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④여론조사 성적표

‘하나마나’ 무용론 솔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만 성적표를 받는 게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도 선거가 끝날 때마다 쪽박혹은 대박성적표를 받아든다. 의석 수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여야처럼 여론조사 기관도 얼마나 실제 결과에 근접했는지를 두고 비난과 칭찬이 나뉜다. 지난 20대 총선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낙제점을 받았다.
 

▲ 지난 20대 총선서 체면을 구겼던 여론조사기관들이 이번 21대 총선에선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문병희 기자

4·15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후보들은 막바지 선거운동에 매진 중이다. 지난 9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깜깜이 선거에 돌입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선거가 끝난 이후에야 투표 직전 판세를 알 수 있다.

족집게냐?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는 이기고 있는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효과, 혹은 지고 있는 후보로 지지가 이어지는 언더독효과를 차단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없앤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선거 막판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선거 국면서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4년 전 20대 총선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망신살이 뻗쳤다. 20대 총선 때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157175,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83100, 국민의당이 2532, 정의당이 38석을 차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새누리당은 대박, 민주당은 쪽박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기간 내내 나왔다. 하지만 오후 6시 투표시간이 끝나고 각 방송사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한 순간 여야의 희비가 엇갈렸다. 방송 카메라에 잡힌 여야 지도부의 표정은 이후 두고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서 회자됐다.


실제 선거 결과는 민주당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석이었다. 민주당의 1당 등극, 새누리당의 과반 실패, 국민의당의 녹색돌풍 등을 맞힌 여론조사 기관은 거의 없었다.

전체 판세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구서도 오류가 나왔다. 서울 종로·노원병·용산·영등포을 지역도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특히 종로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서 민주당 정세균 후보를 줄곧 이기던 지역이다. 오차범위 내 격차도 아니고 10%포인트 내외로 앞서던 차였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세균 후보가 52.6%를 얻어 오세훈 후보(39.7%)를 크게 이겼다.

전문성 없는 여론조사 기관 
전체 판세·지역구 다 틀려

이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전문성 없는 여론조사 기관의 난립이 첫 손에 꼽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대 총선서만 186개 업체가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6대 지방선거(83)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중 82.8%에 달하는 154개는 한국조사협회 혹은 한국정치조사협회에 가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업체서 진행한 여론조사는 1873건으로 20대 총선과 관련된 전체 여론조사의 64.4%에 달했다.

6대 지방선거부터 20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기 위해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에 등록한 기관은 213개다. 이 중 126개는 공표용 여론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선거일을 6개월 앞두고는 업체가 96개나 생겼다. 선거특수를 노리고 떴다방식으로 나타난 업체가 100개에 육박했다는 뜻이다.


중앙선관위는 여론조사 업체를 설립할 때 사업자등록 외에 별다른 절차가 없기 때문에 전문성 없는 조사기관이 난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비용이 저렴한 점을 이용해 전문 인력이나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업체가 전화기 1대만 놓고 단순 영업을 수행한 후 실사와 분석을 저가 부실 외주업체에 하청, 재하청을 주는 사례가 발견되는 등 업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들은 21대 총선은 20대 총선 때와 사뭇 다를 것이라 보고 있다. 20대 총선서 드러난 여론조사 흑역사를 지우려는 노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총선 이후 일부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통해 여론조사가 까다로워졌다.

먼저 공직선거법 제108조가 개정됐다. 10812항에 따르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경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전 서면신고 절차도 강화됐다.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언론이나 정당의 여론조사는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외의 대상자가 의뢰하는 여론조사는 사전에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 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 내용 등을 조사 실시 이틀 전까지 여심위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후보자가 의뢰하는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안심번호로 정확도 오를까
코로나19 변수에 물음표

또 가중값 배율이 강화됐다. 이전에는 공표용 여론조사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배율이 0.52.0 이내로 허용됐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0.71.5로 강화된 기준이 도입됐다. 가중값 0.7은 조사해야 할 인원의 70%는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20100명 조사서 기존에는 50명으로 가능했지만, 이젠 70명을 채워야 한다. 당연히 선거 비용도 더 든다.

이뿐만 아니라 후보자들은 예비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인 지난해 1217일부터 415일 선거일까지 4회만 여론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횟수를 넘어서면 여론조사 비용은 선거비용에 강제 산입하게 된다. 빠듯한 법정 선거비용 내에서 여론조사를 여러 번 진행하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20대 총선보다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간의 간극이 작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안심번호가 있다. 20172월 안심번호가 도입되면서 집전화를 통해 조사했던 기존 방식보다 민심을 더 정확하게 잡아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안심번호는 조사 대상자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일회용 가상번호다. 여론조사 기관서 돈을 내고 성·연령·지역별 번호를 통신사에 요청하면 안심번호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먼저 투표율에 따라 여야 간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서울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15총선서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81.7%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떤 유권자 그룹에 영향을 미칠지 쉽게 가늠할 수는 없는 상태다.

헛다리냐?


여론조사는 실시할 수 있지만 결과를 공표할 수 없는 막판 6일도 변수다. 선거판서 6일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실제 투표 민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또 표본을 구성하는 과정서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결과와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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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