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36)색깔

바다와 인간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래요, 매창. 사람의 운명이란 선천적인 것도 있고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다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매한가지 아닌가 하오. 이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나는 운명을 거부하고 싶소. 차라리 개·돼지로 태어난 것만도 못한 이 운명 말이오.”

“그러고 보면 소녀의 경우는 사치라는 생각이 드옵니다.”

“아니오, 고통이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찌 비교하며 하찮다고 말할 수 있겠소.”

강릉에서

“하지만 나리의 운명은 너무 가혹하옵니다.”


“매창이 그리 생각한다니 내가 너무 미안하구려.”

“그런데 나으리, 강릉에서의 생활은 어떠하였나요.”

매창이 대화의 화두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강릉에서의 생활이라.”

“소녀는 강릉이라고 말만 들어보았지 가 본 적이 없어요. 그곳도 바닷가라고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허 허, 이곳도 저 변산으로 나가면 바다가 나오지 않소.”

“소녀가 듣기로는 이곳 변산 바다와 강릉의 바다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바다면 다 같은 바다이거늘 무에 다를 것이 있겠소.”

“그쪽 바다는 색깔이 파랗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요, 그 차이지. 이곳의 바다와는 달리 그곳의 바닷물은 파랗다오.”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이유가 달리 있겠소. 서해안 쪽의 바다는 바닥이 뻘로 이루어져 있고 강릉 쪽 바다의 바닥은 바위와 모래로 덮여 있으니 그렇게 보이지 않겠소.”

매창이 잠시 생각에 잠겨 들었다.

“나으리, 그러면 본래 바닷물 색깔은 파란가요?”

한마디 한마디 질문하는 매창의 입이 밉지 않았다.

불쑥불쑥 그 입을 자신의 입으로 덮치고 그 상태에서 답을 해주는 편이 훨씬 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창이 그런 허균의 마음을 읽은 모양이었다.

“나리, 그만 쉬시겠습니까.”

“아니오, 난 지금이 아주 좋소. 그대와 함께 내 가슴속에 있는 모든 것을 훌훌 풀어버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주 가볍다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아, 그리고 바닷물이야 다 똑같이 투명하지 않겠소. 단지 바닥에 있는 물질들이 어떤 색깔을 띠고 있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는 게지요.”


“바닥에 있는 물질 때문에 바닷물이 그렇게 달리 보인다.”

매창이 허균의 말을 되씹으며 스스로 답을 구하려는 듯 깊이 생각에 빠져들고 있었다.

허균이 사랑스러운 눈길로 잠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매창이, 바닷물이든 인간이든 매한가지 아니겠소?”

“인간도요.”

“태어날 때 소위 양반이니 천민이니 하는 요상한 굴레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색깔이 달라 보일 뿐이다 이거요. 속은 모두 다 똑같으면서 말이오.”


매창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왜 그러오, 매창.”

“불현듯 나리의 속 색깔은 어떨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요.”

“속 색깔이라.”

“네, 그러하옵니다.”

“그리도 원한다면 내 기꺼이 보여주리다.”

말을 마친 허균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옷 벗을 태세를 취했다.

“밖에 별이 있느냐!”

막 옷을 벗으려던 허균이 급히 행동을 멈추었다.

“아니, 왜 그러시옵니까, 나으리.”

허균이 멍한 시선으로 매창을 바라보았다.

“별을 부른 사연을 이름이시군요.”

“그러오.”

강릉과 변산의 바다…투명한 것은 매한가지
열일곱의 별…삼봉이 허균에 관해 한 말은?

“죄송하옵니다, 나리. 그 귀한 모습을 어찌 그냥 볼 수 있겠사옵니까. 그러니 상을 새로이 봐 오라고 별을 부른 것이옵니다.”

“허 허 허허허.”

허균이 탄성을 내지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상이 새로 차려지고 있었다. 음식들이 식은지라 술을 계속 마시려면 부득이 상을 새로 보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매창은 잠시 자리를 비운 터였고 매창을 대신해서 상을 마무리한 별이 막 방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네 이름이 별이라 했더냐.”

“네, 나리.”

완전 햇병아리라는 사실이 그녀의 얼굴색에서 드러났다.

묻기만 하였는데도 얼굴색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얼굴을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찬찬히 그녀의 몸을 훑어보았다.

측간에 갈 때는 어둠 속이라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은 오동통하게 생긴 것이 막 물이 오를 대로 올라 탱탱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허균의 목구멍으로 침이 절로 넘어가고 있었다.

“네 나이 몇이더냐.”

별의 몸이 살짝 꼬여지고 있었다.

“소녀 이제 열일곱이옵니다.”

“열일곱이라, 참으로 좋은 나이로구나.”

허균의 말에 아니, 허균의 음탕한 시선에 별의 몸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필시 남자와는 가까이 해본 적 없는 아이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갑자기 회가 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지금 삼복은 무엇을 하고 있더냐.”

“그 분은 지금 곤하게 자고 있습니다. 코 고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고 있으니.”

말하다 아차, 하는 듯 급히 말을 멈추었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저…….”

허균이 별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좌우지간 하인들이란 그저 먹고 일하고 자는 일이 습관화 돼 있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세상 돌아가는 대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그저 편하게 살다 가면 그만이었다.

“자네는 매창과 어떤 사이더냐?”

“소녀는 조카이옵니다.”

“조카라…….”

당황한 별

물론 친조카는 아닐 터였다.

그냥 외롭게 지내는 기생들이 어미니, 이모니 부르면서 서로  위안 삼고 의지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자네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느냐.”

“물론이옵니다, 나리. 천하의 허균 나리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천하의라. 누가 그러더냐.”

별의 몸이 죄지은 양 잔뜩 옹크려졌다.

“하인…….”

“삼복이가 말이더냐.”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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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