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묻힌 위험천만 바이러스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06 11:11:22
  • 호수 12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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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있는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국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 외의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진 받는 차량 운전자들 ⓒ문병희 기자

연일 코로나19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피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대비해 보도 건수가 30배 증가했다. 국가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타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 의식이 떨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묻혀버린 여타 바이러스를 알아봤다.  

공포의 질병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의 주간 보도 동향을 6주에 걸쳐 확인했다. 44일간 총 1만8827건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보도됐으며, 국내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3주간 보도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발생위험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를 모아봤다. 

▲한타바이러스 = 지난달 23일 중국서 한타바이러스로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로, 1976년 한국의 한탄강서 이호왕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소·대변, 침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며, 감염 시 발열과 출혈, 신장 손상, 폐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타바이러스는 대륙별로 그 특징이 구분되는데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의 경우, 동아시아와 유럽서 주로 발견된다. 신증후출혈열을 발생시키고 치사율은 최고 15%까지 이른다. 실제로 야외활동이 많은 남성, 군인, 농부나 쥐를 다루는 실험실 요원들이 주로 감염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10년 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국내 감염 건수는 매년 300∼500여건 정도다. 이는 같은 3군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로바이러스 = 노로바이러스는 겨울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세균성 식중독은 보통 여름철에 빈번한데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28일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주변 굴 양식장서 노로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진해만 해역의 노로바이러스 정밀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결과 총 12개 조사정점 중 9개 정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노로바이러스가 진해만 해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시작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평균 24시간서 48시간 잠복기를 거치게 되는데 오심이나 구토, 설사 등이 시작돼 2∼3일 동안 지속된 후 빠르게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아이에게는 구토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어른들에게는 설사 증상이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주로 식품이나 식수,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개나 굴과 같은 어패류, 채소류를 생으로 섭취하거나 제대로 익혀 먹지 않은 상태로 섭취했을 때 감염되며, 환자의 침이나 구토물 등과 같이 분비물에 접촉하는 경우에 감염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양돈 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

환경부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수인리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1개체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초 국내 멧돼지서 ASF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화천, 연천, 파주, 철원 등 4개 시군서만 ASF 감염 개체가 발견됐다. 폐사체 발견 지점은 최근 ASF 양성 폐사체가 나온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지점과 직선거리로 7.7㎞ 떨어져 있는 곳이다.

노로바이러스, 지난 2월 검출…확산
로타바이러스, 장난감·가구로도 전염


화천군 간동면 2차 울타리와 소양호 3단계 광역 울타리 사이의 지역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는 “도는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청 북부청사 내에 설치·운영 중인 경기도 ASF 현장 상황실'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 현장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이하 RSV) = RSV는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신생아가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지정된 바이러스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년 10월 RSV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1∼6세 환자는 60.9%, 1세 미만은 33.9%였다. 전체 신고 건수의 95% 정도가 6세 이하 영·유아다. RSV 감염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많이 발생한다.
 

RSV는 2∼8일 정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2∼3일간 발열, 기침, 콧물, 목 아픔,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나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RSV가 침투하면 급성 세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 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 중요한데 특히 영·유아는 폐렴 등 하기도 합병증을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울산 한 산후조리원서 신생아들이 RSV에 감염돼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 등을 조사했다. 울산 남구에 따르면 지역 내 한 산후조리원을 거쳐간 신생아 4명이 병원에서 RSV 감염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같은 달 8일 감염 사실을 확인했으며 해당 산후조리원을 폐쇄한 바 있다.

▲로타바이러스 = 로타바이러스는 5세 이하의 영유아서 급성 감염을 유발하여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염 증세를 보이는 병원체로 알려져 있으며, 급성 위장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가운데에 영유아서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사계절 내내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겨울철에 유행한다. 최근 수년간 국내서의 로타바이러스 발생 현황을 계절적으로 분석해 보면 봄철에도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되지만, 생존력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 장난감이나 가구 같은 물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걸리면 수액 보충을 통해 탈수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이후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모 산후조리원서 퇴소한 신생아가 38도가 넘는 고열 증세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로타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는 탈수 증세까지 나타나 중환자실로 이송되기까지 했다. 

상대적 허술

김미영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1∼2회 햇볕을 쬐면서 10∼20분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면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줄이고 면역력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단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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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