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⑬스타들의 유세 후일담

B급만 나와서 그런가 ‘약발은 별로’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선거철이 되면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연예인이다. 출마한 후보가 직계가족이거나 친분이 깊은 경우, 어김없이 유세 현장에 나타나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19 공포가 확산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서도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여전히 뜨거웠다. 
 

▲ 지상욱 미래통합당 후보의 아내인 심은하가 유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병희 기자

정치인과 연예인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정치인은 유명세가 있는 스타를 통해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으며, 스타는 정치적 발언으로 소신을 어필함은 물론 스마트한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정치인을 통해 소속사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 후보자가 직계가족일 때는 가족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기도 한다. 

정치와 연예인
악어와 악어새

이번 총선서도 대다수 스타가 유세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도 스타들의 유세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특히 직계가족들은 발 벗고 나섰다. 

우선 눈에 띄던 인물은 ‘왕년의 스타’ 심은하다. 지상욱(55)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서울 중·성동을 후보자의 아내인 그는 지난 6일, 남편의 첫 집중 유세를 함께했다. 뒤로 묶은 머리와 갈색 코트 등 수수한 차림으로 ‘조용한 내조’의 전형을 보여줬다. 지난 7일에는 ‘지상욱 배우자’라고 크게 쓰인 통합당 공식 점퍼를 입고 나타나 중구 약수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는 등 열성 선거운동원의 면모를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 지 후보의 최대 지원군은 아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지 후보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부인인 심은하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은하의 열성적인 내조에도 불구하고, 지 후보(47.2%)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성준 후보(51.9%)에게 패했다. 

심은하만큼 성심 성의를 다한 스타가 있다. 배우 유오성이다. 그의 형인 유상범(48.5%) 통합당 후보는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에 출마, 원경환 민주당 원경환(38.4%) 후보를 넉넉히 제치고 당선에 성공했다. 유오성은 특별한 스케줄을 제외하고는 유 후보의 선거운동에 매진했다. 유상범 후보의 유튜브 채널 ‘유상범 TV’에도 출연하는 등 이번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마지막까지 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된 서울 송파을의 최재성 민주당 후보의 아들 최낙타(본명 최정호)도 아버지의 유세를 도왔다. 2013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최낙타는 훤칠한 외형과 훈훈한 외모로 유세 현장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 후보는 SNS서 ‘나와 똑같은 아들 덕분에 20대 표 확보’라며 아들과 함께 유세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어김없이 나타난 정치인 가족들
오랜 인연과 친분, 발 벗고 나선 ★

최낙타 외에도 최근 SBS <불타는 청춘>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 강문영도 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아 돕기도 했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강문영은 짧게 ‘화이팅’을 외치고 내려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아들의 도움에도 불구 최재성(46.0%) 민주당 후보는 배현진(50.4%) 통합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MBC드라마 <대장금>서 중전 역할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박정숙은 남편인 이재영 통합당 서울 강동을 후보 선거 유세에 나섰다. 박정숙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전화 인터뷰서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도 당선인이었다. 비록 내가 다섯살 연상이지만, 남편이 흔들림 없이 나를 다독인다”고 말했다. 

박정숙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방송서도 하차했다. 그는 “만일 방송을 또 하더라도, 정치적인 색은 멀리하는 게 방송인과 연예인의 당연한 자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재영 후보(42.0%)는 이해식(54.5%) 민주당 후보에 밀려 배지를 다는 데는 실패했다. 
 

▲ 유상범 당선자와 배우 유오성 ⓒ유상범 당선자 페이스북

클릭비 출신 싱어송라이터 하현곤도 사촌형인 하창민 노동당 울산 동구 후보를 적극 돕는 등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지만, 하 후보는 2.4%의 적은 득표율로 낙선했다.

비록 연예인은 아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를 지낸 ‘암벽 여제’ 김자인도 남편이자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민주당 경기 의정부갑 후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김자인은 선거 기간 내내 ‘아내입니다’라고 적힌 머리띠를 맨 채 오 후보와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유세에 나섰다. 

오 후보는 53.0% 득표율로 강세창(37.4%) 통합당 후보를 가뿐히 제치고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돈독한 우애
그러나 낙선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여전히 정치인과 친분이 깊은 셀럽과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거나, 지지 선언을 하면서 정치계와 인연을 맺었다. 

먼저 폴리테이너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김제동. 그는 초박빙 지역으로 마지막까지 관심을 끈 서울 광진을 지역구의 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선언했다. 김제동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오 후보는 1.5% 득표율로 낙선했다.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한 잠룡 이낙연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적지 않은 스타들이 등장했다. 배우 임현식과 김성환, 전원주, 코미디언 이용식, 가수 김연자 등이다.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 후보의 유세 차량을 찾아 당선에 힘을 보탰다. 

민주진영 대권 주자로 불리는 이 후보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약 1만7000표 차이로 따돌리고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 과정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안상수 무소속 후보와 이학재 새누리당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한 바 있는 전원주는 지지 정당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 뮤지컬 배우 박혜미

경남 양산을에 후보로 나선 김두관 민주당 후보는 과거 국회의원 이력이 있는 배우 정한용과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서 인성교육 전문가로 출연 중인 김봉곤 훈장과 유세를 함께 했다. 김 훈장과 정한용 전 의원은 양산 이마트,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도보 인사까지 함께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스포츠 스타들 역시 유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대표적으로 축구선수 출신이자 인천 유나이티드 전력강화실장인 이천수, 사단법인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 김병지, 프로게이머 이영호 등이다. 

청년층 공략 
프로게이머도

이천수 실장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으며, 송영길 후보(인천 계양을) 등 인천광역시 지역구 후보 3명의 유세 활동에 참여했다. 이 실장은 송영길(계양 을), 박찬대(연수 갑), 허종식(동·미추홀 갑) 등 민주당서 인천 지역에 출마한 후보에 힘을 보탰으며, 이들 모두 당선에 성공했다. 

이천수 실장은 선수 시절 송영길 의원과 오랜 인연이 있다. K리그(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서 임의탈퇴 처리된 그가 알 나스르(사우디), 오미야(일본) 등 해외리그를 거쳐 K리그로 복귀하려 했을 때, 당시 인천 시장이던 송 의원이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만나 임의탈퇴 신분을 벗고 인천에 이적할 수 있도록 도운 바 있다.

김병지 이사장은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선거구서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조해진 전 의원의 지지를 호소했는데, 조 후보는 무려 6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제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 의원과 김 이사장은 밀양 동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이사장은 “평소 존경하는 선배가 3선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해 나라를 살리고 지역 발전에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세종특별자치시 갑 지역구에 통합당 후보로 나선 김중로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영호는 “김중로 후보는 근면하고 검소한 데다 국회 의정활동에 매우 모범적이라 평소 존경해왔다”며 후원회장을 맡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김 후보는 32.8% 득표에 그쳤고, 홍성국(56.5%) 민주당 후보에 밀려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천수·김병지 등 스포츠 스타도
첨예한 대립, 유탄으로 돌아온 지지

여전히 많은 스타들이 유세 현장을 찾았지만, 일각에서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새로운 얼굴들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배우 이영애와 이하늬처럼, 과거에 등장한 인물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런 배경에는 워낙 첨예해진 양 진영 간의 갈등이 가장 큰 요소로 작동한다. 일종의 서비스 형태를 갖고 있는 엔터테이너 처지서 상대 진영의 악플 또는 보이콧 세례를 받을 우려가 높아졌다. 
 

▲ 이영호 전 프로게이머 ⓒ김중로 캠프

실제로 가수 김흥국과 산악인 엄홍길은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했던 대구지역의 수성갑에 출마한 주호영 통합당 후보 지원 유세를 펼쳤다가 진보진영 지지자들로부터 유탄 세례를 맞았다.

가수 송대관의 경우 전북 김제부안에 출마한 이원택 민주당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코로나19로 지친 주민을 위한다”며 지지한 것이 도마 위에 올라 무소속 김종회 후보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가수 겸 배우 배슬기 역시 김병준 통합당 후보(세종시 을) 지원 유세에 나섰다가 진보 정당 유권자들에게 ‘우파 연예인’이라는 댓글을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가수 송가인은 투표 독려 캠페인에 파스텔 톤의 의상을 입고 참여했다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배우 조보아 역시 ‘오늘은 사전 투표일’이라는 글과 함께 붉은 철쭉꽃 배경으로 손가락 하트가 담긴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가 통합당을 지지하는 것 아니냐며 도마 위에 올랐다. 

오히려 독
악플 세례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SNS로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표시해도 이미지 타격이 크다. 본인도 소속사도 예민하게 주의하고 있다”며 “워낙 갈등이 첨예해 연예인들이 소신이나 가치관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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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