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②잠룡들의 ‘최고·최악’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10 11:57:07
  • 호수 1266호
  • 댓글 0개

북악산 자락은 누구 품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승천이냐, 추락이냐. 4·15총선은 잠룡들에게 운명의 날이다. 대권행 티켓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이날 결정된다. 총선 이후 예정된 정치 이벤트가 바로 20대 대선이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 (사진 왼쪽부터)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낙연(더불어민주당)·황교안(미래통합당)·홍준표(무소속)·오세훈(미래통합당) 후보 ⓒ문병희 기자

21대 총선은 20대 대선의 전초전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열리는 선거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2022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선으로 옮겨간다. 선수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21대 총선을 뛰는 잠룡들의 정치적 명운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주류 친문

21대 총선서 최대 관심 지역을 꼽으라면 서울 종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한 두 잠룡이 맞붙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그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위원장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승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도 견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 위원장이 ‘투톱’으로 선거를 이끌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또 민주당 후보 20여명 이상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대권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바로 계파다. 정치권은 이 위원장의 대권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민주당 내 ‘이낙연계’의 세가 약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위원장은 줄곧 중앙당서 떨어져 있었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위원장은 대권을 위해 계파를 확장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위원장 입장서 반길 만한 일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위원장은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수많은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차기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병희 기자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주류 계파인 친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승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서 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역시 계파의 문제다.

원외 잠룡의 한계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대선주자 선호도는 빠르게 식어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까지 좌절된다면, 친문은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할 공산이 크다. 전쟁의 패배는 곧바로 패장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진다. 아직 주류 친문은 아니면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 위원장이 친문의 타깃으로 부상할 위험성이 있다. 이 위원장 입장서 원내 진입과 민주당의 승리는 대권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선결과제다.

황교안
홀로서기

종로서 뛰는 또 다른 잠룡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대표다. 이 위원장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라면, 황 대표는 통합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그는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다. 


황 대표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한다. 먼저 최고의 시나리오는 황 대표 본인의 당선과, 통합당이 제1당의 자리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는 ‘황교안계’의 부흥을 의미한다. 

다른 점이라면 황 대표 입장서 이번 총선은 ‘홀로서기’라는 것. 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이 위원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황 대표에게는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 대표로 선출되고 1년3개월여 동안 황 대표는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를 보여왔다.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내 불만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 선거 유세 펼치는 황교안 후보 ⓒ문병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원외 인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장외투쟁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황 대표에게 원내 진입이 절실한 이유다. 현행 당헌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일 1년6개월 전부터 당 대표에 오르지 못한다. 황 대표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만약 황 대표가 종로대첩서 패배한다면,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어쩔 수 없이 원외 인사가 된다. 황 대표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안철수
비례1당

“비례대표 선거서 국민의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면, 그리고 정당 지지율 20% 정도를 주면 어느 당도 50% 과반이 넘지 못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략)정치가 아무리 망가져도 위장 정당, 꼼수 정당까지 용인해서야 되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복귀해 바른미래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 총선의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는 비례정당의 난립이다. 민주당·통합당 등 거대양당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거대양당의 행태를 ‘꼼수’로 규정, 유권자들에게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냈다.

이번 선거서 정당 득표율 20%를 획득하면 최소 10석의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다. 비록 교섭단체 조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과는 있다. 총 의석 수는 300석 중 국민의당이 10석을 가져가면 남는 의석 수는 290석이다. 민주당·통합당이 나머지 의석의 절반씩을 가져간다고 예상하면, 두 정당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거대양당을 견제한다는 안 대표의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여지가 생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대표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다. 이는 또 한 번의 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최근 안 대표는 선거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질의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8년 열린 지방선거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또 낙선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의 복귀를 선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홍준표
영남 사수

무소속 홍준표 대구 수성을 후보는 자신의 고집에 이유가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앞서 홍 후보는 고향인 창녕이 속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그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관위는 홍 후보를 양산을 공천서 배제했다. 결국 홍 후보는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수성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당선 후 통합당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홍 후보는 “대구 총선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하겠다. 탈당이라 해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 앞에 놓인 최고의 시나리오는 총선서 승리, 통합당으로의 ‘금의환향’이다. 금의환향 후에는 황 대표와 대권을 둔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낙연 vs 황교안 한 명은 ‘삐끗’
안철수, 감독으로 성공하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경우다. 수성을에는 홍 후보와 통합당 이인선 후보,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3자 경합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통합당 출신인 홍 후보와 통합당의 이 후보 사이서 보수 표심의 분열이 일어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홍 후보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홍 후보 등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영구 복당 불허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험지 생환

통합당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는 험지서의 생환이 1차적 목표다. 광진을 현역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광진을이 험지 중의 험지다. 실제로 통합당이 광진을에 깃발은 꽂은 사례는 전무하다.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장관은 광진을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에 성공한 바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만약 오 후보가 광진을 총선서 승리한다면, 황 대표, 홍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로이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다.
 

민주당은 오 후보 상대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선택했다. 정치 신인과 전 서울시장의 대결이다. 정치적 중량감으로만 따지면, 오 후보가 고민정 후보보다 위다. 그러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중량감서 앞서는 오 후보가 만약 총선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한 번의 패배 이상의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장 잠룡으로서의 경쟁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다가올 대선 레이스서 좋은 먹잇감이다. 오 후보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승민
소신 증명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과 거리를 두던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침묵을 깼다. 불출마 선언 후 49일 만이었다. 그는 선수가 아닌, 통합당 후보 지원자로서 총선판에 뛰어들었다. 

통합당은 반색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 내 중도개혁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등장은 통합당 입장서 천군만마다. 특히 중도층 표심 공략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권 총선서 유 의원의 가치는 빛난다. 통합당은 수도권 총선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의원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수도권 총선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에 출마한 유승민계의 생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중·성동을의 지상욱, 송파갑의 김웅, 동대문을의 이혜훈 후보 등이 있다. 유 의원은 앞서 계파에 상관없이 통합당 소속 수도권 후보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소신의 대명사다. 친박(친 박근혜)계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휩싸였을 때도 유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총선서도 유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침묵을 깼을 당시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긴급 재난소득 지급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 의원의 소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자, 유 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며 황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문제는 유 의원의 이 같은 소신이 내부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이 합당하는 과정서 봉합하지 못한 두 사람(황교안·유승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원금에 대한 주도권 대결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의 소신 발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총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통합당 내 소수인 새보수계가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심상정
교섭단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총선서의 목표를 올렸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선대위 회의서 심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정당 지지율 30%를 호소했다. 앞서 심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 기자간담회서 20%를 총선 목표로 잡은 바 있다.

심 대표의 목표대로 정의당이 득표율 30%를 달성한다면, 정의당은 의석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교섭단체는 정의당의 오랜 숙원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의당은 민주당·통합당 등과 대등한 위치서 협상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 대표가 경기 고양갑 총선서 승리한다면, 정의당 최초의 4선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지난 19대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던 심 대표이기에, 대권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 대표는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외로움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힘을 합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교섭단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년 만에 뒤집혔다. 거대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이 현 의석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군소정당의 난립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김부겸
지역 타파

민주당 김부겸 대구 수성갑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세 번의 도전 끝에 대구 지역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김 후보는 단숨에 민주당이 자랑하는 잠룡으로 거듭났다.

김 후보는 이번에도 대구 수성갑을 선택했다. 수성전이다. 상대는 수성을서 이사 온 통합당 주호영 후보다. 김 후보 입장서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가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킨다면, 같은 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 김 후보 입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해야 될지도 모른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총선서 승리한 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직접 대권 도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