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의 ‘수상한 부동산’ 추적

땅은 실속 있게 집은 대담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김정수 기자 =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이 60억원 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본다. 자녀들이 아파트를 매입한 시기 때문이다. 박 회장 자녀들은 만 26세, 만 29세, 만 30세에 억대 아파트 소유자가 됐다.
 

▲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개인명의로 총 6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모두 11개 부동산으로 토지 10곳과 아파트 1채다. 박 회장은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지난해에 토지를 매입했다. 박 회장이 취득한 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토지 구입
고가 아파트

토지는 모두 경기도 김포시 소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서 판매한 땅으로 건축이 가능한 ‘대’와 ‘전’이다. 모든 토지가 한강을 바라보고 있고, 세 묶음씩 일렬로 나열된 점도 흥미롭다.

박 회장은 지난 2015년 토지 2곳을 매입했다. 그해 11월27일 381.7m²(115평·대), 15m²(4.5평·전) 등이다. 매매가는 각각 7억2141만원, 705만원으로 모두 7억2846만원이었다.

2016년에는 6곳으로 늘었다. 그해 9월26일 15m²(4.5평·전) 2곳을 705만원씩 1410만원에 매입했다. 10월5일에는 389.8m²(117.9평·대) 2곳을 각각 7억4062만원, 7억2892만원에 취득했다. 같은 날 15m²(4.5평·전) 2곳도 705만원씩 1410만원에 사들였다. 토지 매입에만 모두 14억9774만원이 사용됐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26일 382.9m²(115.8평·대) 2곳을 추가로 구입했다. 매매가는 각각 7억1602만원으로 모두 14억3204만원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매입한 토지를 ‘알짜’로 봤다.

개인명의 60억원 부동산 확인
매입 아파트와 주소 불일치 왜?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이)정말 많이 올랐다”며 “2∼3년 전부터 매수세가 꾸준해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토지 일대는 김포서 입지가 좋은 곳”이라며 “평당 가격이 꽤 올랐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김포시 토지 매입에 모두 36억5825만원을 사용했다. 건축 등 개발이 진행된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만하다.

박 회장은 토지뿐만 아니라 고가 아파트도 구입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29일 서울 성동구 소재 T아파트를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분양가는 23억5250만원이었다.
 

박 회장은 김포시 토지와 T아파트 매입에 60억1075만원을 지출했다. 부동산은 3개 년도에 걸쳐 취득됐다. 어림잡아 1년 평균 20억원의 자금이 쓰였다.


<일요시사>는 프리드라이프 측에 박 회장의 보수와 연봉 등을 문의했지만 “급여 정보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부분이다.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 행위는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눈길이 가는 건 박 회장이 매입한 성수동 아파트가 실제 거주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 ‘공식 주소’는 김포시에 있는 W아파트다.

박 회장은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에버엔프리드 대표이사다. 법인 등기부등본서 확인할 수 있는 박 회장 주소는 T아파트가 아닌 W아파트다. 박 회장이 소유자로 등록된 김포시 토지 등기부등본서도 그의 주소지는 W아파트로 확인된다.

알짜 토지
속속 매입

W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소유주는 박 회장이 아닌 동생 박경희씨였다. 경희씨는 지난 2015년 4월27일 W아파트를 4억1000만원에 매입했다. 서류상으로 따져봤을 때, 박 회장은 자신이 매입한 T아파트를 뒤로한 채 동생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W아파트가 아니라 T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W아파트는 주소지로만 설정해뒀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이 멀쩡한 T아파트를 내버려 두고 W아파트를 주소지로 설정한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박 회장이 T아파트를 매입한 날 외아들 박현배 프리드라이프 대표이사도 같은 아파트를 구입했다. 박 회장 아파트와 동, 호수, 면적만 달랐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대표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박 대표에게 아파트를 사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당시 박 대표가 매입한 아파트 분양가는 14억2000만원이었다. 눈길이 가는 건 매입 시점이다. 박 대표는 1986년생이다. 아파트 매입 당시 나이는 만 29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억대 아파트 소유자가 됐다.
 

▲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명의로 돼있는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일대의 토지 ⓒ김희구 기자

아파트 매입 전 박 대표는 프리드라이프와 계열사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14억원을 저축할 수 있을 만한 근무기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박 대표는 미국 럿거스대학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만 28세였던 지난 2014년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했다. 박 대표가 2014년 1월1일부터 출근했다고 가정한다면, 아파트를 매입한 2015년 12월29일까지 약 24개월 근무한 셈이다.

만 29세 때
14억 아파트?


박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프리드라이프 계열사 임원직도 수행했다. 그는 엠투커뮤니케이션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엠투커뮤니케이션이 설립된 시기는 2014년 8월22일로 아파트 매입 전까지 약 16개월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2014년 10월 팜플러스 사내이사로도 재직했다. 아파트 매입 시기까지 약 14개월을 근무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프리드라이프와 엠투커뮤니케이션, 팜플러스에서 모두 54개월 정도 근무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아파트를 2015년 12월에 매입하기 위해 매달 2600여만원을 모아야 한다. 만으로 20대인 청년이 저축하기엔 무리한 돈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박 대표가 프리드라이프 입사 전 경제활동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 대표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부분이고,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큰 딸과 작은 딸도 박 대표 사례와 비슷하다. 이들 역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억대 아파트를 소유하게 됐다. 큰딸 은혜씨는 현재 김포에 있는 아파트 소유주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은혜씨는 2011년 5월20일 5억3309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81년생 은혜씨는 당시 만 30세였다.

은혜씨는 결혼 후 서울 서초구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은혜씨 남편 신융화씨는 프리드라이프 계열사 현대의전과 프리드캐피탈대부 등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신씨의 주소를 살펴보면 전세권자로 은혜씨가 등장한다. 은혜씨 부부가 이곳에 전세를 들어 거주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녀들도 20대 때 억대 아파트
“취득 과정 불·탈법 없다” 해명

눈길이 가는 건 전세권자에 박 회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서초구에 딸 아파트를 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전세금은 12억5000만원이다.

다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박 회장이 아파트 전세금을 지급해줬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부분이고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둘째 딸 은정씨도 이른 나이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은정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은정씨는 지난 2010년 1월23일 9억3800만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다. 83년생인 은정씨는 당시 만 26세였다.
 

은정씨는 2000년대 초반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바 있지만 2006년 2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후 2009년 선진 장례문화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기간은 3년이었다. 은정씨는 해당 기간에 억대 아파트 비용을 마련한 셈이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아파트 가격은 상당한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박 회장이 2015년 23억5250만원 정도에 매입한 성수동 아파트는 39억원까지 올랐다. 5년새 차익만 15억원 이상 발생했다.

박 대표가 만 29세에 매입한 14억2000만원 성수동 아파트는 29억원까지 상승했다. 얼추 두 배 이상 뛰었다.

시세차익
많게는 2배

은혜씨가 만 30세에 5억3309만원에 구입한 김포 아파트는 6억원이 됐다. 은정씨가 만 26세에 9억원으로 취득한 영등포 아파트는 15억원까지 올랐다. 박 회장이 본주소지로 등록한 동생 경희씨의 4억1000만원 김포 아파트는 5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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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