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묻힌 위험천만 바이러스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06 11:11:22
  • 호수 12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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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있는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국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 외의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진 받는 차량 운전자들 ⓒ문병희 기자

연일 코로나19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피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대비해 보도 건수가 30배 증가했다. 국가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타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 의식이 떨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묻혀버린 여타 바이러스를 알아봤다.  

공포의 질병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의 주간 보도 동향을 6주에 걸쳐 확인했다. 44일간 총 1만8827건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보도됐으며, 국내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3주간 보도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발생위험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를 모아봤다. 

▲한타바이러스 = 지난달 23일 중국서 한타바이러스로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로, 1976년 한국의 한탄강서 이호왕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소·대변, 침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며, 감염 시 발열과 출혈, 신장 손상, 폐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타바이러스는 대륙별로 그 특징이 구분되는데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의 경우, 동아시아와 유럽서 주로 발견된다. 신증후출혈열을 발생시키고 치사율은 최고 15%까지 이른다. 실제로 야외활동이 많은 남성, 군인, 농부나 쥐를 다루는 실험실 요원들이 주로 감염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10년 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국내 감염 건수는 매년 300∼500여건 정도다. 이는 같은 3군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로바이러스 = 노로바이러스는 겨울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세균성 식중독은 보통 여름철에 빈번한데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28일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주변 굴 양식장서 노로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진해만 해역의 노로바이러스 정밀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결과 총 12개 조사정점 중 9개 정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노로바이러스가 진해만 해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시작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평균 24시간서 48시간 잠복기를 거치게 되는데 오심이나 구토, 설사 등이 시작돼 2∼3일 동안 지속된 후 빠르게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아이에게는 구토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어른들에게는 설사 증상이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주로 식품이나 식수,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개나 굴과 같은 어패류, 채소류를 생으로 섭취하거나 제대로 익혀 먹지 않은 상태로 섭취했을 때 감염되며, 환자의 침이나 구토물 등과 같이 분비물에 접촉하는 경우에 감염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양돈 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

환경부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수인리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1개체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초 국내 멧돼지서 ASF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화천, 연천, 파주, 철원 등 4개 시군서만 ASF 감염 개체가 발견됐다. 폐사체 발견 지점은 최근 ASF 양성 폐사체가 나온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지점과 직선거리로 7.7㎞ 떨어져 있는 곳이다.

노로바이러스, 지난 2월 검출…확산
로타바이러스, 장난감·가구로도 전염

화천군 간동면 2차 울타리와 소양호 3단계 광역 울타리 사이의 지역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는 “도는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청 북부청사 내에 설치·운영 중인 경기도 ASF 현장 상황실'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 현장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이하 RSV) = RSV는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신생아가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지정된 바이러스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년 10월 RSV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1∼6세 환자는 60.9%, 1세 미만은 33.9%였다. 전체 신고 건수의 95% 정도가 6세 이하 영·유아다. RSV 감염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많이 발생한다.
 

RSV는 2∼8일 정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2∼3일간 발열, 기침, 콧물, 목 아픔,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나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RSV가 침투하면 급성 세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 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 중요한데 특히 영·유아는 폐렴 등 하기도 합병증을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울산 한 산후조리원서 신생아들이 RSV에 감염돼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 등을 조사했다. 울산 남구에 따르면 지역 내 한 산후조리원을 거쳐간 신생아 4명이 병원에서 RSV 감염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같은 달 8일 감염 사실을 확인했으며 해당 산후조리원을 폐쇄한 바 있다.

▲로타바이러스 = 로타바이러스는 5세 이하의 영유아서 급성 감염을 유발하여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염 증세를 보이는 병원체로 알려져 있으며, 급성 위장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가운데에 영유아서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사계절 내내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겨울철에 유행한다. 최근 수년간 국내서의 로타바이러스 발생 현황을 계절적으로 분석해 보면 봄철에도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되지만, 생존력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 장난감이나 가구 같은 물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걸리면 수액 보충을 통해 탈수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이후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모 산후조리원서 퇴소한 신생아가 38도가 넘는 고열 증세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로타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는 탈수 증세까지 나타나 중환자실로 이송되기까지 했다. 

상대적 허술

김미영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1∼2회 햇볕을 쬐면서 10∼20분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면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줄이고 면역력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단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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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