경력을 고의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3선에 성공한 경남 진주갑 박대출 당선인은 무소속 김유군 후보에 의해 고소됐다. 김 후보는 지난 10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박 당선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날 김 후보는 “지난 3월22일 통합당 진주당 디지털위원장이며 박 당선인 캠프서 일한다고 밝힌 정인태 전 경남도의원이 사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며 “정 전 도의원은 박 당선인이 직접 전화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며 문자를 받기 6분 전 박 당선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지난 7일 박 당선인이 TV토론회서 ‘그 후보(김유근)를 알지 못한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아무런 인연 관계도 없다.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화를 하고, 어떻게 사퇴를 종용하는가’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경쟁자인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낙선시키고자 한 것으로 선거법서 강력하게 금지하는 엄중한 선거법 위반사항”이라며 “박 당선인의 허위사실 공표는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에 법정서 다툴 여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2라운드?
후유증 우려

지난 13일에는 민주노총진주지역지부와 진주시농민회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 전 ‘후보 사퇴를 종용한 진주갑 통합당 박대출 후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고, 김 후보 문제와 관련해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 측은 네거티브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 허위사실 유포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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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