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맛살’ 한성기업의 속살

수익은커녕 이자 막는 데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성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의심받고 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부담스러울 만큼 채무가 불어난 상태. 이런 와중에 계열사도 챙겨야 한다.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라도 나서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 임준호 한성기업 사장

한성기업은 수산물 가공업으로 인지도를 올린 회사다. 해당 분야서 60년 가까운 연혁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근 성장 한계치에 직면한 모습이다. 원양어선을 통한 수산자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도 모자라, 국내 사업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실적지표서 이 같은 양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암담한 현실
출구 막혔나

한성기업의 최근 3년 별도 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7년 3228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2869억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2701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영업이익 낙폭은 한층 뚜렷하다. 2017년 67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7억6700만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8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3720만원이던 매출채권손상손실이 지난해 76억5400만원으로 책정된 여파가 컸다.

순이익 역시 처참하긴 마찬가지다. 2017년 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성기업은 이듬해 26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순손실이 174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기타비용으로 지출 처리된 금액이 2018년 19억원서 지난해 113억원으로 6배 가까이 불어난 게 결정적이었다.


기타비용 중 91억원은 회수가능가액이 장부가액에 미달하는 선급금이었다. 한성기업은 이 금액을 기타자산손상차손으로 분류하고 기타비용에 포함시켰다.

2년 연속 순손실의 후폭풍은 이익잉여금 항목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한성기업의 이익잉여금은 32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지속된 순손실로 인해 이익잉여금은 2018년 274억원에 이어 지난해 92억원으로 급감했다. 2년 사이에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오너 회사 지분으로 얽긴 긴밀한 연결고리
성장 한계치 직면…과도한 부채 실적 부진

사업부문별로 보면 한성기업의 양대 축인 식품부문과 해외부문의 동반 부진이 눈에 띈다. 한성기업의 사업구조는 어획한 수산물 판매와 현지 법인과의 중계무역 등을 담당하는 해외 부문과 자사 공장 및 관계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식품 부문, 그리고 기타 부문으로 나뉜다. 

식품 부문은 매년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2017년 38억원이던 식품 부문 영업이익은 이듬해 27억원으로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순손실만 62억원에 달했다. 2017년 2000억대를 넘긴 매출액도 지난해에는 1799억원에 머물렀다.

해외 부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7년 25억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한 해외 부문은 이듬해 25억원 손실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에는 손실폭이 27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매출액은 2017년의 약 80% 수준인 881억원에 그쳤다.

동종업계 경쟁서도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2015년 국내 게맛살 시장점유율 40%가 깨진 한성기업은 2017년 사조에 추월당했다. 급기야 지난해 한성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7.4%까지 내려갔다. 반면 업계 1위인 사조의 점유율은 46%까지 치솟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불러온 재무건전성 악화를 단시일에 해소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 같은 특징은 부채비율, 유동비율, 단기차입금비율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동반 부진
난관 봉착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의 총자산(총자본+총부채)은 2336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총자본은 499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837억원은 총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368.4%를 기록했다.

300%대 부채비율은 비단 지난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성기업은 최근 5년 가운데 2017년(283.5%)에만 200%대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역시 기준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한성기업의 유동비율은 71.81%에 불과하다.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159억원, 1627억원이다. 시장에선 유동비율 200% 이상을 유동성 적정 수준으로 인식한다.
 

차임금도 증가 추세다. 한성기업의 지난해 총차입금은 11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1015억원, 차입금의존도는 48.1%로 집계됐다.

특히 단기차입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17년 726억원이던 한성기업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이듬해 852억원, 지난해 912억원으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총차입금(1121억원) 대비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81.29%에 달했다.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또 단기차입금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 탓에 순이익 감소와 직결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 단기차입금 항목을 보면 이자부담이 가장 큰 곳은 한국산업은행(단기차입금 166억원, 연이자율 3.87∼3.96%)에 이어 두 번째로 단기차입금 규모가 컸던 농협은행이었다. 한성기업은 농협은행으로부터 연이자율 6.58∼6.81%에 123억원을 단기로 빌렸다.

부채만 잔뜩
쌓이는 이자

여타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이 통상 3∼5% 수준임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을 통한 단기차입금은 이자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미 한성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인해 매년 30억∼40억원 안팎의 순이자비용을 발생시키는 상황이다.

한성기업 단기차입금 내역에는 비케이에이스제삼차로부터 5% 연이자율로 빌린 110억원도 포함된다. 비케이에이스제삼차는 한성기업의 미래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지난해 설립된 자산유동화회사다. 한성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지배력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해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행히 차입처가 제1금융권 위주라, 급격한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출어자금대출로 분류되는 수협중앙회 단기차입금 150억원(연이자율 3%), 수출성장자금대출로 분류되는 수출입은행 단기차입금 45억원(연이자율 5.65%)은 매년 만기연장을 통해 상환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시키고 있다.

한성기업이 대내외서 난관에 봉착한 것과 별개로, 한성기업과 계열사 간 연결고리는 여전히 공고하다. 현재 한성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임우근 회장의 자녀인 임준호 사장과 임선민 이사가 있다. 이들은 극동수산 지분을 각각 53.37%, 46.63%씩 나눠 갖고 있다.

오너 3세는 극동수산을 지배함으로서, 한성기업 및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형상으로는 임 회장이 상장사인 한성기업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방식이지만, 지분구조를 보면 임 회장의 두 자녀가 개인회사인 극동수산을 앞세워 한성기업과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수익은커녕 이자 막는 데 급급
이 와중에도 내부거래·지급보증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의 최대주주는 지분 17.7%를 보유한 극동수산이고, 임 회장(16.75%)이 뒤를 잇는다. 임 회장 오너 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면 지분율은 42.17%까지 치솟는다.

극동수산은 한성식품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한성식품의 나머지 지분 62%는 ▲한성기업(37%) ▲임우근 회장(8%) ▲임 회장의 부인 박정숙씨(12%), ▲임우근 회장의 동생인  임범관씨(5%)가 나눠 갖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인 한성수산식품은 ▲한성식품(34.94%) ▲극동수산(30.00%) ▲한성기업(9.75%) ▲임우근 외(24.94%) 등이 99.64%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얽히고설킨 지분관계는 내부거래의 토대로 작용한다. 계열사들은 한성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의 대부분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성수산식품은 2017년 312억원 중 99.7%인 311억원, 2018년 363억원 중 98.6%인 358억원의 매출을 한성기업과의 거래로 만들었다.

한성식품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19억원, 110억원의 매출을 한성기업과의 거래로 만들었다. 내부거래 비율은 100%였다.

2015년 내부거래 비중이 99.3%까지 치솟았던 극동수산은 최근 내부거래 비중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의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37.5%, 31.5%로 나타났다.

한성기업과 계열사 간 돈독한 관계는 지급보증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한성기업은 한성수산식품과 한성식품으로부터 각각 305억원, 48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받았다. 대표이사가 제공한 지급보증액 333억원을 합하면, 한성기업이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지급보증액은 686억원에 이른다.

곳간 비는데
계열사 챙기기

반대로 한성기업 역시 계열사 지급보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7년 162억원, 2018년 177억원, 지난해 234억원 등 한성식품이 극동수산과 한성식품에 제공한 차입금지급보증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극동수산에 대한 차입금지급보증은 192억원으로 전년(105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한성식품은 지난해 한성식품에 제공한 차입금지급보증액은 4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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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