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②잠룡들의 ‘최고·최악’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10 11:57:07
  • 호수 1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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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자락은 누구 품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승천이냐, 추락이냐. 4·15총선은 잠룡들에게 운명의 날이다. 대권행 티켓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이날 결정된다. 총선 이후 예정된 정치 이벤트가 바로 20대 대선이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 (사진 왼쪽부터)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낙연(더불어민주당)·황교안(미래통합당)·홍준표(무소속)·오세훈(미래통합당) 후보 ⓒ문병희 기자

21대 총선은 20대 대선의 전초전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열리는 선거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2022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선으로 옮겨간다. 선수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21대 총선을 뛰는 잠룡들의 정치적 명운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주류 친문

21대 총선서 최대 관심 지역을 꼽으라면 서울 종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한 두 잠룡이 맞붙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그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위원장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승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도 견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 위원장이 ‘투톱’으로 선거를 이끌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또 민주당 후보 20여명 이상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대권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바로 계파다. 정치권은 이 위원장의 대권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민주당 내 ‘이낙연계’의 세가 약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위원장은 줄곧 중앙당서 떨어져 있었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위원장은 대권을 위해 계파를 확장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위원장 입장서 반길 만한 일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위원장은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수많은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차기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병희 기자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주류 계파인 친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승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서 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역시 계파의 문제다.

원외 잠룡의 한계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대선주자 선호도는 빠르게 식어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까지 좌절된다면, 친문은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할 공산이 크다. 전쟁의 패배는 곧바로 패장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진다. 아직 주류 친문은 아니면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 위원장이 친문의 타깃으로 부상할 위험성이 있다. 이 위원장 입장서 원내 진입과 민주당의 승리는 대권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선결과제다.

황교안
홀로서기

종로서 뛰는 또 다른 잠룡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대표다. 이 위원장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라면, 황 대표는 통합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그는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다. 


황 대표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한다. 먼저 최고의 시나리오는 황 대표 본인의 당선과, 통합당이 제1당의 자리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는 ‘황교안계’의 부흥을 의미한다. 

다른 점이라면 황 대표 입장서 이번 총선은 ‘홀로서기’라는 것. 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이 위원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황 대표에게는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 대표로 선출되고 1년3개월여 동안 황 대표는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를 보여왔다.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내 불만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 선거 유세 펼치는 황교안 후보 ⓒ문병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원외 인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장외투쟁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황 대표에게 원내 진입이 절실한 이유다. 현행 당헌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일 1년6개월 전부터 당 대표에 오르지 못한다. 황 대표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만약 황 대표가 종로대첩서 패배한다면,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어쩔 수 없이 원외 인사가 된다. 황 대표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안철수
비례1당

“비례대표 선거서 국민의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면, 그리고 정당 지지율 20% 정도를 주면 어느 당도 50% 과반이 넘지 못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략)정치가 아무리 망가져도 위장 정당, 꼼수 정당까지 용인해서야 되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복귀해 바른미래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 총선의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는 비례정당의 난립이다. 민주당·통합당 등 거대양당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거대양당의 행태를 ‘꼼수’로 규정, 유권자들에게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냈다.

이번 선거서 정당 득표율 20%를 획득하면 최소 10석의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다. 비록 교섭단체 조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과는 있다. 총 의석 수는 300석 중 국민의당이 10석을 가져가면 남는 의석 수는 290석이다. 민주당·통합당이 나머지 의석의 절반씩을 가져간다고 예상하면, 두 정당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거대양당을 견제한다는 안 대표의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여지가 생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대표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다. 이는 또 한 번의 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최근 안 대표는 선거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질의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8년 열린 지방선거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또 낙선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의 복귀를 선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홍준표
영남 사수

무소속 홍준표 대구 수성을 후보는 자신의 고집에 이유가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앞서 홍 후보는 고향인 창녕이 속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그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관위는 홍 후보를 양산을 공천서 배제했다. 결국 홍 후보는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수성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당선 후 통합당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홍 후보는 “대구 총선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하겠다. 탈당이라 해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 앞에 놓인 최고의 시나리오는 총선서 승리, 통합당으로의 ‘금의환향’이다. 금의환향 후에는 황 대표와 대권을 둔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낙연 vs 황교안 한 명은 ‘삐끗’
안철수, 감독으로 성공하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경우다. 수성을에는 홍 후보와 통합당 이인선 후보,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3자 경합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통합당 출신인 홍 후보와 통합당의 이 후보 사이서 보수 표심의 분열이 일어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홍 후보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홍 후보 등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영구 복당 불허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험지 생환

통합당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는 험지서의 생환이 1차적 목표다. 광진을 현역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광진을이 험지 중의 험지다. 실제로 통합당이 광진을에 깃발은 꽂은 사례는 전무하다.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장관은 광진을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에 성공한 바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만약 오 후보가 광진을 총선서 승리한다면, 황 대표, 홍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로이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다.
 

민주당은 오 후보 상대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선택했다. 정치 신인과 전 서울시장의 대결이다. 정치적 중량감으로만 따지면, 오 후보가 고민정 후보보다 위다. 그러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중량감서 앞서는 오 후보가 만약 총선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한 번의 패배 이상의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장 잠룡으로서의 경쟁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다가올 대선 레이스서 좋은 먹잇감이다. 오 후보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승민
소신 증명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과 거리를 두던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침묵을 깼다. 불출마 선언 후 49일 만이었다. 그는 선수가 아닌, 통합당 후보 지원자로서 총선판에 뛰어들었다. 

통합당은 반색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 내 중도개혁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등장은 통합당 입장서 천군만마다. 특히 중도층 표심 공략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권 총선서 유 의원의 가치는 빛난다. 통합당은 수도권 총선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의원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수도권 총선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에 출마한 유승민계의 생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중·성동을의 지상욱, 송파갑의 김웅, 동대문을의 이혜훈 후보 등이 있다. 유 의원은 앞서 계파에 상관없이 통합당 소속 수도권 후보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소신의 대명사다. 친박(친 박근혜)계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휩싸였을 때도 유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총선서도 유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침묵을 깼을 당시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긴급 재난소득 지급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 의원의 소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자, 유 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며 황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문제는 유 의원의 이 같은 소신이 내부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이 합당하는 과정서 봉합하지 못한 두 사람(황교안·유승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원금에 대한 주도권 대결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의 소신 발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총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통합당 내 소수인 새보수계가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심상정
교섭단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총선서의 목표를 올렸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선대위 회의서 심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정당 지지율 30%를 호소했다. 앞서 심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 기자간담회서 20%를 총선 목표로 잡은 바 있다.

심 대표의 목표대로 정의당이 득표율 30%를 달성한다면, 정의당은 의석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교섭단체는 정의당의 오랜 숙원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의당은 민주당·통합당 등과 대등한 위치서 협상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 대표가 경기 고양갑 총선서 승리한다면, 정의당 최초의 4선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지난 19대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던 심 대표이기에, 대권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 대표는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외로움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힘을 합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교섭단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년 만에 뒤집혔다. 거대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이 현 의석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군소정당의 난립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김부겸
지역 타파

민주당 김부겸 대구 수성갑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세 번의 도전 끝에 대구 지역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김 후보는 단숨에 민주당이 자랑하는 잠룡으로 거듭났다.

김 후보는 이번에도 대구 수성갑을 선택했다. 수성전이다. 상대는 수성을서 이사 온 통합당 주호영 후보다. 김 후보 입장서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가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킨다면, 같은 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 김 후보 입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해야 될지도 모른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총선서 승리한 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직접 대권 도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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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