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묻힌 위험천만 바이러스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4.06 11:11:22
  • 호수 12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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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만 있는 게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지속적으로 보도되다 보니 국민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 외의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진 받는 차량 운전자들 ⓒ문병희 기자

연일 코로나19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피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대비해 보도 건수가 30배 증가했다. 국가 위기 속에서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타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 의식이 떨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묻혀버린 여타 바이러스를 알아봤다.  

공포의 질병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의 주간 보도 동향을 6주에 걸쳐 확인했다. 44일간 총 1만8827건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보도됐으며, 국내 확진자 발생 시점부터 3주간 보도 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실은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는 효과를 낳는다. 현재 발생위험이 있는 여러 바이러스를 모아봤다. 

▲한타바이러스 = 지난달 23일 중국서 한타바이러스로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로, 1976년 한국의 한탄강서 이호왕 박사가 최초로 발견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의 소·대변, 침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며, 감염 시 발열과 출혈, 신장 손상, 폐 손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한타바이러스는 대륙별로 그 특징이 구분되는데 구대륙 한타바이러스의 경우, 동아시아와 유럽서 주로 발견된다. 신증후출혈열을 발생시키고 치사율은 최고 15%까지 이른다. 실제로 야외활동이 많은 남성, 군인, 농부나 쥐를 다루는 실험실 요원들이 주로 감염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10년 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국내 감염 건수는 매년 300∼500여건 정도다. 이는 같은 3군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노로바이러스 = 노로바이러스는 겨울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세균성 식중독은 보통 여름철에 빈번한데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을수록 더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월28일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주변 굴 양식장서 노로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진해만 해역의 노로바이러스 정밀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결과 총 12개 조사정점 중 9개 정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돼 노로바이러스가 진해만 해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로바이러스는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시작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평균 24시간서 48시간 잠복기를 거치게 되는데 오심이나 구토, 설사 등이 시작돼 2∼3일 동안 지속된 후 빠르게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아이에게는 구토 증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어른들에게는 설사 증상이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주로 식품이나 식수, 감염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개나 굴과 같은 어패류, 채소류를 생으로 섭취하거나 제대로 익혀 먹지 않은 상태로 섭취했을 때 감염되며, 환자의 침이나 구토물 등과 같이 분비물에 접촉하는 경우에 감염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 ASF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된다.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감염되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하면 양돈 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친다.

환경부는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수인리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1개체서 ASF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초 국내 멧돼지서 ASF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화천, 연천, 파주, 철원 등 4개 시군서만 ASF 감염 개체가 발견됐다. 폐사체 발견 지점은 최근 ASF 양성 폐사체가 나온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지점과 직선거리로 7.7㎞ 떨어져 있는 곳이다.

노로바이러스, 지난 2월 검출…확산
로타바이러스, 장난감·가구로도 전염


화천군 간동면 2차 울타리와 소양호 3단계 광역 울타리 사이의 지역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경기도는 “도는 우선 농림축산식품부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청 북부청사 내에 설치·운영 중인 경기도 ASF 현장 상황실'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 현장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이하 RSV) = RSV는 지난 2018년 질병관리본부에 의해 신생아가 주의해야 할 감염병으로 지정된 바이러스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년 10월 RSV 감염자 통계에 따르면 1∼6세 환자는 60.9%, 1세 미만은 33.9%였다. 전체 신고 건수의 95% 정도가 6세 이하 영·유아다. RSV 감염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주로 많이 발생한다.
 

RSV는 2∼8일 정도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2∼3일간 발열, 기침, 콧물, 목 아픔,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분비물이 늘어나 가장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에 RSV가 침투하면 급성 세기관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저산소증·호흡 곤란 등이 생길 수 있다.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이 중요한데 특히 영·유아는 폐렴 등 하기도 합병증을 일으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지난 2월 울산 한 산후조리원서 신생아들이 RSV에 감염돼 보건당국이 감염 경로 등을 조사했다. 울산 남구에 따르면 지역 내 한 산후조리원을 거쳐간 신생아 4명이 병원에서 RSV 감염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보건당국은 같은 달 8일 감염 사실을 확인했으며 해당 산후조리원을 폐쇄한 바 있다.

▲로타바이러스 = 로타바이러스는 5세 이하의 영유아서 급성 감염을 유발하여 설사, 복통, 구토 등의 위장관염 증세를 보이는 병원체로 알려져 있으며, 급성 위장관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가운데에 영유아서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사계절 내내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나 흔히 겨울철에 유행한다. 최근 수년간 국내서의 로타바이러스 발생 현황을 계절적으로 분석해 보면 봄철에도 많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되지만, 생존력이 매우 강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 장난감이나 가구 같은 물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걸리면 수액 보충을 통해 탈수를 막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타바이러스는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이후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모 산후조리원서 퇴소한 신생아가 38도가 넘는 고열 증세로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로타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는 탈수 증세까지 나타나 중환자실로 이송되기까지 했다. 

상대적 허술

김미영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1∼2회 햇볕을 쬐면서 10∼20분 정도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면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줄이고 면역력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단 갑작스럽게 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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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