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의 ‘수상한 부동산’ 추적

땅은 실속 있게 집은 대담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김정수 기자 =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이 60억원 규모의 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본다. 자녀들이 아파트를 매입한 시기 때문이다. 박 회장 자녀들은 만 26세, 만 29세, 만 30세에 억대 아파트 소유자가 됐다.
 

▲ 프리드라이프 박헌준 회장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개인명의로 총 60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모두 11개 부동산으로 토지 10곳과 아파트 1채다. 박 회장은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지난해에 토지를 매입했다. 박 회장이 취득한 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토지 구입
고가 아파트

토지는 모두 경기도 김포시 소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서 판매한 땅으로 건축이 가능한 ‘대’와 ‘전’이다. 모든 토지가 한강을 바라보고 있고, 세 묶음씩 일렬로 나열된 점도 흥미롭다.

박 회장은 지난 2015년 토지 2곳을 매입했다. 그해 11월27일 381.7m²(115평·대), 15m²(4.5평·전) 등이다. 매매가는 각각 7억2141만원, 705만원으로 모두 7억2846만원이었다.

2016년에는 6곳으로 늘었다. 그해 9월26일 15m²(4.5평·전) 2곳을 705만원씩 1410만원에 매입했다. 10월5일에는 389.8m²(117.9평·대) 2곳을 각각 7억4062만원, 7억2892만원에 취득했다. 같은 날 15m²(4.5평·전) 2곳도 705만원씩 1410만원에 사들였다. 토지 매입에만 모두 14억9774만원이 사용됐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26일 382.9m²(115.8평·대) 2곳을 추가로 구입했다. 매매가는 각각 7억1602만원으로 모두 14억3204만원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박 회장이 매입한 토지를 ‘알짜’로 봤다.

개인명의 60억원 부동산 확인
매입 아파트와 주소 불일치 왜?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이)정말 많이 올랐다”며 “2∼3년 전부터 매수세가 꾸준해 매물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토지 일대는 김포서 입지가 좋은 곳”이라며 “평당 가격이 꽤 올랐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김포시 토지 매입에 모두 36억5825만원을 사용했다. 건축 등 개발이 진행된다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만하다.

박 회장은 토지뿐만 아니라 고가 아파트도 구입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29일 서울 성동구 소재 T아파트를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분양가는 23억5250만원이었다.
 

박 회장은 김포시 토지와 T아파트 매입에 60억1075만원을 지출했다. 부동산은 3개 년도에 걸쳐 취득됐다. 어림잡아 1년 평균 20억원의 자금이 쓰였다.

<일요시사>는 프리드라이프 측에 박 회장의 보수와 연봉 등을 문의했지만 “급여 정보는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동산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부분이다.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 행위는 없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눈길이 가는 건 박 회장이 매입한 성수동 아파트가 실제 거주지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 ‘공식 주소’는 김포시에 있는 W아파트다.

박 회장은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에버엔프리드 대표이사다. 법인 등기부등본서 확인할 수 있는 박 회장 주소는 T아파트가 아닌 W아파트다. 박 회장이 소유자로 등록된 김포시 토지 등기부등본서도 그의 주소지는 W아파트로 확인된다.

알짜 토지
속속 매입

W아파트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소유주는 박 회장이 아닌 동생 박경희씨였다. 경희씨는 지난 2015년 4월27일 W아파트를 4억1000만원에 매입했다. 서류상으로 따져봤을 때, 박 회장은 자신이 매입한 T아파트를 뒤로한 채 동생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W아파트가 아니라 T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W아파트는 주소지로만 설정해뒀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이 멀쩡한 T아파트를 내버려 두고 W아파트를 주소지로 설정한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박 회장이 T아파트를 매입한 날 외아들 박현배 프리드라이프 대표이사도 같은 아파트를 구입했다. 박 회장 아파트와 동, 호수, 면적만 달랐다.

일각에선 박 회장이 박 대표에게 아파트를 마련해줬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박 대표에게 아파트를 사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당시 박 대표가 매입한 아파트 분양가는 14억2000만원이었다. 눈길이 가는 건 매입 시점이다. 박 대표는 1986년생이다. 아파트 매입 당시 나이는 만 29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억대 아파트 소유자가 됐다.
 

▲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명의로 돼있는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 일대의 토지 ⓒ김희구 기자

아파트 매입 전 박 대표는 프리드라이프와 계열사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14억원을 저축할 수 있을 만한 근무기간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박 대표는 미국 럿거스대학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만 28세였던 지난 2014년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했다. 박 대표가 2014년 1월1일부터 출근했다고 가정한다면, 아파트를 매입한 2015년 12월29일까지 약 24개월 근무한 셈이다.

만 29세 때
14억 아파트?

박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프리드라이프 계열사 임원직도 수행했다. 그는 엠투커뮤니케이션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엠투커뮤니케이션이 설립된 시기는 2014년 8월22일로 아파트 매입 전까지 약 16개월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2014년 10월 팜플러스 사내이사로도 재직했다. 아파트 매입 시기까지 약 14개월을 근무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표는 프리드라이프와 엠투커뮤니케이션, 팜플러스에서 모두 54개월 정도 근무했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아파트를 2015년 12월에 매입하기 위해 매달 2600여만원을 모아야 한다. 만으로 20대인 청년이 저축하기엔 무리한 돈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박 대표가 프리드라이프 입사 전 경제활동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이에 대해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박 대표의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부분이고,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큰 딸과 작은 딸도 박 대표 사례와 비슷하다. 이들 역시 비교적 어린 나이에 억대 아파트를 소유하게 됐다. 큰딸 은혜씨는 현재 김포에 있는 아파트 소유주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은혜씨는 2011년 5월20일 5억3309만원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81년생 은혜씨는 당시 만 30세였다.

은혜씨는 결혼 후 서울 서초구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겼다. 은혜씨 남편 신융화씨는 프리드라이프 계열사 현대의전과 프리드캐피탈대부 등에서 임원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신씨의 주소를 살펴보면 전세권자로 은혜씨가 등장한다. 은혜씨 부부가 이곳에 전세를 들어 거주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녀들도 20대 때 억대 아파트
“취득 과정 불·탈법 없다” 해명

눈길이 가는 건 전세권자에 박 회장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서초구에 딸 아파트를 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전세금은 12억5000만원이다.

다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박 회장이 아파트 전세금을 지급해줬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부분이고 부동산 취득 과정서 불법·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둘째 딸 은정씨도 이른 나이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은정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은정씨는 지난 2010년 1월23일 9억3800만원에 아파트를 취득했다. 83년생인 은정씨는 당시 만 26세였다.
 

은정씨는 2000년대 초반 프리드라이프에 입사한 바 있지만 2006년 2월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후 2009년 선진 장례문화를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기간은 3년이었다. 은정씨는 해당 기간에 억대 아파트 비용을 마련한 셈이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아파트 가격은 상당한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박 회장이 2015년 23억5250만원 정도에 매입한 성수동 아파트는 39억원까지 올랐다. 5년새 차익만 15억원 이상 발생했다.

박 대표가 만 29세에 매입한 14억2000만원 성수동 아파트는 29억원까지 상승했다. 얼추 두 배 이상 뛰었다.

시세차익
많게는 2배

은혜씨가 만 30세에 5억3309만원에 구입한 김포 아파트는 6억원이 됐다. 은정씨가 만 26세에 9억원으로 취득한 영등포 아파트는 15억원까지 올랐다. 박 회장이 본주소지로 등록한 동생 경희씨의 4억1000만원 김포 아파트는 5억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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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