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예능 <하트시그널3> 구멍 난 검증시스템, 왜?

스펙 위주 섭외가 일으킨 ‘사고’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로맨스 예능은 국내 예능계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르다. 연예인, 노래, 금전적 보상 등을 통해 이리저리 비틀고 있지만, 결국 이성간의 설렘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로맨스 예능의 원조 중 원조가 <하트시그널>이다. 로맨스 예능의 시초인 <하트시그널>이  시즌3를 시작하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혔다. 출연자들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미 성폭행범과 음주운전자 등 출연자들의 불미스러운 사건 전력이 있는 <하트시그널>은 여전히 출연자 검증에 실패하고 있는 모양새다.
 

▲ 하트시그널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이 표현은 채널A <하트시그널>에도 통한다. <하트시그널>은 젊은 남녀들이 서울 시내의 근사한 집에서 약 한 달간 함께 생활하며 진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담는다. 첫 시즌부터 관심이 대단했으며, 시즌2는 활활 타올랐다.

뜨거운 관심

배윤경, 임현주, 오영주와 같은 새로운 얼굴도 발굴했다.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파급력으로 시즌3 역시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로맨스예능 왕좌’에 어울리는 관심도였다. 그런데 <하트시그널3>가 역풍을 맞았다. 출연진이 공개된 직후부터다. 무려 세 명의 출연자가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폭력과 대학 내 후배 괴롭힘, 버닝썬 연루 등 논란 내용도 다양했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은 수의사로 밝혀진 이가흔(25·여). 방송 2회까지 총 세 명의 네티즌이 이가흔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밝혔다. 이에 이가흔의 친구들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워낙 자세하게 피해 사례를 밝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가흔의 동창이라고 밝힌 A씨는 “피해자로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제작진이 출연진을 너무 함부로 뽑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천안나(여)와 김강열도 인성 논란에 휩싸였다.

승무원인 천안나는 대학교 내에서 후배들을 심하게 괴롭혔다고 알려졌다.

같은 학교 후배라고 밝힌 B씨에 따르면 천안나의 갑질로 자퇴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천안나는 후배들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하고 삿대질과 인격 모독성 발언 등의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B씨 외에도 ‘학교 다닐 때부터 인성 안 좋기로 유명한 사람’ ‘방송에 나오면 안 될 사람’ 등의 글로 B씨의 주장에 힘을 싣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남자 출연자인 김강열은 버닝썬서 찍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해당 게시글을 올린 C씨는 “지울 수 없는 과거들. 저 중엔 마약 혐의로 징역 간 애들 몇몇 있다”고 밝혔다.

채널A 측은 이러한 논란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제작진의 발언을 신뢰하기엔 쉽지 않다.

<하트시그널> 출연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1에 나온 뮤지컬 배우 강성욱은 여러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1심에선 징역 5년, 항소심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강성욱은 지난 2017년 8월 부산 한 주점서 여성 종업원들과 술을 마시다가 지인의 집으로 데려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 놀라운 점은 강성욱이 범죄를 저지른 시기는 <하트시그널1> 방영 기간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강성욱은 1심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는 과정서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신고한 여성들을 ‘꽃뱀’이라고 비하하며 “너 같은 여자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한 사실도 알려졌다.

학교폭력·갑질·성폭행·마약 연루
시즌 내내 출연자 인성 논란도

시즌2 방영 당시 무수히 많은 여성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김현우는 무려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적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서서 도덕적인 자질 면에서 심히 문제가 있는 출연자로 보인다.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난 셈이다.

일각에서는 <하트시그널>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인성보다는 스펙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하트시그널>의 남녀 모두 외모는 물론 스펙이 출중하다. 시즌2의 김도균은 한의사였으며, 이규빈은 행정고시 합격자였다. 시즌3의 천인우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국내 IT회사 직원이며, 임한결은 커피숍 브랜딩 업체 사업가다. 

출중한 외모를 갖춘 데다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둔 능력자들이 출연하는 것이 <하트시그널3>만의 특색이다. 

여성 출연자 역시 <대학내일> 표지 모델 출신이거나 미스코리아 경력이 있다. 학벌 좋은 대학생이 최소한의 스펙이다. 미모와 능력을 고루 겸비한 사람들만 찾다 보니 인성적인 면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일반인 출연자의 인성 문제가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불거지면서 방송가는 검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M.net <러브캐쳐> 제작진은 출연자 4차 면접에 이어, 출연자 지인을 통해 인성 검증을 거쳤고, MBN <나는 자연인이다>나 tvN <노래에 반하다> 등 각종 일반인 프로그램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하고 있다. 

인성 간과

한 방송 관계자는 “사실 제작진이 모든 걸 다 알아낼 수는 없지만, 정말 집요하게 파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SNS에 남기는 글이나 지인들의 댓글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무거운 책임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으로 최대한 검증을 하면 아주 큰 문제에서는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논란의 일반인 출연자

일반인 출연자들의 경우 과거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는 무수히 많다. 사기는 물론 각종 범죄와도 연루됐다.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이승윤의 매니저 강현석씨, <슈퍼스타K5>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른 박상돈씨는 채무 불이행과 사기 및 횡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한 출연자는 엄마와 딸을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잘못된 행위를 보인 일반인의 TV 출연은 2차 가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다수의 피해자들이 ‘얼굴만 봐도 치가 떨린다’고 밝히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이나 관찰예능은 편집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이 되기 때문에 많은 일반인이 조명된다. 그만큼 섭외 단계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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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