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논란의 후보들 백태

강간에 살인까지…전과 18범도 나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청렴’은 정치인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21대 총선에도 어김없이 살인, 아동·청소년 성범죄,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들이 선거판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막말을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인물들도 보란 듯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 오는 15일, 자격미달 후보들과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 <일요시사>가 총선에 출마하는, 이 논란의 후보들을 전수 조사했다.
 

▲ (사진 왼쪽부터)최혜영(더불어민주당), 조수진·정경희(미래한국당) 후보

21대 총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서 1423명(지역구 1116명·비례대표 307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선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253명,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237명의 후보를 냈다. 눈에 띄는 건 18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하 배당금당)이다. 배당금당은 지역구 235명·비례대표 22명으로 총 257명이 등록하면서 정당 중 가장 많은 출마 후보를 배출했다.

듣보잡
군소정당

이번 선거서 지역구 후보의 경쟁률은 4.4대 1, 비례대표 후보는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례대표 후보의 경쟁률은 20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2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서 최초로 도입되면서 위성비례정당 꼼수 및 군소정당의 난립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어떤 총선 시즌보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전과 이력, 막말 및 과거 논란이 크게 일었다.

지난 2일을 기준으로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후보자 가운데 벌금 100만원 이상의 전과가 있는 후보는 총 509명으로 전체 후보의 35.7%에 달한다. 10명 중 3∼4명꼴인 셈이다.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후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정당 순으로는 민주당이 100명, 배당금당이 100명, 통합당이 52명이었다. <일요시사>취재 결과 살인 및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와 같은 국민적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른 후보가 포진돼있는 당은 배당금당 등 다소 생소한 군소 정당 출신들이 많았다.

일각에선 후보자의 적격성 검증을 정당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개정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중 가장 많은 일탈행위를 한 후보는 18건의 전과를 신고한 한국경제당 최종호 비례대표 후보다. 최 후보는 사기, 음주운전은 물론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여러 차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01년에 사기죄로 200만원을 선고받고, 같은 해 사기죄로 또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과 2008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 1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개나 소나 출사표 “무슨 자격으로?”
살인범, 아동 성폭행범도 공천 논란

그는 현재 <시사포커스>의 주필이자 평론가로, 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4번에 배정됐다.

다음으로 최다 전과자는 민중당 김동우 후보(안산 단원갑)로 10건의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김 후보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경기본부 사무국장 출신으로, 노동운동 과정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주로 위반해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했다가 집시법 위반을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의 평가가 갈린다. 대한민국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전과보다는 훈장에 가깝게 보는 시선도 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이 전과 4범으로 최다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송 의원은 1988년 집시법 위반,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2003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고, 같은 해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납부했다.


살인죄나 살인미수 혐의와 같은 흉악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자도 있다. 배당금당 김성기 후보(부산 서·동구)는 살인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배당금당의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박경린 후보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악질적인 범죄로 꼽히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후보자도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도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배당금당의 조만진 후보(전남 나주시화순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으로 지난 2007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등 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차량) 등의 전과가 있었다. 조 후보는 1962년생으로 올해 만 58세다.

벌금은 기본
악질 범죄도

또 같은 당의 안종규 후보(경남 김해시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으로 지난 2015년에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당 신방호 후보(서초구갑)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으로 지난 2013년에 벌금 100만원, 강덕수 후보(송파구병)는 폭행과 준강제추행으로 지난 2009년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한나라당 차주홍 후보(제주시을)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 포스터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인물 역시 이번 총선서 다수 나왔다. 음주운전 또는 무면허운전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후보자는 총 134명으로 전체 후보의 무려 9.4%에 달한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22명, 통합당에서는 2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거대 양당 모두 음주운전 전과를 후보자 평가 기준으로 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건 상습범죄다. 민주당에서는 이상호(부산 사하을), 김현정(경기 평택을), 이용선(서울 양천을), 이후삼(충북 제천단양), 김철민(경기 안상상록을) 후보가, 통합당에서는 한상학(서울 성북갑), 김철근(서울 강서병)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를 두 번 신고했다.

지난 2018년 ‘윤창호법’이 국회서 통과된 이후에도 음주운전을 한 후보들은 특히 국민적 지탄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 이용주 후보(전남 여수시갑)는 지난 2018년 12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무소속 노남수 후보(광주 북구을)는 지난해 3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 또 민생당 노승일 후보(광주 광산구을) 역시 지난해 9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내야 했다.

비례대표 후보들 역시 음주운전 전과기록으로 크게 논란이 됐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6번에 배치됐던 신장식 변호사는 음주운전 1회, 무면허 3회 전력으로 비난이 일자, 후보직서 스스로 물러났다.

비례대표
검증 부실

반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6번으로 이름을 올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본인의 음주운전 전과에 대해 “심각한 결격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주 전 대표는 열린민주당 후보 면접서 2008년에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이 외에도 더불어시민당 최혜영 후보의 무면허 운전, 미래한국당 허은아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 역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후보들의 출마 역시 화제가 됐다. 통합당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의원은 20대 국회서 수차례 막말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 ‘민경욱 막말’이 그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뜰 정도였다. 그는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변인을 맡으며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 의원은 공천 번복으로 겨우 기사회생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됐다.
 

▲ 정진석·나경원 후보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하는 통합당 차명진 후보 역시 ‘세월호 막말’로 유명하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며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긴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당시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이제 징글징글(하다)”이라며 차 후보의 의견에 동조해 사태가 더욱 확산됐다. 이후 차 후보와 정 의원은 모두 당 윤리위에 회부됐고, 차 후보는 당시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정 의원은 21대 총선서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단수 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됐다.

윤창호법 통과 후에도 음주운전
막말 파문 의원들도 다시 심판대

이뿐만이 아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대구북구갑에 출사표를 냈다. 이외에도 ‘달창’ ‘문빠’ 발언을 했던 통합당 나경원 의원은 동작을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판사 대첩’을 벌일 예정이다.

미래한국당서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제주 4·3사건을 ‘좌익 폭동’이라고 표현해 그의 그릇된 역사 인식 역시 도마에 올랐다. 정 후보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다. 당시 정 교수는 <한국사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서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이 주도한 좌익세력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도민들이 궐기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고 적시했다.

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5번을 배정받은 조수진 전 논설위원은 방송서 ‘대깨문’ ‘대깨조’라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도중에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들도 있다. 민주당 송재호 후보(제주시갑)는 한 TV토론회서 “평화와 인권이 밥 먹어주냐”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통합당 정승연 후보(인천 연수갑)는 ‘인천 촌구석’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과를 했다.

21대 총선은 문정부의 중간 평가적 성격이 강해 여야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꼼수, 군소 정당 난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는 15일은 국민으로서 주권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로, 막말과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정치판의 악순환을 심판할 수 있는 날이다.

거르지 못한
관대한 기준

<부산일보> 총선 자문단 가운데 이남국 부경대 교수는 “후보자 청렴성을 우선 살펴야 한다”며 “뇌물이나 횡령, 정치자금 사건 등에 관여됐다면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사람들, 혐오를 키우는 사람들, 막말을 하는 인물을 제외 1순위로 꼽으며 “막말을 동원해서 자신의 지지를 끌어오려는 것이 가장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공천 과정서 거르지 못한 막말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꼭 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총선 출마자 정보 어디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선택도우미’ 사이트를 지난 2일 개설해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에 나섰다.

유권자들은 경실련이 만든 후보선택도우미를 통해 기존 국회활동을 했던 초선 이상의 의원들의 입법 성향과 자산 현황, 전과, 비리, 막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실련 황도수 주권실현운동본부장은 후보선택도우미를 만든 취지에 대해 “국민이 갑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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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