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②잠룡들의 ‘최고·최악’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10 11:57:07
  • 호수 1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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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자락은 누구 품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승천이냐, 추락이냐. 4·15총선은 잠룡들에게 운명의 날이다. 대권행 티켓을 확보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이날 결정된다. 총선 이후 예정된 정치 이벤트가 바로 20대 대선이다. <일요시사>는 잠룡들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 (사진 왼쪽부터)21대 총선에 출마하는 이낙연(더불어민주당)·황교안(미래통합당)·홍준표(무소속)·오세훈(미래통합당) 후보 ⓒ문병희 기자

21대 총선은 20대 대선의 전초전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열리는 선거다. 분위기는 자연스레 2022년 3월9일로 예정된 20대 대선으로 옮겨간다. 선수로서, 또는 감독으로서, 21대 총선을 뛰는 잠룡들의 정치적 명운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낙연
주류 친문

21대 총선서 최대 관심 지역을 꼽으라면 서울 종로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권에 가장 근접한 두 잠룡이 맞붙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그 한 축을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위원장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본인의 승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승리도 견인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와 이 위원장이 ‘투톱’으로 선거를 이끌고 있다.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를 위해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또 민주당 후보 20여명 이상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대권을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필수적이다. 바로 계파다. 정치권은 이 위원장의 대권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민주당 내 ‘이낙연계’의 세가 약하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위원장은 줄곧 중앙당서 떨어져 있었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통하는 국회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위원장은 대권을 위해 계파를 확장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위원장 입장서 반길 만한 일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후보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위원장은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수많은 후보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차기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병희 기자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승리로 이끌어 당내 주류 계파인 친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이 자신의 승리는 물론 민주당의 승리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선거서 졌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 역시 계파의 문제다.

원외 잠룡의 한계는 고건 전 국무총리의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대선주자 선호도는 빠르게 식어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의 총선 승리까지 좌절된다면, 친문은 이 위원장의 리더십에 문제 제기를 할 공산이 크다. 전쟁의 패배는 곧바로 패장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진다. 아직 주류 친문은 아니면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 위원장이 친문의 타깃으로 부상할 위험성이 있다. 이 위원장 입장서 원내 진입과 민주당의 승리는 대권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선결과제다.

황교안
홀로서기

종로서 뛰는 또 다른 잠룡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황교안 대표다. 이 위원장이 민주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라면, 황 대표는 통합당을 대표하는 잠룡이다. 그는 복수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서 야권 1위를 달리고 있다. 


황 대표의 최고·최악의 시나리오는 이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한다. 먼저 최고의 시나리오는 황 대표 본인의 당선과, 통합당이 제1당의 자리를 가져오는 일이다. 이는 ‘황교안계’의 부흥을 의미한다. 

다른 점이라면 황 대표 입장서 이번 총선은 ‘홀로서기’라는 것. 친문의 눈도장을 받아야 하는 이 위원장과는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은 황 대표에게는 줄곧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당 대표로 선출되고 1년3개월여 동안 황 대표는 원외 인사로서의 한계를 보여왔다. 패스트트랙과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장외투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내 불만으로 힘을 받지 못했다.
 

▲ 선거 유세 펼치는 황교안 후보 ⓒ문병희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원외 인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장외투쟁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황 대표에게 원내 진입이 절실한 이유다. 현행 당헌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는 선거일 1년6개월 전부터 당 대표에 오르지 못한다. 황 대표가 대권에 도전한다면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만약 황 대표가 종로대첩서 패배한다면, 대선이 있는 2022년까지 어쩔 수 없이 원외 인사가 된다. 황 대표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안철수
비례1당

“비례대표 선거서 국민의당을 1당으로 만들어주면, 그리고 정당 지지율 20% 정도를 주면 어느 당도 50% 과반이 넘지 못해 국민의 눈치를 보게 된다. (중략)정치가 아무리 망가져도 위장 정당, 꼼수 정당까지 용인해서야 되겠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8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복귀해 바른미래당을 탈당,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번 총선의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는 비례정당의 난립이다. 민주당·통합당 등 거대양당도 비례정당을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 안 대표는 이 같은 거대양당의 행태를 ‘꼼수’로 규정, 유권자들에게 꼼수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서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를 냈다.

이번 선거서 정당 득표율 20%를 획득하면 최소 10석의 의석 수를 확보할 수 있다. 비록 교섭단체 조건(20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과는 있다. 총 의석 수는 300석 중 국민의당이 10석을 가져가면 남는 의석 수는 290석이다. 민주당·통합당이 나머지 의석의 절반씩을 가져간다고 예상하면, 두 정당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한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의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거대양당을 견제한다는 안 대표의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여지가 생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안 대표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이다. 이는 또 한 번의 선거 패배를 의미한다.


최근 안 대표는 선거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라고 질의해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8년 열린 지방선거서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또 낙선했다. 안 대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의 복귀를 선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홍준표
영남 사수

무소속 홍준표 대구 수성을 후보는 자신의 고집에 이유가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앞서 홍 후보는 고향인 창녕이 속한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그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이에 홍 후보는 경남 양산을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공관위는 홍 후보를 양산을 공천서 배제했다. 결국 홍 후보는 통합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수성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홍 후보는 당선 후 통합당으로의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홍 후보는 “대구 총선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하겠다. 탈당이라 해봐야 불과 40일 남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 앞에 놓인 최고의 시나리오는 총선서 승리, 통합당으로의 ‘금의환향’이다. 금의환향 후에는 황 대표와 대권을 둔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낙연 vs 황교안 한 명은 ‘삐끗’
안철수, 감독으로 성공하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경우다. 수성을에는 홍 후보와 통합당 이인선 후보, 민주당 이상식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3자 경합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통합당 출신인 홍 후보와 통합당의 이 후보 사이서 보수 표심의 분열이 일어난다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홍 후보는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달 30일 홍 후보 등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게 영구 복당 불허 조치를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오세훈
험지 생환

통합당 오세훈 서울 광진을 후보는 험지서의 생환이 1차적 목표다. 광진을 현역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다. 통합당 입장에선 광진을이 험지 중의 험지다. 실제로 통합당이 광진을에 깃발은 꽂은 사례는 전무하다. 항상 진보 정당이 차지해왔다. 추 장관은 광진을서만 5선(15·16·18·19·20대 국회)에 성공한 바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만약 오 후보가 광진을 총선서 승리한다면, 황 대표, 홍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트로이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제20대 대선서 대권을 노려봄직한 위치다.
 

민주당은 오 후보 상대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선택했다. 정치 신인과 전 서울시장의 대결이다. 정치적 중량감으로만 따지면, 오 후보가 고민정 후보보다 위다. 그러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중량감서 앞서는 오 후보가 만약 총선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한 번의 패배 이상의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당장 잠룡으로서의 경쟁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는 다가올 대선 레이스서 좋은 먹잇감이다. 오 후보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유승민
소신 증명

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총선과 거리를 두던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침묵을 깼다. 불출마 선언 후 49일 만이었다. 그는 선수가 아닌, 통합당 후보 지원자로서 총선판에 뛰어들었다. 

통합당은 반색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 내 중도개혁을 상징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등장은 통합당 입장서 천군만마다. 특히 중도층 표심 공략이 당락을 좌우할 수도권 총선서 유 의원의 가치는 빛난다. 통합당은 수도권 총선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유 의원 입장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수도권 총선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에 출마한 유승민계의 생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중·성동을의 지상욱, 송파갑의 김웅, 동대문을의 이혜훈 후보 등이 있다. 유 의원은 앞서 계파에 상관없이 통합당 소속 수도권 후보들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 의원은 소신의 대명사다. 친박(친 박근혜)계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휩싸였을 때도 유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총선서도 유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침묵을 깼을 당시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긴급 재난소득 지급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했다. 
 

▲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 의원의 소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 50만원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자, 유 의원은 “악성 포퓰리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며 황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다. 

문제는 유 의원의 이 같은 소신이 내부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이 합당하는 과정서 봉합하지 못한 두 사람(황교안·유승민)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지원금에 대한 주도권 대결이라는 해석도 있다.

유 의원의 소신 발언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총선 이후 책임론이 불거진다면, 통합당 내 소수인 새보수계가 숙청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심상정
교섭단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번 총선서의 목표를 올렸다. 지난 9일 국회서 열린 선대위 회의서 심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정당 지지율 30%를 호소했다. 앞서 심 대표는 지난달 30일 총선 기자간담회서 20%를 총선 목표로 잡은 바 있다.

심 대표의 목표대로 정의당이 득표율 30%를 달성한다면, 정의당은 의석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교섭단체는 정의당의 오랜 숙원이다. 교섭단체가 되면 정의당은 민주당·통합당 등과 대등한 위치서 협상을 펼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심 대표가 경기 고양갑 총선서 승리한다면, 정의당 최초의 4선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지난 19대 대선서 득표율 6.17%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냈던 심 대표이기에, 대권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 대표는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 이후 외로움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힘을 합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켰다. 교섭단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년 만에 뒤집혔다. 거대양당이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의당이 현 의석수도 장담할 수 없다는 예상이 나온다. 군소정당의 난립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김부겸
지역 타파

민주당 김부겸 대구 수성갑 후보는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이다. 지난 20대 총선서 세 번의 도전 끝에 대구 지역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는 데 성공했다. 김 후보는 단숨에 민주당이 자랑하는 잠룡으로 거듭났다.

김 후보는 이번에도 대구 수성갑을 선택했다. 수성전이다. 상대는 수성을서 이사 온 통합당 주호영 후보다. 김 후보 입장서도 만만찮은 상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후보가 다시 한 번 파란을 일으킨다면, 같은 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을 위협할 수 있는 잠룡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이 김 후보 입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면, 곧바로 대선으로 직행해야 될지도 모른다. 김 후보는 지난 2일 총선서 승리한 후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직접 대권 도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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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