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⑨‘아슬아슬’ 외줄 타는 당선인들

될 때까지 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번 총선의 대외적 분위기는 코로나19 여파 탓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다만 선거전은 여느 때만큼 치열했다. 당선인을 둘러싼 고소·고발을 보면 그렇다. 견제 차원서 발생한 변죽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후폭풍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선인들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서울 종로)·고민정(서울 광진을)·안민석(경기 오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1대 총선 당선인 90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배용원)는 총선 당일인 지난 15일 자정 기준 당선인 94명이 입건됐고, 불기소 처분 4명을 제외한 90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10월15일까지다.

당선 90명
검찰 수사

4·15총선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서울 종로구였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가 정치 1번지서 격돌했다.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었다. 이 당선인은 황교안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 당선인은 대권에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황 후보자는 대표직 사퇴와 함께 대권무대서 멀어졌다.

이 당선인은 총선 하루 전 황 후보자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비즈조선>은 이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종로 낙원상가 근처 소재의 한 라이브 재즈카페서 상인회 주민들과 간담회를 주최했고, 상인회가 식음료값 전액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황 후보자는 통합당 김연호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을 통해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 단장은 “종로 구민 수십 명을 모아놓고 제3자 기부행위제한에 관한 선거법 제115조와 제257조를 위반해 고발장을 접수하러 출석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257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당선인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 허윤정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해당 모임은 ‘종로인문학당 정례회의’로 인문학회 회원들이 친목을 위해 정례적으로 마련하는 자리”라며 “이 당선인이 주최했단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진흙탕 선거전고소고발 난무
초선부터 중진까지 예외 없어

이어 “상인회가 모임 찻값을 대납할 리가 없다”며 “식음료값은 인문학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고, 통상 월말 지출을 했기에 아직 지출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는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였다. 민주당 고민정 당선인은 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개표 막판까지 다투며 진땀승을 거뒀다. 다만 고 당선인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 당선인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광진구 선관위는 선거 하루 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 고 당선인과 선거사무장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와 동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앞서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한 바 있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문제는 고 당선인의 공보물이었다. 공보물에는 주민자치위원인 상인회장의 사진과 고 당선인을 지지하는 발언이 실려 있다. 통합당 측은 현행법상 주민자치위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데다가 지지 발언 자체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실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당선인과 접전을 펼쳤던 오 후보자도 투표 당일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유권자들이 해당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반면 고 당선인은 같은 날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도 수사 의뢰에 대한 질문에 답을 피했다.

선관위 조사
속속 검 의뢰

여당 출신 중진 의원들도 고발을 피해가진 못했다. 민주당 안민석 당선인은 경기도 오산시에 출마해 통합당 최윤희 후보를 넘었다. 안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경기도 오산서만 내리 5선에 등극하게 됐다.

지난 14일 최 후보자 측은 안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미성년자 연예인을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 후보자 측에 따르면 안 당선인은 지난 12일 경기 오산시 오색시장과 오산천 등지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리틀 싸이’로 활동 중인 황모군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90분가량 벌였다는 것이다. 당시 황군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안민석 파이팅”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미성년자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안 당선인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안 당선인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황군은 지난 12일, 안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가수 남진을 보러 현장에 온 것일 뿐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4선 고지를 넘은 민주당 윤호중 당선인도 선거 과정서 고발을 당했다. 윤 당선인은 경기 구리시에 출마해 통합당 나태근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 당선인은 16대 총선부터 해당 지역에 내리 출사표를 던지며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슬픔을 번갈아 맞았다.
 

▲ ▲ (사진 왼쪽부터)고소·고발전에 휘말린 김기현(울산 남구을)·김정재(경북 포항북)·박대출(경남 진주갑) 미래통합당 당선인

지난 13일 나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관련해 윤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의정부지검에 접수했다. 나 후보 측은 윤 당선인의 선거공보물을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공보물 중 ‘구리 발전 예산 1조3000억원’서 ‘구리∼안성 고속도로 건설 9648억원 확보’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원래 명칭은 구리∼안성고속도로가 아닌 세종~포천 고속도로고, 확보했다는 예산은 구리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나 후보 측은 “세종∼포천 구간 총 158㎞서 구리시와 관련된 구간은 구리한강대교-남구리IC에 이르는 약1㎞로 실제 이곳의 공사비는 61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포함된 세부 사업”이라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은 9648억원에 달해 허위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리 관련 예산이 61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하는 고덕대교(가칭) 14공구 사업예산만 2020년 예산을 포함해 1712억원이 집행되고 있으며 2021년 이후에도 188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은 나 후보와 선대본부를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형법 제156조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이후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전망되는 까닭이다.

허위사실 등
종류도 다양

통합당 당선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기현 울산광역시 남구을 당선인도 고발을 당했다.

민주당 김영문 후보는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0일, 김 후보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서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제 250조 2항, 제 251조, 형법 156조에 따라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유포, 무고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합당 울산시당은 지난 2일, 김 후보에 대해 지지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진 것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김 후보를 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콩나물국밥집을 방문해 당원들과 식사했고 각자 밥값을 계산했다”며 “CCTV 등 관련 증거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울산시당은 김영문 후보의 맞고발에 “선관위가 조사해 검찰에 고발할 정도면 엄중한 사안”이라며 “제3자 기부행위는 공정선거를 해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포항지역을 석권한 김정재 당선인과 김병욱 당선인도 나란히 고발을 당했다. 임종백 포항흥해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김정재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2017년 포항지진을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며 “이는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미래통합당 김태흠·이명수 당선인

이어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하자 그제서야 세월호법을 베낀 알맹이 없는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인이 지열발전소 운영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다는 내용과 민주당은 포항지진특별법을 절대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등의 주장도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했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되긴 됐는데 뒤가 찜찜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서 경북 포항시북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해당 지역서 재선에 성공했다.

포항시 남구울릉군에 출마해 당선된 김병욱 의원도 한 지역 시민에 의해 포항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당했다. 지역 시민은 지난 6일 “김 당선인이 예비후보 선거 기간 중 유권자들에게 SNS를 통해 보낸 내용에 ‘13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직을 수행했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서 경력이 부풀려진 것을 확인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당선인 측은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할 경우 자신을 보좌관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 당선인도 국회의원 사무실서 일한 경력 전체를 보면 13년이 넘는다. 일부 문구가 실수로 누락된 것이지 경력을 고의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3선에 성공한 경남 진주갑 박대출 당선인은 무소속 김유군 후보에 의해 고소됐다. 김 후보는 지난 10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박 당선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날 김 후보는 “지난 3월22일 통합당 진주당 디지털위원장이며 박 당선인 캠프서 일한다고 밝힌 정인태 전 경남도의원이 사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며 “정 전 도의원은 박 당선인이 직접 전화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며 문자를 받기 6분 전 박 당선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지난 7일 박 당선인이 TV토론회서 ‘그 후보(김유근)를 알지 못한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아무런 인연 관계도 없다.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화를 하고, 어떻게 사퇴를 종용하는가’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경쟁자인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낙선시키고자 한 것으로 선거법서 강력하게 금지하는 엄중한 선거법 위반사항”이라며 “박 당선인의 허위사실 공표는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에 법정서 다툴 여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2라운드?
후유증 우려

지난 13일에는 민주노총진주지역지부와 진주시농민회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 전 ‘후보 사퇴를 종용한 진주갑 통합당 박대출 후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고, 김 후보 문제와 관련해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 측은 네거티브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 허위사실 유포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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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