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30년 외길’ 신승훈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다시 ‘아티스트’란 꿈을 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가수 신승훈.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그의 가수 경력이 벌써 30년이 됐다. 1집부터 7집까지 발매한 모든 음반이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총 1700만장이 팔렸다. 각종 시상식서 수상한 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수로서 대체 불가능한 업적을 쌓았다. 30년간 가수로서 한 길을 걸어온 신승훈의 소회를 들어봤다.
 

▲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가수 신승훈에게는 무명시절 따윈 없었다. 1집 앨범은 140만장이 팔렸고, 타이틀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시작으로 그가 무대서 부르는 모든 곡이 명곡이 됐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SBS <인기가요>서 14주 연속 1위를 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벌써…
데뷔 30주년

‘처음 그 느낌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그 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지킬 수 없는 약속’ ‘엄마야’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들고 불렀다. 

첫 노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폭발적인 성공은 지금의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 신승훈을 만들었다. 신승훈 역시 데뷔곡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에게 30년 활동 중에 대표곡을 꼽으라면, 어떤 때는 ‘그 후로 오랫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사랑’을 꼽기도 하지만, 올해 한 곡만 뽑아야 한다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택하고 싶다. 처음 저를 알린 노래고, 그 노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취소됐지만, 세종문화회관서 개최하려 했던 콘서트서 이 곡을 첫 곡으로 넣었다.”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쌓은 신승훈은 2020년 30주년을 기념해 새 앨범을 발매했다. ‘My Personas’(마이 페르소나)가 앨범 명이다. 신승훈의 가수로서 남긴 기록을 대변해주는 명함 같은 앨범이라는 차원서 이러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최근에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나의 페르소나는 송강호’라고 하는 장면을 봤다. 나도 음악 감독이자 PD인데,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나의 음악이 내 페르소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다 보니 명함이 없는데, 명함 대신 이번 앨범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나의 분신 같은 음악’이다.”

무려 4년5개월 만에 내놓은 새 앨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이하 여헤처)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Walking in the Rain’(워킹 인 더 레인) ‘사랑, 어른이 되는 것’ ‘Lullaby’(Orchestra Ver.)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영원한 ‘국민가수’ ‘발라드 황제’
“스페셜 앨범은 분신과 같은 음악”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만큼 그 의미를 더하며 LP 한정판도 기획했다.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인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은 신승훈만의 것으로 담았다. 과거 노래를 리메이크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르의 노래를 담는 실험정신도 없다. 오롯이 나의 색깔이 강하게 반영된 음악들이다. 요즘 곡 시작 15초 안에 승부를 봐야 살아남는다는데, ‘여헤처’는 전주만 32초다. 5분이 넘는다.”

노래를 들어보면 1990년대 초반 신승훈이 맹활약하던 시기의 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 맑고 청아한 신승훈의 보이스가 어우러졌다. 듣는 순간 ‘신승훈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모험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다른 걸 하기보다는 ‘발라드 황제’로 불렸던 시절의 음악으로 팬들에게 찾아가고 싶었다. ‘여헤처’는 ‘슬픈데 안 울어? 그럼 내가 울려줄게’라는 마음으로 부른 노래다. 전형적인 신승훈 노래답다. 스태프들 사이서 이 곡과 ‘그러자 우리’가 인기를 얻었다. 정확히 반반이었다. ‘그러자 우리’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먹먹해지는 노래다. 서정적이면서도 울림이 더 있는 것 같다. 같은 이별의 상황서 ‘여헤처’는 남자의 입장을, ‘그러자 우리’는 여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 같다.”

▲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직접 작사·작곡을 하고 무대도 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오랜 기간을 살아온 신승훈은 최근 전문 작사가에게 작사를 맡기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의 경험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더 이상 내 감정서 끄집어내려야 끄집어낼 게 없다. 다비치가 리메이크한 ‘두 번 헤어지는 일’이 사랑에 대한 작사를 한 마지막 곡이다. 애쓰지 않아도 문득 생각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메마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를 쓰긴 하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고, 너무 투박하게 쓸 것 같았다. 그래서 작사는 내려놓고 있다.”

밀리언 셀러
90년대 향수

대신 사랑에 대한 노래보다는 인생에 대한 가사를 쓰기에 더 적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나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와 같은 곡은 어느덧 과장님, 부장님이 된 팬들이 힘들어할 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Let it be(렛 잇 비)’와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가수는 말보다 노래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노래를 제작했다. 평이 좋다. 가장 감동적인 댓글은 ‘전 안 힘든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듣고 우는 걸 보니 내가 힘들었었던 것 같다’는 글이었다. 내가 노래를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새 앨범의 노래와 데뷔곡을 비교해도 목소리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맑고 청아하다. 게다가그 사랑의 감성까지 잔뜩 묻어있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2030과 견줘도 손색없는 짙은 감성이다. 여전히 그의 피부는 곱디곱다. 이런 배경에 일각에선 신승훈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이 들지 않아서’라는 다소 매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감수성 면에서 철이 들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철이 아예 안 든지는 모르겠지만, 맑고 순수한 영혼을 유지하고 싶었다. 순수한 감성이 느껴진다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게는 지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는 않다. 그게 철이랑 연결될 것 같다. 철부지는 되지 않지만, 철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목소리는 기술인 것 같다. 어떻게 힘을 줘야 과거의 내 목소리가 나오는지 잘 알고 있다. 말할 때는 많이 굵어졌다. 하지만 노래할 때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과거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음색을 유지하는 게 곧 신승훈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특별하게 관리했다.” 

LP와 카세트 테이프, CD를 거쳐 스트리밍까지, 음악 콘텐츠의 변화를 모두 몸소 겪어온 가요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이문세, 유재하, 김현식을 보고 자라 서태지와 H.O.T와 경쟁했고, 싸이와 동방신기, 소녀시대에 이어 BTS의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온 그. 스스로 ‘가요계의 화석’이라 칭하는 그가 바라본 가요계는 어떠한 흐름에 있을까.

철부지는 
아니지만…

“내가 데뷔했을 때는 가요계가 중심이었다. 토요일 오후 7시면 MBC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했고, 연말 시상식도 가요제가 가장 관심이 높았다. 프라임 타임에 음악이 들렸다. 시청률이 엄청났고, 그 수혜자 중 하나가 나다. 앨범 내면 줄 서서 음반매장에 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황금기 같다. 레코드서 음원시장까지 왔는데, 예전에는 음악 감상실서 돈을 내고 들었다. 지금은 걸어다니면서 듣는다. 현대인들이 바빠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 같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가수들의 수준도 크게 발전했으며, 전문화됐다고 평가했다. 발라드 가수가 댄스나 소울, R&B 장르도 넘봤는데, 최근에는 한 분야, 한 장르만 고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자기 장르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가수들 모두 각 장르에 치중한다. 퓨저너블한 면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수준은 더 높아진 것 같다. 싸이나 BTS처럼 빌보드를 휩쓰는 후배들이 나타났다.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 사이서 그런 성과를 내는 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추억인 ‘음악 감상실’이 다신 없을 거라는 게 다소 애석하긴 하다.”

그런 변화 속에서 베테랑 가수 위치를 꾸준히 차지했다.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다고 평가했다. 30년이 지난 이제야 가수로서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기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반환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10주년, 20주년에도 내게 반환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하나는 짚어야 되는 시기 같다. 신인 시절에 ‘한 획을 그으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점은 찍어가겠다’고 했다. 이제 멀리서 봤을 때 그 점들이 선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내게 대단하다기보다는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만은 아니지만, 자부심은 있다. 인간 신승훈이 아닌, 가수 신승훈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니까.”

가수 신승훈은 절정의 인기스타이자, 누구나가 인정하는 뮤지션이다. 최근에는 프로듀서로 포지션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수·뮤지션·PD로 걸어온 발자취
“아티스트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내 음악인생을 정리한다면 10년은 정말 많이 사랑받기만 했던 것 같다. 사랑을 돌려주기엔 너무 바빴다. 행사하러 가도 한 곡만 부르고 다음 행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끼리 8·26 사태라고 하는데,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서 1만2000명이 우비를 쓰고 폭우를 맞으며 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이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10년부터 20년까지는, 진짜 뮤지션이 되고 싶어 히트곡 보다는 내 노래를 만들려 했고, 콘서트를 진행했다. 20년부터 30년까지는 방송을 많이 했다. MBC <위대한 탄생> M.net <보이스 코리아> 최근 M.net <내안의 발라드> 등이 있다. 대부분 프로듀서로서 나섰다. 현재 로씨라는 신인 가수를 키우고 있다. 30년부터 40년은 프로듀서 신승훈의 삶에 좀 더 집중할 것 같다.”

<보이스 코리아> 이후 그는 수많은 연습생을 휘하에 두었었다. 비록 큰 성공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러던 중 최근 대다수 연습생과의 계약을 끊고 오롯이 로씨에 집중하고 있다. 
 

▲ 가수 신승훈 ⓒ도로시뮤직

“성공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데뷔곡이 운이 좋아 성공했지만, 많은 가수들이 데뷔부터 잘되지 못한다. 아이유도 데뷔곡 ‘미아’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로듀서가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습생들을 다 내보냈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애들인데, 자신이 없었다. 책임지지 못하겠더라. 그리고 로씨만 남겼다. 이 친구가 잘되게 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씨로 인해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트렌지한 장르도 많이 섭렵했다.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한 기분이다.”

이번 신승훈과의 인터뷰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채팅으로 진행됐다. 그는 ‘마치 유튜버가 된 기분’이라고 생소한 인터뷰 환경의 느낌을 전했다. 시작과 동시에 30주년 인터뷰가 과거에 대한 기념이 아닌 30년을 어떻게 나아가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어필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흔히 가수나 배우 등을 지칭하는 수준의 아티스트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혹은 연예인으로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과거에 정말 잘나가는 스타였는데, 이제는 하강하고 있다. 어차피 떨어지게 돼있는데, 한 마리의 학처럼 아름답게 하강하고 싶다. 날개를 퍼덕퍼덕 하면서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고고하게 내려오고 싶다. 최근 10년은 내가 ‘아티스트’를 꿈꾸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뮤지션은 노래를 갖고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아티스트는 경지에 이르러서 어느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줬을 때 ‘장인이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 안에서 그런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

가요계 화석
아름다운 하강

아티스트를 꿈꾸는 신승훈은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4월 공연을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6월까지 기한을 미뤘다. 연습할 시간이 생긴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최대한 매진 중이다. “원래 4월 10일에 국내 공연이었고, 5월 8일에 미국 공연이 예정됐는데, 다 유야무야 됐다. 6월에 수원부터 시작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콘서트를 연습할 엄청난 시간이 주어졌다. 그간 쌓아뒀던 내 울분이나 감정을 이번 콘서트에 다 쏟아내려고 한다. 그러려고 코로나19가 불었었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번 콘서트를 통해 내 감정을 향유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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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