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한국바스프 국부유출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14 11:47:50
  • 호수 1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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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벌어 독일로 송금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지난 3일, 실적이 발표된 한국바스프는 고배당 기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발생시켜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행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고배당은 국내법인을 갖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꼼수로 통한다. 한국바스크도 독일 본사로 대부분의 돈이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은 외국 자본 유치 및 세수 확대 등의 측면서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 기업배당금 대부분이 해외 본사로 흘러 들어간다는 점에서 국부유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본사로 팍팍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는 합성 염료산업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질소 비료 등 다양한 화학산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51년에는 발포폴리스틸렌 제품인 스티로폼을 개발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단열재 및 완충 포장재의 고유명사가 됐다.

이 회사는 현재 루드빅스하펜에 본사를 두고 있고, 프랑크푸르트, 런던, 취리히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 천연가스, 화학제품, 비료, 플라스틱, 합성섬유, 염료와 안료, 칼륨 및 소금, 인쇄용품, 전자녹음기 부품, 화장품 주성분, 약품 및 기타 관련 설비와 제품 등 약 8000여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약 787억 유로(한화 약 104조)를 달성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난 1954년 국내에 처음 진출한 바스프는 폴리우레탄 원재료를 생산하기 위해 국내 효성, 한화와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1998년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합작사 지분을 바스프가 인수했고 같은 해 한국바스프우레탄과 한국 바스프스티레닉스, 바스프코리아를 합병하면서 한국바스프가 출범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시바스페셜티케미칼, 대한스위스화학, 코그니스코리아 등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 나갔다.

국내서 여수, 울산, 군산, 안산, 예산 등 8곳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구축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우레탄 원료, 유기 안료 등 많은 제품을 생산해왔다. 지난해 한국바스프는 연결 기준 매출액 1조6343억4695만7276원, 당기순이익 699억4780만653원, 영업이익 1440억6906만7750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5.3%, 당기순이익은 81.7%, 영업이익은 71.7% 감소했다. 

최근 7년간 평균 배당성향 106.4%
국내 법인에 재투자·기부금 인색

올해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실적에 따라 610억4161만5000원을 주주에게 지급했다. 또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비율)은 90.03%로 고배당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바스프의 모든 지분은 독일 자회사(BASF beteiligungsgesellschaftmbH)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당금의 대부분이 독일로 흘러간 셈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7년간 2013년 ▲1235억170만원 ▲2014년 1100억2000만0000원 ▲2015년 711억5300만0000원 ▲2016년 1465억4343만1000원 ▲2017년 4200억6075만1000원 ▲2018년 3631억4494만7000원 ▲2019년 610억4161만5000원이 배당됐다. 

2015년과 2019년을 제외하면 1000억대가 넘는 돈잔치였다. 배당성향은 각각 ▲2013년 98.7% ▲2014년 169.30% ▲2015년 105.09% ▲2016년 88.95% ▲2017년 97.78% ▲2018년 95.39% ▲2019년 90.03%였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은 2016년과 2019년 두 해만 제외하곤 90% 이상이었다. 평균 배당성향은 106.4%로 집계됐다. 이렇게 되면 순이익보다도 더 지급받은 셈이다.  


한국바스프는 국내서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을 해외로 송금하면서 국내 금융회사 등과 거래를 하지 않는 등, 국내 산업·금융계에 기여하는 바가 다소 인색하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한국바스프는 여수산업단지 토지 매입과 관련해 209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수령했고 공장 증설 등 명목으로 지식경제부로부터도 93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 본사서 국내 법인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배당금과 비교해 아주 적은 액수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당금과 로열티로 큰 돈을 챙기는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법인은 한국서 돈을 버는 창구일 뿐이지, 한국 경제를 위해 존재하는 법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 외국계 기업들도 대부분 해외 본사가 지배하는 지분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을 빌미로 한 국부 유출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외국계 기업 중 일부는 시설확충이나 고용 등 사업확장을 위한 재투자, 기부금 등 기업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이행 등에 다소 소극적인 행태를 보여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배당에는 적극적인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따가운 시선

고배당 기조에 대해 한국바스프 측은 “언론보도로 나온 게 전부”라며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 내부적으로 검토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사 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외국계 은행도 고배당 논란

그동안 고배당 논란에 휩싸여온 외국계 은행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배당성향이 극명하게 갈렸다. 씨티은행은 배당금 총액을 줄였지만 SC제일은행은 배당금 규모를 키웠다.

지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들의 배당금은 각 은행의 모그룹으로 지급된다.

씨티은행은 씨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 99.98%,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NEA가 100%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성향에 ‘국부 유출’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2019년 결산 배당금 총액은 652억4000만원으로, 22.2%의 배당 성향을 보였다.

지난 2018년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074억원이었지만, 중간배당 8116억원, 결산배당 1225억원을 합쳐 총 9341억원을 집행했다.

배당성향은 303.9%에 이른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매년 고배당 논란에 휩싸여왔다.

금융당국도 외국계 은행의 배당이 과하다고 지적하며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선 씨티은행이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배당금을 줄였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씨티은행 노조는 2018년 씨티은행서 한 해 당기순이익을 넘는 결산배당을 진행하며 논란이 일어난 것을 의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의 경우 매년 배당집행 때마다 국부 유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씨티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배당성향을 줄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호실적을 보였다. 순이익 증가율로 따지면 국내 시중은행 중 최고 수준으로 안다. 이에 따라 배당금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년 지적받아온 고배당 논란은 올해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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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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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