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⑤아듀! 20대 국회 사건사고 총정리

다산다난 여의도 뒤죽박죽 의원님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가 곧 막을 내린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의도발 미투, 패스트트랙 정국, 조국 사태 등 바람 잘 날 없었던 20대 국회. <일요시사>는 지난 4년 정치권의 사건·사고들을 짚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박근혜정부의 집권 4년차였던 지난 2016년,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출범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123석을 확보한 반면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확보하면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여론조사 예측에 따라 새누리당이 과반석을 얻어 가뿐히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라는 예상외의 결과가 빚어진 것이다. 

지난 4년
돌아보니…

당시 새누리당은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의 내홍이 극에 달하면서 이른바 ‘옥새파동’ 사건을 겪었다. 계파 갈등, 막말 논란, 살생부 등 보수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도 대단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전라도 지역을 기반으로 제3지대 세력을 구축했다. 안 대표는 거대양당 정치에 이골이 난 민심을 잘 파고들어, 신생 정당이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새누리당의 패배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으로 이어졌고 탄핵이라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총선이 6개월 지난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던 민간인 최순실씨가 국가 중대사를 배후서 쥐락펴락했다는 충격적인 보도들이 연이어 터진 것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다.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열리면서, 2016년 12월 국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다. 이로부터 3개월 후에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정치권 내 보수 세력은 갈기갈기 분열됐다. 탄핵소추안 찬반 의견으로 내재됐던 당내 계파 갈등이 더 극심해지면서다. 지난 2017년 1월 새누리당 내에서 비주류로 꼽혀왔던 비박(비 박근혜)계 의원들은 탈당 후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크게 반발한 세력이 창당한 우리공화당은 현재까지도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척을 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중도층 표심이 중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당은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한 상당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당내 실세로 꼽혀왔던 친박계 인물들이 공천 과정서 대거 컷오프되면서 현재 친박 세력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여의도발 미투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뒤에 정치권을 포함해 사회 전 분야에선 거센 미투 바람이 불었다. 첫 주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였다. 안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문 대통령에 이어 경선 2위를 차지했던 유력 정치인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보수 분열’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여의도발 미투

하지만 안 전 지사의 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2017년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 성폭행과 6차례의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크게 논란이 일었다. 미투 파문이 터진 후 안 전 지사는 도지사직서 사퇴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그는 정치권서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던 중 미투 의혹에 휘말리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기자 지망생 A씨를 강제 키스하려 했다는 성추행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피해자를 호텔서 만난 사실도,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했지만 사건 당일 호텔서 사용한 카드 내역이 확인되자 고소를 취하했다.
 

▲ ‘미투 운동’의 중심에 섰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 및 무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정 전 의원을 기소했다.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그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에 복당했지만 공천서 컷오프 된 후, 친여권 비례 정당을 표방하는 열린시민당을 창당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 역시 지난 2018년 미투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민 의원이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알게 된 여성 사업가 A씨를 노래방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민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민 의원은 민심을 핑계로 사퇴를 철회했다. 현재 민 의원은 당에서 컷오프 된 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냈다가 지난 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성평등을 강조해온 민주당의 정치인들에 대한 계속되는 미투 논란으로 인해 야권에서는 ‘위선 정당’ ‘더듬어 민주당’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20대 국회는 저조한 법안 통과율로 인해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1년 내내 국회의 정쟁은 끊이질 않았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국회 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였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는 ‘빠루’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정개특위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인간 바리게이트’를 만들어 바닥에 누워있는가 하면, 법안을 반대하는 한국당이 민주당의 법안 제출을 막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을 몸으로 막으면서 9시간 동안 몸싸움을 벌이며 충돌하기도 했다.

또 한국당 의원 10명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채이배 의원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사무실의 소파 등으로 막아 채 의원을 감금하면서 6시간여 동안 대치 상황을 이어갔다.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쏟아지며 ‘동물 국회’라는 오명까지 썼으나 사실상 이는 발단에 불과했다. 11월에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택했다. 하지만 포항 지진 피해자를 위한 법안을 포함해 여러 민생 법안들까지 필리버스터로 다 묶여버리면서 한국당은 정쟁을 위해 민생을 볼모 잡았다는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아이들 안전과 관련된 법안까지 막혀버리게 되자, 국민들의 거센 분노와 동정 여론이 일어났다. 당시 국회에선 입법 미비로 인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부모들이 모여 법안 촉구를 직접 요구하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스쿨존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문 대통령이 직접 조속히 국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가장 큰 화두가 됐다. 당시 나경원 의원은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뭉치자,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극우 세력인 태극기 부대의 힘을 빌리는 악수를 두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태극기 부대는 통합당이 주최한 행사 참여를 핑계로 별다른 제지 없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는 순식간에 이들에 의해 점령됐고, 각종 폭력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연출됐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민주당 설훈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채 설 의원의 안경이 떨어졌고, 일부는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정의당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이후 황 대표는 태극기 부대에게 “우리가 승리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갖은 논란을 끝으로 지난 1월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개혁 법안이 겨우 국회 문턱을 넘겼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의 개혁 법안은 마무리가 됐고, 지난해 4월 시작된 패스트트랙 정국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이 남긴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 27명은 국회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 과정서 한국당 당직자 등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 10명에 대한 공판 심리 역시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공판절차는 총선이 끝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막말 정치


20대 국회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인물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8월 검찰 개혁이 시대적인 과제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했다. 이후 언론서 조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 논란, 위장전입 의혹, 웅동학원 위장 소송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와 관련한 논란이 국내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화약고가 된 건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었다. 자녀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및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등 자녀의 각종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와 야당은 조 전 장관 및 일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공정과 평등을 앞장서 외쳤던 진보 성향의 학자였던 만큼, 과거의 그의 행보와 위배되는 편법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감과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 ‘미투 논란’에 휩싸였던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광화문과 서초동을 무대로 한 진영 간 세 대결로 비화되면서 국론이 크게 분열됐다. 서초동에선 진보 진영의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열렸고, 광화문에선 조 전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 진영의 집회가 개최됐다.

당시 정치권은 국민들의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의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사라진 채 국민을 거리로 내몰며 위험한 ‘광장 정치’를 오히려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조 전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개혁을 강조하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그는 취임 35일 만에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2월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2개에 달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위조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증명서를 발급 받아 이를 자녀 입시 등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도 부정하게 타낸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아들 대학 시험을 온라인으로 대신 봐준 걸로 검찰은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딸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아내 정경심 교수와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막말 정치’로 논란이 된 정치인들이 많았다. 통합당 민경욱 의원은 한국당 대변인 시절 국회서 수차례 막말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 ‘민경욱 막말’이 그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뜰 정도였다. 그는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패스트트랙 정국, 빠루 등장한 동물국회
광화문 VS 서초동 조국 사태로 국론 분열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하는 통합당 차명진 후보 역시 ‘세월호 막말’로 유명하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며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긴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차 후보의 막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 후보는 지난 6일 녹화된 OBS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혹시 ○○○ 사건이라고 아느냐”며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표현을 했다.

통합당 윤리위는 차 후보의 발언으로 파문이 다시 일자, 차 후보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공직 후보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집회로 가득 찬 광화문대로

통합당 나경원 의원 역시 막말 정치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나 의원은 대구 장외집회서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KBS 대담을 언급하면서 “대담을 진행했던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당하는 것 알고 있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빠와 달창 두 단어 모두 성적으로 저급한 뜻을 내포하는 단어로, 극우 커뮤니티서 탄생한 신조어다.

비속어 사용 논란이 거세지자 나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국회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서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해 국회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도 했다.

통합당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도 유명하다. 김 의원은 5·18 공청회서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에게 사과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컷오프된 후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입당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은 비례위성정당 꼼수로 장식하게 됐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후, 공직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던 통합당이 비례대표 의석수 확보를 위한 미래한국당이라는 별도의 위성정당을 들고 나오면서다. 민주당서도 이를 꼼수라고 맹비난했지만 똑같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혹시나?
역시나∼

21대 선거서 정책 공약은 고사하고 정당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거대양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너뜨리고, 제도적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비례위성정당 난립으로 국민들의 혼란과 정치 혐오는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