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미프진’ 비밀거래 고발

불법인데…미성년자도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지 1년이 지났다. 국회는 올해까지 관련 형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임신중절약을 처방 및 판매하는 불법유통이 기승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산모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낙태약 중 하나인 미프진 거래 실상을 파헤쳤다.
 

▲ 미프진`

“임신 7주 이하는 39만원, 7∼10주는 59만원입니다. 7주 이상은 자궁수축제를 추가 복용하셔야 완전 유산 유도가 가능합니다.” 일사천리였다. 국내서 처방 및 유통, 복용이 금지되고 있는 임신중절약인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와 접촉해 구매 안내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0분. 가격대는 업체마다 약간 상이했지만 보통 임신 7주 이하는 36만∼39만원, 7∼10주는 55만∼59만원 선으로 형성돼있었다.

12주까지

국내서 미프진을 구매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했지만 업체마다 다양했다. 기자가 접촉한 한 업체는 나이, 임신 주수, 유산 경험, 마지막 생리일, 기저 질환 등의 다소 구체적인 질문을 거친 후 판매 방법을 안내했다. 반면 또 다른 업체는 유선전화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생리통 정도를 묻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자격을 갖춘 전문 의료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질문은 구색만 맞췄을 뿐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기자가 18세 미성년자라고 속여도 구매가 가능했으며, 약물 알러지 반응이 있다고 말해도 “평소에 드시는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신 12주의 경우에도 구매에는 지장이 없었다.


판매상은 “최대 12주까지 복용이 가능하지만 10주 이상은 확률이 떨어진다”며 인지하고 구매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의학계에 따르면 임신 6주의 임산부가 복용할 시에는 임신 산물 양이 많아 모두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 이를 배출해야 내부 쇼크·감염·출혈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10주가 지난 여성이 먹으면 수혈이 필요할 만큼의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약을 먹은 후에 불완전 유산이 될 경우에는 임신 초기 낙태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위험이 크다.

이뿐 아니다. 임산부가 자궁 외 임신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미프진은 독이 된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나팔관에 착상되는 걸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임산부가 미프진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약을 복용한 채로 방치한다면, 배에 혈액이 고여 자궁을 드러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5군데의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 중에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건 미성년자다. 병원 상담이 부담스러운 사회적 약자일수록 절차가 간단한 불법 시장에 더 솔깃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초 10대미성년자가 불법 유통되는 미프진을 구해 먹고 낙태가 온전하게 되지 않아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헌법불합치 1년 임신중절약 불법 유통 활개
30만∼50만원…중국산 ‘짝퉁’ 감별 어려워


또 다른 문제점은 미프진 불법 유통 업체서 판매하는 미프진이 미국 식품의약처(이하 FDA)로부터 검증받은 정품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미프진 정품 가격은 300∼500달러. 한화로 약 35만∼60만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중국, 인도산 짝퉁 미프진의 실제 가격은 5만∼10만원대다. 이 약은 효능이 검증되지 않아 산부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현기증, 가려움증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 업체는 “한국은 낙태가 불법이라 정품 확인해드릴 만한 업체는 딱히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업체는 “미국 FDA서 검증받은 정품 미페프렉스만 취급하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물류가 쉽게 통관될 수가 없어서 겉포장은 뜯어서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을 구매했기에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보상 받을 창구 역시 없다.

▲ ▲ 기자와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가 시제로 주고받은 텔레그램 화면 캡처

미프진 사기를 당한 한 제보자는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자 “금감원에 신고하셔도 불법으로 운영되는 것이라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이후 제보자가 “도메인을 수색하겠다”는 말을 하자 업체는 “협박하냐. 누가 이기나 해볼래. 말 X같이 하지 마라”며 받아쳤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4∼12주)에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공급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미프진에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이라는 성분이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란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고, 미소프리스톨은 자궁을 수축시켜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성공률과 안전성은 꽤 높은 편이다. 98%까지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7주 이전에는 수술보다 안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으로 미프진과 같은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119개국에서는 미프진 유통을 합법화해 임신 9주 이내라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구할 수 있다. FDA에서는 미프진 복용 후 3일차와 14일차에 반드시 산부인과 방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 미프진의 처방 및 유통, 복용은 불법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국회서 대체 법안 논의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들은 활개치는 반면, 사기 등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보는 임산부는 전혀 보호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부작용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미프진의 우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냥 국회의 개정을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관련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미프진 도입에는 빠르면 3개월, 지연되면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며 “식약처서 법 개정과 상관없이 미프진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태 헌법 불합치 법 개정은 언제?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1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오는 12월31일까지 대안 법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임신 몇 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지, 사회 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등을 정해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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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