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검찰 총선 손익계산서

어느 한쪽은 죽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5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사태, N번방 사건으로 분위기는 예전만 못해도 결과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특히 청와대를 비롯해 집권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검찰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윤석열 검찰총장

20171월 정치검찰을 다룬 영화 <더 킹>이 개봉했다. 정우성, 조인성 등 유명 배우를 내세운 영화는 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권력의 향방에 따라, 권력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검찰의 민낯을 조명했다.

칼과 방패
검찰 역할

<더킹>의 한강식(정우성 분)과 박태수(조인성 분)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를 두고 불안에 떨다가 무속인을 찾는다. 배경은 DJ가 당선됐던 1998년 대선이다. 점집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자 한강식 라인은 묵혀둔 자료를 꺼내든다. 권력의 쓰임새가 다했을 때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진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 청산돼야 할 적폐로 여겨졌다. 적폐로 지목된 곳에 어김없이 검찰의 칼이 겨눠졌다. 그와 동시에 검찰 개혁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주장했고, 그 방안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경 수사권 조정을 내세웠다.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모두 검찰의 힘을 빼는 방안이었기 때문에 반발이 나왔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정부 정책에 몇 차례 반발하긴 했지만 무난히 임기를 마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후임으로 온 이후에도 검찰과 청와대 사이의 기류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그와 관련된 온갖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여기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이 불거졌고, 최근 들어서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이하 라임 사태)까지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하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과 법무부는 사사건건 부딪쳤다. 법무부서 인사권을 휘두르면 검찰서 기소권으로 맞서는 식이었다. 그 사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도 충돌했다. 검사장회의를 둘러싸고는 집단 반발이 나올 태세였다.

청와대 정조준 수사
선거 후 본격화 조짐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검찰과 법무부의 대립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문제는 총선 이후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들을 여럿 쥐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 사이의 뇌관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먼저 지난해 8월부터 검찰이 정조준한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김미리 부장판사)는 가족 비리 및 감찰무마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놓고 재판 절차를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도 함께 재판받는다.
 

▲ 최광욱 전 청와대 비서관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자녀들의 입시 비리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처음 재판에 넘겨졌다. 딸 조모씨가 201711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부산대 의전원서 받은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또 정 교수의 차명주식 투자와 관련해 공직자윤리법상 백지 신탁의 의무를 어기고 재산을 허위 신고한 혐의도 있다. 지난 1월에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 중단을 결정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가족이 연루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 전 장관 5촌 조카의 재판에 정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승인했다. 당시 검찰은 정 교수가 공범으로 이뤄진 범행은 공모관계와 구성 요건, 준비 과정, 행위, 사후적 범행 은폐 등을 봤을 때 낮지 않다특히 정 교수는 수사 과정서 건강 등을 이유로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인 신문은 오는 20일 열릴 예정이다.

조국 의혹
재판 시작

검찰은 지난 123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줘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씨가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도 찍은 것으로 파악했다. 조씨는 이 인턴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입시에 제출했다. 검찰은 인턴활동 내역이 허위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폭탄이 남아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공직선거법 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서 송 시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청와대가 관계기관 등을 동원했다고 본 것이다. 경찰 하명수사와 관련해 검찰은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가 송 시장 측의 청탁에 따른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관련 수사를 청탁했고,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 제보를 재가공한 첩보를 작성했고, 백 전 비서관은 이를 같은 해 1112월 박 전 비서관을 통해 경찰청, 울산경찰청에 차례로 내려 보냈다.
 

▲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

황 전 청장은 하명수사 의혹 외에도 김 전 시장 측근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이 공공병원 유치를 시장 선거공약으로 삼기 위해 201710월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당시 김 전 시장의 공약이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 연기를 부탁했다고 봤다.

당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은 기소 대상서 빠졌다. 송 전 부시장의 업무일지에는 201710월 임 전 실장이 송 시장 측과 만나 출마 요청과 함께 공약을 협의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는 선거 이후에 결정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소된 인사
선거 출마

흥미로운 사실은 검찰이 기소한 관련자들 가운데 일부 인사가 이번 총선서 선수로 뛴다는 점이다.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라고 비판했던 최 전 비서관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총선에 나선다.

최 전 비서관은 지난달 16일 사의를 표했다. 이날 최 전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대통령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안에서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전 중구 후보로 나선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도 더불어민주당 전북 익산을 후보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역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도 경선 끝에 울산 중구 후보로 확정됐다.

최근 들어서는 라임 사태가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단순 금융권 사기로 보였던 사건에 청와대 전 행정관이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정치권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라임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정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지난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김모 팀장(현재 보직해임)의 관계를 주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스타모빌리티를 비롯해 여러 기업을 M&A해 회사 돈을 빼낸 뒤 다시 다른 기업을 M&A하는 전형적인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행적이 묘연하다.

라임 측이 김 회장의 M&A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에 동참했고, 역시 행적이 묘연한 라임펀드의 설계자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과정서 금융사기를 적발해야 할 금감원 소속 김 팀장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과 김 회장은 고향 친구 사이로,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라임펀드를 대량으로 판매한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 센터장은 김 팀장의 청와대 명함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에는 김 팀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팀장이 라임사태와 관련해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둘러싼 논란 비화
법무부 감찰로 또 대립?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마냥 유리한 국면은 아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도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모 최모씨 사건, 최측근 논란 등 윤 총장 주변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윤 총장의 장모 최씨는 지난달 27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전 동업자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1부는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윤 총장이 최씨의 혐의를 알고 있었을 경우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재난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윤 총장이)최소한 알았거나 알고도 묵인·방조했거나 법률자문을 제공한 경우라면 문제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MBC가 채널A 법조팀 소속 B 기자가 금융사기죄로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돼있는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서 B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유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취재원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서 말한 현직 검사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사태가 커졌다. 해당 검사장은 MBC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지난 1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서 저도 그 기사를 보고 사실이라면 대단히 심각하다고 봤다일단 해당 기자 소속사와 검찰 관계자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선 단계지만 녹취가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검언유착 의혹
법무무 감찰?

그러면서 사실 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보고 그것에 대해 합리적으로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고 본다면 (법무부의)감찰이라든가, 드러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에서 감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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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