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으로 본’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스타들 백태

낳아만 주고 평생 발목 잡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더 짙다’고 했던가. 화려한 조명 이면에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부모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기도 하고, 심지어 부모와의 천륜을 끊은 예도 있다. 부모 때문에 속 썩는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혜수·조여정·차예련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대중의 곁을 떠난 고(故) 구하라는 생전 모친으로 인한, 상처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하라가 9세 되던 해 집을 나간 뒤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구하라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컸다. 

부모의 죄
자식의 한

구하라는 지난 20년 동안 모친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안고 살았다. 하지만 친모가 구하라를 찾온 때는, 구하라가 죽은 뒤였다. 구하라의 친오빠인 구호인씨에 따르면 친모는 장례식장에 상복을 입고 엄마 행세를 하려고 했다. 구씨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친모께서 상복을 입겠다고 하셨는데, 동생 지인들에게 ‘내가 하라 엄마다’라고 보여주는 게 저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도저히 상복을 입게 할 수 없었다”며 “친모를 쫓아냈다”고 했다. 

구하라가 사망한 지 일 주일도 되지 않아 친모는 변호사를 선임해 구하라의 재산을 5:5로 나눠 갖자고 주장했다. 이미 오래전에 남매의 친권을 포기한 친모는 구하라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혈연관계만 있으면 어떤 사정도 보지 않고 무조건 재산을 받을 수 있다. 자녀와 배우자가 1순위, 2순위가 부모다. 자녀와 배우자가 없는 구하라의 상속권자는 친부와 친모다. 


친부는 재산을 포기했지만, 친모는 ‘악마의 탈’을 쓴 듯 법의 빈틈을 노리고 구하라의 재산을 뺏으려 하고 있다. 

유족은 모친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상속 분할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모친은 이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 서면을 냈다. 

상속, 빚투, 탈세…고통 방식 다양
연예계에 불어 닥친 ‘양육의 비밀’

참다못한 구씨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구하라법’에 대한 청원 글을 올렸고, 빠른 기간 안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냈다. 양육 의무를 현저히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 한 해 상속 결격 사유를 추가하는 내용이 구하라 법의 골자다. 하지만 법 개정이 된다고 해도 구하라의 유족들은 소급 적용 금지 원칙에 따라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구씨는 “앞으로도 발생하는 피해자를 막고자 하는 마음서 청원 글을 남겼다”고 밝혔다. 

비록 오빠가 구하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생전에도 모친으로부터 받은 아픔에 사무쳤던 구하라는 하늘서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 고 구하라 ⓒ사진공동취재단

최근에는 배우 장근석이 모친과 불화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근석의 모친은 수십억원의 세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배우 장근석의 모친이자 전 소속 연예기획사 트리제이컴퍼니 대표인 전모씨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근석 측은 지난 2일, 탈세 혐의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이는 소속사 대표였던 모친이 전적으로 주도한 일로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장근석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모친의 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모친이 보여준 모습에 크게 실망했고, 모든 사실을 숨긴 것에 가족으로서 신뢰마저 잃었다. 단호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늘이 정한 
인연 때문에…

하늘이 정한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천륜이라 한다. 구하라나 장근석처럼 천륜 때문에 상처받은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돈 때문이다. 성공한 자식의 이름을 차용해, 빚을 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빚을 지고, 자식이 성공했음에도 갚지 않은 예도 있다. 

이른바 ‘빚투’가 2018년 연예계를 휩쓸었다. 빚투는 가족이나 친척 등이 사기를 치거나 돈을 갚지 않는 물의를 저질렀다는 의혹들이 연이어 폭로되는 일련의 사회 현상을 일컫는다. 

래퍼 마이크로닷은 사실상 빚투 운동의 시발점이자 가장 악질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8년 5월경, 충북 제천서 목장을 했던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주변 지인들에게 사기를 쳐 거액의 돈을 속여 뺏은 뒤 뉴질랜드로 도망갔다. 총 14명의 이웃으로부터 빌린 돈은 4억원여다. 항간서 증언들이 꾸준히 회자됐던 이야기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원심은 물론 항소심서도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았다. 
 

▲ 마이크로닷 ⓒSBS플러스

마이크로닷의 경우 부모의 죄질이 심각했을 뿐 아니라, 마이크로닷 역시 ‘사기의 수혜자’로 취급됐다. 아울러 마이크로닷 측은 대처 과정서도 거짓말을 하는 등 최악의 언행을 보였다. 연예계서 퇴출당한 마이크로닷을 향한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빚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대다수 연예인이 빚더미에 앉은 부모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많았다. 

불화 그리고
불우한 가정사

대표적으로 배우 김혜수다. 김혜수의 모친은 사업을 이유로 지인들로부터 약 13억원을 빌린 뒤 몇 년이 지나도록 갚지 않았다. 김혜수의 모친으로부터 돈을 빌려준 사람 중에는 현직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피해자 대다수가 김혜수의 이름을 믿고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김혜수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금전 문제로 인한 불화로 8년 가까이 연락이 끊겼다”며 “어머니가 혼자 행한 일들에 개입한 적 없다. 어머니를 대신해 법적 책임을 질 근거는 없다고 확인된다”고 솔직하게 밝혀 응원을 받았다. 

걸그룹 마마무의 휘인은 아버지의 과거 채무로 인해 빚투 폭로를 당했다. 이에 휘인은 2012년 부모님이 이혼한 사실과 함께, 모친이 결혼 당시 부친의 빚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았다는 사연을 소상히 전했다.

배우 차예련은 15년 동안 연락을 끊고 살아온 부친의 빚 약 10억원을 갚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차예련은 “아버지의 사건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웠다. 또 내 이름을 믿고 빌려줬다는 말에, 책임감을 느꼈다”며 빚을 갚아온 이유를 말했다.

배우 조여정과 한고은도 아픈 가정사를 고백했다. 조여정은 “과거 부친의 채무로 인해 부모님은 이혼했고, 이후 아버지와 교류가 없었다. 아버지와 연락을 취하려 노력했지만, 거처도 번호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 개그맨 김영희 ⓒ인스타그램

빚투 폭로를 당한 한고은 역시 미국 이민 이후 아버지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졌다고 밝혔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으며, 오히려 생활비를 지원해주며 힘들게 지낸 것은 물론 여러 채무로 인해 촬영장서 협박을 받고 변제해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드러난 안타까운 가족사
“천륜 끊었다” 연예인도


이 밖에도 개그맨 황제성, 비투비의 이민혁, 배우 마동석, 김보성, 티파니 등이 빚투를 통해 안타까운 가족사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한 바 있다. 

빚투 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부모와의 불화가 대중에 알려진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축구 선수이자 최근 방송인으로 전향한 안정환과 가수 장윤정이 있다. 안정환은 모친과 외삼촌이 1억5000만원을 빌려 갔으나 20년 동안 갚지 않았으며, 이 사건과 별개로 과거 1억원대의 빚으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안정환은 한 매체와 인터뷰서 “선수로서 성공을 거둔 후 이른바 ‘빚잔치’를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아들 훈련과 양육을 명목으로 빌리신 돈 중에 실제로 제가 받은 지원이나 돈은 한 푼도 없었다”고 밝혔다.

장윤정 역시 모친과 오랜 갈등을 고생했다. 장윤정의 모친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의 갈등은 2013년 언론 및 방송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극심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장윤정의 모친과 남동생은 각종 매체에 나와 장윤정이 모친을 정신병원에 넣으려 했다는 점과 음주운전 등을 거론하며 비방했으며, 2014년 장윤정의 소속사에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 소송서 장윤정의 모친은 패소했다.

오래된 상처
공방전으로 

장윤정은 2013년 SBS <힐링캠프>서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은 어머니가 모두 날렸다. 어느 날 은행서 연락이 와 찾아가 보니 은행 계좌 잔고에 마이너스 10억원이 찍혀 있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샀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타들의 부모 불화 대처법
응원과 이미지 훼손 사이

수많은 연예인들이 ‘빚투’ 등 좋지 않은 문제로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빚투가 ‘현대판 연좌제’의 부정적인 성격을 띤다는 걸 대중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어, 연예인들에게 꼭 나쁜 여론만 형성된 것은 아니다. 대처방식에 따라 응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의 심리를 읽지 못한 잘못된 언행으로 씻을 수 없을 정도의 이미지가 훼손괸 경우도 있었다.

▲발 빠른 사과와 문제 해결 = 배우 마동석은 빚투 사태 때 가장 교과서적인 대처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부친이 5억원의 채무가 있었다고 밝혀지자 마동석은 소속사를 통해 “금액 부분에서 차이가 있어서 재판을 진행한 부분과 함께 판결에 의해 갚아야 할 금액을 모두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발 빠른 사과와 함께 문제도 깔끔하게 처리한 데 이어, 반성하는 태도까지 보인 그의 언행에 대중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통스러웠다’ 호소 = 빚투 연예인 대부분이 자신의 상황을 호소하면서 대중의 비판을 면했다. 김혜수와 마마무의 휘인, 한고은, 조여정, 개그맨 황제성 등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자신만의 과거사를 소상히 밝히면서, 부모와의 인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대다수가 더 큰 반박 없이 조용히 넘어가게 됐다. 이를 알게 된 대중은 호소형 연예인들에게 안타깝다면서 동정심을 보였다.

▲돈 갚고 ‘말실수’ = 대표적으로 래퍼 도끼가 이 부분에 해당한다. 값비싼 호텔에서 거주하는 것은 물론 호화스러운 차량을 소유한 것을 일종의 ‘스웨그’로 표현했던 도끼는 모친이 과거 1000만원의 빚을 갚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러자 도끼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저희 어머니는 사기 친 적 없다. 1000만원? 불만 있으면 오라고 해라. 내 한 달 밥값밖에 안 된다”고 해 또 다른 구설수를 낳았다. 어찌 됐든 피해를 받은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후 도끼는 피해자를 만나 모두 변제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 측이 “도끼는 정중한 청년”이라고 입장을 내놨지만, 그의 훼손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도끼는 호된 곤욕을 치르면서 느낀 심경을 신곡 ‘말조심’에 담기도 했다. 

▲잘못된 사실 확인 = 개그우먼 김영희는 빠르게 대처하려다 오히려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부모가 6600만원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폭로를 당한 김영희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재무 변제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는 김영희 부모가 돈을 갚은 것은 10만원이었으며, 이는 ‘입막음용’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대중은 김영희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잘못이 있음을 인지한 김영희는 연극 공연에 앞서 무대에 올라 “물의를 빌어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각종 방송 및 셀럽파이브 등 활동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KBS2 <스탠드업! 스페셜>에 출연해 “작년 겨울 무척 추웠지만, 지금은 원만하게 해결됐다. 상처받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거짓 대응 ‘최악의 수’ = 빚투의 시발점인 마이크로닷은 최악의 사례로 꼽힌다. 첫 의혹이 드러난 후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마이크로닷은 피해자가 늘어나자 각 피해자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도 거짓말이었다. 

사태를 해결한다고 해놓고 뉴질랜드로 떠나 잠적했다. 20년 만에 합의에 나섰음에도 이미 ‘골든 타임’은 지났고, 대중의 반응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싸늘하다. <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