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⑤아듀! 20대 국회 사건사고 총정리

다산다난 여의도 뒤죽박죽 의원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가 곧 막을 내린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의도발 미투,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사태 등 바람 잘 날 없었던 20대 국회. <일요시사>는 지난 4년 정치권의 사건·사고들을 짚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였던 지난 2016년,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출범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한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하면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여론조사 예측에 따라 새누리당이 과반석을 얻어 가뿐히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라는 예상외의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지난 4년
돌아보니…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내홍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옥새파동’ 사건을 겪었다. 계파 갈등, 막말 논란, 살생부 등 보수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도 대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제3지대 세력을 구축했다. 안 대표는 거대양당 정치에 이골이 난 민심을 잘 파고들어, 신생 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새누리당의 패배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졌고 탄핵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총선이 6개월 지난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민간인 최순실씨가 국가 중대사를 배후서 쥐락펴락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다.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면서, 2016년 12월 국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다. 이로부터 3개월 후에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정치권 내 보수 세력은 갈기갈기 분열됐다. 탄핵소추안 찬반 의견으로 내재됐던 당내 계파 갈등이 더 극심해지면서다. 지난 2017년 1월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꼽혀왔던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은 탈당 후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크게 반발한 세력이 창당한 우리공화당은 현재까지도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척을 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중도층 표심이 중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당은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상당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당내 실세로 꼽혀왔던 친박계 인물들이 공천 과정서 대거 컷오프되면서 현재 친박 세력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여의도발 미투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뒤에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 전 분야에선 거센 미투 바람이 불었다. 첫 주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문 대통령에 이어 경선 2위를 차지했던 유력 정치인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여의도발 미투

하지만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2017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6차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미투 파문이 터진 후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서 사퇴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그는 정치권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중 미투 의혹에 휘말리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기자 지망생 A씨를 강제 키스하려 했다는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피해자를 호텔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지만 사건 당일 호텔서 사용한 카드 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 ‘미투 운동’의 중심에 섰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 및 무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 전 의원을 기소했다.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에 복당했지만 공천서 컷오프 된 후, 친여권 비례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시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미투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민 의원이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알게 된 여성 사업가 A씨를 노래방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민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민 의원은 민심을 핑계로 사퇴를 철회했다. 현재 민 의원은 당에서 컷오프 된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냈다가 지난 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성평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정치인들에 대한 계속되는 미투 논란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위선 정당’ ‘더듬어 민주당’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20대 국회는 저조한 법안 통과율로 인해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1년 내내 국회의 정쟁은 끊이질 않았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국회 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는 ‘빠루’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개특위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인간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바닥에 누워있는가 하면, 법안을 반대하는 한국당이 민주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몸으로 막으면서 9시간 동안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하기도 했다.

또 한국당 의원 10명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무실의 소파 등으로 막아 채 의원을 감금하면서 6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며 ‘동물 국회’라는 오명까지 썼으나 사실상 이는 발단에 불과했다. 11월에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택했다. 하지만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한 법안을 포함해 여러 민생 법안들까지 필리버스터로 다 묶여버리면서 한국당은 정쟁을 위해 민생을 볼모 잡았다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법안까지 막혀버리게 되자, 국민들의 거센 분노와 동정 여론이 일어났다. 당시 국회에선 입법 미비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 법안 촉구를 직접 요구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스쿨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문 대통령이 직접 조속히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뭉치자,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힘을 빌리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태극기 부대는 통합당이 주최한 행사 참여를 핑계로 별다른 제지 없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는 순식간에 이들에 의해 점령됐고,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연출됐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민주당 설훈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채 설 의원의 안경이 떨어졌고, 일부는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정의당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후 황 대표는 태극기 부대에게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갖은 논란을 끝으로 지난 1월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개혁 법안이 겨우 국회 문턱을 넘겼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의 개혁 법안은 마무리가 됐고, 지난해 4월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이 남긴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27명은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 과정서 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10명에 대한 공판 심리 역시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공판절차는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막말 정치


20대 국회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인물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검찰 개혁이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했다. 이후 언론서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논란, 위장전입 의혹, 웅동학원 위장 소송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와 관련한 논란이 국내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화약고가 된 건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었다. 자녀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등 자녀의 각종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와 야당은 조 전 장관 및 일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공정과 평등을 앞장서 외쳤던 진보 성향의 학자였던 만큼, 과거의 그의 행보와 위배되는 편법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과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 ‘미투 논란’에 휩싸였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광화문과 서초동을 무대로 한 진영 간 세 대결로 비화되면서 국론이 크게 분열됐다. 서초동에선 진보 진영의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열렸고, 광화문에선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가 개최됐다.

당시 정치권은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의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채 국민을 거리로 내몰며 위험한 ‘광장 정치’를 오히려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는 취임 35일 만에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2개에 달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위조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 받아 이를 자녀 입시 등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도 부정하게 타낸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아들 대학 시험을 온라인으로 대신 봐준 걸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딸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막말 정치’로 논란이 된 정치인들이 많았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한국당 대변인 시절 국회서 수차례 막말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 ‘민경욱 막말’이 그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뜰 정도였다. 그는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패스트트랙 정국, 빠루 등장한 동물국회
광화문 VS 서초동 조국 사태로 국론 분열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하는 통합당 차명진 후보 역시 ‘세월호 막말’로 유명하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며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긴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차 후보의 막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녹화된 OBS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느냐”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의 발언으로 파문이 다시 일자, 차 후보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공직 후보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로 가득 찬 광화문대로

통합당 나경원 의원 역시 막말 정치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나 의원은 대구 장외집회서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KBS 대담을 언급하면서 “대담을 진행했던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하는 것 알고 있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빠와 달창 두 단어 모두 성적으로 저급한 뜻을 내포하는 단어로, 극우 커뮤니티서 탄생한 신조어다.

비속어 사용 논란이 거세지자 나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국회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통합당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도 유명하다. 김 의원은 5·18 공청회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컷오프된 후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입당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은 비례위성정당 꼼수로 장식하게 됐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한 미래한국당이라는 별도의 위성정당을 들고 나오면서다. 민주당서도 이를 꼼수라고 맹비난했지만 똑같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혹시나?
역시나∼

21대 선거서 정책 공약은 고사하고 정당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거대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너뜨리고, 제도적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례위성정당 난립으로 국민들의 혼란과 정치 혐오는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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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