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VS 김종인’ 신구 전략가 대결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4.06 10:44:19
  • 호수 12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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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vs 제갈량, 고도의 수 싸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그야말로 신구의 대결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전략가들의 두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연 소속 정당을 제1당으로 올려놓을 ‘정도전’은 누구일까.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이야기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서 21대 총선을 이끄는 한 축이다. 그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신흥 전략가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광흥창팀’서 문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문재인정권의 ‘개국공신’이다.

문의 남자
정권 공신

13명으로 꾸려진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뛸 때부터 활동한 핵심 참모 그룹이다. 선거 전략 수립과 인재영입, 메시지 작성 등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 양 원장은 광흥창팀의 수장이었다. 

대선을 승리로 이끈 광흥창팀 멤버 중 상당수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문재인정권 1기 참모진이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과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반면 양 원장은 청와대로 향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며 해외로 떠났다. 미국·일본·뉴질랜드 등을 다니며 집필 활동에 매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초 발간한 <세상을 바꾸는 언어>를 통해 해외로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영광의 시간, 뒤안길을 택했다. 영광 뒤로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이 내 길 같았다.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나 7개월 넘게 홀로 정처 없이 외국을 떠돌고 있다. 괜히 한국에 있다가 ‘비선 실세’ 따위의 억측이나 오해를 받기 싫었다. 권력과 거리를 두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문) 대통령을 돕는 길이고, 청와대 참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꺼이 머나먼 유랑의 길에 나선 이유다.”

양 원장은 자타공인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정치 입문을 주저하던 문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끌었던 사람이 바로 양 원장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과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던 양 원장은 그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한 바 있다.

양, 신흥 지략가 당내 입지 굳혀
김, 잔뼈 굵은 킹메이커로 재등장

문 대통령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때는 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그를 보좌했다.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과 <사람이 먼저다> 등도 양 원장이 기획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오랜 기간 최고의 선거 전략가로 활약해왔다. 잔뼈 굵은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킹메이커’다.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성과를 내왔다는 증표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인 김 위원장은 위기의 보수당을 구한 일등공신이다. 지난 2008년부터 여당인 한나라당(통합당 전신)은 광우병 촛불집회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2010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졌다.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파동’ 등으로 열린 10·26재보궐 선거 당시 ‘디도스 파문’이 터졌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원순닷컴(박원순 홈페이지)을 교란한 사건이다. 


위기의 한나라당은 지도부를 재편했다. 홍준표 당시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으로 등장했다. 2011년 말 상황이었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했다. 이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경제 멘토’로서 ‘김종인=경제민주화’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던 경제민주화를 보수 진영의 핵심 공약으로 가져온 것이다.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를 흡수한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열린 19대 총선서 152석 확보라는 반전을 이뤄냈다.

이 당 저 당
선거의 왕

‘김종인 효과’는 그해 열린 18대 대선까지 이어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으로 올라선 선거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에도 경제민주화를 핵심 공약으로 이끌어 박 위원장의 대선 당선에 일조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도 김 위원장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3.6%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만약 김 위원장이 문재인 당시 후보 측을 도왔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 부양’ 쪽으로 기울자, 이를 비판하며 결별했다. 지난 2013년 그는 “박 대통령에게 경제민주화를 기대한 건 과욕이었다”며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선거판에 뛰어든 시점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였다. 당시 포지션도 ‘구원투수’였다. 민주당은 소속 안철수계와의 불화와 전통적 텃밭인 호남 민심의 이반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후 안철수계가 대거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위기감은 증폭됐다.
 

민주당 문재인 당시 대표에게는 선거를 지휘할 사령관이 절실했다. 이대로 가다간 총선 패배는 물론 정권 재탈환도 힘들어 보였다. 이에 문 대표가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었다. 

문 대표은 삼고초려 끝에 김 위원장 영입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을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당시 문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라는 자리를 주고 공천의 전권을 위임했다. 김 위원장은 대대적인 물갈이에 성공,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제1당으로 올려놨다.

이후의 상황은 역사의 반복이었다. 김 위원장은 대선을 두 달 앞둔 2017년 3월, 의원직을 내려놓고 민주당과 결별했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번에는?
이번에도?

정치를 떠나있던 신구 전략가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귀환했다. 먼저 귀환한 사람은 양정철 원장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신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문 대통령을 당선시킨 지 2년 만이었다.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선거 전략의 본거지다.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총선 준비를 총괄할 총선기획단을 구성, 양 원장은 윤호중 사무총장 등과 함께 15인에 이름을 올렸다. 기획단은 민주당의 조직, 재정, 홍보, 정책, 전략 등 산하 단위를 구성해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조직이다.

또 양 원장은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과 비공식 ‘5인 협의체’를 꾸려 총선 전략을 이끌었다.

양 원장은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서 활동했다. 민주당이 영입한 인재는 자진사퇴한 원종건씨를 제외한 19명, 면면을 보면 ‘스토리’에 ‘전문성’을 고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19명 중 1호 영입인재인 발레리나 출신 척수장애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는 양 원장의 작품이라는 후문이다.

양 원장은 앞서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광폭행보를 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서훈 국정원장을 시작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과 회동했다. 박 시장, 이 지사, 김 지사는 민주당의 대권주자들이다.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2월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났던 사실이 인사청문회 도중 알려지기도 했다. 서 원장과의 회동은 야당으로부터 “선거공작이 아니냐”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총선의 전체적 흐름을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자 양 원장은 지난해 11월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찬을 가지며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불만과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2월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호남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재영입·총선전략 주도
‘정권 심판론’ 남진할까?


더불어시민당 출범에도 양 원장의 흔적이 드러난다. 민주당 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을 때, 민주연구원은 위성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비례대표서 미래한국당이 최소 25석을 가져가는 반면, 민주당은 6∼7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이후 민주당 내 여론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쪽으로 기울었다. 

더불어시민당 출범 과정서도 파열음이 일었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의 플랫폼으로 ‘시민을 위하여’를 선택하자 당초 민주당과 논의해왔던 정치개혁연합이 크게 반발하면서부터다. 정치개혁연합 측은 “비선 실세인 양 원장을 교체하라”며 항의했다. 양 원장은 21대 총선이 끝난 직후 민주연구원장직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상태다.

‘킹메이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총선판에 뛰어들었다. 황 대표와의 투톱 체제다. 통합당호에 올라선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 때리기’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21대 총선 슬로건으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들고 왔다. ‘경제 실정론’, 더 나아가 ‘정권심판론’이다. 경제 실정론에 이어 김 위원장이 설정한 또 다른 공격 포인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다. 그는 수도권 후보들에 대한 지원유세를 다니던 중 “지난해 8월부터 어떤 묘한 분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국민들이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다”며 “그런 인사가 공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과연 총선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그 바람의 진원지로 수도권을 선택한 모양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된 지난 2일부터 김 위원장은 수도권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제실정론
과연 먹힐까?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 선거사무소를 시작으로 장진영 후보(동작갑), 권영세 후보(용산), 김대호 후보(관악갑), 오신환 후보(관악을), 최영근 후보(경기 화성갑), 임명배 후보(화성을), 석호현 후보(화성병) 등 하루에만 수도권 16명의 후보에게 찾아갔다. 81세의 나이가 무색한 강행군이다. 김 위원장은 ‘남진’ 전략이다. 수도권서 형성한 정권심판론 바람을 충청권으로 가져오는 데 이어 부산·울산·경남(PK)으로 내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해찬-김종인, 32년 질긴 인연과 악연

21대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질긴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처음 시작됐던 시점은 32년 전인 지난 1988년 13대 총선서다. 두 사람은 서울 관악을 지역 총선서 맞붙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감독 간 대결이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맞대결로 정치권에서는 4·15 총선을 사실상 두 사람 간의 마지막 승부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여당인 민정당 소속이었으며, 이 대표는 야당인 평화민주당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다. 반면 이 대표는 운동권 출신의 36세 정치 신인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에도 경제민주화를 구호로 내세웠으며 이 대표는 자주외교와 평화통일을 내걸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이 대표가 승리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후 이 대표는 관악을에서만 내리 5선을 달성, 거물로 성장했다. 

두 번째 만남은 더불어민주당서 이루어졌다.

당시 민주당의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 위원장에게 공천에 대한 전권도 위임했다.

힘을 받은 김 위원장은 물갈이 도중 “당내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친노에 대한 숙청에 들어갔다. 친노의 좌장인 이 대표 역시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당시 이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는 정무적 판단이라고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며 자신에 대한 컷오프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이 대표는 결국 20대 총선서 생환에 성공, 당선 6일 만에 민주당으로 복당했던 반면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의지에 실망감을 느낀다며 당을 떠났다.

이번 21대 총선이 세 번째 인연이다. 두 사람은 선수가 아닌 당의 감독으로 선거를 지휘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에도 서로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번 세 번째가 두 사람의 마지막 인연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피로 누적으로 병원서 치료를 받는 와중에 “(21대 총선은)내 정치 인생의 마지막 선거고 이번 총선이 문재인정부 성공에 아주 중요하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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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