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⑤아듀! 20대 국회 사건사고 총정리

다산다난 여의도 뒤죽박죽 의원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가 곧 막을 내린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의도발 미투,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사태 등 바람 잘 날 없었던 20대 국회. <일요시사>는 지난 4년 정치권의 사건·사고들을 짚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였던 지난 2016년,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출범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한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하면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여론조사 예측에 따라 새누리당이 과반석을 얻어 가뿐히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라는 예상외의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지난 4년
돌아보니…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내홍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옥새파동’ 사건을 겪었다. 계파 갈등, 막말 논란, 살생부 등 보수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도 대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제3지대 세력을 구축했다. 안 대표는 거대양당 정치에 이골이 난 민심을 잘 파고들어, 신생 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새누리당의 패배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졌고 탄핵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총선이 6개월 지난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민간인 최순실씨가 국가 중대사를 배후서 쥐락펴락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다.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면서, 2016년 12월 국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다. 이로부터 3개월 후에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정치권 내 보수 세력은 갈기갈기 분열됐다. 탄핵소추안 찬반 의견으로 내재됐던 당내 계파 갈등이 더 극심해지면서다. 지난 2017년 1월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꼽혀왔던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은 탈당 후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크게 반발한 세력이 창당한 우리공화당은 현재까지도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척을 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중도층 표심이 중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당은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상당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당내 실세로 꼽혀왔던 친박계 인물들이 공천 과정서 대거 컷오프되면서 현재 친박 세력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여의도발 미투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뒤에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 전 분야에선 거센 미투 바람이 불었다. 첫 주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문 대통령에 이어 경선 2위를 차지했던 유력 정치인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여의도발 미투

하지만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2017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6차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미투 파문이 터진 후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서 사퇴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그는 정치권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중 미투 의혹에 휘말리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기자 지망생 A씨를 강제 키스하려 했다는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피해자를 호텔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지만 사건 당일 호텔서 사용한 카드 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 ‘미투 운동’의 중심에 섰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 및 무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 전 의원을 기소했다.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에 복당했지만 공천서 컷오프 된 후, 친여권 비례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시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미투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민 의원이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알게 된 여성 사업가 A씨를 노래방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민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민 의원은 민심을 핑계로 사퇴를 철회했다. 현재 민 의원은 당에서 컷오프 된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냈다가 지난 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성평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정치인들에 대한 계속되는 미투 논란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위선 정당’ ‘더듬어 민주당’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20대 국회는 저조한 법안 통과율로 인해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1년 내내 국회의 정쟁은 끊이질 않았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국회 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는 ‘빠루’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개특위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인간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바닥에 누워있는가 하면, 법안을 반대하는 한국당이 민주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몸으로 막으면서 9시간 동안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하기도 했다.

또 한국당 의원 10명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무실의 소파 등으로 막아 채 의원을 감금하면서 6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며 ‘동물 국회’라는 오명까지 썼으나 사실상 이는 발단에 불과했다. 11월에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택했다. 하지만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한 법안을 포함해 여러 민생 법안들까지 필리버스터로 다 묶여버리면서 한국당은 정쟁을 위해 민생을 볼모 잡았다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법안까지 막혀버리게 되자, 국민들의 거센 분노와 동정 여론이 일어났다. 당시 국회에선 입법 미비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 법안 촉구를 직접 요구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스쿨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문 대통령이 직접 조속히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뭉치자,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힘을 빌리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태극기 부대는 통합당이 주최한 행사 참여를 핑계로 별다른 제지 없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는 순식간에 이들에 의해 점령됐고,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연출됐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민주당 설훈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채 설 의원의 안경이 떨어졌고, 일부는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정의당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후 황 대표는 태극기 부대에게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갖은 논란을 끝으로 지난 1월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개혁 법안이 겨우 국회 문턱을 넘겼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의 개혁 법안은 마무리가 됐고, 지난해 4월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이 남긴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27명은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 과정서 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10명에 대한 공판 심리 역시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공판절차는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막말 정치


20대 국회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인물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검찰 개혁이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했다. 이후 언론서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논란, 위장전입 의혹, 웅동학원 위장 소송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와 관련한 논란이 국내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화약고가 된 건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었다. 자녀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등 자녀의 각종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와 야당은 조 전 장관 및 일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공정과 평등을 앞장서 외쳤던 진보 성향의 학자였던 만큼, 과거의 그의 행보와 위배되는 편법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과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 ‘미투 논란’에 휩싸였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광화문과 서초동을 무대로 한 진영 간 세 대결로 비화되면서 국론이 크게 분열됐다. 서초동에선 진보 진영의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열렸고, 광화문에선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가 개최됐다.

당시 정치권은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의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채 국민을 거리로 내몰며 위험한 ‘광장 정치’를 오히려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는 취임 35일 만에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2개에 달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위조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 받아 이를 자녀 입시 등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도 부정하게 타낸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아들 대학 시험을 온라인으로 대신 봐준 걸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딸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막말 정치’로 논란이 된 정치인들이 많았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한국당 대변인 시절 국회서 수차례 막말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 ‘민경욱 막말’이 그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뜰 정도였다. 그는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패스트트랙 정국, 빠루 등장한 동물국회
광화문 VS 서초동 조국 사태로 국론 분열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하는 통합당 차명진 후보 역시 ‘세월호 막말’로 유명하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며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긴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차 후보의 막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녹화된 OBS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느냐”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의 발언으로 파문이 다시 일자, 차 후보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공직 후보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로 가득 찬 광화문대로

통합당 나경원 의원 역시 막말 정치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나 의원은 대구 장외집회서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KBS 대담을 언급하면서 “대담을 진행했던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하는 것 알고 있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빠와 달창 두 단어 모두 성적으로 저급한 뜻을 내포하는 단어로, 극우 커뮤니티서 탄생한 신조어다.

비속어 사용 논란이 거세지자 나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국회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통합당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도 유명하다. 김 의원은 5·18 공청회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컷오프된 후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입당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은 비례위성정당 꼼수로 장식하게 됐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한 미래한국당이라는 별도의 위성정당을 들고 나오면서다. 민주당서도 이를 꼼수라고 맹비난했지만 똑같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혹시나?
역시나∼

21대 선거서 정책 공약은 고사하고 정당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거대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너뜨리고, 제도적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례위성정당 난립으로 국민들의 혼란과 정치 혐오는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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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