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⑬스타들의 유세 후일담

B급만 나와서 그런가 ‘약발은 별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선거철이 되면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이다. 출마한 후보가 직계가족이거나 친분이 깊은 경우, 어김없이 유세 현장에 나타나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서도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뜨거웠다. 
 

▲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아내인 심은하가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병희 기자

정치인과 연예인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정치인은 유명세가 있는 스타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으며, 스타는 정치적 발언으로 소신을 어필함은 물론 스마트한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정치인을 통해 소속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후보자가 직계가족일 때는 가족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기도 한다. 

정치와 연예인
악어와 악어새

이번 총선서도 대다수 스타가 유세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도 스타들의 유세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직계가족들은 발 벗고 나섰다. 

우선 눈에 띄던 인물은 ‘왕년의 스타’ 심은하다. 지상욱(55)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서울 중·성동을 후보자의 아내인 그는 지난 6일, 남편의 첫 집중 유세를 함께했다. 뒤로 묶은 머리와 갈색 코트 등 수수한 차림으로 ‘조용한 내조’의 전형을 보여줬다. 지난 7일에는 ‘지상욱 배우자’라고 크게 쓰인 통합당 공식 점퍼를 입고 나타나 중구 약수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등 열성 선거운동원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지 후보의 최대 지원군은 아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지 후보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부인인 심은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은하의 열성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지 후보(47.2%)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성준 후보(51.9%)에게 패했다. 

심은하만큼 성심 성의를 다한 스타가 있다. 배우 유오성이다. 그의 형인 유상범(48.5%) 통합당 후보는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에 출마, 원경환 민주당 원경환(38.4%) 후보를 넉넉히 제치고 당선에 성공했다. 유오성은 특별한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유 후보의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유상범 후보의 유튜브 채널 ‘유상범 TV’에도 출연하는 등 이번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마지막까지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된 서울 송파을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의 아들 최낙타(본명 최정호)도 아버지의 유세를 도왔다. 2013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최낙타는 훤칠한 외형과 훈훈한 외모로 유세 현장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 후보는 SNS서 ‘나와 똑같은 아들 덕분에 20대 표 확보’라며 아들과 함께 유세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김없이 나타난 정치인 가족들
오랜 인연과 친분, 발 벗고 나선 ★

최낙타 외에도 최근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 강문영도 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돕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강문영은 짧게 ‘화이팅’을 외치고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도움에도 불구 최재성(46.0%) 민주당 후보는 배현진(50.4%) 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MBC드라마 <대장금>서 중전 역할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박정숙은 남편인 이재영 통합당 서울 강동을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섰다. 박정숙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전화 인터뷰서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도 당선인이었다. 비록 내가 다섯살 연상이지만, 남편이 흔들림 없이 나를 다독인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방송서도 하차했다. 그는 “만일 방송을 또 하더라도, 정치적인 색은 멀리하는 게 방송인과 연예인의 당연한 자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재영 후보(42.0%)는 이해식(54.5%) 민주당 후보에 밀려 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했다. 
 

▲ 유상범 당선자와 배우 유오성 ⓒ유상범 당선자 페이스북

클릭비 출신 싱어송라이터 하현곤도 사촌형인 하창민 노동당 울산 동구 후보를 적극 돕는 등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지만, 하 후보는 2.4%의 적은 득표율로 낙선했다.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낸 ‘암벽 여제’ 김자인도 남편이자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김자인은 선거 기간 내내 ‘아내입니다’라고 적힌 머리띠를 맨 채 오 후보와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유세에 나섰다. 

오 후보는 53.0% 득표율로 강세창(37.4%) 통합당 후보를 가뿐히 제치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돈독한 우애
그러나 낙선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여전히 정치인과 친분이 깊은 셀럽과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거나,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치계와 인연을 맺었다. 

먼저 폴리테이너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김제동. 그는 초박빙 지역으로 마지막까지 관심을 끈 서울 광진을 지역구의 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선언했다. 김제동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는 1.5% 득표율로 낙선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잠룡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적지 않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배우 임현식과 김성환, 전원주, 코미디언 이용식, 가수 김연자 등이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 후보의 유세 차량을 찾아 당선에 힘을 보탰다. 

민주진영 대권 주자로 불리는 이 후보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약 1만70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 과정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상수 무소속 후보와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한 바 있는 전원주는 지지 정당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뮤지컬 배우 박혜미

경남 양산을에 후보로 나선 김두관 민주당 후보는 과거 국회의원 이력이 있는 배우 정한용과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서 인성교육 전문가로 출연 중인 김봉곤 훈장과 유세를 함께 했다. 김 훈장과 정한용 전 의원은 양산 이마트,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도보 인사까지 함께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스포츠 스타들 역시 유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축구선수 출신이자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인 이천수,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 김병지, 프로게이머 이영호 등이다. 

청년층 공략 
프로게이머도

이천수 실장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송영길 후보(인천 계양을) 등 인천광역시 지역구 후보 3명의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이 실장은 송영길(계양 을), 박찬대(연수 갑), 허종식(동·미추홀 갑) 등 민주당서 인천 지역에 출마한 후보에 힘을 보탰으며, 이들 모두 당선에 성공했다. 

이천수 실장은 선수 시절 송영길 의원과 오랜 인연이 있다. K리그(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서 임의탈퇴 처리된 그가 알 나스르(사우디), 오미야(일본) 등 해외리그를 거쳐 K리그로 복귀하려 했을 때, 당시 인천 시장이던 송 의원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나 임의탈퇴 신분을 벗고 인천에 이적할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다.

김병지 이사장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조해진 전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는데, 조 후보는 무려 6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 의원과 김 이사장은 밀양 동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이사장은 “평소 존경하는 선배가 3선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해 나라를 살리고 지역 발전에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세종특별자치시 갑 지역구에 통합당 후보로 나선 김중로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영호는 “김중로 후보는 근면하고 검소한 데다 국회 의정활동에 매우 모범적이라 평소 존경해왔다”며 후원회장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는 32.8% 득표에 그쳤고, 홍성국(56.5%) 민주당 후보에 밀려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천수·김병지 등 스포츠 스타도
첨예한 대립, 유탄으로 돌아온 지지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았지만, 일각에서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로운 얼굴들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배우 이영애와 이하늬처럼, 과거에 등장한 인물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런 배경에는 워낙 첨예해진 양 진영 간의 갈등이 가장 큰 요소로 작동한다. 일종의 서비스 형태를 갖고 있는 엔터테이너 처지서 상대 진영의 악플 또는 보이콧 세례를 받을 우려가 높아졌다. 
 

▲ 이영호 전 프로게이머 ⓒ김중로 캠프

실제로 가수 김흥국과 산악인 엄홍길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구지역의 수성갑에 출마한 주호영 통합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가 진보진영 지지자들로부터 유탄 세례를 맞았다.

가수 송대관의 경우 전북 김제부안에 출마한 이원택 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코로나19로 지친 주민을 위한다”며 지지한 것이 도마 위에 올라 무소속 김종회 후보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가수 겸 배우 배슬기 역시 김병준 통합당 후보(세종시 을)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진보 정당 유권자들에게 ‘우파 연예인’이라는 댓글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수 송가인은 투표 독려 캠페인에 파스텔 톤의 의상을 입고 참여했다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배우 조보아 역시 ‘오늘은 사전 투표일’이라는 글과 함께 붉은 철쭉꽃 배경으로 손가락 하트가 담긴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가 통합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도마 위에 올랐다. 

오히려 독
악플 세례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SNS로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해도 이미지 타격이 크다. 본인도 소속사도 예민하게 주의하고 있다”며 “워낙 갈등이 첨예해 연예인들이 소신이나 가치관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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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