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30년 외길’ 신승훈 아직 못다 한 이야기

다시 ‘아티스트’란 꿈을 꾸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로 불리는 가수 신승훈. 1990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그의 가수 경력이 벌써 30년이 됐다. 1집부터 7집까지 발매한 모든 음반이 밀리언셀러에 올랐고, 총 1700만장이 팔렸다. 각종 시상식서 수상한 상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수로서 대체 불가능한 업적을 쌓았다. 30년간 가수로서 한 길을 걸어온 신승훈의 소회를 들어봤다.
 

▲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가수 신승훈에게는 무명시절 따윈 없었다. 1집 앨범은 140만장이 팔렸고, 타이틀곡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시작으로 그가 무대서 부르는 모든 곡이 명곡이 됐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 SBS <인기가요>서 14주 연속 1위를 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벌써…
데뷔 30주년

‘처음 그 느낌처럼’ ‘로미오와 줄리엣’ ‘그 후로 오랫동안’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지킬 수 없는 약속’ ‘엄마야’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 등 수많은 명곡을 만들고 불렀다. 

첫 노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폭발적인 성공은 지금의 국민가수이자 발라드 황제 신승훈을 만들었다. 신승훈 역시 데뷔곡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에게 30년 활동 중에 대표곡을 꼽으라면, 어떤 때는 ‘그 후로 오랫동안’이나 ‘보이지 않는 사랑’을 꼽기도 하지만, 올해 한 곡만 뽑아야 한다면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택하고 싶다. 처음 저를 알린 노래고, 그 노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취소됐지만, 세종문화회관서 개최하려 했던 콘서트서 이 곡을 첫 곡으로 넣었다.”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쌓은 신승훈은 2020년 30주년을 기념해 새 앨범을 발매했다. ‘My Personas’(마이 페르소나)가 앨범 명이다. 신승훈의 가수로서 남긴 기록을 대변해주는 명함 같은 앨범이라는 차원서 이러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최근에 영화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나의 페르소나는 송강호’라고 하는 장면을 봤다. 나도 음악 감독이자 PD인데, 나의 페르소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겼다. 나의 음악이 내 페르소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연예인이다 보니 명함이 없는데, 명함 대신 이번 앨범을 들려드리고 싶었다. ‘나의 분신 같은 음악’이다.”

무려 4년5개월 만에 내놓은 새 앨범. 더블 타이틀곡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이하 여헤처)와 ‘그러자 우리’를 비롯해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 ‘Walking in the Rain’(워킹 인 더 레인) ‘사랑, 어른이 되는 것’ ‘Lullaby’(Orchestra Ver.) 등 총 8곡이 수록됐다. 

영원한 ‘국민가수’ ‘발라드 황제’
“스페셜 앨범은 분신과 같은 음악”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만큼 그 의미를 더하며 LP 한정판도 기획했다.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인 이번 앨범은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은 신승훈만의 것으로 담았다. 과거 노래를 리메이크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르의 노래를 담는 실험정신도 없다. 오롯이 나의 색깔이 강하게 반영된 음악들이다. 요즘 곡 시작 15초 안에 승부를 봐야 살아남는다는데, ‘여헤처’는 전주만 32초다. 5분이 넘는다.”

노래를 들어보면 1990년대 초반 신승훈이 맹활약하던 시기의 향수가 저절로 떠오른다. 감미로운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 맑고 청아한 신승훈의 보이스가 어우러졌다. 듣는 순간 ‘신승훈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모험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다른 걸 하기보다는 ‘발라드 황제’로 불렸던 시절의 음악으로 팬들에게 찾아가고 싶었다. ‘여헤처’는 ‘슬픈데 안 울어? 그럼 내가 울려줄게’라는 마음으로 부른 노래다. 전형적인 신승훈 노래답다. 스태프들 사이서 이 곡과 ‘그러자 우리’가 인기를 얻었다. 정확히 반반이었다. ‘그러자 우리’는 가만히 듣고 있으면 먹먹해지는 노래다. 서정적이면서도 울림이 더 있는 것 같다. 같은 이별의 상황서 ‘여헤처’는 남자의 입장을, ‘그러자 우리’는 여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 같다.”

▲ ▲'발라드 황제‘ 신승훈 ⓒ도로시뮤직

직접 작사·작곡을 하고 무대도 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오랜 기간을 살아온 신승훈은 최근 전문 작사가에게 작사를 맡기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사랑의 경험을 안 해봤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더 이상 내 감정서 끄집어내려야 끄집어낼 게 없다. 다비치가 리메이크한 ‘두 번 헤어지는 일’이 사랑에 대한 작사를 한 마지막 곡이다. 애쓰지 않아도 문득 생각나던 친구가 있었는데,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메마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를 쓰긴 하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고, 너무 투박하게 쓸 것 같았다. 그래서 작사는 내려놓고 있다.”

밀리언 셀러
90년대 향수

대신 사랑에 대한 노래보다는 인생에 대한 가사를 쓰기에 더 적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에 대해서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나 ‘늦어도 11월에는’ ‘내가 나에게’와 같은 곡은 어느덧 과장님, 부장님이 된 팬들이 힘들어할 때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Let it be(렛 잇 비)’와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가수는 말보다 노래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노래를 제작했다. 평이 좋다. 가장 감동적인 댓글은 ‘전 안 힘든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듣고 우는 걸 보니 내가 힘들었었던 것 같다’는 글이었다. 내가 노래를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새 앨범의 노래와 데뷔곡을 비교해도 목소리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맑고 청아하다. 게다가그 사랑의 감성까지 잔뜩 묻어있다. 50대 중반의 나이지만, 2030과 견줘도 손색없는 짙은 감성이다. 여전히 그의 피부는 곱디곱다. 이런 배경에 일각에선 신승훈이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철이 들지 않아서’라는 다소 매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감수성 면에서 철이 들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철이 아예 안 든지는 모르겠지만, 맑고 순수한 영혼을 유지하고 싶었다. 순수한 감성이 느껴진다면, 결혼을 하지 않은 것과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내게는 지켜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는 않다. 그게 철이랑 연결될 것 같다. 철부지는 되지 않지만, 철들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목소리는 기술인 것 같다. 어떻게 힘을 줘야 과거의 내 목소리가 나오는지 잘 알고 있다. 말할 때는 많이 굵어졌다. 하지만 노래할 때는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과거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음색을 유지하는 게 곧 신승훈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해서 특별하게 관리했다.” 

LP와 카세트 테이프, CD를 거쳐 스트리밍까지, 음악 콘텐츠의 변화를 모두 몸소 겪어온 가요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이문세, 유재하, 김현식을 보고 자라 서태지와 H.O.T와 경쟁했고, 싸이와 동방신기, 소녀시대에 이어 BTS의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온 그. 스스로 ‘가요계의 화석’이라 칭하는 그가 바라본 가요계는 어떠한 흐름에 있을까.

철부지는 
아니지만…

“내가 데뷔했을 때는 가요계가 중심이었다. 토요일 오후 7시면 MBC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했고, 연말 시상식도 가요제가 가장 관심이 높았다. 프라임 타임에 음악이 들렸다. 시청률이 엄청났고, 그 수혜자 중 하나가 나다. 앨범 내면 줄 서서 음반매장에 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황금기 같다. 레코드서 음원시장까지 왔는데, 예전에는 음악 감상실서 돈을 내고 들었다. 지금은 걸어다니면서 듣는다. 현대인들이 바빠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 같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 만큼, 가수들의 수준도 크게 발전했으며, 전문화됐다고 평가했다. 발라드 가수가 댄스나 소울, R&B 장르도 넘봤는데, 최근에는 한 분야, 한 장르만 고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자기 장르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가수들 모두 각 장르에 치중한다. 퓨저너블한 면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수준은 더 높아진 것 같다. 싸이나 BTS처럼 빌보드를 휩쓰는 후배들이 나타났다.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 사이서 그런 성과를 내는 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의 추억인 ‘음악 감상실’이 다신 없을 거라는 게 다소 애석하긴 하다.”

그런 변화 속에서 베테랑 가수 위치를 꾸준히 차지했다.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다고 평가했다. 30년이 지난 이제야 가수로서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기자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반환점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10주년, 20주년에도 내게 반환점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아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하나는 짚어야 되는 시기 같다. 신인 시절에 ‘한 획을 그으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점은 찍어가겠다’고 했다. 이제 멀리서 봤을 때 그 점들이 선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내게 대단하다기보다는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자만은 아니지만, 자부심은 있다. 인간 신승훈이 아닌, 가수 신승훈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음악만 했던 신승훈이니까.”

가수 신승훈은 절정의 인기스타이자, 누구나가 인정하는 뮤지션이다. 최근에는 프로듀서로 포지션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수·뮤지션·PD로 걸어온 발자취
“아티스트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내 음악인생을 정리한다면 10년은 정말 많이 사랑받기만 했던 것 같다. 사랑을 돌려주기엔 너무 바빴다. 행사하러 가도 한 곡만 부르고 다음 행사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끼리 8·26 사태라고 하는데,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서 1만2000명이 우비를 쓰고 폭우를 맞으며 내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이후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10년부터 20년까지는, 진짜 뮤지션이 되고 싶어 히트곡 보다는 내 노래를 만들려 했고, 콘서트를 진행했다. 20년부터 30년까지는 방송을 많이 했다. MBC <위대한 탄생> M.net <보이스 코리아> 최근 M.net <내안의 발라드> 등이 있다. 대부분 프로듀서로서 나섰다. 현재 로씨라는 신인 가수를 키우고 있다. 30년부터 40년은 프로듀서 신승훈의 삶에 좀 더 집중할 것 같다.”

<보이스 코리아> 이후 그는 수많은 연습생을 휘하에 두었었다. 비록 큰 성공을 맛보지는 못했지만, 후배 가수들을 양성하는 데 꽤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다. 그러던 중 최근 대다수 연습생과의 계약을 끊고 오롯이 로씨에 집중하고 있다. 
 

▲ 가수 신승훈 ⓒ도로시뮤직

“성공하는 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데뷔곡이 운이 좋아 성공했지만, 많은 가수들이 데뷔부터 잘되지 못한다. 아이유도 데뷔곡 ‘미아’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프로듀서가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습생들을 다 내보냈다.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애들인데, 자신이 없었다. 책임지지 못하겠더라. 그리고 로씨만 남겼다. 이 친구가 잘되게 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씨로 인해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트렌지한 장르도 많이 섭렵했다.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한 기분이다.”

이번 신승훈과의 인터뷰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채팅으로 진행됐다. 그는 ‘마치 유튜버가 된 기분’이라고 생소한 인터뷰 환경의 느낌을 전했다. 시작과 동시에 30주년 인터뷰가 과거에 대한 기념이 아닌 30년을 어떻게 나아가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어필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흔히 가수나 배우 등을 지칭하는 수준의 아티스트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프로듀서로서, 혹은 연예인으로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과거에 정말 잘나가는 스타였는데, 이제는 하강하고 있다. 어차피 떨어지게 돼있는데, 한 마리의 학처럼 아름답게 하강하고 싶다. 날개를 퍼덕퍼덕 하면서 억지를 부리기보다는, 고고하게 내려오고 싶다. 최근 10년은 내가 ‘아티스트’를 꿈꾸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수는 노래하는 사람이고 뮤지션은 노래를 갖고 놀 줄 아는 사람이다. 아티스트는 경지에 이르러서 어느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여줬을 때 ‘장인이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문화 안에서 그런 결과물을 내놓고 싶다.”

가요계 화석
아름다운 하강

아티스트를 꿈꾸는 신승훈은 새 앨범 발매와 함께 콘서트를 기획 중이다. 4월 공연을 생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6월까지 기한을 미뤘다. 연습할 시간이 생긴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최대한 매진 중이다. “원래 4월 10일에 국내 공연이었고, 5월 8일에 미국 공연이 예정됐는데, 다 유야무야 됐다. 6월에 수원부터 시작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콘서트를 연습할 엄청난 시간이 주어졌다. 그간 쌓아뒀던 내 울분이나 감정을 이번 콘서트에 다 쏟아내려고 한다. 그러려고 코로나19가 불었었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번 콘서트를 통해 내 감정을 향유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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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