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약 ‘미프진’ 비밀거래 고발

불법인데…미성년자도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지 1년이 지났다. 국회는 올해까지 관련 형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임신중절약을 처방 및 판매하는 불법유통이 기승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산모들에게로 향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낙태약 중 하나인 미프진 거래 실상을 파헤쳤다.
 

▲ 미프진`

“임신 7주 이하는 39만원, 7∼10주는 59만원입니다. 7주 이상은 자궁수축제를 추가 복용하셔야 완전 유산 유도가 가능합니다.” 일사천리였다. 국내서 처방 및 유통, 복용이 금지되고 있는 임신중절약인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와 접촉해 구매 안내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20분. 가격대는 업체마다 약간 상이했지만 보통 임신 7주 이하는 36만∼39만원, 7∼10주는 55만∼59만원 선으로 형성돼있었다.

12주까지

국내서 미프진을 구매하는 절차는 매우 간단했지만 업체마다 다양했다. 기자가 접촉한 한 업체는 나이, 임신 주수, 유산 경험, 마지막 생리일, 기저 질환 등의 다소 구체적인 질문을 거친 후 판매 방법을 안내했다. 반면 또 다른 업체는 유선전화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생리통 정도를 묻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자격을 갖춘 전문 의료진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질문은 구색만 맞췄을 뿐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기자가 18세 미성년자라고 속여도 구매가 가능했으며, 약물 알러지 반응이 있다고 말해도 “평소에 드시는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임신 12주의 경우에도 구매에는 지장이 없었다.


판매상은 “최대 12주까지 복용이 가능하지만 10주 이상은 확률이 떨어진다”며 인지하고 구매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의학계에 따르면 임신 6주의 임산부가 복용할 시에는 임신 산물 양이 많아 모두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 이를 배출해야 내부 쇼크·감염·출혈 등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10주가 지난 여성이 먹으면 수혈이 필요할 만큼의 심각한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약을 먹은 후에 불완전 유산이 될 경우에는 임신 초기 낙태 수술을 하는 것보다 출혈, 염증, 자궁 손상 등의 위험이 크다.

이뿐 아니다. 임산부가 자궁 외 임신을 할 경우에는 오히려 미프진은 독이 된다. 자궁 외 임신은 수정란이 나팔관에 착상되는 걸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임산부가 미프진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약을 복용한 채로 방치한다면, 배에 혈액이 고여 자궁을 드러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질 우려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접촉한 5군데의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 중에는 이와 관련된 질문을 한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건 미성년자다. 병원 상담이 부담스러운 사회적 약자일수록 절차가 간단한 불법 시장에 더 솔깃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올해 초 10대미성년자가 불법 유통되는 미프진을 구해 먹고 낙태가 온전하게 되지 않아 과다 출혈로 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헌법불합치 1년 임신중절약 불법 유통 활개
30만∼50만원…중국산 ‘짝퉁’ 감별 어려워


또 다른 문제점은 미프진 불법 유통 업체서 판매하는 미프진이 미국 식품의약처(이하 FDA)로부터 검증받은 정품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선 미프진 정품 가격은 300∼500달러. 한화로 약 35만∼60만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중국, 인도산 짝퉁 미프진의 실제 가격은 5만∼10만원대다. 이 약은 효능이 검증되지 않아 산부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발열, 현기증, 가려움증 등과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정품임을 확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 업체는 “한국은 낙태가 불법이라 정품 확인해드릴 만한 업체는 딱히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업체는 “미국 FDA서 검증받은 정품 미페프렉스만 취급하고 있다”며 “현재 코로나19 때문에 물류가 쉽게 통관될 수가 없어서 겉포장은 뜯어서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약을 구매했기에 불법 행위의 피해자가 보상 받을 창구 역시 없다.

▲ ▲ 기자와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가 시제로 주고받은 텔레그램 화면 캡처

미프진 사기를 당한 한 제보자는 업체에 환불을 요구하자 “금감원에 신고하셔도 불법으로 운영되는 것이라서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이후 제보자가 “도메인을 수색하겠다”는 말을 하자 업체는 “협박하냐. 누가 이기나 해볼래. 말 X같이 하지 마라”며 받아쳤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4∼12주)에 자궁 수축을 유도해 자궁에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공급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인공유산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미프진에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리스톨이라는 성분이 있다. 미페프리스톤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란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고, 미소프리스톨은 자궁을 수축시켜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성공률과 안전성은 꽤 높은 편이다. 98%까지의 성공률을 보이며, 임신 7주 이전에는 수술보다 안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으로 미프진과 같은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119개국에서는 미프진 유통을 합법화해 임신 9주 이내라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구할 수 있다. FDA에서는 미프진 복용 후 3일차와 14일차에 반드시 산부인과 방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 미프진의 처방 및 유통, 복용은 불법이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국회서 대체 법안 논의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미프진 불법 유통업체들은 활개치는 반면, 사기 등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보는 임산부는 전혀 보호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부작용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미프진의 우선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마냥 국회의 개정을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관련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행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미프진 도입에는 빠르면 3개월, 지연되면 1년 정도 걸릴 수 있다”며 “식약처서 법 개정과 상관없이 미프진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그래야 법의 공백 상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태 헌법 불합치 법 개정은 언제?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1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오는 12월31일까지 대안 법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올해 말까지 임신 몇 주까지 낙태할 수 있는지, 사회 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등을 정해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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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