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⑨‘아슬아슬’ 외줄 타는 당선인들

될 때까지 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번 총선의 대외적 분위기는 코로나19 여파 탓으로 예전 같지 않았다. 다만 선거전은 여느 때만큼 치열했다. 당선인을 둘러싼 고소·고발을 보면 그렇다. 견제 차원서 발생한 변죽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후폭풍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선인들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 (사진 왼쪽부터)이낙연(서울 종로)·고민정(서울 광진을)·안민석(경기 오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1대 총선 당선인 90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부장 배용원)는 총선 당일인 지난 15일 자정 기준 당선인 94명이 입건됐고, 불기소 처분 4명을 제외한 90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공소시효 만료 전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소시효는 오는 10월15일까지다.

당선 90명
검찰 수사

4·15총선 최대 관심 지역은 단연 서울 종로구였다. 여야 유력 대선주자가 정치 1번지서 격돌했다. 승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당선인이었다. 이 당선인은 황교안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다. 이 당선인은 대권에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황 후보자는 대표직 사퇴와 함께 대권무대서 멀어졌다.

이 당선인은 총선 하루 전 황 후보자 측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비즈조선>은 이 당선인이 지난달 25일, 종로 낙원상가 근처 소재의 한 라이브 재즈카페서 상인회 주민들과 간담회를 주최했고, 상인회가 식음료값 전액을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황 후보자는 통합당 김연호 선거대책위원회 법률지원단장을 통해 종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김 단장은 “종로 구민 수십 명을 모아놓고 제3자 기부행위제한에 관한 선거법 제115조와 제257조를 위반해 고발장을 접수하러 출석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에 관해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257조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당선인 측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민주당 허윤정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해당 모임은 ‘종로인문학당 정례회의’로 인문학회 회원들이 친목을 위해 정례적으로 마련하는 자리”라며 “이 당선인이 주최했단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진흙탕 선거전고소고발 난무
초선부터 중진까지 예외 없어

이어 “상인회가 모임 찻값을 대납할 리가 없다”며 “식음료값은 인문학회 회원들이 갹출한 회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고, 통상 월말 지출을 했기에 아직 지출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구는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였다. 민주당 고민정 당선인은 통합당 오세훈 후보를 상대로 개표 막판까지 다투며 진땀승을 거뒀다. 다만 고 당선인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 당선인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광진구 선관위는 선거 하루 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 고 당선인과 선거사무장 등 3명을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 공표)와 동법 제60조(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앞서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관련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한 바 있다.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문제는 고 당선인의 공보물이었다. 공보물에는 주민자치위원인 상인회장의 사진과 고 당선인을 지지하는 발언이 실려 있다. 통합당 측은 현행법상 주민자치위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데다가 지지 발언 자체도 허위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4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상인회장은 “고 당선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는데, 왜 실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당선인과 접전을 펼쳤던 오 후보자도 투표 당일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유권자들이 해당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반면 고 당선인은 같은 날 “선거는 민주주의 꽃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줬으면 좋겠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면서도 수사 의뢰에 대한 질문에 답을 피했다.

선관위 조사
속속 검 의뢰

여당 출신 중진 의원들도 고발을 피해가진 못했다. 민주당 안민석 당선인은 경기도 오산시에 출마해 통합당 최윤희 후보를 넘었다. 안 당선인은 이번 승리로 경기도 오산서만 내리 5선에 등극하게 됐다.

지난 14일 최 후보자 측은 안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미성년자 연예인을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 후보자 측에 따르면 안 당선인은 지난 12일 경기 오산시 오색시장과 오산천 등지서 선거운동을 했다. 당시 ‘리틀 싸이’로 활동 중인 황모군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90분가량 벌였다는 것이다. 당시 황군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안민석 파이팅”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또 미성년자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안 당선인은 당시 입장문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안 당선인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황군은 지난 12일, 안 의원을 응원하기 위해 방문한 가수 남진을 보러 현장에 온 것일 뿐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4선 고지를 넘은 민주당 윤호중 당선인도 선거 과정서 고발을 당했다. 윤 당선인은 경기 구리시에 출마해 통합당 나태근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 당선인은 16대 총선부터 해당 지역에 내리 출사표를 던지며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슬픔을 번갈아 맞았다.
 

▲ ▲ (사진 왼쪽부터)고소·고발전에 휘말린 김기현(울산 남구을)·김정재(경북 포항북)·박대출(경남 진주갑) 미래통합당 당선인

지난 13일 나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관련해 윤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의정부지검에 접수했다. 나 후보 측은 윤 당선인의 선거공보물을 지적했다.

윤 당선인의 공보물 중 ‘구리 발전 예산 1조3000억원’서 ‘구리∼안성 고속도로 건설 9648억원 확보’는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원래 명칭은 구리∼안성고속도로가 아닌 세종~포천 고속도로고, 확보했다는 예산은 구리시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나 후보 측은 “세종∼포천 구간 총 158㎞서 구리시와 관련된 구간은 구리한강대교-남구리IC에 이르는 약1㎞로 실제 이곳의 공사비는 61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포함된 세부 사업”이라며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안성~구리 고속도로 건설사업 예산은 9648억원에 달해 허위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리 관련 예산이 61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리시 토평동과 강동구 고덕동을 연결하는 고덕대교(가칭) 14공구 사업예산만 2020년 예산을 포함해 1712억원이 집행되고 있으며 2021년 이후에도 188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 측은 나 후보와 선대본부를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형법 제156조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거 이후에도 적잖은 후유증이 전망되는 까닭이다.

허위사실 등
종류도 다양

통합당 당선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기현 울산광역시 남구을 당선인도 고발을 당했다.

민주당 김영문 후보는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10일, 김 후보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서 “통합당 울산시당과 김 당선인을 공직선거법 제 250조 2항, 제 251조, 형법 156조에 따라 후보자 비방, 허위사실 유포, 무고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합당 울산시당은 지난 2일, 김 후보에 대해 지지자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진 것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자체 조사를 거쳐 김 후보를 제3자 기부행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콩나물국밥집을 방문해 당원들과 식사했고 각자 밥값을 계산했다”며 “CCTV 등 관련 증거가 있기 때문에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 울산시당은 김영문 후보의 맞고발에 “선관위가 조사해 검찰에 고발할 정도면 엄중한 사안”이라며 “제3자 기부행위는 공정선거를 해치고 건전한 선거문화를 혼탁하게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포항지역을 석권한 김정재 당선인과 김병욱 당선인도 나란히 고발을 당했다. 임종백 포항흥해지진피해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에 김정재 당선인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2017년 포항지진을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며 “이는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 미래통합당 김태흠·이명수 당선인

이어 “김 당선인은 정부합동조사단서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하자 그제서야 세월호법을 베낀 알맹이 없는 포항지진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당선인이 지열발전소 운영 등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갖고 있다는 내용과 민주당은 포항지진특별법을 절대로 통과시키지 않는다 등의 주장도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했다.

당선의 기쁨도 잠시…
되긴 됐는데 뒤가 찜찜

김 당선인은 이번 총선서 경북 포항시북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해당 지역서 재선에 성공했다.

포항시 남구울릉군에 출마해 당선된 김병욱 의원도 한 지역 시민에 의해 포항남구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당했다. 지역 시민은 지난 6일 “김 당선인이 예비후보 선거 기간 중 유권자들에게 SNS를 통해 보낸 내용에 ‘13년간 국회의원 보좌관직을 수행했다’는 허위사실을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서 경력이 부풀려진 것을 확인해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 측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김 당선인 측은 “국회의원 사무실에 근무할 경우 자신을 보좌관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김 당선인도 국회의원 사무실서 일한 경력 전체를 보면 13년이 넘는다. 일부 문구가 실수로 누락된 것이지 경력을 고의로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3선에 성공한 경남 진주갑 박대출 당선인은 무소속 김유군 후보에 의해 고소됐다. 김 후보는 지난 10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박 당선인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날 김 후보는 “지난 3월22일 통합당 진주당 디지털위원장이며 박 당선인 캠프서 일한다고 밝힌 정인태 전 경남도의원이 사퇴를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며 “정 전 도의원은 박 당선인이 직접 전화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으며 문자를 받기 6분 전 박 당선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지난 7일 박 당선인이 TV토론회서 ‘그 후보(김유근)를 알지 못한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아무런 인연 관계도 없다.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전화를 하고, 어떻게 사퇴를 종용하는가’라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경쟁자인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낙선시키고자 한 것으로 선거법서 강력하게 금지하는 엄중한 선거법 위반사항”이라며 “박 당선인의 허위사실 공표는 너무도 명확하기 때문에 법정서 다툴 여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2라운드?
후유증 우려

지난 13일에는 민주노총진주지역지부와 진주시농민회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투표 전 ‘후보 사퇴를 종용한 진주갑 통합당 박대출 후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후보와 통화한 적이 없고, 김 후보 문제와 관련해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 측은 네거티브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 허위사실 유포 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죽도 밥도 아닌 트럼프 따라하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밑바탕 삼아 용꿈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에게 영감을 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대권 도전 과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0년 넘게 이어진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었다. 장 대표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빙글빙글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 시민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장 대표 일행의 참배를 막았다. 결국 장 대표 일행은 추념탑 앞에서 5초 동안 묵념한 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같은 콘셉트 다른 행보 장 대표의 참배 시도엔 ▲국민 통합 ▲호남 구애 및 지역 현안 해결 ▲강경 보수 이미지 희석 등 이유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후 행보는 참배를 시도했던 이유에 대한 의문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광주북부경찰서는 장 대표 등의 참배를 막은 시민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재물손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일 집회는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였고, 각종 욕설과 모욕으로 일관된 폭언·폭력이 난무한 아수라장이었다”며 “시민을 가장한 과격 단체와 특정 인사들이 국민의힘 당 대표의 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내란 특검에 체포됐다가 이틀 후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돼 석방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두둔했다. 황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체포하라”는 내용의 비상계엄 동조 게시글을 올리는 등 행동으로 말미암은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대표는 국회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진행하던 중 황 전 총리 체포에 대해 “전쟁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다. 뭉쳐 싸우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황 전 총리가 활발하게 부정선거론을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비판이 이어지자, 장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총회에서 부정선거론에 선을 그으면서 “전략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장 대표·황 전 총리의 행적을 되새겨보면,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구호는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사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웨스트윙>에선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매튜 산토스가 상대 후보 에릭 베이커의 약점을 감싸는 연설을 한다. 에릭 베이커는 부인의 만성 우울증을 숨겼다. 이 때문에 논란이 발생하자, 매튜 산토스는 “어차피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는데, 아닌 척 위선을 할 뿐”이라며 “지도자에게 완벽하다는 환상을 요구하면, 이는 단지 거짓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완벽한 후보·특혜를 줄 후보가 아니라 이상·희망·꿈을 공유하는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우린 자랑스럽게 ‘나는 민주당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광주 방문 시도 이어“우리가 황교안이다” 트럼프 당선엔 30년 밑밥…어설픈 표절? “나는 민주당원이다”는 상대의 약점을 감싸면서 정치의 본질을 호소하는 이상적인 정치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두둔하면서 폭력적인 정적 숙청을 요구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나는 민주당원이다”와 극단적으로 대비될 수밖에 없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9월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충청도에서 몇 안 되는 용꿈을 꾸는 분이란 평이 있었다”며 “그 용꿈을 망상에 가깝다고 보기엔 유연하게 정치를 한 분”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대표 취임 후 김도읍 정책위의장 임명 등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서 ▲장외 집회 집착 ▲황 전 총리 두둔 ▲한 전 대표 퇴출 시도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좋아할 만한 행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그는 빙글빙글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와 황 전 총리 두둔이란 극단적인 행보를 불과 며칠 사이에 보인 것도 장 대표 특유의 빙글빙글 정치를 상징한다. 강경 보수에 더욱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 대표의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과정과 비교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과정엔 미국 민주당에 모여 정치적 올바름에 집착하는 리버럴 엘리트들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지난 12일 유튜버 감동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같은 당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알려진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고, 특검법 3개에도 모두 찬성했다. 박 대변인은 “김 의원은 눈 불편한 것 빼고는 기득권인데, 장애인이라서 배려받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장애인에게 너무 많은 할당을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일종의 에스코트용 액세서리 취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 대변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박 대변인에게 엄중하게 경고할 뿐, 징계는 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의 발언과 장 대표의 미지근한 대응은 김 의원에게 강한 반감을 갖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를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이란 김 의원의 정체성과 그에 대한 박 대변인의 공격은 미국에서 만성 구조화된 정치적 올바름 논쟁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쟁취는, 진보 진영이 신자유주의·정치적 올바름을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월스트리트와 강하게 연계하자 국민이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딕 체니 전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부 장관으로 상징되는 네오콘에 대한 반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 대사 표절?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강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로 인해 산업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바뀌었다. 월스트리트의 힘이 더욱 막강해졌고, 미국 내 제조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이전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지난 2008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 내 중산층 몰락에 쐐기를 박았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막대한 세금을 대외 전쟁에 쏟아부었던 네오콘도 유권자의 큰 반감을 사서 몰락했다. 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미국 보수의 전통적인 흐름과 달리, 네오콘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미국의 가치를 퍼트리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것 때문에 네오콘은 오래 지나지 않아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엔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가 함축됐다. 미국의 역사는 이주·개척의 역사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찰의 위상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이후 확보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엔 지역 강국 정도의 위상을 가졌고, 현재의 미국 영토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주로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서부 개척 시대를 다룬 영화가 흔하게 제작된다. 미국인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시리즈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도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은유해 제작됐다. 건국 신화가 따로 없는 미국에선 이 양대 시리즈가 신화로 통한다. 미국 고보수주의의 핵심은 다른 나라의 전쟁·정치 개입에 반대하는 외교 정책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인위적으로 고립시켜 대륙 내 미국의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19세기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은 1823년 “유럽은 아메리카에 새 식민지를 만들지 말고, 미국은 유럽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먼로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어 ‘명백한 운명’이란 구호하에 서부 개척에 몰두했다. 트럼프 대통령·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고 몰아붙였다. 미국이 지난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지원 규모는 약 820억달러(약 113조4880억원)이고, 전비는 670억달러(약 98조4591억원) 규모로 확인된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4월 608억달러(약 89조348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첨단 무기 등 대규모 군사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자들을 달랠 거대한 쇼가 필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상징 중 하나는 제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거대한 장벽이다. 미국 내 블루칼라들이 갖는 불만 중 하나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접경지역에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를 실질적 효과와 정치적 이벤트를 모두 거둘 수 있는 일거양득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로망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 100억달러(약 14조6942억원)를 요구했다. 내년에 우리가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엔 주한미군에 대한 330억달러(약 48조4948억원) 규모의 종합적 지원 내용이 담겨있다. 또 우리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7385억원)를 지출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 5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분담금 인상 압박에 시달려 매년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부터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등 아메리카 대륙과 그 인근 지역으로 사실상 영토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겐 영국·멕시코 등과 전쟁하면서 중·남부로 영토를 확장했던 19세기의 재림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보수주의 성향은 각국에 안기는 관세 폭탄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그린란드 주민이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독립을 결정한 상황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고액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세를 군사·외교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는 관세 폭탄에서 잘 드러난다. 공화당은 지난 6일 진행된 뉴욕시장·버지니아 주지사·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참패했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생활비 부담이었다. 뉴욕시에선 주거비가 급등했고, 뉴저지주에선 전기요금이 연 20% 상승했다. 특히 버지니아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인력 감축 방침과 셧다운 여파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커피·바나나·쇠고기·견과류 등 생활필수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방침 이후 생활필수품 물가가 급상승한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뒤늦게 상호 관세를 면제한 것이다. 특히 쇠고기는 미국 축산농가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관세를 면제했다. 장 대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겉’만 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권이 주도한 변화의 여파로 서민의 삶이 악화한 흐름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이들의 바람을 선동적 언어로 표현해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불만 조직화한 트럼프 지지율↓ 원인 장동혁 30년 넘게 진행된 신자유주의·개입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에 강경 보수가 대규모 조직화한 영향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국내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전한길씨 등이 주도하는 강경 보수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매우 크다. 이들의 언행은 강경 보수의 틀을 벗어나면, 조롱 대상이 될 뿐이다. 아울러 미국에선 민주당이 신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미국 특유의 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경제·기업 경영의 자유 등 신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하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신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정책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양당의 의견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양당은 특히 젊은 남성들이 민감하게 여기면서 비판하는 각종 검열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셧다운제 도입 ▲확률형 아이템 규제 ▲게임물관리위원회 검열 논란 등 검열 논란은 정당을 불문하고 꾸준히 일어났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정치적 올바름 논쟁이 영화계로 이어져 <백설공주>와 <인어공주> 등 영화에 유색인종 주인공이 발탁돼 큰 논란으로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주도하면서 서민을 훈계한 대표 세력은 월스트리트·각계 엘리트·언론이었다. 이 논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도전 과정에 큰 영향을 줬다. 국민의힘은 각종 검열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처럼 젊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 중엔 불법 이민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멕시코인을 경계하는 기존 유색인종 유권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흑인 중 8% ▲히스패닉 중 28% ▲아시아계 중 27% 등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에선 ▲흑인 중 13% ▲히스패닉 중 46% ▲아시아계 중 40%가 그에게 투표했다. 반면 장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지 못했고 국민의힘은 장 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한 시민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에 의해 옹립된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이는 전주보다 2% 낮아진 수치며, 지지율 42%를 기록한 민주당보다 18% 낮다. 심지어 전통적인 표밭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 42%를 얻는 데 그쳤다. 표밭도 위험하다 어설픈 표절은 죽도 밥도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여년 동안 누적된 미국의 문제점과 유권자의 불만을 꿰뚫은 후 유권자들이 향수를 느끼는 옛 로망을 자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을 투표로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트럼프 벤치마킹’은 아닐까? 장 대표는 꾸준히 정체되고 있는 국민의힘의 지지율에서 뭘 보고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